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단간론파/코마히나] 영원한 여름


히나타 하지메른 100분 전력 / [젖은 셔츠] [여름의 끝]


w. Christine




8월도 슬슬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마지막 주 휴일을 맞아 느긋이 달력을 쳐다보던 히나타 하지메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달 날짜를 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는 현재 수학여행이라는 가당찮은 명목으로 어떤 섬에 갇혀 있었다.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면 언젠가는 나갈 길을 열어준다는 말에 달리 할 일도 없어 따르고는 있지만…….

어쨌든 이 곳에서는 만인에게 공평하다는 계절의 변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지각변동이나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여름만이 영구히 계속되는 남국의 섬. 그곳이 히나타 하지메와 다른 키보가미네 학원 학생들이 갇힌 재버워크 섬이었다.


“……아무리 남쪽 섬이라도 그렇지 한낮 더위는 참기가 힘드네.”


일어나서 식사한 것 빼곤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히나타의 몸에 달라붙은 셔츠엔 땀이 배어 있었다. 서늘한 가을바람, 떨어지는 함박눈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이런 섬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 되지 않았다. 히나타는 셔츠 깃을 잡고 팔락팔락 바람을 일으키던 손을 멈추고 창밖을 보았다.


“바다에나 갈까.”


실행은 빠를수록 좋았다. 수영복을 챙기려던 히나타는 그걸 어디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불볕더위는 사람을 모든 일에 게으르고 투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귀찮아진 히나타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맨손으로 챈들러 비치까지 걸어갔다.

어차피 땀에 찌든 옷이다. 바다에 그대로 풍덩해서 물장구치고 논 다음 돌아와서 빨래하면 그만이었다. 손세탁에도 능숙해졌다. 이 섬에서 나갈 때쯤이면 일등 신랑감이 되어 인기가 폭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해변 입구였다.

잠꼬대만도 못한 망상에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간 히나타는 자신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다는 것에 놀라 눈을 끔뻑거렸다. 목덜미 언저리에서 흐트러지는 남자치곤 꽤 긴 머리카락.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짙은 녹색 겉옷. 그 아래로 뻗은 길고 호리호리한 다리.


“코마에다……?”


코마에다 나기토는 챈들러 비치에 자주 오지 않는다. 바닷가에 간다 해도 주로 첫 번째 섬의 모래사장을 찾아가지 보다 먼 두 번째 섬까지 일부러 수고를 들여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실실 웃고 다니긴 해도 대화하다 보면 합리적이고 간편한 걸 추구하는 성격이란 게 드러나기 때문에, 히나타는 그가 이곳에 자주 출몰하지 않는 이유를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 코마에다를 이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괜히 반가워진 히나타가 커다랗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


목소리를 돋워 소리치자 무표정한 얼굴로 말끄러미 파도를 보고 있던 코마에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이런 비유를 하는 게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주인을 발견한 충견 같은 표정이었다.


“히나타군!”


히나타가 받은 인상에 어긋나지 않게 코마에다는 곧장 모래를 차며 달려왔다. 그러나 금방 허리를 꺾으며 숨을 헐떡거렸다. 눈으로 보이는 마른 체격만큼 코마에다는 운동부족이었다. 히나타는 혀를 차며 다가가 그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


‘어라.’


코마에다를 만져 본 히나타는 조금 놀랐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뼈대는 꽤 굵고 튼튼했고 근육도 제법 튼실하게 붙어 있었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부풀리면 꽤 볼만한 몸이 될 지도…… 지금도 소녀만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같은 체격이긴 하지만. 히나타가 이리저리 생각하는 사이 코마에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휴일에 아무 약속도 안 했는데 히나타군과 만나다니, 오늘 나는 정말로 운이 좋네! 최고야. 오늘 하루는 계속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과도한 반응에 부끄러워진 히나타가 손톱 끝으로 볼을 긁적거렸다.


“그렇게 오버할 일은 아니지 않나…… 어차피 이 섬은 좁기도 하고.”

“하하. 히나타군은 낭만이 없구나. 모든 우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로맨틱하지 않아? 희망적이기도 하고.”

“같은 남자하고 로맨틱을 찾기는 좀 꺼림칙한데.”


두 팔을 벌리고 기뻐하던 코마에다는 히나타의 무드 없는 말에 흥이 깨졌다는 듯 작게 한숨 쉬었다. 그러나 금방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온 그가 아래위로 히나타의 행색을 훑어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이야? 빈 손인거 보니 수영은 아닌 것 같고.”


히나타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유감. 수영하러 온 거 맞아. 그런데 수영복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았거든. 별 수 없이 그냥 옷 입고 들어가기로 했어.”

“아하하. 몽땅 젖어버리겠는걸.”

“슬슬 빨 때도 됐어. 바닷물에 넣으면 소독도 되고 좋잖아.”


깜짝 놀란 코마에다가 턱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방금 걸로 한 가지 알아냈어. 히나타군은 집안일 같은 거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이구나.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소금기가 남는다고. 완전히 제거하려면 꽤 여러 번 헹궈야 할 거야.”


