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청은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심호흡부터 했다. 줄곧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깊은 숨을 뱉어내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문 하나를 넘은 것뿐인데 안팎의 공기가 이렇게나 달랐다. 저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 귀비마마, 괜찮으십니까.”



예의 명을 받고 청을 따라나선 환관이 정중하게 물어왔다. 청의 단정한 미성이 습관처럼 긍정했다.



“ 괜찮습니다.”



그 역시 한때는 언관(*임금에게 간언하는 관리)이었다. 이런 방식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조회에 잠깐 참여한 것만으로 그것이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정 3품 이상의 관리만이 참여할 수 있는 조회는 과연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대단한 자들이 연이어 발언할 때마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의 숨통을 조인 이는 다름 아닌 황제, 예였다. 조회에서의 그는 청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존재만으로 상대를 짓누르고 위협하는 것이, 이런 자리가 처음인 청의 눈에도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황제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 하더니 정녕 그래보였다.


저런 회의를 매주 참석해야 한다니.


새삼 황제의 오화라는 자리가 얼마나 대단하고 무거운 것인지 깨달았다. 동려로서 황제와 함께 수학하던 것과는 와 닿는 무게가 전혀 달랐다. 다음 조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졌다.



“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 본궁은 정말 괜찮습니다. 그러니 라의(*천라국 환관의 직책 중 하나)께서도 이만 돌아가 보십시오.”

“ 아닙니다. 폐하의 명을 받은 자가 그를 다 수행하지 못했는데 어찌 물러가겠습니까. 귀비마마께서 처소에 닿으실 때까지 따르겠습니다.”



지극히 공손한 태도였으나 황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였다. 두 번 같은 이야기를 해봐야 뜻을 굽힐 것 같지 않아서, 청은 재차 권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환관과 명을 받고 온 지밀상궁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귀비 첩지를 받은 지 얼추 열흘이 되어 가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은 여전했다. 어색한 것들을 늘어놓자면 한둘이 아녔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것은 궁인들의 존재였다. 그들은 청이 어디를 가든 -심지어 수욕할 때조차-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정해진 법도가 그렇다니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그리하여 정전의 뜰을 벗어날 즈음, 젊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황궁에서 남녀가 뒤섞여 웃을 일이 무엇인가 싶다가도, 저가 황궁의 생리를 다 아는 것도 아니니 그런 일도 있나 보다 하고 말 때였다. 청과 달리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매섭게 노려보던 지밀상궁이, 곧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외쳤다.



“ 귀비마마, 아랫것들 단속을 못 한 소인을 벌하여 주옵소서!”



대번에 웃음소리가 끊어졌다. 그제야 청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귀비마마를 뵈옵니다.

홍복을 누리소서! 홍복을 누리소서! 홍복을 누리소서!



“ ... ... ”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경쾌한 소성笑聲의 주인은 아무래도 제 궁 나인들이었던 모양이다. 봄이라곤 하나 한낮의 더위 아래서 말없이 주인을 기다리자니 지루하기도 하였겠지. 굳이 벌할 필요까지 있나.

그런 온화한 속마음과 달리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얼굴은 궁인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청이 무어라 할 새도 없었다. 초조한 얼굴로 눈치를 살피던 나인들이 바닥에 꿇어앉으며 머리를 납작 조아렸다.



“ 마마, 소인들을 벌하여 주옵소서!”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당황하여 입을 다무니 그 표정 또한 진지하여 분위기는 악화일로였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 하하.”



청량한 웃음이 지척에서 들려왔다. 내리쬐는 햇빛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백색 관복과 대비되는 흑색의 검집만은 금세 눈에 띄었다. 검집 위에 음각된 동백꽃도, 검집의 색인 흑색도 한가翰家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이런 검의 주인이 달리 누가 있겠는가.

콧대 높기로 유명한 황궁 나인들을 웃게 만든 자가 누구인가 했는데, 이자라면 그럴 만도 했다. 황궁의 담장이 높다 한들 퍼지는 소문마저 막을 수는 없는지라, 초상화로만 보았던 희헌공자를 실제로 만났으니 들뜨지 않는 편이 더 이상했다.



“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그런 표정을 하면 남들이 곡해하기 좋으니 억지로라도 웃으시라고.”



제대로 보는 것은 몇 년 만이었으나 여전히 수려한 외양이었다. 앳된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져 한층 뚜렷해진 얼굴은 이전보다도 성숙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강해졌다. 민가에서 유통되는 초상화는 그저 생긴 것을 따라 그린 것뿐, 특유의 분위기는 조금도 담아내지 못한 듯했다.

이러니, 폐하께서 조바심이 날밖에.

사자를 피하니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청의 얼굴에 옅은 낭패감이 비쳤다.



“ 여전하신 모양입니다, 귀비마마.”



