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준비를 마친 4명의 요원들은 비행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장에 준비된 멋드러진 제트기는 요원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새삼 토르비욘의 기술력에 경의를 표하며 제트기 안에 탑승했다. 루시우는 레나의 옆, 그러니까 조수석 자리에 앉아 기어이 챙겨온 인기가요 top50 cd를 넣을 cd플레이어를 찾았다. 애석하게도 제트기 안은 꼭 필요한 장비들로만 가득 차 있어 음악을 틀을 곳은 없어보였다. 루시우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토르비욘을 찾아가 cd플레이어를 장착시켜달라 해야겠다며 투덜거렸다. 


*


 '에이른' 이라는 곳에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초음속 제트기가 한 몫 했다-. 아마 루시우가 제트기 내에서 음악을 트는 데 성공했다면 첫 곡이 재생된 후 두번 째 곡이 채 끝나기 전에 도착했을 것이다. 레나는 안전하게 제트기를 착륙시킨 후 지도를 꺼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운 좋게도 멀지 않은 곳에 탈론 옛 기지가 있었다. 그들은 송신기를 찾을 겸 간단히 내부를 살펴보았다. 

 -이 괴상한 물건은 뭐지? 

 맥크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짐승의 이빨로 가득 차 있는 해괴한 것을 들어올렸다.

-아마도 고문기구. 탈론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일반인을 고문해서라도 얻어내고야 만다고 하지. 그 말이 사실이었나보군.

 한조의 말을 들은 맥크리는 표정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뒤쪽 복도에서 레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가 찾는 송신기, 이거 같은데 와서 봐볼래-?

 정말 레나의 손에 들고있던 것은 저번에 보았던 탈론의 송신기와 매우 똑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루시우는 이쯤에서 조를 나누어 둘은 탈론의 잔당 같은 것이 남아있는지 조사하고 다른 둘은 송신기를 분석해 코드를 뽑아내자고 하였다. 모두는 루시우의 말에 동의했고 맥크리는 레나에게서 송신기를 건네받았다.

 송신기는 tv의 리모컨정도의 사이즈였고 얼핏 보기에 생김새도 그것과 흡사했다.

-버튼이 굉장히 많은데 뭘 눌러야 하는거지?

 -글쎄, 꼭 이것들 중 하나를 눌러야 코드가 나온다는 법은 없잖아. 아예 분해해볼까.

 맥크리는 망설임 없이 송신기의 뒤쪽 부품을 분리해봤고 그 안쪽에는 동그랗고 검은 버튼이 숨겨져있었다.

-빙고, 내가 봤던 송신기와 같은 것이라면 아마도 이걸거야.

 맥크리는 임무가 생각보다 더 쉽다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맥, 네 말은 틀린 것 같다. 코드가 나타나긴 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


퍽-


 등 뒤의 벽이 무너지고 변종 독성옴닉-후에 알게된 바로는 옴닉명 z-877로 추정-이 다수 튀어나온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들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뒤를 급습하는 옴닉들의 공격을 피했다.

-이거 한방 먹었네. 오랫동안 버려진 기지에 이런 트랩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조용히 해라. 네 놈 때문에 성가신 일이 생겨버렸잖나. 

 한조는 한숨을 쉬며 등에 매여진 화살을 꺼냈고 맥은 리볼버를 장전하고는 장난스레 빙빙 돌렸다.

-달링, 용서해줘. 자기랑 빨리 기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만. 내가 너무 성급했어.

 한조는 맥크리의 말에 반응없이 묵묵히 옴닉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벽 안쪽에서 쏟아지는 옴닉들의 양이 상당해지자 맥크리도 장난을 멈추곤 옴닉들을 차례차례 정리해나갔다. 옴닉들의 팔에서 emp탄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한조는 emp를 눈치채고 재빨리 몸을 뒤로 뺐지만 맥크리는 순간 당황하여 emp의 피격을 피할 수 없었다. 

 -제길!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탄성이 터져나왔고 맥크리는 자신의 오른팔이 뜨거워 진 것을 느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몸과 정신을 점점 마비시키는 질 나쁜 독에 맞았다. 영악한 로봇들이 잠시의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왔다. 

-맥크리! 피해라! 거기서 더 맞으면 위험해! 

 한조의 목소리가 몽롱하게 들려왔다. 맥크리는 욕설을 짧게 내뱉곤 뒷주머니에 있던 힐팩을 터뜨려 상처부위에 뿌렸다. 이걸로 2차 감염정돈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그 뒤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밀려오는 옴닉들로 맥크리를 도와주지 못하자 한조는 으르렁거리며 옴닉들을 향해 용의 일격을 사용하였다. 맥크리는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총을 연발로 쏴댔다. 하지만 독이 온몸으로 퍼질수록 몸에 힘을 줄 수 없었고 마침내 손에 힘이 모조리 풀려 총을 놓치고 쓰러지려는 순간- 누군가 그를 뒤에서 받쳐들었다. 한조였다. 그는 마지막 정신을 긁어모아 한조의 얼굴을 한 번 쳐다봤고 안심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죽은거 아님;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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