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TO KISS

21


W. 롤라






FROM. S




BGM: 우쿨렐레 피크닉 / 좋아 좋아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경과도 좋았고 통증이나 부정맥 증상도 훨씬 괜찮아졌다. 몇 달 동안은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카페 아르바이트도 이번 달까지만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나름 재밌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할 때 무거운 걸 들거나 팔을 쓸 일이 많은데, 수술 후에는 그런 걸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들은 사장님이 바로 관둬도 좋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었다. 


    그래선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이 다 예뻐 보이고 좋았다. 나는 이제 여름이 오는 가로수길을 보다가 헤실헤실 웃었다. 절로 웃음이 다 나왔다. 세상 모든 게 이렇게 다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수술이 잘 돼서? 비단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기분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형~”

    [세훈이~]





    형과 이렇게 자연스럽게 매일 통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날 이후로 나름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다. 항상 내가 먼저 걸던 전화는 이제 형에게서 보다 자주 오게 되었고, 나는 그런 형의 전화를 받으며 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알바 가는 중이야?]

    “네! 형은 병원이죠? 점심은요?”

    [먹었지. 너 밥은 먹고 가는 거야?]

    “그럼요! 두 그릇이나 먹고 왔어요.”





    내 말에 형의 간지러운 웃음 소리가 들렸다. 형의 모든 것이 다 좋아지만 나는 형이 이렇게 웃어줄 때까 제일 좋았다. 





    [두 그릇이나 먹었어?]

    “네!”

    [키가 아주 쑥쑥 크겠네~]

    “그럼요~ 쑥쑥 커야죠~”

    [거기서 더 커지면 어떡해~]





    우리는 한참을 큭큭 웃었다. 누가 보면 정말 웃긴 얘기라도 하는 줄 알 것 같았다. 참, 별 거 아닌 걸로도 웃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면서 형과 계속 통화를 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통화를 끝냈다. 통화 시간을 보니 30분이나 한 것이었다. 형이랑 더 오래 통화하려고 천천히 걷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형이 바쁘진 않았을까 걱정됐지만, 그런 거였으면 형이 먼저 바쁘다고 끊었을 것 같아 그 점에 있어서는 걱정할 게 없었다. 나는 잔뜩 좋아진 기분으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많았다. 분명 손님이 별로 없어 보이길래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요즘 들어 손님이 늘어난 게 느껴졌다. 특히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회사들에서도 점심 시간에 몰려와서, 나는 여기가 커피 맛집이라고 소문이라도 났나- 싶었다. 





    “커피는 차가운 걸로 하시겠어요, 따뜻한 걸로 하시겠어요?”

    “아이스로 주세요.”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4600원입니다. 카드 받았습니다.”





    포스기를 누르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내 앞에 쭉 늘어선 줄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옆 쪽에 있는 또 다른 포스기를 가리켰다.





    “뒤에 계신 분들 이 쪽에서 결제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내 말에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커피를 만들다 내 말에 잠시 뒤를 돌아 보았던 지현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내 어깨를 잡아 살짝 내리고 작게 속삭였다.





    “야, 다들 너한테 계산하려고 그러는 거야.”

    “... 어?”

    “난 음료 만들 테니까 넌 주문이나 열심히 받으셔.”





    나는 그 말에 멋쩍게 웃었다. 그런 거였구나.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다 여자였다. 괜히 준면이 형이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하, 부끄러워.


    한창 정신없던 러시 타임이 끝나고 조금은 한가한 오후가 되었다. 나는 컵을 씻으면서 지현이를 보았다.





    “아까 고생했다.”

    “고생은 뭐. 대신 네가 컵 다 씻기로 했잖아?”





    나는 그 말에 응, 하고 웃었다. 왜냐하면 아까 지현이가 음료를 만드느라 고생 아닌 고생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현이는 옆에 서서 음료 한 잔을 만들어 마시고는 나를 툭 쳤다.





    “근데 너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

    “아, 그래?”

    “뭐 좋은 일 있어?”





    좋은 일, 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형을 떠올렸다. 그러다 배시시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데이트 할 거라서.”

    “헐, 너 여자친구 있었냐? 아, 오늘 김지현 인생에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하네.”

    “언제는 나한테 뭐 걸었냐.”

    “야~ 나 너한테 계속 끼 부리고 있었다~”

    “몰랐는데.”

    “이 새끼는 하여튼 돌부처야, 돌부처. 어떤 애가 이런 돌부처를 다 꼬셨대?”

    “엄청 이쁜 애다, 이쁜 애.”





    피식 웃자 지현이도 함께 웃었다. 그러다 카운터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아, 하고 날 보았다.





    “너 그래서 김도준한테 시간 바꿔달라고 한 거야?”

    “어.”

