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ing : Sam/Dean, Adam/Dean
Rating : PG-13
Warning : homosexual, Angst, Incest, violence
 

동생의 사진을 팔지 않는다고 했지 다른 것은 약속한 바 없다고 생각하며 딘은 뻔뻔스럽게 샘의 방을 뒤지고 있었다.

셔츠나 바지 별로 쫘라락 정리된 옷장이라던가 양말이 돌돌 이쁘게 말려 차곡차곡 넣어진 서랍 안을 보았을 때에도 기가 질려버렸지만 

무엇보다도 기가 질린 것은 욕실에 일렬로 서 있는 화장품들이다.

요새 여자들은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던 딘은 화장품에 적힌 이름들을 읽어보며 그게 전부 어디에 쓰이는 건지 고민했다.

책상 안을 열어보았을 때는 차곡차곡 정리된 문서들이나 만년필 등이 보였다. 

 

"이녀석, 포르노 잡지는 어디에 숨기는 거야?"

 

아직도 범인들도 무서워하는 소문난 30대 후반의 검사를 틴에이져 취급하는 이는 딘 뿐이리라.

 

"음?"

 

책상에서 별로 건진 것이 없던 딘은 쓰레기통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쓰레기통은 비우지 않아서 꽉 차 있었고 딘은 호기심에 쓰레기통을 뒤져보았다. 

 

"세상에, 뭔 편지가 이렇게 많아?"

 

그 중에 빨간 편지도 눈에 띄었는데 이쁘게 생긴 디자인이 아무래도 업무관련이 아닌 것 같았다.

딘은 낄낄 웃으며 뜯지도 않은 편지를 뜯어보았다.

 

"이 녀석, 러브레터를 뜯지도 않고 버리다니 진짜 냉정한 녀석일세."

 

편지를 다 뜯고서, 샘의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반듯하게 펴진 시트를 흐트러뜨리며 딘은 소리 내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디어 샘, 이로써 20번째 편지에요. 날이 가면 갈수록 당신이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아요... 크크큭... 단단히 빠졌나 보네. 이거 부러운데? ...당신을 직접 대면하기에는 저는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거부 당할까봐 두려워집니다... 푸학! 이거 남자였어? 오, 새미... 너가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딘은 웃으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그대의 아름다운 얼굴, 그대의 육감적인 입술...큭큭큭... 이거 완전 찬양이구먼... 밤에만 보이는 그대는 밤의 요정인가요.. 으악, 닭살이다. 진짜... 그 미끈한 검은색 차에서 내린 그대의 날렵한 콧날은 달빛을 받아 상아빛의 아도니스 조각상 같고... 점점 유치해져 가는군……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신이 힘을 주었으나, 나는 그대의 오...다리 마저 사랑스럽고......."

 

뒤를 읽어가는 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편지에 설명한 상대는 아무리 읽어봐도 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에 가까웠다.

 

 

딘은 뭔가 잘못 되었다고 느끼며 쓰레기통에 있던 나머지 편지들을 뒤졌다. 

형형색색의 봉투나 발신인이 없는 편지가 드문 드문 보였고 그것들은 대부분 미개봉이었다.

 

"What the hell...."

 

결정적으로 자기의 모습을 그린 듯한 그림이 튀어나왔을 때 딘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저번의 변태 강도 사건도 그렇고, 딘은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내게 온 편지들이 왜 샘 녀석 이름으로 되어 있는 거지?'

 

하지만 이걸로 또 하나 놀림거리가 추가되는 것은 사양이다.

적어도 샘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장소, 

그가 일하는 곳에 직접 쳐들어가면 순수하게 불지도 모르지.

그렇게 결론짓자 몸이 바로 움직였다. 

그러나 나가기 위해 애덤의 방을 지나칠 때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왕이면 좀 더 게이스럽게 꾸미고 나가볼까.......'

 

문득 자신이 어느 정도로 남자들에게 어필이 되는지 시험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설마 이 세상의 모든 남자가 변태는 아닐 테고… 이 이상 샘 녀석에게 놀림거리가 될 수 없어!!

 

잠시 후, 

모처럼의 휴일이라 느긋하게 늦잠을 잔 애덤은 친구와의 간단한 런치 약속을 위해 부지런히 씻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내 옷이 어디 갔지?”

 

애덤은 멍청한 표정으로 옷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제길 애덤도 나보다 크다니......"

 

애덤의 옷장에 옷을 가져간 범인은 기장이 조금 신경 쓰이는지 몇 번이고 다시 매무새를 고쳤다.

평소라면 입지 않을 파스텔 풍의 연한 핑크와 갈색의 슈트는 단정하게 가르마를 타서 내린 머리와 함께 그를 모범시민, 아니 모범생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샘이 근무하는 건물에 차를 주차할 때까지 몇 명이 자신을 쳐다본 것 외에는 별일이 없었다.

