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재네 반은 그 학년에서 가장 종례가 늦게 끝나는 반이고 창섭네 반은 가장 종례가 빠른 반임. 학기 초에 저희반 종례가 빠르다고 좋아한 창섭이지만 매일 같이 하교하는 성재네 반이 늦게끝나 아무 소용없어짐.

창섭네 반 청소당번 친구들이 청소를 끝내고 문 단속을 할 때쯤에야 겨우 열리는 성재네 교실 뒷문. 그동안 다른 애들은 쏴아아 빠져나가 조용해진 학교에 둘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우는 게 일상이었음.

어깨에 걸친 가디건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날에도 창섭은 홀로 제 교실에 남아 있었음. 오늘따라 유독 애들을 잡는건지 창섭네 반 청소 친구들이 청소를 다 마쳤는데도 성재네 반 종례가 끝나지 않음.

자연스럽게 오늘의 문 단속은 이창섭님이 당첨되셨습니다 땅땅땅. 제 책상에 열쇠를 올려놓고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늘어져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엄지를 잘못놀려 벚꽃 개화시기를 알려주는 기사를 누름. 습관적으로 스크롤을 쭉 내리는데 창섭이 베댓을 보고 멈칫함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대요~ 모두 꽃잎 잡고 예쁜 사랑하세요^^'

와, 씨, 이거다 하고 눈만 꿈뻑이는데 복도가 소란스러워짐 성재네 반이 드디어 끝남. 냉큼 가방을 메고 앞문을 잠그자 긴 종례에 초췌해진 성재가 어그적어그적 걸어옴.

서로 못생겼다고 안부인사를 물어주고 늘 그렇듯이 투닥거리며 현관으로 내려옴. 그대로 교문을 나섰으면 어느하나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을텐데 창섭의 눈에 운동장 가장자리에 줄을 맞춰 심어진 벚나무가 들어옴.


"야 육성쟤 너 오늘 일정없지? 저기 좀 들렸다가자"

"아 또 뭐하려고"


성재 살짝 귀찮긴한데 일정 없는 건 사실이라 창섭이 이끄는 대로 따라감. 혹시나 성재가 도망칠까봐 성재 팔목을 붙잡고 종종걸음으로 신나서 걸어가는 창섭과 한 손은 창섭에게 내어주고 다른 한손은 주머니에 꽂은 성재가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참 대조적임.

아직은 나무에 꽃이 만개한 수준은 아니어서 언뜻보면 나무에 팝콘 핀 것 같음. 그 맛없는 흰색 그거ㅇㅇ 벚나무 아래까지 오자 창섭이 입고 있던 가디건도 벗고 소매를 걷어올림. 가방은 저 멀리로 던진지 오래였음

그 모습에 성재는 일찍 집에 갈 생각은 접고 운동장을 구르고 있는 창섭의 가방을 주워와 나무 앞 의자에 앉음. 창섭이 하는 꼴이 애잔해 서비스로 바닥에 잔뜩 붙은 모래도 툭툭 털어줌. 그러거나 말거나 창섭은 레이저 포인트를 보고 달려드는 고양이처럼 벚꽃을 따라 눈이 휙휙 돌아감.

아쉽게도 빠르게 움직이는 건 몸뚱아리가 아니라 눈 뿐이었음. 바람도 얄밉게 불어 저어쪽 나무에서 꽃잎이 낙하하는 걸 잡으려고 뛰어갔는데 정작 우수수 떨어지는 건 성재가 있는 나무임. 성재는 제 눈에 담기는 창섭을 보고 있다가 문득 제 발치에 벚꽃잎이 꽤 많이 떨어진 걸 발견함.

여전히 악악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창섭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면 어둠이 내린 후에야 교문을 나설것 같아 성재가 진심으로 한숨을 내쉼. 그리고는 쥐고있던 핸드폰도 내려놓고 쭈그려앉아 땅에 떨어진 꽃잎을 그 큰 손에 한 장 한 장 담기 시작함.

근처에 떨어진 건 거의 주웠다고 생각해 허리를 펴고 한참 멀리 떨어진 창섭을 부름


"이챤섭 이리 와봐-"

"뭐 임마-!"


대답은 불퉁하게 해도 오라니까 또 쫄쫄쫄 오는 창섭임


"자, 벚꽃"

"헐 너가 모았어?"

"ㅇㅇ 근데 이거 왜 모으려는 건데?"

"응강이형 줄거야"


응? 진심으로 뭔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성재의 눈이 커짐. 이걸? 왜?


"아니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대서... 모아서 형 갖다주려고"

"아아 그래, 이거 뿌려줄게 잡아봐"

"헐헐 좋음, 뿌려!"


