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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

- 사랑을 되찾기 위한 한 판 05



#JK / 2016년 5월



"형, 저 정국이에요. 저 교육관 오동나무 앞에 있을게요. 수업마치고 거기로 오세요!"



입학 후 생활비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공강 시간에 근로 장학생에 주말에 짬짬이 친한 아저씨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덕분에 다행히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지민이 형과 더 만나고 싶어서 형의 시간표에 맞춰서 늘 강의실 앞에서 수업을 마친 형을 보러 제1교육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 스스로도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 그것도 남자 선배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주는 내 자신이 신기했지만, 형이 따뜻하게 이야기하며 웃어줄 때면 내 자리는 형의 옆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윤리교육과에 온 복수전공 복학생의 존재는 시간이 갈 수록 우리 과에도 퍼져나갔고, 내게도 형을 소개해달라는 선배나 동기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그를 너 혼자 독차지하지말라고. 


"야, 전정국. 너랑 같이 다니는 사교 선배. 되게 인기 많더라? 애들이 그 사람만 보면 사족을 못 쓰던데?"

"뭐래, 형은 관심도 없어 보이던데."

"그건 니 생각이고, 애들 과방에서 계속 그 사람 이야기하더라. 여자친구 있냐면서, 너한테 소개해달라고 부탁할 거라던데?"


책을 놔두러 잠시 왔던 과방에서 친하지 않은 동기들이 말을 걸 때면, 대부분 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서 입을 다물고 교수님을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에게 반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늘어만갔다. 윤리학개론 수업시간만 되면 이런저런 간식을 들고오면서 지민이 형과 인사해보겠다고 나서는 동기들. 형 앞이라고 내숭떠는 아이들 모습이 가소로웠지만, 그의 옆 자리인 나를 밀어낼까봐 그에게 음료수를 준 동생을 들키지 않게 째려보았다. 



"소민아, 수업 시작하는데 자리가서 앉지?"

"정국 오빠, 에이 왜 그래요."

"수업들어야하는데 우리 지민이형 부끄러워해서 수업 못 들어. 그러니까 이런 거 주지마."

"우리라뇨, 지민 선배하고 둘이 무슨 사이에요?"

"저 형하고 나하고... 우리 같이 다니는 사이라고 하면 되려나? 형 귀찮게 그러지말고 자리 가자."



나는 일부러 '우리'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서 설명해줬는데, 동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사실 요즘따라 누가 그에게 손길을 내밀거나 따스한 눈길로 쳐다볼 때면, 마음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편으로는 형이 혹시나 저 애랑 친해지면 어쩌나 그걸 걱정했다. 어떡하지, 안 되는데. 내 옆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형은 꾸벅 인사를 하면서 매번 고맙다고는 말하지만, 은근히 자신이 주목받는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형을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업 시간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내 앞에서 사라지면 어떡하지. 그 고민을 시작하니 75분이 쏜살같이 지나간 거 같았다. 일, 이주일 전만 하더라도 평온했던 내 대학생활에 지민이 형은 돌을 던지면서 물결을 조금씩 조금씩 크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도 윤리학개론 수업을 마치고 맛있는 초계국수 집이 있다면서 사주겠다고, 오늘도 내 팔을 잡고 데려가고 있었다. 



"형.... 그런데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이렇게 손 잡고 가면 누가 보는 거 아니에요?"

"왜, 정국아. 형이 손잡는 거 싫어서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혹시나 형이 그럴까봐 걱정되서요."



혹시나 형과 내가 손잡은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괜히 형이 곤란해질까 싶어서 손을 빼려고 했다. 물론 나야 형이 따뜻하고 조그만 손으로 잡아주면 설레고 좋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형은 웃으면서도 꽤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으이구... 다 큰 어른이 아가야같이 걱정하네, 귀여워라. 손 잡는 게 어때서, 우리가 뭐 죄 지은 거도 아니고. 괜찮아 정국이!"

"진짜....요?"

"남자 손 잡는 거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뭐 눈에 뭐만 보인댔잖아. 꾹꾹이 그럼 가자! 형 배고파."