    “야, 뭐야. 완전 사랑꾼이었잖아?”

    “그럼.”





    나는 큭큭 웃었고, 지현이는 어휴-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볼 수 있는 형을 생각하니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나는 빠르게 옷을 갈아 입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카페가 병원이랑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나는 형의 진료실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그러다 마지막 환자가 진료실에서 나오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끌어 안은 채 형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가운을 입은 형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다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잠깐만.”

    “네!”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형을 계속 기다렸다. 형은 차트를 들고 간호사 선생님과 무언가 이야기를 한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왔을 땐 흰 가운은 벗은 상태였다. 나는 그런 형을 졸졸 따라갔다. 주차장으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때까지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이 닫히자 형이 구석에 서 있는 나를 보다 더 몰아 세우더니 이내 내 가슴과 쇄골을 살짝씩 눌러 보았다.





    “아파?”

    “아니요.”

    “여기는?”

    “거기도 안 아파요.”

    “숨 쉬는 건?”

    “괜찮아요.”

    “심장 빨리 뛰는 건?”

    “괜찮아.”

    “괜찮아?”





    내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던 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내 볼을 톡 쳤다.





    “반말이 툭툭 튀어 나오네?”

    “앞으로 자주 해드릴게요.”

    “됐거든요.”

    “왜요. 형 제가 가끔 반말하면 좋아하잖아요.”

    “아주 형을 이겨 먹으려고.”

    “원래 연하는 연상을 이겨 먹는 거래요.”

    “누가 그래.”

    “백현이 형이요.”





    내 말에 형이 어휴-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우리는 지하 주차장에 함께 내렸다.





    “걔 말 듣지 말라니까.”

    “형 그거 알아요? 백현이 형이요.”

    “뭐.”

    “백현이 형이랑요... 찬열이 형이랑...”

    “알아.”

    “... 저만 모르고 있었어요?”

    “어.”

    “... 너무해요.”

    “너 그거 계속 써먹지 마라. 아주 눈이 울망울망해져가지고는. 네가 고양이야?”

    “계속 먹히니까 써먹죠.”





    나보다 앞서 걷던 형이 확 뒤를 돌았다. 나는 움찔 놀라 한 걸음 물러서서 배시시 웃었다. 그런 나를 보며 어휴- 하고 또 고개를 저은 형은 그러면서도 웃고 있었다. 히히, 그래도 귀엽죠?


    저녁은 형이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는 마라탕을 먹었다. 진짜 맛있다는 내 말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형도 몇 숟가락 먹어 보더니 이내 맛있다고 잘 먹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오물오물 잘 먹는 형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맛있죠?”

    “응.”

    “얼마나 바쁘면 이런 것도 먹으러 못 와요?”

    “집이랑 병원 왔다 갔다 하는 거지, 뭐.”

    “언제쯤 한가해져요?”

    “나도 교수가 되면?”

    “멀었네요.”





    잘 먹던 형이 이게- 하면서 발길질을 했다. 나는 그 발을 쏙 피하고 헤헤 웃었다. 그리고 형의 접시에 한 국자를 더 떠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근처의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나는 슈크림라떼를 시키고 형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형은 항상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 같았다. 달달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더니 진짜였다. 나는 형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고 바로 슈크림 라떼를 마셨다. 그런 나를 보며 형이 피식 웃었다.





    “너는 카페에서 알바한다는 애가 커피를 싫어하면 어떡해?”

    “그치만 너무 쓰단 말이에요.”

    “커피는 향으로 마시는 거지.”

    “저는 아직 애기라 못 그러겠네요.”

    “왜 네가 네 입으로 애기래.”

    “그럼 저 애기 아니에요?”

    “이렇게 큰 애기가 어딨어.”

    “형은 저 애기라고 부르잖아요.”





    내 말에 형이 끙- 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었다. 형은 가끔 나를 애기야- 라고 불렀다.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되게 애 같은 것 같았다. 그게 마냥 좋은 건 아니었지만 또 싫지도 않‎았다. 형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받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기 때문이었다. 





    “형 저 케이크도 먹어도 돼요?”

    “어. 자.”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잠깐 핸드폰을 보던 형이 바로 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그 카드를 받아 들었다. 





    “저 이제 형한테 잘 얻어 먹을 거예요.”

    “... 누가 뭐래?”

    “그러니까 형도 저한테 이것저것 바라세요. 제가 다 해드릴게요.”





    핸드폰을 든 채 잠시 날 보던 형이 피식 웃었다. 





    “오냐. 알았다.”

    “형, 초코가 좋아요, 생크림이 좋아요?”

    “다 좋아.”

    “저도 좋아요?”

    “어, 너도 좋아. 애기야.”