창섭이 좋다고 팔을 벌림. 육성재가 쓸모 있기도 하구낭!

꽃잎을 받아다 읁광에게 가져다 줄 생각에 눈에 반달이 생긴 창섭에게 한 무더기의 꽃잎 폭탄이 날아듬. 성재가 쥐고있던 꽃잎을 그대로 창섭의 얼굴에 날린거임


"아 시벌롬아 퉷, 뭐하는 짓이야"


한 뭉탱이의 꽃이 면전에 던져지자 입에도 들어갔는지 퉤퉤거리고 난리가 남. 고작 몇 초 입안에 있었다고 침 때문에 저들끼리 늘러붙은, 창섭이 뱉어낸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재가 태연하게 말함


"너 꽃 먹었지?"

"어 망할놈아, 아오 입 텁텁해"


진짜, 또라이새끼. 저를 흘기는 눈빛에도 미소만 짓던 성재가 쯧쯧 혀를 참.


"꽃 먹었으니까 네가 꽃인거지. 겨우 몇 장 잡고 그거에 기대 소원을 비는것 보다 이게 더 확실할걸?"

"아 그런가?"


나름 신뢰가 가는지 고개늘 갸웃하는 창섭의 어깨에 가방을 걸쳐주고 등을 떠미는 성재임.

그러니까 이제 집에 가자, 너 꽃이라니까?


그 말에 방금까지 씩씩대던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또 생글생글 웃으며 앞서 나가는 창섭임. 막상 창섭에게는 가자고 해놓고 성재는 그자리에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음. 정확히는 창섭이 뱉어낸 꽃잎 덩어리.

저를 짝사랑하는 제가 버젓이 눈뜨고 있는데 뭐, 꽃잎을 모아 은광이 형을 갖다줘?


순간 울컥한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 던져버린 꽃잎인데 천연덕스럽게 뱉은 거짓말에 또 좋다고 속아넘어가는 창섭이 미움. 흩날리는, 흩뿌려진, 뱉어낸, 땅에 떨어진, 저, 덩어리들. 한데 뭉쳐진 분홍 덩어리가 제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진절머리나게 제 마음을 아는 성재였음


"육성쟤 안 와?"

"어 갈게"


미워도 뭐 어떡하나,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죄가 되는게 이 마음인걸. 끝까지 꽃잎을 바라보던 성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김. 짝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던, 어느 봄날이었음.


*


2

창섭은 배우만 소속되어있는 엔테테인먼트에서 매니저로 일함. 좋아하는 배우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외가 삼촌의 꼬드김에 그대로 넘어가 덜컥 입사 면접을 본 것이 그대로 합격한 거임. 얼떨떨한 마음도 처음뿐이었지 제가 좋아하는 배우 곁에서 일한다고 곧 얼굴 만연에 웃음꽃을 달고 삶

창섭의 행복은 딱 1년간 지속됨. 창섭이 좋아하는 배우가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회사로 이전하게 된 것. 안 좋게 헤어진 경우는 아니지만 제가 입사한 이유이자 꿈의 직장생활을 만들어준 사람이 떠난다니 제대로 현타온 창섭이었음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마카롱 웃음을 지으며 돌아보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하루하루를 골골거리며 살아가는 창섭임. 그리고 새로 맡게 된 배우가 성재. 성재는 최근 폼이 올라오는 신인배우임. 갓 성년이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고 호평이 자자함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로 급격히 뛴 인기에 매니저가 더 필요했고 그렇게 늘어난 식구가 창섭. 회사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초면이라고 해도 문제없을 만큼 관계가 없던 둘인데 어째서인지 성재가 유난히 창섭에게 치댐

영화를 보러 간다며 성재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진에는 꼭 누구랑 같이 간 것 같은데 얼굴은 안 보여줌. 다만 같이 간 사람이 팔꿈치 밑까지 접어올린 남방에 팔에 큼지막한 문신을 한 사람인 것만 알 수 있었음. 그리고 그 실체가 밝혀진 것은 여름.