그래요, 그럼. 형이 좋다는데 저 전정국이 설마 마다할까요. 형 앞에서는 마지못해 다시 손을 잡는 척 했지만, 형의 그 똑부러지는 말에 안심이 되서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시익 올라갔다. 혹시나 형이 거절하면 어떨까 했다. 아무래도 사범대 자체가 학생들이 적다보니 누구누구 사귄다더니 헤어졌다더니 하는 소문이 과방에서 과방을 타고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형의 손을 쥔 내 손에 힘을 조금 더 주고 우리는 국수집으로 향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형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따스했던 형의 손길이 안 잊혔을까. 어느덧 봄이 끝나고 여름에 접어들 즈음, 형과 나는 늘 함께 공부하고 밥먹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형의 자취방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했다. 거의 모든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는데도 지겹지 않았고, 매일매일이 시트콤의 새로운 한 회차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데 어느날, 오랜만에 방학을 앞두고 들렀던 학회실에서 조용하지만 불쾌했던 소동이 한바탕 일어났다.



가위바위

- 사랑을 되찾기 위한 한 판 05



#2



약속한 점심 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지민은 두 시간 전부터 분주하게 준비했다. 오랜만에 호석이 맛있는 점심을 사준다는 이야기에 빠듯한 교사 월급을 알아주는 친구에게 고마움도 느꼈다. 부산에 오면 광안리 던킨도너츠에서 꼭 도너츠를 먹어야겠다던 호석은 정작 뭐 먹을까를 이야기할 때 동래시장의 고기국수 집을 이야기했다. 지민 역시 자주가던 단골집이었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늘 곱빼기같은 보통 크기를 내놓으시던 마음씨 좋은 사장님. 오랜만에 지민과 호석 둘 다 진한 국물을 먹고 싶었던 탓에 약속장소는 쉽게 정할 수 있었다.



"호박, 그럼 수안역 x번 출구 앞에서 11시 반에 만나! 점심 먹고 후식은 내가 쏠거야!"

"야, 2년차 교사 월급 뻔히 아는데 내가..."

"호박아, 나도 돈 있거든. 이 형이 너를 불러냈는데 사줘야지 당근."

"그래, 흐후 그럼 후식은 쥐민이의 선택을 믿도록 하지. 조금 있다 봐!"



호석이 1년 먼저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잡은 후, 지민은 복수전공에 교직까지 마무리하느라 도통 호석을 만나기 힘들었다. 더더군다나 교생 실습을 다녀오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눈코 뜰 새도 없었기에 둘은 그저 카톡으로 안부만 주고받았다. 하지만 가끔 전화를 할 때면 무엇이 즐거웠는지 한 시간 가까이 전화하기 일쑤였다. 이때 서로의 힘든 이야기를 나누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힘이 되어준 호석. 그에게는 친구를 떠나 멘토이자 스승같은 존재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지민은 우연히 교외활동에서 자신과 비슷하지만 묘하게 엉뚱했던 호석과 가까워졌다. 웃음을 잃었던 자신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고 교사로서의 꿈을 다시 꾸게 해준 호석. 호석을 따라 사범대로 전과까지 했건만, 군대를 다녀오고 난 뒤 오히려 호석이 PD라는 새로운 꿈을 가지고 언론정보학과로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시사교양 프로로 국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나. 호석의 폭탄아닌 폭탄선언에 당황했지만, 지민은 그 역시 늘 호탕하고 엉뚱한 호석의 스타일답다며 박수를 치고 응원했다. 그런 호석이기에 지민은 유일하게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10년 넘게 그들의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늘 그에게 도움만 받는 거 같아 미안했던 지민은 호석을 위해 조그만 선물도 미리 준비했었다. 학생 때부터 차고 다니던 뽀로로 시계가 맛이 가버렸다며 저번에 이야기한 이후로 호석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민은 호석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가격에 맞춰 직장인이 쓸 손목시계를 선물로 준비했다. 버스중앙차로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핸드폰 시간을 지켜보던 지민. 혹시나 약속시간에 늦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오늘 차도 별로 밀리지 않았다. 



"호박아!"

"쥐민이! 여기야!"