그렇게 귀찮을 줄은 몰랐다. 히나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둘러댔다.


“빠, 빨래 정도는 할 줄 알아. 그러는 너는 꼭 주부 같이 말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혼자 살았으니까. 집안일은 기본적으로 뭐든지 할 수 있어.”


빙긋 웃으며 말하는 코마에다를 보며 히나타는 입을 다물었다. 부모님 이야기는 며칠 전에 지나가는 것처럼 들은 적이 있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며 큼큼 헛기침을 했다.


“넌 여기 웬일이야? 네가 여기 있는 건 처음 보는데.”


노골적으로 화제를 전환하는 히나타를 보며 코마에다가 작게 웃었다. 어쩐지 뺨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기다란 눈이 히나타를 담고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 첫 번째 모래사장은 너무 식상해져서 말이지. 아무리 근사한 풍경이라도 매일 같은 위치에서 매일 같은 풍경을 보니 질리더라고. 하루쯤은 기분을 환기시키고 싶었달까.”

“알 것 같아. 엄청 좋아하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유행이 지나면 언젠가는 질리기 마련이니까.”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히나타는 여태껏 자신이 거쳐 온 취향을 되짚어보았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장난감, 인형, 옷, 음식, 게임…… 지금껏 수많은 것들을 좋아해왔지만 그것들 모두 언젠가는 진력이 났다.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좋아할 수 있는 게 세상에 과연 존재키는 할까? 사람의 취향은, 한 번 고정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와 비슷한 대체품이나 더 나은 신제품을 찾지 같은 것 하나만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코마에다만 해도 바다를 보러 나왔지만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 지겨워 이 먼 챈들러 비치까지 행차하지 않았나.


“뭔가 안타깝구나…….”

“아핫, 이렇게 보니 히나타군도 로맨틱한 부분이 아주 없진 않은걸. 센서티브하고 귀여워.”

“노, 놀리지 마! 난 이만 수영하러 간다.”

“잘 다녀와. 히나타군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게. 여차하면 나 같은 쓰레기라도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불길한 소리는 집어 치워.”


코마에다의 말을 일축한 히나타가 바닷가로 향했다. 코마에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손을 흔들었다. 히나타는 무시하듯 고개를 돌린 채 그를 스쳐 지나갔다. 하여튼 남자 주제에 왜 저렇게 아기자기한 동작으로 팔을 까딱거리는 거냐고. 귀엽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오히려 코마에다 쪽이…….


“……내가 더위 먹고 미친 건가.”


히나타는 뜨거워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부치며 걸음을 서둘렀다. 해변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야자나무 아래에 신발을 벗어두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맨 발가락 사이로 투명한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옷이 젖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다이빙 하듯 잠수했다. 푸르고 시원한 물결은 멀리서 보던 것처럼 에메랄드빛이었다. 그 차갑고 청명한 색이 머리에 오른 열을 식혀주었다.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



“푸하!”


내키는 대로 바다 속을 헤엄치던 히나타가 수면 위로 고개를 쳐들었다. 물보라가 햇빛을 반사하며 무지갯빛으로 아롱졌다. 히나타는 물결 위에 몸을 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올 땐 한낮이었는데. 바늘처럼 눈을 찌르는 태양이 눈부셔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가렸다. 이제 보니 하늘 중앙에 떠 있던 해도 조금쯤은 기운 것 같았다. 유유자적 흘러가는 구름처럼 해수에 몸을 띄우고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자니 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이만하면 제법 칼로리를 소모한 것 같았다. 슬슬 나가지 않으면 내일이 힘들어지겠지……

채집 활동은 힘들다. 특히 그늘 한 점 없는 구역에서 하는 건 더더욱. 이 남국 기후의 섬에선 자외선을 피하는 게 무엇보다 큰일이었다. 그늘 아래로 가면 시원하지만, 그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그대로 바싹 햇볕에 구워져버린다.

히나타는 기슭으로 헤엄쳤다. 온통 젖은 몸으로 걸어 나오자 모래 위로 짠물이 뚝뚝 떨어졌다. 흰 바닥에 발자국을 찍으며 고개를 들자, 야자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책을 읽던 코마에다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정말로 지켜보고 있었구나. 여태까지 계속.

참, 별것도 아닌데 그것만으로도 가슴 속이 지잉하고 울렸다. 몇 개나 모았더라. 코마에다의 희망의 조각. 개수를 헤아리며 걸어가자 몸을 일으킨 코마에다가 외투에 묻은 모래를 툭툭 손바닥으로 털었다.


“와, 히나타군. 홀딱 젖었구나. 셔츠도 바지도.”

“물에 들어갔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 근처에 신발을 놓아두었는데…… 모래바닥을 흘긋거리는 히나타를 향해 코마에다가 빙긋 웃어보였다.


“히나타군의 신발이라면 내가 맡아가지고 있었어.”


