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 올라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폈다. 사다리 앞은 바로 도수교였고, 전방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길을 제대로 찾았다고 생각하며, 도수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당 구역으로 떠나는 모험은 쉽사리 끝나지 않고, 나를 편하게 성당 구역으로 보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자경단이 도수교 끝 편에 서 있었다. 다섯 명. 나를 발견한 그들은 손에 든 무기를 들고 우르르 뛰어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욕을 내뱉으며 달리던 속도를 줄이고 자경단을 상대하기 위해 공격 거리를 잡았다. 왼손에 든 단총으로 자경단을 견제하며, 개중 한 명씩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오른손에 쥔 톱단창으로 상대했다. 이들을 바로 죽이지 못해도 괜찮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녀석들에게 둘러싸이지 않는 것이다. 숨통을 끊는 것은 모두 바닥에 쓰러진 다음이라도 문제가 없다. 마치 주문을 외듯, 누군가를 타이르듯, 몇 번이나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공격하는 거다'라는 말을 읊으며, 자경단의 공격을 피하고 그들의 팔다리를 중점적으로 노려 공격했다.

자경단과의 싸움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수교 끝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려왔다. 한 녀석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더니 커다란 둥근 바위에 불이 붙은 채로 도수교를 따라 굴러내려오고 있었다. 자경단보다 불붙은 바위를 먼저 발견한 나는 도수교 왼쪽 끝으로 몸을 숨겨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자경단은 살과 가죽이 타는 냄새를 풍기며 도수교 바닥에 납작하게 짜부라지고 말았다. 머리가 터져 누런 뇌수가 튀어나온 녀석, 뼈가 으스러진 녀석, 자경단 중 누구도 성한 몰골을 하고 있지 않았다. 바위가 굴러온 곳을 쳐다보니 덩치 큰 거인과 나무방패를 든 자경단이 서 있었다. '내가 죽이는 수고를 덜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이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머리를 노려 총을 쏘았다. 길버트가 '흥미진진한 곳'이라고 표현한 속내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흥미진진함이 조금만 더 넘쳤다면 아마 나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테지만이라고 생각하며 쓰러진 거인의 가슴에 찔러넣었던 톱칼 뽑아냈다. 꿀럭하면서 피가 울컥 흘러나온다. 덩치가 큰 녀석이라 수은탄 한 발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정말 별일 없이 성당 구역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도수교를 건너자 묘지로 이어진 길이 나왔다. 묘지의 비석은 군데군데 부서져 있었고 묘지 가운데에 세워둔 석조물도 기우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묘지라는 곳은 아무 일이 없더라도 그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있는데, 이곳은 지대가 낮은 데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축축하고 음습한 공기덕분에 음침한 분위기가 한층 더 강하게 맴돌았다. 저 앞에 아마도 성당 구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넓은 계단이 보였다. 그 계단 옆에서 덩치 큰 남자가 기계적으로 도끼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철퍽철퍽. 남자가 도끼질을 할 때마다 끈적한 피가 사방으로 튀고, 남자의 옷에도 검붉은 얼룩을 남긴다. 사내의 목에 걸린 은제 팬던트에 굵은 핏방울이 떨어지며 붉게 물들었다. 피가 튀는 것따위 개의치 않는 남자는 이미 죽어버린, 반쯤 야수화가 진행된 남자의 배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에 든 도끼로 헤집고 있었다.

"...사방에 야수가 있다.."

남자는 무슨 냄새를 맡은 듯이 허리를 펴더니 도끼질을 멈추었다. 회색의 단발은 모자 아래에서 제멋대로 뻗쳐 있었고, 낡은 붕대가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입은 사냥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목에 감긴 실크 목도리에는 치유 교단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치유 교단의 사냥꾼들은 일반 사냥복은 입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저 목도리의 문양은 분명 치유 교단의...

미묘한 불일치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머리에 불이 번쩍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개스코인. 그래, 개스코인 신부. 치유 교단 소속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치유 교단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왔다는 옛 사냥꾼. 헨릭이라는 파트너와 콤비를 이루어 사냥을 다닌다고 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개스코인은 혼자였다. 주머니에 넣어둔 오르골이 생각났다. 그 소녀는 개스코인의 딸이었던 것이다. 나는 개스코인에게 소녀의 부탁을 전하려고 했다.

"개스코인. 당신의 딸이 당신과 비올라를 찾고 있어요. 아이 혼자서 외로이 집에서 울고 있다구요. 비올라는 어디에 있죠? 당신을 찾으러 갔다는데 만났나요?"

"...늦든 빠르든, 너도 곧 그들 중 하나가 되겠지...."

개스코인은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쁜 건지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뜨끈한 숨결이 공기 중에서 하얀 김이 되어 사라져갔다.

"제 말을 듣고 있나요? 비올라는 만나지 못했나요?"

나는 오르골을 꺼내 개스코인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개스코인은 오르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고쳐 쥐고 나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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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글쟁이를 꿈꿨던, 전업 글쟁이는 포기했지만, 글은 포기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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