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동생 해리

-시리해리(Sirius black/ Harry potter)



*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해리는 확신 할 수 있었다. 만약 시리우스와 해리의 상황이 반대였다면, 시리우스는 모든 위협을 무릅쓰고 해리를 위해 달려왔을 것이라고. 



*


 마루더즈. 최강의 콤비. 호그와트 역사상 최고의 문제아들. 모두 시리우스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호칭들이었다.


시리우스가 생각하기에 호그와트에 입학해서 제임스, 리무스, 피터를 만나 마루더즈를 결성한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였다. 


그리몰드 12번지 유서깊은 저택을 제발로 뛰쳐나와 그의 가문을 영원히 등진 날, 포터 하우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리우스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도심 번화가에 있는 검고 차가운 그리몰드 저택과는 달리, 고드릭 골짜기에 위치한 포터 하우스는 햇살을 듬뿍 머금은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쁨의 집'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시리우스가 순수 혈통들이 가장 선호하는 별장을 일컽는 용어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 나른한 몸을 소파에 몸을 묻었다. 조용한 발걸음 소리에 벌써 심장이 간질간질 해진다. 인기척이 그의 바로 옆에서 느껴지자 심장은 본래의 속도를 잊고 힘차게 펌프질 했고,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른 열기는 몸 구석구석까지 전해졌다. 몸위로 담요를 끌어올려 덮어주려는 손을 탁 잡아채자 상대방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커다랗게 뜬 녹안을 웃음기 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시리우스는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 해리."



햇살이 가득한 그 기쁨의 집에서, 시리우스는 난생처음 깊고 지독한 열병에 걸렸다. 




*



시리우스는 그의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그 감정을 거리낌 없이 겉으로 드러냈다. 시리우스는 그의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제임스가 최고의 약혼반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고, 제임스는 프로포즈에 성공했다. 학교를 졸업한 해에 결혼식을 올릴 때 제임스는 시리우스에게 그의 베스트맨이 되어달라 부탁했고, 시리우스는 기꺼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성년을 맞이하고 독립한 시리우스는 늑대인간이라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리무스에게 집을 한 채 마련해줬다. 부엉이 우편으로 집 열쇠를 전달받은 리무스는 무척 당황하며 시리우스에게 열쇠를 돌려주려 했다.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섬세하게 돌려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시리우스는 리무스의 태도를 무척 답답해했고, 리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둘의 언쟁을 중재해줄 사람이 그 집에 있었다.


"밖에서 그러지 말고 일단 들어오는게 어때?"


해리가 집 안에 있는 줄 몰랐던 리무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시리우스는 허둥대는 친구를 보고 피식 웃었다.


"해리 말이 맞아. 첫날부터 시끄럽게 구는 건 이웃에게 예의가 아니지,무니."

"너만 아니었으면 이럴 일도 없었어." 

"그만하고 둘다 안으로 들어가. 어서."


다시금 시작되려는 언쟁을 가라앉힌 해리는 불에 찻주전자를 올리고 찻잔을 소환했다. 


"보나마나 아무 설명 없이 열쇠만 보냈겠지."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나자 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옆에 앉은 시리우스가 우리 시이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투덜댔다. 맞은편에 앉은 리무스는 시리우스를 째려보다가 해리가 그에게 찻잔을 건네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나랑 통스는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었어. 안드로메다가 머글 마을 몇 곳을 추천해줬거든."


"어디 어딜 가봤는데?" 해리가 물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리버풀. 글레스고. 그리고 서리 주의 리틀위닝. 도라는 마지막 두 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리무스의 말에 해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러졌다.

 시리우스는 의아한듯 해리를 쳐다봤다. 해리는 가끔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 무언가 기억하기 싫은 걸 기억해 낸 사람같은 표정. 기억상 해리의 저 표정을 마지막으로 본건, 그와 제임스가 스니벨루스의 몸을 거꾸로 뒤집으려는 장난을 꾸밀때였다.


리무스도 해리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해리? 무슨 문제라도?"


해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아니라...음..."


해리는 말을 고르다가 마땅히 할말을 찾지 못했는지 시리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해리가 자신의 친구를 잘 설득하겠거니하고 마냥 듣고 있던 시리우스는 그 상황에 적절한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시리우스는 리무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아무말이나 내뱉었다.


"어...그러니까, 해리는 네가 좋은거야."


리무스가 시리우스에게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듯한 시선을 보냈고, 해리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우스는 갑자기 억울해졌다. 정련되지 못한 어휘로 말했지만,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해리는 호그와트에 다닐 때부터 마루더즈 일원 중 유독 리무스와 가까웠다. 제 동생을 지극히 아끼는 제임스가 질투 할만큼. 


둘은 재미난 일이 벌어질 확률이 지극히 낮은 도서관에 함께 가기도 했고, 둘다 선택과목 중 머글 연구 수업이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제쳐두고 흥미로운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대 룬문자를 선택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시리우스가 검은 호수 앞 공터에서 레번클로 반장-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과 데이트를 하고 있던 날, 그는 다리를 건너며 웃는 리무스와 해리를 본적이 있었다.


과거를 되짚던 시리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갑자기 널 멀리 보내고 싶어지네."

"시리우스!"


 시리우스가 리무스에게 음울한 어조로 말하자 해리가 깜짝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갑자기 왜그러냐고 묻는듯한 시선에 시리우스는 장난이었다는듯 어깨를 으쓱했다. 해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의 질책을 받은 시리우스는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굳이 머글 마을에 살 이유가 있어?"