 창섭이 한 손엔 커피가 담긴 캐리어를 들고 한 손엔 제 몫의 커피를 쫍쫍 빨며 오는 모습을 팬들이 본 거임. 성재가 어디 다녀왔다고 인증한 사진에 항상 같이 찍혀 나오던 사람이 창섭이라는 것을 알고 팬들은 둘이 휴일에도 만날 만큼 사이가 좋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 생각은 연말 시상식에서 절정을 찍음

성재가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바로 다음에 "우리 매니저 형, 창섭이 형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해서 난리가 남. 평소 팬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뎨였는데 공개석상에서 제 매니저에게 무려 사랑한다는 말을 했으니 냉큼 기사가 올라옴

성재의 사랑고백을 받은 창섭은 누구인지 알리는 기사도 가끔 보였으나 압도적으로 많은 내용은 성재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음. 열애설에 한 번 휩쓸린적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 사람들을 아끼는 모습이나 평소 예의바르게 행동한 일들, 고된 촬영 현장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온갖 칭찬과 호평이 인터넷을 휩쓸때, 마찬가지로 그 기사를 읽던 창섭이 폰을 끔끈 것도 모자라 격한 몸짓으로 주머니에 폰을 쑤셔넣음. 뭐 육셩재가 예의? 매너? 스캔들이 안터져? 지 사람들 아껴?


"놀고 자빠졌네, 얘가 사람을 얼마나 못살게 구는데"


도통 인정할 수 없는 단어의 향연을 인정할 수 없어 육성으로 소리내어 말해봤지만 여전히 마음에 안들음. 뚱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못살게 구니 누군가가 조수석 창문을 똑똑함. 창섭이 커텐을 치워 확인하니 성재임. 문을 열어주자 대뜸 커피부터 창섭에게 건넴. 성재가 오늘 촬영한 광고의 비하인드 영상을 찍는 동안 창섭이 먼저 내려와 차 빼고 있던거임


"내가 운전할까?"

"됐어, 타"


짧게 대꾸하는 말에 별 반응없이 올라타서는 바로 백미러로 제 얼굴상태 점검하는 성재임


"오늘 더 이상 스케줄 없어 거울 안 봐도 돼"

"아니, 잘생겼잖아 형 나 진짜 이렇게 잘생겨서 어떡하지?"


그 말을 들은 창섭이 실실웃음. 기가 차서 증말.


"너 진짜 어이없다"

"형은 감사해야해, 나보다 내 얼굴을 더 많이 보잖아"

"뭐래, 헛소리할 거면 잠이나 자"

"맞잖아! 나 일할 때 계속 보고 있었으면서"

"아 아니니까 조용히 자 인마!"

"설마 안 보고 있었어?"


그런거야아아아아악???


창섭이 백미러를 보자 계속 저를 보고 있었는지 성재와 눈이 마주침.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원망이 담긴 눈빛에 창섭이 한숨을 숨기지 않음. 그 한숨의 의미는 뭐냐고 귀에 입을 바짝 붙여오며 역정을 내는 성재를 떼어내고 네비를 확인함-예상 소요시간 두시간 남짓.

아 시발 여기 왜 충청도냐


*


성재 비활동기동안 어느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니 다시 작품 들어가려고 준비 시작함. 제 앞으로 온 작품들 대본을 쭉 보는데 눈에 띄는 작품이 있음. 지난 영화에서 성재와 연기코드가 잘 맞아 유독 즐겁게 촬영했던 영화의 감독이 신작을 내놓은 거

내용도 제법 신선하고 캐릭터도 매력있어서 큰 고민 하지 않고 같이 찍기로 함. 본격적으로 대본리딩 들어가기 전에 짧게 휴가 한번 더 줬더니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다녀온다고 신나게 회사를 나섰던 성재가 휴가가 다 끝나기도 전에 씩씩대며 회사로 쳐들어옴


"민혁이 형도 이거 한다며요!!"


육성재 제주도에서 잘 놀고 인천공항에 내렸는데 실검에 제 이름과 이민혁 이름이 있고 제가 하기로 했던 작품까지 쪼로록 걸려있었음. 뭐지 하고 눌렀더니 배우 라인업이 공개된거임. 그중에 민혁도 있던거고. 집에서 쉴 계획도 다 취소하고 회사로 달려갔더니 다들 반응이 무덤덤함

사실 그럴수 밖에 없는 게 민혁은 희귀하게도 웃으며 소속사와 인사한 케이스였고, 좋게 끝난 사이니 오히려 그의 행보를 응원하는 회사였음. 소속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성재의 반응이 당황스러운거임


"너 미녁이랑 사이 좋지 않아?"

"아니 좋긴 한데요..."