막상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미모의 여비서가 눈에 띄어서 수작을 부린 건 순전히 본능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샘은 사무실에 없었고, 여비서에게서 그가 재판소로 얼마 전에 출발했다는 정보를 들었다. 

직접 전화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겠지만, 

호주머니에 구겨 넣은 편지를 직접 눈앞에 보여주며 해명을 요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방향을 틀어 재판소로 향했을 때, 딘은 한번도 그가 일하는 곳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법 유능해지니까, 큰 사건을 다루게 되면 뉴스에 종종 얼굴이 나오긴 했지만 그때마다 먼 나라 사람 같았다. 

자신이 알던 동생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손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던 것이다.

 

(Dean’s point of view)

 

재판소에 도착해서 샘이 있는 곳을 물었을 때에도 별 일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저번 일은 특수했던 거야.

오히려 지금의 차림으로 인해 상대방들이 상냥하게 대해주는 게 신선했다.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안에 사람이 있었다. 

이런 어색한 것은 싫지만, 상대가 여자도 아니고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작업으로 오해 받으니까 말이야.

 

“여긴 무슨 일로 왔죠?”

 

God,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면 무시할 수 없잖아!

 

“하하, 동생이 여기에 있어서요. 댁은요?”

“저도 가족 때문에 여기 왔죠…….”

 

그렇게 말하며 슬쩍 미소 짓는 게 어째 기분 나쁘다. 

얼굴에 칼자국도 있고 험악한 인상이 아무래도 그쪽 같은데, 설마 가족이 그 ‘가족’은 아니겠지?

그런데 갑자기 칼자국 남자가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 

공격이라도 나올까 싶어 딘은 잠시 주춤했지만 살기는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이, 그것이 내가 겁에 질렸다고 생각했나 보다. 남자는 험악한 인상을 풀었다.

 

“실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

 

설마, 설마는 아니겠지.

 

“…엘리베이터에 들어오는 순간 당신이 너무 섹시했거든?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 이렇게 범생이 같은데 말이야.”

 

그가 내 넥타이를 슬쩍 당겼을 때, 나도 손목을 확 꺽어 버릴까 싶었지만 시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나는 남자에요.”

“알고 있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미인에게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한가? 이름이 뭐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나를 벽에 밀어붙였다. 욱… 아저씨, 향수가 진해요.

 

“겁에 질렸나? 내가 마피아라는 건 알고 있나 보군.”

 

귀찮아서 아무 말도 안 했을 뿐인데 느끼함을 한 바가지 내뱉는구나. 

흥, 내가 마피아에 떨 줄 아냐. 내 웃통 까면 너보다 험악한 상처가 많을 걸?

 

…그러나 이왕 기회가 된 김에 적성에 맞지 않는 짓이지만, 얼마만큼 먹히는지 시험해봐야겠다.

 

“나랑 하고 싶어…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샘의 새초롬한 표정을 떠올리며 말해보았다. 

…What the…. 남자의 눈빛이 점점 불타오르는 환각까지 보인다. 그의 밀착이 더 심해졌다.

으악, 바지에 닿는 감촉이 기분 나빠!!

 

“너 때문에 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지금 당장 여기서 하고 싶어.”

 

숨이 거칠어지면서 고개를 들이밀자, 얼굴을 마주치기 싫어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목덜미 쪽으로 남자가 고개를 숙여 엄청 더러운 말을 속삭였고 

그 숨결에 저절로 닭살이 돋는 게, 아무래도 더 이상의 테스트는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이봐,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지독한 향수 냄새에 질려 몸을 비틀어 빠져 나와 엘리베이터를 다시 가동시켰다. 

덜컹 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남자가 뒤에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불현듯 지난 밤의 사건이 떠오르며, 불쾌감에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도망치지 않는 게 좋아. 내가 누군지 알아? 이래 봐도 난 간부급이야. 내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살기도 하지. 아무리 여기가 법원이라고 해도 내게 잘못 보였다간 경찰이고 뭐고 다 죽는 수가 있어.”

“…….”

 

말보다 더 살벌한 분위기로 협박을 하고 있었지만 샘에겐 쨉도 안 된다.

그저 나의 고민은 그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할지 머리로 가격할지 가 고민이었다.

그런 후 엉덩이에 닿는 이 불쾌한 감촉을 자근 자근 밟아줄까……

 

윽, 어느새 허리띠를 푼 거야?

 

남자의 재빠른 손놀림에 내심 감탄해 하며 팔꿈치로 가격하기로 결정했다.

 

-띵!-

 

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져 버린 것은 결코 쪽 팔려서가 아니다. 

눈 앞에 마주한 익숙한 눈높이 때문이다.

 

“…여기서 뭐해?”

 

남자가 뒤에 붙어 있는 채로 내 바지가 벗겨질락 말락 한 장면을 샘이 얼음장 같은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하? 안녕 새미?”

 

이것은 어떤 데자뷰?

어쩌면 그렇게 타이밍 좋게 눈앞에 나타나는지...

 

나는 불행함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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