고기국수 집은 자신들이 방문했던 그 때와 똑같았다. 오히려 달라진 건 연예인들의 사인과 깨끗해진 인테리어 정도였다. 먼저 도착했던 호석이 지민의 취향에 맞춰 사골고기국수 대, 매콤고기국수 대, 공깃밥 추가까지 야무지게 주문했던 덕분에 얼마 안되서 따뜻한 음식이 나왔다. 이번 봄은 5월 초인 지금까지도 꽤 쌀쌀해서 지민은 부산에 오면 꼭 이 곳을 오겠다고 벼르기도 했던 터라 그들은 말도 없이 국수를 집어 먹기 아니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그 많던 국수 면발은 어디로 갔는지. 면을 반 이상 먹고 나서야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 둘 다 여전하다는 눈치였다. 이제 밥도 말아먹겠다 여유가 생기니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 호석과 지민.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 눈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둘. 국물에 밥을 말이먹으며 그 간의 고민도 사르르 말아먹고 있었다.



"근데 호석아, 나 아파트에서 어제 누구 만난 줄 알아?"

"누구긴, 니 전 남친 재수탱이 전씨 아니야? 그런데 너희 아파트에서 만난 건 무슨 소리야? 걔를 왜 거기서 만나?"

"알고보니까 그 애 나랑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살더라고, 어제 부산 내려오고 산책하다가 집에 올라갈 때 만났는데.... 하 할 말이 없더라."

"음......"

"내가 교사가 되서 그 자식을 만나면, 좀 후련해서 뻥 찰 수 있고 이제는 너 따위 없어도 잘 산다고 이야기할 줄 알았거든. 근데...."



말 없이 떠나간지 3년,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박지민도 3년이면 전정국 따위의 빈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멋지게 채워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제 정국을 만난 뒤로 지민은 아직도 흔들리는 제 모습을 보며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말은 아니라고 해도, 3년이 지나고 만난 정국은 더 멋지게 성장해있었다. 하마터면 그에게 또 웃으며 괜찮다고 이야기할 뻔했다. 괜찮다고, 지금이라도 돌아온 게 어디냐고.

그런데 지민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신을 기다리게 만든 정국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강했다. 한 번 떠난 사람, 두 번은 못 떠날까. 또 3년이나 지난 마당에 정국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미련은 싹 트기 전에 잘라내야한다는 말처럼, 지민은 그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국의 손에 이끌려 아파트 비밀정원에 도착했을 때, 정국의 상처받은 눈을 봤을 때 말을 해놓고도 오히려 지민이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왜 ...

국수를 먹다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 지민이 국물을 펀 숟가락을 코에 가져가려 하자 호석은 안되겠다며 지민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에헤이, 뭐 길래 이렇게 국물을 콧구녕에 넣으려고 해도 정신을 못 차려."

"호박이"

"왜 쥐민, 말을 해봐."

"왜 나는 전정국 그 자식한테 늘 을처럼 행동하는 거야? 늘 내가 혼자서 기다리고, 마음 아프고 진짜... 드라마 속 여주인공도 요즘 안 그러겠다 진짜!"


밥 먹다가 뿔퉁해진 지민이 괜히 탁자를 쾅 치면서 분한 표정을 지으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상황. 호석은 지민을 다독거리며 빨리 국물을 다 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겨우 지민의 표정을 누그러뜨린 호석은 급히 계산을 마치고 지민을 이끌어 근처 카페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잠시만요. 박지민이 뭐 마실래, 너가 산다며?"

"아 맞다. 이천 햅쌀 프라푸치노로 주세요. 둘 다 그란데 사이즈로 주시구요. 이 카드 써서 계산해주세요."



호석은 지민이 주문을 하는 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얼마 안 되서 음료가 나오고 또 둘은 기약없이 음료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호석이 입을 먼저 떼기 시작했다.



"나 지금까지 너가 알면 괜히 그럴까봐 이야기 안했는데, 이왕 이래된 거 말해줄 거 있어. 이래나 저래나 같겠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지민은 호석의 입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호석은 이제는 안되겠다는 표정으로 비장하게 자신이 알고 있던, 지민만 몰랐던 폭탄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뭔데?"

"나 사실 올해 초에 전정국 재수탱이.... 서울에서 만났어."

"아... 전정....? 너가 왜 걔를 만나? 그것도 서울에서?"