좋긴한데, 이 꼴은 보기 싫었거든. 성재가 제법 다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고개를 휙 돌림


"눈꼴 시려서 못 봐주겠네"


일부러 소리내어 말해봤지만 제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 민혁과 창섭이었음. 성재가 민혁을 만나는 것을 껄끄러워 하던 이유가 이거임. 제가 창섶을 만나기 전에 창섭이 담당하던 배우가 민혁-창섭이 입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이었거든. 대본리딩 할 때부터 서로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더니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후에도 시간만 나면 붙어앉아 하루종일 노는 둘이었음

자연스럽게 제게 돌아오는 관심이 줄자 성재가 티 안나게 초조해함안. 그래도 며칠 전에 촬영 준비하면서 상대역을 맡은 아이돌이 짧게 브이앱을 하는데 화면 끄트머리에 민혁과 창섭이 나왔었음. 제 아이돌을 앓다가도 소파에서 짝짝꿍 손장난치는 남자 둘이 귀여웠던 팬 1이 질문함

저들은 누구신데 귀엽게 손잡고 노시나여..?

그 질문 보고 아이도루님이 화면을 전환시켜 아예 창섭과 민혁을 찍어버림. 저들 찍는거 알고 바로 예쁜짓 하는 민혁과 당황해서 얼어있는 창섭에 1차, 도망가려는 창섭과 허리를 잡아 끌어당시는 민혁에 2차, 버둥대는 창섭을 보고 냉큼 달려와 우리 매니저 괴롭히지 말라고 창섭을 데려가는 성재에 3차로 심장폭격 맞은 팬들이 수두룩함 (팬1 : 저 오늘부터 육배우님 매니저님도 함께 안고 가겠습니다)

연상 민혁과 연하 성재 사이에서 나오는 매니저님의 어마무시한 갭에 어딘가를 찔린 팬들이 급기야 음지에서 2차창작까지 시작함. 성재가 섭을 데려가는 걸로 끝나는 짧은 브이앱이었지만 그 영상으로 창섭을 앓는 사람이 꽤 늘어남. 가뜩이나 사람들이 민혁과 창섭을 엮는게 못마땅했는데 오늘도 창섭이 저를 챙겨주지 않자 서운한 마음 최대치 찍은 성재임

오랜만에 만난 거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며 쿨하게 넘기려했지만 둘의 모습이 특히 다정 보일 때면 아랫배가 쿡쿡 찔리는 듯한 느낌에 그마저도 쉽지 않음. 쵤영 스탭들과 다른 배우들은 꽁냥꽁냥 노는 둘의 모습에 귀엽다고 웃으며 지나가고 민혁 매니저는 편하다고 좋아라하고 있음

저들이 붙어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성재, 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음. 성재는 여전히 제게 관심없는 창섭을 보다가 휴게실을 나섬. 더 바라보다간 볼썽사납게 저 둘 사이를 파고들어 훼방을 놓을 것 같아서.

가뜩이나 창섭이 민혁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형아미 폴폴 나는게 멋지다고 그랬거든. 4살 연하인 것도 억울한데 정말 어린애 취급은 받고 싶지 않아 조용히 속이나 달래러 나감. 예쁨받고 싶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한편 창섭은 성재가 나가자 기시감을 느낌. 내내 제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선이 느껴지지 않자 주위를 둘러보니 성재가 없음.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오래 방치한 것은 사실이라 어딘가에 처박혀있을 성재를 찾아보기로 함

다른 곳은 갈 생각도 않고 바로 창섭이 찾아간 곳은 주차장임. 촬영장에 올 때 성재가 운전해서 차키도 성재가 가지고 있었고 성재는 유독 마련된 휴게실보다 차 안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했음. 뒷자리 창문을 똑똑 노크하니 덜컥 잠금장치를 푸는소리가 들림. 슬쩍 문을 열어보니 뾰로퉁한 표정의 성재가 앉아있음


"뭐라도 먹지  왜 여기 와있어?"


말꼬리를 늘리며 매교스럽게 말을 건넨 창섭이 문을 닫자마자 성재가 보기좋게 살이오른 창섭의 양 볼을 잡고 대뜸 입부터 맞춰옴. 혀로 아랫입술을 간질이자 창섭이 익숙하게 입을 벌리고 성재의 뒷목에 팔을 감음. 조금 절박하게 매달려온다고 느껴지는 키스에 창섭이 뎨 뒷머리를 슬슬 쓸어주자 두 눈까지 꼭 감고 키스에 열중하던 성재가 물러남. 마주한 눈동자에 저를 버려둔 서러움과 원망이 보여 창섭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

육성재 질투해?

응 질투해. 그러니까 나만 봐, 나 좀 챙겨줘

말을 마치자마자 창섭이 대답할 새도 없이 다시 입술을 겹쳐와 창섭이 기꺼이 응함. 허리를 지분거리는 성재의 손을 모른척 하자니 얼마 전에 읽은 기사가 생각남


스캔들이 안 난 배우라고? 그거, 다, 거짓말이라니까.

연습

점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