메인커플 켠꿍 서브커플 민챙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드라마를 모티브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오늘 아침에는 임창균이 초코밀크티를 테이크아웃해서 출근했다. IT본부가 소리 없이 술렁인다. 빨라지는 타자 소리를 창균은 모른다. 공차 당도 70의 초코밀크티가 왜 아침부터 최고 기술 책임자 임창균 손에 들려 있는지, 오늘 우리가 죽어나는 걸지. 무슨 일 있는 걸까요. 창균 님 오늘 초코밀크티 들고 출근하셨답니다. 예? 아침부터요? 아이고 뭔 일이 나도 큰일이 났네.


웬만해서는 별로 늦는 일 없던 또 다른 대표 이민혁이 젖은 머리로 회사를 뛰어 들어온다. 자기가 대표인데 들어오면서 죄삼다. 죄송합니당. 하고 애교 섞인 사과를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앉자마자 SURF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걸 파드득 알아버린 민혁이 사과 꼭지 같은 머리통을 들고 주변을 살피다가 자연스레 임창균 책상 위의 초코밀크티에 시선이 꽂혔다.


"헐. 너. 왜?"


모두가 궁금했던 걸 단 세 글자로 물어봐 주는 민혁에게 회사 사람들의 온 신경이 꽂힌다. 별로 참지도 않고 벌떡 일어난 민혁이 훌쩍 다가가니까 창균이 좀 당황한다. 내가 뭘 먹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 뚱한 표정으로 밀크티와 민혁을 바라보던 창균이 입을 열었다.


"…뭐가요."

"이거 왜 드세요. 아침부터. 무섭게요."


창균은 초콜릿을 좋아한다. 여기까지는 직원들도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입 짧고 뭐 좋아하는 거 없는 창균이 자리에서 조용히 뭔가를 먹고 있으면 한 개씩 포장된 비싼 초콜릿인 경우가 많았다. 유달리 기운 없어 보이는 직원들이 있으면 자리에 몰래 하나씩 두고 가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창균님 초콜릿이라고 불릴 때도 있다. 그걸 먹고도 혈당이 푹푹 떨어져서 하염없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 창균이 조용히 사라진다.


회사 맞은 편 공차에서 초코바른녹차스무디를 들고 올라오는 날은 점심 안 먹고 싶다는 뜻이고, 초코밀크티를 들고 올라오는 날은 일이 뒤집어져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에너지를 당겨서 쓸 만큼 급박한 일이 있을 때였다. 그게 아니면 진짜 스트레스 받거나. 뭔가 일이 안 풀리거나. 그런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창균이 그걸 오물오물하고 있으니까 다들 긴장을 탔던 거였다.


"아무.. 일도 없어요."

"뻥치지 마세요. 너 지금 이거 뭐야. 이거 봐라 당도 70이네."


친절하게 공차에서 스티커도 붙여주었다. 콱 잡아 들고 그걸 다 읽어 내려가던 민혁을 데리고 창균이 잠깐 회의실을 가자고 고갯짓을 했다. 민혁이 조용히 따라가자 회사에 싸늘한 정적이 감돈다. 대표 둘이 요새 좀 이상하다. 민혁은 미팅룸 들어오자마자 창균을 구석구석 살핀다. 얼굴 뽀둥하고, 볼에 살이 쪼끔 붙어서 요새 되게 보기 좋았다. 처음엔 유기현이 의심스럽고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요새 창균이를 보면 아무래도 능력 하나는 인정을 해야 하는 중이다.


"몸은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어."

"그럼 무슨 일 있어?"

"그런 게 아니라."

"응."

"출근…."

"뭐."

"출근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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