귀비씩이나 되어 표정 관리 하나 못하냐는 말을 참 고상하게도 한다. 자신이 여전한 것처럼, 설 역시 웃는 낯으로 뼈 있는 말을 던지는 것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껄끄러운 상대라 마주치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만난 것을 어쩌겠는가. 청은 반쯤 체념한 얼굴로 운을 띄웠다.



“ 본궁을 기다리셨습니까.”

“ 아뇨. 다른 용건으로 온 것입니다. 애초에, ”

“ ... ... ”


“ 폐하의 처소 앞에서 귀비 마마를 기다리는 것은 우습지 않습니까.”



역시 껄끄러워.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애초에 동려이던 시절에도 성향이 달라 의견 충돌이 잦았던 사이다. 한 명은 원칙주의자고 한 명은 실용주의자니 그럴 밖에. 당시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 심지어 금일처럼 조회가 있는 날엔 더욱 그렇죠.”



매끄러운 낯에 띤 미소는 여전했으나, 묘하게 날이 선 말투를 감출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했다. 옅은 색소의 홍채가 청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회에 참여한 것을 눈치 챈 것 같은데.

어떤 대답을 해도 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청은 차라리 입을 다물어 버렸다. 설 역시 청의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닌 듯, 천연스러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 달리 뵈어야 할 분이 있어 조회가 끝나길 기다리던 중, 아름다운 항아님들이 더위에 고생하시기에 담소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 감히 귀비마마의 궁인임을 알아보지 못하였으니 모든 것은 신의 잘못입니다. 한때 벗이었던 제 얼굴을 봐서라도 부디 용서하여주십시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청산유수처럼 매끄럽게 이어졌다. 설의 화법에 익숙한 청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진의를 파악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때 벗이었다는 건 더 이상 벗이 아니라는 말이나 다름없고, 내 궁인임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 아마도 거짓이겠지.

청은 씁쓸한 얼굴로 설을 마주보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선황의 후궁들은 예의 즉위 후 강제 출궁 당했고, 예의 후궁은 저 하나이니 황궁의 내명부는 텅텅 빈 상태였다. 그런 황궁에서 이 정도의 궁인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기껏해야 황제, 태후, 그리고 귀비인 저 정도일 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설이 이를 모를 리 없고.



“ 선 상궁.”

“ 예, 마마.”

“ 본궁은 이부시랑과 긴히 할 얘기가 있습니다. 먼저 돌아가 계세요.”

“ ... 하오나,”

“ 저 아이들은 이미 오랜 시간 햇볕 아래 있지 않았습니까. 최대한 빨리 돌아가겠습니다. 제 걱정은 마십시오.”



꿋꿋한 구석이 있는 웃전이라 생각은 했으나 유독 단호한 태도였다. 고민하던 선 상궁은 흙바닥의 나인들에게 일어나라 눈짓하며 환관을 바라보았다. 제가 없는 동안 주인을 잘 부탁한다는 나름의 신호였다. 눈치 빠른 환관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대열의 점검을 마친 선 상궁이 허릴 숙였다.



“ 귀비마마. 아선궁(*청의 처소)에서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청이 고갤 끄덕이자 그녀를 필두로 한 열댓 명의 궁인들이 종종걸음 치며 물러났다. 그 뒷모습이 아주 멀어질 즈음, 이번엔 청의 시선이 환관에게로 옮겨졌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 것 같은지라, 환관이 정중히 아뢰었다.



“ 폐하께서 귀비마마를 처소까지 모시라 하셨으니 소인이 어찌 물러가겠습니까. 아량을 베푸소서.”



황명을 거역하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이를 어쩐다. 이대로 돌려보내면 예가 저 이를 어찌 다룰지도 걱정이고.

청이 곤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자 상황을 관망하던 설이 나섰다.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얼굴의 그가 환관을 향해 모양 예쁜 입꼬리를 휘었다.



“ 귀비마마의 용건이 끝날 때까지 물러나 계십시오. 이후 처소로 모신다면 귀비께선 용건을 끝내실 수 있고 라의께선 황명을 완수하시겠군요.”

“ ... 하오나,”

“ 아직도 문제랄 것이 있습니까.”



환관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틀린 것이 하나 없는 말이긴 했다. 그러나 예가 자신을 청에게 붙여 보낸 의도는 달리 있을 터였다. 청이 처소로 돌아가는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길 바랐을 예다.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그러나 소리 내어 반박하기도 애매했다. 전날 밤, 닫힌 문을 넘어 들려온 예와 설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던 탓이다.



‘ 이번에야말로 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찾아온 줄 알았는데.’

‘ 그리 여기셨다면 송구할 따름입니다.‘

‘ 그대도 취향이 참 나빠.’

‘ 어떻게 보아도 하 염보단 내 겉가죽이 더 낫지 않나?’



예가 기대한 바가 무엇인지, ‘취향’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어조만으로도 눈치 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예에게 있어 설은 어떤 의미로든 특별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그런 이에게 어찌 토를 달겠는가. 차라리 황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멍청이가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 물러나 있겠습니다. 대화가 끝나면 불러주소서.”