옆으로 한 발자국 비킨 코마에다의 손가락 끝이 굵은 야자나무 둥치를 가리켰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한 쌍의 스니커가 보였다. 쓸데없이 섬세한 배려에 히나타는 피부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간질간질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같은 남자한테 왜 이렇게까지 친절한 거야, 이 자식은. 바닷물로 간신히 식혀놓은 열이 보람도 없이 재차 피어오르고 있었다.


“땡큐.”

“오랫동안 헤엄쳤으니 피곤하겠네. 호텔로 돌아갈 거야?”


읽던 책을 품 안에 넣은 코마에다가 물었다. 발치로 고개를 떨어뜨린 히나타가 손가락으로 코끝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조금 걷고 싶은데. ……너만 괜찮다면.”


멍한 얼굴로 히나타를 바라보던 코마에다는, 잠시 후 완전히 눈을 접으며 화사하게 웃었다. 그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나 같은 녀석이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동참할게! 히나타군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오싹할 정도로 기쁜걸. 이 다음엔 살짝 불운이 찾아올지도…….”

“이런 별 거 아닌 걸 진심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네가 더 오싹하다.”


가볍게 핀잔한 히나타가 팔꿈치로 코마에다의 옆구리를 찔렀다. 움찔거리던 코마에다가 곧 히나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발이 흰 모래 위에 잉크 같은 얼룩을 찍었다. 그 옆에서 걷고 있는 코마에다도 발자국을 남겼지만 히나타의 것만큼 어둡지는 않았다. 히나타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남국의 열기에 스니커즈를 든 손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구름마저 한가롭게 노니는 새파란 하늘. 이따금씩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마 이곳에서만큼은 영원히 이어질 여름.

이 순간 히나타는 코마에다와 자신 사이에 흐르는 그 어떤 침묵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저 즐겁게,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이 영원한 여름만큼이나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정적은 예상 외로 코마에다에 의해 먼저 깨졌다.


“……히나타군. 섬에서 나가고 싶지?”


새삼스런 질문이었다. 히나타는 조금씩 몸이 마르며 피부 위에 들러붙기 시작하는 소금기를 느끼며 대답했다. 찝찝했다.


“음…… 그렇지.”

“역시 그렇구나. 거기에 다른 이유는 끼어들 수 없겠지.”


코마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미적지근하고 김빠진 것 같은 시시한 생활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으면 뇌의 회백질이 썩어버릴지도. 그런데 말야…… 가끔은…….”


기분 나쁘게 중얼거리던 코마에다가 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엷은 색소만큼이나 흐릿하고 투명한 빛을 발하는 동공이 가늘어졌다. 히나타는 덜컥 불안해졌다. 저 여려 보이는 눈이 이 무지막지한 햇빛을 감당할 수 있을까? 히나타는 노심초사한 기분으로 코마에다를 지켜보았다.

이 녀석을 보면 왜 항상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보는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자학하는 말투는 성가시지만 머리 회전도 빠르고 시키는 일은 뭐든지 잘한다. 히나타가 걱정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의 염려나 도움 없이도 뭐든 척척 해낼 수 있는 녀석이었다. 코마에다는.

그런데도 자꾸 신경 쓰였다. 눈이 따라갔다. 기어코 시야 안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장성한 남자에게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히나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마치…… 내가 이 녀석을 상대로…… 그런 마음을 품은 것 같잖아.

순간 얼굴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 히나타의 고민과는 관계없이 코마에다는 멈추었던 이야기를 마저 이었다.


“가끔은……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그리 말한 코마에다가 히나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생긋이 웃는 얼굴은 햇볕 탓인지 조금 붉게 그슬려 있었다. 특히 뺨 부근이.


“아하하. 그냥 해본 말이야. 하루 빨리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같이, 무탈하게.”

“실없어.”


히나타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마른 발 위에 어린 새하얀 소금기가 모래와 뒤엉켜 반짝거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빛이었다. 젖은 셔츠가 몸에 휘감겼지만 히나타는 불쾌함을 알지 못했다.

발치에 아주 작게 맺힌 그림자를 들여다보다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정말 불운한 사고가 벌어져 평생 이 섬을 탈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코마에다와 함께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오히려 조금쯤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는 자신과.

……그것도 영원히.

히나타는 흘긋 코마에다를 노려보았다. 그는 히나타가 그랬듯 눈썹 위에 손바닥을 대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런 뜬구름 같고 건설적이지 못한 생각을 하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코마에다 나기토.

히나타는 이 영원한 여름 속에서 코마에다 나기토와 함께 웃고 떠들고 얘기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엄중히 단속했다. 이 마음에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 좋아하던 장난감, 인형, 옷, 음식, 게임에 수없이 질려왔던 것처럼. 지금은 코마에다에게 낯선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지만 다음 날 아침 이 섬의 다른 누군가에게 더 큰 두근거림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히나타는 자신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더 좋은 대체품이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코마에다와 함께 걷는 챈들러 비치를 눈에 담았다.

적어도 이 풍경만은 여름이 끝나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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