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란 가장 엉뚱한 상황에 이뤄지는 법.

 

  

2016년 가을.

엄마랑 경동시장 다녀오던 길에 이상한 현수막을 발견했다.

그 현수막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채승실이 누구냐! 당장 나와라!]

 

큰 글씨로 저렇게 적혀져 있었고, 작은 글씨로는...

 

[국정농단을 밝혀내라!]

 

라고 적혀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그저 엄마는

 

“채승실이 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나오라고 하는 걸까?”

 

거기서부터 일이 시작될거란 건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변혁]의 시작이 될거란 것을...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래도 대통령이 다 생각이 있겠지, 다 계획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우두머리인데, 그 만한 생각을 안하고 살까? 그렇게 믿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번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로 사람들이 의구심을 키워왔다. 어째선지 앞뒤가 맞지않는 화법을 구사하며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를 해서 의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수 없었으니, 사람이 왜 저렇게 아둔한가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터라 곧 있을 일이 더더욱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어찌보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이른바 복수의 불길은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폭력단의 도박으로부터 비롯되어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하는 지는.

그것은 순진했던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그래서 어떤이는 그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떤이는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내 [두번째 꿈]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저번 2012년 꿈에서 얘기했듯, 만화처럼 펼쳐지던 모습에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어디론가 몰려가는 꿈을 꿨었다고. 그러나 너무 허무맹랑해서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바로 그 꿈이 그때서야 다시금 되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멀리도 혹은 가까이에도 우리 국민 곁에 있었다.

이를테면? 언니 중학교때 선생님이 계셨더랬다. 한때는 언니네 담임이었는데 갑자기 그만뒀단다. 그래서 종적을 알수 없었다는데, 어느날 뉴스를 보니 그 선생님이었던 사람이 국정농단 했던 사람들 속에 끼어있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멀리에도 있고 가까이에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 무렵, 그것은 서서히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당장 그 관계를 밝혀내라고 아우성을 쳤고, 그때 마침 엄청난 것이 터지게 되었다.

바로 채승실과 대통령의 엄청난 관계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작은 어느 태블릿 PC였다. 거기서 대통령만이 보고 알수 있는 연설문 같은게 거기서 나오고 있었고, 그 안에 태블릿 주인이 누구인지 알수 있는 사진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채승실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격앙되기 시작했다. 어째서 대통령의 연설문이 왜 민간인의 손에 들어 가있느냐, 대체 채승실이 누구이길래 사적으로 내통을 할수 있느냐?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여대에 채승실의 딸이 다니는데, 그 딸이 전혀 성적도 안되는데 꼼수로 여대까지 들어가고 또 승마때문에 어느 대기업의 말을 빌려탔다네 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늦가을에서부터 겨우내내, 다음해 봄이 올때까지 계속.

그러나 찬성하는 쪽이 있으면 반대편이 있기 마련, 대통령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태극기를 들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어거지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몸싸움도 일어나곤 했다.

 

나의 경우? 딱 한번 엄마 데리고 광화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음편에 좀더 자세히 적을건데, 옷을 사러 동대문에 갔다가 엄마 데리고 운동 시킬겸 시청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때 엄마가 봤던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왜냐면 엄마가 믿고 있었던 것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거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었다. 옛날에 그 잘나고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거나 마찬가지니 실망에 배신감이 한가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너무 배신감 들어서...

 

어쨌든, 나에게는 그 일이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왜냐면 그 작자에게 복수를 할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원덕언니. 언니가 만약 나랑 같이 복수를 하고 싶다면 내 기도를 들어주고, 만약 언니네 아버지 편이라면 거기가 좌지우지 하게 하라 그래요. 난 언니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확신이 있었다. 어떤 확신이었냐면 원덕언니도 저승에서 다 보고 느꼈다 치면 절대 자기 아버지 편을 들을리 없을거라 믿었기에. 분명 저승에서도 피눈물을 흘렸으리라.

만약 하늘이 있고 땅이 있다면 저 눈물이 그냥 마르진 않을테니....

그래서도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건 이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움직이기 보다는 사람들을 위해 빌어주는 것으로 내 할 것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변수라는게 있기 마련이라고, 그 대통령이 뭔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 태극기 부대 사람들이 현수막을 걸기를, [계엄령을 내려 저 좌익분자들을 다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섬뜩한 현수막을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도 섬뜩하다 여겨졌다.

 

‘원덕언니.... 억울한 사람들의 피가 뿌려지지 않길 빕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느 한사람의 피가 뿌려졌고, 그로인해 두 번다시 물대포 진압이라는 무지막지한 진압방식은 이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농민이 시위에 나갔었다. 그런데 진압하던 경찰측에서 물대포를 직수방식으로 쏴서 사람을 쓰러트려 죽게 만든 것이었다. 해산용이라면 흩뿌리듯 쏜다 쳐도 직접 사람이 쓰러지게끔 쏜다면 그것은 당사자를 사망에 이르게끔 할수도 있는 문제다. 그로 인해 그 농민은 사망에 이르렀고, 그 사망을 감추기 위해 지병으로 꾸미기도 했으나, 결국 감추는 것이 무산되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쓰느냐면, 사람의 죄과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게 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역사 나열 방식으로 쓰는 것이고, 그것은.... 나와 원덕언니의 작지만 큰 복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언젠가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믿거나 말거나다. 그러나 사람들은 살아있었고, 존재했다는 것만은 얘기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왜 백합소설이 갑자기 대국적이 되어버렸느냐고 묻는다면?

잘 놀고 있는 커플들 사이로 나랏님이 훼방을 놓는다면? 그 누가 죽창을 들고 덤비지 않겠느냐? 라고 대답할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그야말로 프롤로그 격이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부터는 본격적으로 겨울 광화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작가 후기

촛불시위의 서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가 저에게 있어서 말없는 복수의 서막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정말 웃기게도 백합소설이 너무나도 걷잡을수 없이 대국적으로 변해버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눈내리는 광화문역 앞에서] 편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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