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동화 「폭풍우가 치는 밤에」의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 동화체를 사용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늑대들 무리 속에 늑대인 창준이 살았답니다. 늑대들은 양치기의 방해를 피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양을 잡아먹고 살았답니다. 창준은 양들의 죽기 전 불쌍한 눈빛을 보며 항상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다른 늑대들에게 그만 양을 잡아먹자고 말했지만 비난을 받으며 무리에서 쫓겨났답니다.

창준은 정처없이 떠돌면서 쫄쫄 굶었답니다. 그때 한 떼의 양무리가 창준의 눈에 들어왔어요. 양무리에서 유독 배척당하던 한 마리 양은 힘없이 가시덩쿨 속으로 밀려들어갔어요. 양치기가 양무리를 살피더니 가시덩쿨 속 양을 발견하지 못하고 양을 몰아 사라졌어요.

그것을 지켜보던 창준은 배가 고파 정신없이 가시덩쿨을 헤치고 들어갔어요. 양은 죽음을 알았다는 듯 얌전히 창준을 바라보았어요. 창준은 양의 눈동자를 봤어요.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양보다도 아름답고 순수한 눈동자였어요. 창준은 이빨을 드러내던 것을 멈추었어요. 그리고 가시덩쿨에서 멀어졌답니다.

창준은 숲을 헤메다가 죽은 사슴의 시체를 발견했어요. 며칠이 지난건지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음식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창준은 그것을 먹고 주린 배를 채웠어요. 주린 배를 채운 창준은 그만 잠에 빠져들었어요.

잠에서 깨자 하얗고 보드러운 것이 창준의 곁을 지키고 있었어요.
양이었어요. 어제 가시덤불에서 본 양.


"너 뭐야? 내가 어제 기껏 살려줬더니.."
"갈 데가 없습니다. 여기 밖에."
"넌 이름이 뭐야?"
"시목이요."


늑대와 양은 비틀비틀 숲을 빠져나갔답니다. 사슴이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은 늑대를 보고 달아났고, 늑대나 여우는 창준이 쫓아냈답니다. 둘은 외톨이이지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함께 돌아다녔답니다.


"넌 내가 무섭지 않니?"
"글쎄요. 당신이 날 잡아먹지만 않는다면요. 첫 날 보니깐 안 그럴거 같더군요."
"니가 그걸 어떻게 확신해? 내가 마음 확 바꾸고 잡아먹으면 어쩔건데?"
"뭐. 그럼 어쩔 수 없겠지요."


시목의 무심한 반응에 창준은 김샜다는 듯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어요. 잡아먹을 생각없어. 이 웃기는 양아. 창준과 시목은 늑대나 여우 무리에 쫓겨 도망다니며 숲을 지나 사막쪽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사막쪽으로 향할수록 시목이 먹을 풀은 부족해졌어요. 창준은 비쩍 말라가는 시목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우리 여기서 헤어질까?"
"전 괜찮습니다. 계속 가죠."
"괜찮긴..."


시목만 먹을 것이 부족해진 것이 아니었어요. 창준도 도망만 다니며 죽은 여우의 시체를 몇 번 뜯어먹은 것이 다였지요. 둘은 점점 말라갔어요.







어느 무더운 날 창준은 시목이 잠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시목의 목덜미를 보고 군침을 흘렸어요. 사랑하는 친구를 잡아먹으려 하다니... 창준은 잠든 시목을 두고 멀리 떠나갔답니다.



홀로 남은 시목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똑 떨어졌어요. 시목은 사막 바로 곁에 있는 숲에서 창준을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새로 사귄 다람쥐들이 시목과 함께 했지요.




창준은 홀로 사막을 돌아다녔어요. 오아시스를 만날 때도 있었지만 거친 폭풍이 몰아쳐서 모래에 파묻힐 때도 있었어요. 창준이 쓰려지려 할 때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어요.





창준이 깨어보니 사막여우 한 마리가 자신에게 하얀 덩어리를 물어다준 것을 발견했어요.


"너도 채식주의니?"
"채식주의? 그게 뭔데?"
"피를 혐오하는거야. 누구 죽이고 그런거 죄책감들지?"
"응.."
"너 보니 그럴 것 같더라. 그래서 무리에서 쫓겨난거지?"
"응."


사막여우는 자신을 연재라고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하얀덩어리는 버섯이라고 하면서 이걸로 배부르게 살 수 있다고 말해주었지요.

창준은 맛이 낯설었지만 적응이 되었어요. 더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행복해진 창준은 연재에게 감사했어요.


"나랑 같이 살자 너."
"어?"
"나도 혼자였는데 니가 오니까 너무 좋아. 같이 버섯 먹으면서 우리 같이 살아!"
"..."
"왜?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내...친구가 있어. 저기 숲에."
"숲에? 숲엔 초식동물아니면 육식동물 뿐이잖아. 그러지 말고 나랑 살자."


연재는 애원했지만 창준은 시목을 잊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재가 가지 못하도록 마구 할퀴어대는 것을 가만히 받아주었어요. 살가죽이 너덜너덜해져서 피투성이가 된 창준은 사막을 다시 거슬러 갔어요. 상처에는 모래바람이 들어와 가슬가슬 틈을 벌려놓았지요.







저 멀리 숲이 보였어요.





창준은 눈 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조금만..조금만 더 가면 시목이 있을텐데. 그만 사방이 깜깜해졌어요.

창준이 눈을 떴을 때, 시목이 그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오랜만이에요. 창준."
"나.. 안 죽은거야?"
"숲 거의 다와서 쓰러졌어요. 다람쥐들이 저에게 말해주더군요."
"하아..다시..널 못 보는 줄 알았어."
"나도요."
"시목아. 사랑해."
"나도요. 나도 사랑해요. 창준."


늑대인 창준과 양인 시목이 함께 사는 것을 매번 늑대무리와 여우무리가 괴롭혔으나 언제나 창준은 시목을 지켜냈어요. 그리고 숲 속에서 버섯군락지를 발견하여 창준도 시목도 더 이상 배를 곯지 않고 든든하게 살았어요.

둘은 서로를 사랑하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우연히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에서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동화 내용을 접하고 창준시목으로 쓰고 싶어져서 써보았습니다.
* 원 동화를 직접 읽지는 못했고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 원 동화에서는 늑대와 염소를 서로를 사랑하다가 늑대가 죽는다고 해요ㅠㅠ그건 너무 슬프니깐 대체품을 만들어서 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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