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은 휴일인 만큼 매우 분주했으므로 온 커플의 행복한 소음이 흘러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의상 대여점에서 알바 중인 그는 그것이 참으로 지긋지긋했다. 유치하기 그지없는 치맛자락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동물귀 머리띠도 모두 집어 던지고 싶었다. 제아무리 전공으로 삼을 정도로 의상을 사랑한다지만, 굳이 이와 관련 있는 알바를 할 필요 없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중이었다. 이에 박차를 가하듯 또 잔뜩 꽁냥거리는 커플이 입장했다.


 "이거, 마사유키한테 엄청 어울릴 것 같은데요?"


 파란 머리의 미인이 신나게 소리친다. 익숙한 광경에 그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돈을 벌려고 알바를 하는 건지 커플구경을 하려고 알바를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여기요!"


 그 미인의 손에 달린 건... 자신이 유니폼보다 백배는 유치한 백설 공주 드레스였다. 말이 좋아 백설 공주 드레스지, 리본도 레이스도 전신에 달린데다 반짝이는 인조 보석과 스팽클이 가득 박혀있어 웬만한 패기가 없고서야 놀이공원에서도 아무나 입고 다니기 힘든 의상이었다.

 그런 의상을, 아마 저 미인의 애인으로 보이는ㅡ키가 작고 다소 험한 인상의ㅡ남성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이었다. 드레스에 박힌 수십 개의 보석이 반짝이자 남성은 크게 고함을 지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대놓고 화난 눈치였다. 추천은 좀 특이하지만, 그냥 장난이지 싶어 그는 능숙하게 말을 건넸다.


 "저기, 이 의상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의상 대여점에서 옷 추천이야 보통 하지 않지만 남성은 좀, 좀 많이 화나 보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둘이 싸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서글서글한 미소로 대화의 주제가 바뀌도록 회유했다. 싸우는 건 상관없지만 가게에서 싸우는 건 알바생 입장에서 좋진 않은 일이었으니까.


 "후후, 그런가요? 제 눈에는 공주님이 더 어울리시는 것 같은데."

 "네?"


 미인은 능숙한 손짓으로 그의 손을 감싸 쥐곤 가볍게 그에게 옷을 대었다. 갑자기 이게 뭐지? 옆의 남성은 질투도 하지 않는 듯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 흡족한 표정으로 그와 미인을 쳐다보았다. 이게 뭔데? 제가 대여점 직원인데 저보고 대여하라고요?


 "곤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귀여운 여성분을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아, 네. 괜찮습니다. 대여하실 의상은 고르셨나요?"


 뒤에서 불쑥, 남성이 그에게 대답한다.


 "네. 전부 골랐습니다. 피팅룸에 같이 들어가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피팅룸은 왼쪽으로 쭉 가시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전 펼쳐진 풍경에 연인이 맞나 의심이 가긴 했지만 같이 피팅룸에 들어가니 맞는 것 같았다. 안에서 염장질하는 거나 티 내지 않았으면 했다. 의외로 짧은 시간이 거쳐 미인과 남성이 나왔다.


 '우와...'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워낙 미인의 미모가 빼어난 탓도 있지만, 놀이공원 대여점 의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심이 담긴 코디가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보니 그새 화장까지 한 모양이었다.


 "화장하셨나 보네요? 잘 어울리세요~"

 "네. 조금 챙겨와서."


 남성의 손에 제법 묵직해 보이는 메이크업 박스가 들려있었다. 저런 걸 조금 챙겨온다고 말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인 관계가 아니라, 매니저나 코디네이터일지도 모르겠다. 안그러고선 전공생 눈에도 거의 완벽해 보이는 이 코디를 이해해낼 수가 없었다. 다만...


 "여기 숄이 삐뚤어져 있어서 조금 정돈해드려도 괜찮으실까요?"

 "네, 감사합니다."


 미인은 흔쾌히 수락했다. 남성이 다른 소품을 고르느라 정신이 팔렸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도 왜인지 매니저 몰래 담당 연예인에게 손대는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이니까. 

 하지만 조금 의문이 들었다. 거의 완벽한 코디인데도 이 숄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깔끔한 의상에 굳이 소품을 끼얹은 느낌이었으므로 그는 의문스러웠다. 저렇게 전문적인 사람이 이런 실수를? 목 부근의 과하게 부푼 숄을 매만졌다. 숄을 아래로 내리자.... 붉은 자국이 보였다. 


 "다 됐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는 급하게 미인의 곁에서 튀어나왔다. 이유가 있었구나! 연인이.. 연인이 맞았구나! 그리곤 이 사실을 굳이 깨달은 것을 후회했다.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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