    내 허리를 툭 친 형이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나는 히- 웃고 케이크가 있는 쇼케이스로 향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형과 한껏 여유를 즐기며 쉬고 있는데 형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빨대로 슈크림 라떼를 젓고 한 모금 더 마셨다.





    “어. 어. 여기? 온다고? 어. 어. 알았어.”





    짧은 통화 끝에 형이 어딘가로 카톡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에요?”

    “박찬열.”

    “어, 형이요?”

    “어. 온대.”

    “아, 진짜요?”

    “변백현이랑.”

    “헐. 와도 돼요?”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문 닫을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꽤 있는 카페였다. 내 말에 준면이 형도 마찬가지로 주위를 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그건 진짜였다. 나는 백현이 형이 과연 앞이 보이긴 하는 걸까 싶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형은 정말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었고, 와서도 음료를 마시진 않았다. 선글라스만 벗고 마스크는 내리지 않은 형에게는 그래도 특유의 그 밝은 분위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3호~ 오랜만~”





    나를 보자마자 두 팔 벌려 달려온 형이 내게 안겼다. 나는 잠깐 어색해했지만 그래도 그런 형이 귀여워 꼭 안아 주었다. 찬열이 형도 나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우리는 마치 처음부터 네 명이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 카페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우리는 카페 밖으로 나와서도 아쉬움에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백현이 형 집에 가기로 했다. 백현이 형 집이라니. 그 백현의 집이라니. 나는 형의 집에 간다는 말에 네?! 하고 놀랐다가 다시 침착했다. 아, 맞다. 나도 이제 형 지인이지. 나는 침착하려 애쓰면서 세 형들을 졸졸 따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집은 정말 으리으리했다. 이런 큰 집에서 혼자 살면 어떤 느낌일까 싶기도 했다. 집 안에는 계단도 있었고, 그렇게 올라가면 방도 여러 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형의 침실이었고, 나는 집 구경을 하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형은 그런 나를 보면서 실실 웃었다.





    “3호 놀랐어~?”

    “네... 와, 집 너무 좋아요.”

    “자주 놀러와! 비밀번호도 알려줄까? 나 없을 때 와도 돼!”

    “아,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하지만 형은 당장 내 손바닥에 비밀번호를 적어줄 기세였다. 나는 그런 형을 겨우 말리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자 술상을 준비하고 있는 찬열이 형과 준면이 형이 보였다. 두 형들이 다 내일 오프이기도 하고, 백현이 형도 스케쥴이 밤 늦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도 아르바이트 가는 날이 아니라 우리는 오늘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자고 가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 간단하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고 다시 오니 세 형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호. 연포탕이 뭐야?”

    “낙지 들어간 맑은 탕이에요.”

    “해줘.”

    “... 낙지가 없어요.”

    “1호가 못 하는 것도 있어?”

    “제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어요.”

    “왜애~? 자기 나한테 신인데?”





    백현이 형 말에 찬열이 형이 미소를 꾹 참는 게 보였다. 실실 웃으면서 뒤에서 찬열이 형을 꼭 끌어안은 백현이 형을 보고 있자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형 애교가 진짜 많구나. 나는 조용히 웃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준면이 형을 보았는데 형은 정말 못 볼 걸 보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요리를 잘 하는 찬열이 형 덕분에 맛있는 안주와 술이 가득한 상이 차려졌다. 하지만 나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었다. 회복을 하는 3개월 동안은 술은 절대 금지였기 때문이었다. 대신 내 앞에는 주스가 놓였고, 그건 백현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백현이 형도 먹는 약이 있어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러려니 했지만 형은 꽤 심통이 난 것 같았다. 찬열이 형이 한참을 어르고 달랜 후에야 형은 알았어! 하면서 컵을 들었고, 우리는 그렇게 건배를 하고 술자리를 시작했다. 





    “야, 야, 야. 그래서 둘이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했는지 빨랑 불어!”





    한창 분위기가 올랐을 때 백현이 형이 테이블을 탕탕 치면서 나와 준면이 형을 보았다. 나는 주스를 마시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건 준면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저 배시시 웃었고, 그건 형도 그랬다. 그러다 찬열이 형이 손을 뻗었다.





    “뭘 그런 걸 물어요. 저희도 말 안 했잖아요.”

    “그럼 지금 말해? 1호가 먼저 나한테 키스했어!”

    “제가요? 백현씨가 먼저 해달라고 한 거잖아요.”

    “그래도 먼저 하긴 1호가 먼저 했잖아.”

    “아니, 그게 어떻게 그렇게 돼요?”

    “둘이 왜 싸우세요...?”