콜록콜록, 결국 지민은 좋아하는 이천햅쌀푸라푸치노도 먹지 못하고 사레에 걸려 콜록콜록 거리기만 했다. 안그래도 자신이 정국을 아파트에서 만났던 상황도 별로였는데, 호석은 그것도 서울에서 그를 먼저 만났다니. 지민의 머리에 조금씩 짜증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말을 꺼냈지만 호석 역시 편치는 않았다. 지민이 정국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뻔히 알기에 굳이 이야기해줘봤자 지금 그 녀석을 잊고 잘 살고 있는 애를 망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는데. 오늘 표정을 보니 자신의 예상과 정확히 정반대였다.


"호박아...... 근데 왜 너 나한테 말 안했냐?"

"이제 말한 건 미안한데, 너 잘 지내니까 굳이 말 안해줘도 될 줄 알았지. 안그래도 올해 초에 너 담임때문에 골치 아팠다며."



아차, 2학년 담임을 맡으라는 선배 교사들의 압박덕분에 업무만큼은 그나마 좋은 걸 선택하고 싶었던 2월의 자신이 떠오르던 지민이었다. 물론 호석에게도 당시 그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말하며, 선배 교사들을 그래 욕을 했던 것도.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게 남았던 지민이었다. 



"근데 너가 부른 거였어 서울로?"

"아니이, 내가 걔를 왜 불러. 나도 걔 전화번호 바꾼 다음으로 연락 안 된 건데. 퇴근하고 집으로 가다 공덕역에서 우연히 만났어. 저녁도 사주고 같이 먹었는데, 그 녀석 지금 서울에서 학교다니더라."

"걔 너희 과였잖아."

"물어보니까 군대 다녀오고 작년에 서울 안암대학교 국어교육과 3학년으로 편입했대. 예전에 마지막으로 볼 때보다 표정이 좋아졌길래, 다행이다 싶어서 굳이 너한테 말 안했어. 괜히 너 걱정할까봐. 미안해 쥐민."



뜻밖에도 호석은 이미 정국에 대한 소식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정국의 소식이 궁금했을 때,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여자 아이들에게 카톡도 해봤지만 자신들도 행방을 모른다는 말뿐이었는데 눈으로 보고 지금 뭐하고 지내는지도 듣다니. 

지민은 자신이 괜히 마음쓸까봐 호석이 이야기 안 해줬다는 사실에 고마우면서도, 내심 한 편으로는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일찍 말해주면 이렇게 덜 초조하고 걱정도 덜 했을텐데 싶어서 말이다. 



"아 그리고 걔... 아니다. 아참 너 다음 주 화요일에 교생 예비소집 있다고 안했어?"

"응,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부장쌤이 난리야 난리. 이번에 우리 학교에 교생들 꽤 온다고 들었는데, 나 좋은 학교 안 나왔다고 무시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뭐래, 우리 학교 정도면 오려고 줄 선 애들 천지삐까리인데. 그나저나 아직 2년차인데 벌써 교생 담당 업무를 맡기고 너네 학교도 진짜 문제다 문제."

"그니까..... 맞아 나도 교생 한 분이 담임 맡는데, 누구였더라? 국어과였는데. 나 저번 주 출장 다녀온다고 공문도 제대로 못봤다니까."


호석이 말끝을 살짝 흐렸지만, 금방 이야기 나눈 교생 업무에 호기심이 생겨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지민. 


'국어과 두 명인데, 누구였더라...'


한 명은 1학년이라 자신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나머지 한 교생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던 지민. 그런데 기억이 날듯 말듯한 느낌에 지민은 굳이 지금 일적인 이야기에 파묻히고 싶지 않아서 다음주의 자신에게 그 몫을 잠시 떠넘겨버렸다. 그저 지금은 오랜만에 만난 호석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웃고 떠들지고.

에라 모르겠다! 지민은 떠오르지 않는 이름 세 글자를 포기하기로 선언하고 자기 앞의 음료를 벌컥벌컥 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지민은 알고 있었을까.

오늘 조금 더 집요했던 자신이 있었다면, 다음주 수요일의 자신이 그렇게 놀라는 일도 없었다는 것을. 







하하하... 여러분

가위바위보를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늘어놓는다면 제 지난 주가 순삭될 정도로 현생이 ... 정신 없었답니다😂


그래도 늘 부족한 글에 찾아 와주셔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과 좋아요도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이번 주는 6편과 정국/지민이의 이별의 순간 외전으로 찾아뵐게요... 꼭꼭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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