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정후 작가님 친필싸인을 네 개나 가지고 있는 시날망 입니다. 부럽죠?

오타쿠 마음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시고 부담스러워하시며 꼭꼭 숨어지내시는 출판만화 작가님과 컨택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한 결과, 문정후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뵐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컨택 경로와 작가님의 개인정보 등은 비밀🤫)

용비화실에 찾아가 문정후 작가님과, 작품을 같이하시는 문명주, 한병훈 작가님들을 뵈었습니다. 류기운 작가님은 아쉽게도 만나뵙지 못했지만, 두 작가님이 서로 작품의 모든 걸 공유하고 계셨기에 스토리상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문작가님이 답해주셨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부분은 제가 일방적으로 쏟아낸 작품에 대한 칭찬이거나, 작가님의 사적인 이야기이거나, 작가님이 만화계 후배에게 하시는 덕담 등이 주 대화 내용이었기에 이곳에 따로 적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인터넷에 올려도 좋다고 허락받은 몇가지 질문을 아래 적겠습니다.


Q. 용비와 구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A. 구휘가 용비보다 무위가 더 강하다. 용비는 능글능글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구휘는 승부욕도 강하다. 용비 뿐 아니라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캐릭터로 구상을 했었다. 


Q. 기어가는 말 등, 비룡의 자료는 어디서 얻으시는가?

A. 비룡이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일반 말의 신체구조를 공부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어느정도 만화적 왜곡을 포함하여 그리는 수 밖에 없었다. 


Q. 주인공의 무기로 봉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A. 칼은 한번 뽑으면 사람을 베어야 하기 때문에 중간이 없고 비정해보인다. 주인공이 의미없이 너무 많은 사람을 해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가볍게 딱 때릴 수도 있는 무기로, 그러나 내공을 불어넣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설정을 더하여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기때문에 봉을 선택했다.


Q. 전투장면은 어떻게 구상하며, 기술 이름은 어떻게 지으시는지?

A. 류기운 작가님이 콘티 단계에서 짠다. 문정후 작가님이 멋있는 자세를 생각하고 그려가면, 류기운 작가님은 두 다리가 땅을 지지하고 무겁게 서있어야 한다는 등 지적을 하는 식이다. 무술의 자세, 안정적인 인체 밸런스 등은 류기운 작가님이 문정후 작가님께 문하생 가르치듯 전부 가르치셨다고. 기술명은 어감이 강하고 멋져보이는 한자를 조합한다. 기술명이란 드래곤볼에서 나오는 에네르기파 같은 개념이기때문에, 가장 중요시하는건 멋과 재미이다.


Q. 용비와 홍예몽의 사랑은 어떻게 깊어진것인지?

A. 이미 용비는 주인공, 홍예몽은 여자주인공으로 정해두었기에 작가 입장에선 그 둘이 연인이 되는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그것에 별 의문을 표하진 않았다.

고수에선 묘사되지 않았지만, 용비와 예몽은 둘을 닮아 범상치 않은 대여섯 명의 자식을 낳았고 중원 곳곳에서 활약중이라는 뒷설정이 있다. 구휘는 결혼하지 않았다.


Q. 용비와 비룡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A. 처음 구상했던 엔딩은 늙은 무사가 된 용비와 늙어서 더이상 여행을 떠나기엔 기력이 없는 늙은 비룡이 나타나, 비룡이 쓰러지면서 끝내려고 했다. 주요 캐릭터의 의미없는 죽음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지만, 큰 흐름 상 죽어야 하는 캐릭터는 있었고 비룡도 원래는 그런 경우였다.


Q.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A. 준비는 하고 있다.


Q. 고수의 초반 설정을 이어서 옵니버스식 외전을 그리실 생각은 없으신지?

A. 이미 강룡의 시각이 달라진 이후기에 초반의 해맑은 강룡으로 돌아가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다. 


Q. 애니화에 관여를 하시는지?

A. 관여는 하지 않고, 고수를 열의를 가지고 보신 일본의 담당자분이 계셔서 그분이 진행하시는걸로 되어있다. 계약은 했지만 이후 특별한 진행상황을 듣지는 못했고 잘 모른다.


Q. SNS나 팬카페 등, 인터넷 활동은 자주 하시는지?

A. 폰에 카카오톡조차 깔려있지 않다.


Q. 만화가 아닌 다른 그림들은 어떤 그림들을 그리시는지?

A. 십대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생각보다 만화작업 이외의 그림은 잘 그리지 않는다. 


Q. 좋아하시는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A. 김혜린 선생님의 <비천무>



👇 채색 일러스트의 원본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러스트들이다!


👇 용비불패의 실제 원고용지. 글자는 조각조각 붙어있고 눈 표현은 튀긴 화이트 자국이 올록볼록 나있으며, 빛을 비추면 먹칠 자국을 볼 수 있다. 가까이서 커다란 원본을 보고있자니 이 섬세함에 압도당할 것 같았다. 이게 정말로 내가 잡던 평범한 G펜 잉크펜이 맞는것인지 의문스러울정도로 세밀했다. 톤질도 매우 섬세했는데, 그 많은 무해곡의 안개들은 안개 톤을 깔거나 하지 않고 전부 톤을 직접 긁어 묘사하셨다는 듯.




화실에서의 대화 이후에 싸인도 받고, 악수를 하며 그림이 잘그려지는 기운(?)을 받기도 하고, 용비를 그리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기도 하고, 작가님께 술과 고기를 얻어먹기도 하고, 실제 용비불패의 원고용지를 보는 등 상상치도 못한 황홀한 경험을 했습니다. 준비중이신 차기작의 원고를 살짝쿵 보여주시기도...!!

오타쿠만이 할 수 있는 이런 저돌적인 팬심에 익숙치 않아 마다하시면서도 동시에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엉덩이 하셨나요? 다들 엉덩이같은 하루 보내세요 엉덩. 엉덩이들 사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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