    내 말에 찬열이 형이 흠흠, 헛기침을 했다. 백현이 형은 가볍게 턱을 괴고 그런 찬열이 형을 보았다. 눈에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 둘이 연인 사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와 준면이 형도 저런 느낌이 날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확 티가 나는 사이였으면 좋겠어. 나는 시선을 옮겨 준면이 형을 보았다. 형은 술잔을 내려놓고 백현이 형을 보았다.





    “누가 먼저 했든 둘이 키스 했다는 거네.”

    “뭐냐. 너네 아직도 안 했냐?”





    나는 주스를 마시다 말고 풉, 뱉었다. 사레가 들린 내 등을 두드려주던 준면이 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거 묻지 마라.”

    “뭐야. 진짜 안 했냐?”

    “노 코멘트 한다.”

    “헤에~ 진짜 안 했나 봐.”





    비밀 얘기라도 하듯 찬열이 형에게 귓속말을 한 백현이 형이 계속 수군거렸다. 나는 겨우 기침을 진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그러다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지, 지난 번에 했잖아요.”

    “언제?”

    “준면이 형... 취했을 때...”

    “야, 그게 어떻게 키스냐? 그건 뽀뽀지, 뽀뽀! 혀가 이렇게 안 섞이ㅁ...”





    두 손을 들어 뒤섞던 백현이 형의 손을 찬열이 형이 잡아 내렸다. 그만-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얼굴이 정말 불타오를 것 같았다. 형이랑 키스를 안 해본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되고 떨렸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던 형이 피식 웃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고개를 들었고, 백현이 형도 주스를 마시다 형을 보았다.





    “뭐야. 도망 가냐?”

    “화장실 간다, 인마.”

    “어, 2층으로 가. 1층 화장실들 공사하고 있어.”





    알았다- 하고 말하며 백현이 형의 머리 위에 손을 툭 얹은 형이 이내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그런 형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다 찬열이 형이 입을 열었다.





    “세훈아.”

    “네?”

    “놀랐지?”

    “아, 아니에요.”

    “백현이가 좀 짓궂어서 그래. 그쵸, 백현씨. 장난 그만 쳐요.”

    “장난 아닌데? 아니~ 궁금하잖아. 우리는 섹...”

    “진짜 그만.”





    이번에는 찬열이 형이 백현이 형의 입을 틀어 막았다. 다음에 나올 말이 왠지 예상됐지만 나는 애써 모르는 척 했다.





    “그만 하라니까요.”

    “... 1호 나한테 화 내는 거야?”

    “아니요. 제가 언제요.”

    “방금 화냈잖아.”

    “안 냈어요.”

    “난 그렇게 느꼈단 말이야.”

    “... 그래요? 그럼 미안해요.”

    “바로 사과하는 게 어디 있냐? 나한테 화도 좀 내고 그래라!”

    “제가 백현씨한테 어떻게 화를 내요.”

    “침대 위에서는 잘 내잖아!”

    “하하, 제가 언제요.”

    “너 맨날 나 이겨 먹... 아, 또 왜!”





    그래도 웃음이 났다. 참, 즐거운 형들이었다.


    그러다 나도 계단참 아래에 섰다. 그리고 몇 계단 올라가 거기에 앉았다. 슬쩍 고개를 드니 마침 형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계단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멈칫했다. 형은 이내 내 옆에 다가와 앉았고, 우리는 달빛이 어린 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형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나는 움찔 놀랐다가 배시시 웃었다. 





    “세훈아.”

    “네.”

    “... 오늘도 나 좋아해?”





    말 한 마디 들었을 뿐인데 그 말에 마음이 다 간질거렸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형의 손을 잡았다. 그런 우리의 손을 물끄러미 보던 형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고개를 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입을 맞추었다. 형이 술에 취해서 한 키스도 아니고, 내가 일방적으로 하는 키스도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키스를 했다. 그러다 입술이 촉, 하고 떨어졌다. 나는 내 코 앞에 바로 자리한 형의 얼굴을 보다가 생긋 웃었다.





    “매일 사랑해요.”





    내 말에 형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우리는 그렇게 달빛에 한껏 물들며 서로의 눈에 서로를 담았다.





    “어, 키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고개만 빼꼼 내민 백현이 형이 있었다. 그 뒤로 찬열이 형이 허둥지둥 달려왔고, 이내 백현이 형을 끌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백현이 형은 끌려 가면서도 말이 많았다.





    “아니이- 쟤네 키스했다니까? 빼박이라니까?”

    “알았어요. 하나도 안 궁금했어요.”

    “아, 왜 안 궁금해? 1호 동생이 세훈이랑 키스했어!”

    “엄밀히 말하면 제가 생일이 늦어서 동생이에요.”

    “헐, 그럼 김준면이 내 형부인가? 아닌가? 매형?”

    “하...”





    준면이 형과 나는 백현이 형이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았고, 또 동시에 웃어버렸다. 


    참,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세 편 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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