"도라가 그러고 싶다고 하니까. 나도 일자리를 구하려면 마법사 마을보단 머글 상점이 많은 곳이 나을것 같고."


리무스가 시리우스의 이해를 도우려는듯 차분히 대답했다. 또다시 언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리무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우스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런던에도 머글은 넘쳐나잖아."


네가 일자리를 평생 안 구해도 너희 부부를 굶어 죽을 일은 없을거라고 말을 덧붙이려던 시리우스는 마치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화가난 듯한 해리의 째림을 받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저기,림."


해리가 리무스를 친근하게 불렀다. 옆에서 시리우스가 자기 애칭은 그렇게 졸라도 잘 안불러 주면서 무니 녀석에겐 퍽도 너그럽다고 툴툴댔다. 리무스는 능숙하게 그 불평을 무시하고 해리의 말에 집중했다.


"통스는 임신 중이잖아? 무슨일이 생기면 병원에 가야할텐데 머글 마을엔 마법사를 치료해줄 병원이 없을 거고. 급할때마다 순간이동 마법을 하는건 통스 몸에 좋지 않을거야."


"그건 그렇지" 하고 리무스가 동의했다.


 "그렇다고 통스만 집에두고 림이 치료사를 부르러 가기엔 마음이 불안할테고. 런던엔 마법부가 있고,오러사무국도 있고, 성뭉고 병원도 있고... 그러니까 통스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여기 살면 안될까? 그러면 우리도 마음이 한결 편할 것 같은데."


 해리의 말이 끝나자 시리우스의 눈에 감탄의 빛이 서렸다. 플리몬트와 제임스를 비롯한 포터가 사람들은 익히 달변가였지만, 해리의 말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홀린듯이 그의 말을 따르게 된달까. 리무스를 돌아본 시리우스는 그의 친구도 최면에 걸린 상태임을 알아챘다. 


"이사, 올거지?"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물론 리무스의 의견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굳이 대답은 듣지 않아도 리무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


다음날, 시리우스는 제임스에게 리무스가 옆집에 살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잘됐네. 언제 이사가는데?"


오러국 사무실에 도착한 종이 비행기 하나를 잡아펼치면서 제임스가 물었다.


"어제 벌써 짐 다 날랐어." 


제임스의 지나치게 담백한 반응에 김이 샌 시리우스는 괜히 투덜거렸다. 


"당연하지. 무니는 해리 말 잘듣잖아."

제임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리우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저 끔찍한 동생바라기가 무니가 해리에게 약한면이 있다는걸 모르고 있었다는건 말이 안됐다. 


제임스가 얼마나 해리를 꽁꽁 싸매려 했는지, 호그와트 재학중, 마루더즈는 3학년이 될때까지 제임스에게 동생이 있다는것도 몰랐다. 분류 모자가 "포터, 해리!"라고 외쳤을때 해리 본인과 덤블도어와 미네르바를 제외하고 모두가 입을 쩍 벌렸을거라는데 시리우스는 블랙 가문 금고 열쇠를 걸 수 있었다.


늘 시리우스에게  '넌 시리우스 블랙이 아니라 시리우스 포터야. 우리 부모님은 널 입양한거나 마찬가지지!' 라고 말하던 제임스였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해리에 대한 자기 마음을 자각하고 한걸음 내딛으려다 제임스에게 들켰던 날, (맹세코 어떤 외설적인 짓을 한 것도 이니고 단순히 끌어안고 있던 것 뿐이었다! ) 제임스는 시리우스의 팔을 세게 움켜쥐고 동반 순간이동을 했다. 

멀린, 맙소사. 그땐 프롱스 녀석이 순간이동 자격 시험을 본지 열흘도 안됐을 때였다!


'어째 나만 경계 당한것 같은 기분인데.' 

시리우스는 왠지 찝찝한 기분에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시리우스가 한창 리무스와 자신을 비교하고 있을때, 제임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물음은 시리우스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너네 그 오른쪽 옆집은 누구 건물이야? 중개소 직원이 거래 중이라고 하던데?"

 

"그 집 내가 샀다. 이사 올 생각 꿈도 꾸지마라."

시리우스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우리사이에 허락맡고 들어가야 돼? 실망이야, 패드풋." 


제임스가 상처받은듯한 눈으로 말했다. 

물론, 시리우스는 코웃음쳤다.


"오는 건 상관없는데, 너 혼자 오지말고 릴리랑 같이 와. 남의 연애사에는 신경끄고."


"해리가 왜 남이야! 걘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야, 이 약탈자야!"  제임스가 버럭 소리쳤다.


"내가 마루더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굳이 말해줄 필요 없어, 프롱스. 너희 형제는 이상해. 보통 형제는 서로 말도 잘 안하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자란다고."

"해리가 네 동생이랑 같냐?"

"미쳤냐? 누구랑 누굴 비교해."

"내말이 그 말이야."


잠시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의 언쟁에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던 오러국 사람들은 듣고 있다 들킨게 무안했는지 갑자기 허둥지둥 돌아다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에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철이 들어 나름 자중하고 있지만호그와트 재학시절엔 신박한 장난과 화려한 언변으로 언제나 화젯거리가 되던 그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들이 파티는 언제한데?" 

"오늘 저녁. 술사와라." 

제임스의 물음에 시리우스가 심드렁히 대답했다.


"숙취약도 사갈게." 

제임스가 윙크를 보내며 말했고, 시리우스는 토하는 시늉을 했다. 

킹슬리는 지팡이를 들어 두 사람의 자리에 서류를 무더기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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