이윽고 환관은 그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법한 거리까지 뒷걸음질 쳤다. 이제 남아 있는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선 설과 청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비단 백의白衣 차림이었으나 각자의 사정은 판이했다. 설의 의복은 학으로 장식된 정 4품의 관복인 반면 청의 것은 흉배(*관복의 장식)가 없고 그보다 장식이 많았다. 두 사람의 달라진 위치가 확연히 보이는 복장이었다.

청은 침착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송아지 같이 유순한 눈망울에 설이 오롯이 담겼다.



“ 먼저 찾아올 줄 몰랐어.”

“ 그래?”



싱긋, 웃으며 되묻는 얼굴이 묘하게 서늘했다. 이어지는 말투 역시도.



“ 이상하네. 내 상황은 네가 더 잘 알 텐데.”

“ ... ... ”

“ 누구 덕분에 매우 곤란한 처지라서. 달리 방법이 없었어.”



설이 청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거리가 좁아질수록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 안부를 물을 상황이 아니니 용건만 간단히 하지.”

“ 초칙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청으로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설은 예를 성군으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이가 이번 초칙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청이 아는 설이라면 달리 초칙으로 공표하려던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조세 개혁, 치수 사업, 귀족의 사병 폐지 같은 것들. 귀족이라면 누구나 격렬하게 반대할 법한 안건들을 초칙으로 삼았다면 초기 황권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설은 그 자신이 오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오화가 되든 말든 황권에 방해가 되는 귀족의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실 누구를 오화로 삼건 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인선人選일테니 더욱 그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청인지라 좀처럼 입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설의 미소도 점차 옅어져 갔다.



“ 청람(*청의 아호).”



설이 다그치듯 청의 아호를 불렀다. 시간을 끌어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청이 한숨처럼 대답했다.



“ 황태자 시절의 동려를 오화로 임명하셨어.”

“ 결국 천재일우의 기회를 허공에 날리셨군.”

“ 황태자 시절의 동려라.”

“ ... ... ”

“ 설마, 화제의 귀비께서도 포함이신가.”



긍정의 침묵이 이어졌다. 차마 설을 마주 볼 수 없었던지, 청은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청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서늘한 경멸이 섞여들었다.



“ 그래도 언관 출신이니 사리에 밝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야.”

“ 어심이 그러하시니 신하된 우리는 그를 따를 밖에.”

“ 폐하께서 하시겠다고 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따르겠단 얘긴가.”

“ ... ... ”

“ 그것이 예에게 흠결이 된다고 해도?”



천라 개국 이후 ‘하 예’ 정도의 정통성을 지닌 군주는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황위를 잇는 것이 정해졌으므로 체계적인 제왕학 교육을 받았으며, 어릴 때부터 외교에 긴히 쓰인 탓에 각국의 이해관계에도 밝았다. 무엇보다 연제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삼 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대로라면 역대 황제 중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황권을 다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는 그리하지 않았다. 남색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가진 나라에서 사내를, 그것도 반역 죄인을 내명부 정1품 귀비로 올린 것도 모자라 중요한 초칙마저 어이없이 날려버렸다.



“ 네 손으로 마무리 지어. 그게 가장 쉬운 길이야.”



자의自意로 멈추라는 경고였다. 귀비든, 오화든 예가 준 것 모두를 청 스스로 버리라는 경고. 그러나 이번 일에 누이의 복권이 달려 있었다. 오직 예만이 이뤄줄 수 있는 염원이다. 이기적이라 해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든 청의 낯에서 비장한 기색이 느껴졌다.



“ 미안해. 그건 어려울 것 같다.”

“ ... 어려울 것 같다?”



습관처럼 남아있던 설의 미소가 완전히 씻겨나갔다. 청의 말을 따라 되묻는 목소리는 메마르다 못해 음산하게까지 들렸다.



“ 아. 멸문당한 가문의 가르침을 받은 네게, 이런 이야기는 너무 고차적이었나.”

“ ... !”



적나라한 비난에 청의 눈이 크게 뜨였다. 멸문당하기 전에는 명문 세가의 도련님이었기 때문에, 멸문당한 후에는 예의 외가에 유폐되어있어 이렇게 대놓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청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 고작 이런 것에 당황할 정도로 심약한 주제에 잘도 예를 도울 생각을 했군.”

“ 알아서 처신하는 게 좋을 거야. 이건 부탁이 아니라 옛 친우에게의 마지막 충고이니 부디 새겨듣길 바라.”

“ ... ... ”

“ 그럼 이해하신 것으로 알고 물러가겠습니다.”



설이 먼저 등을 돌렸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지만 예가 이런 것을 문제 삼아 질책할 일은 없을 테고, 청 또한 이런 것을 일일이 예에게 고해바칠 성격도 못되었다.

굳어있던 얼굴은 걸음을 옮길수록 조금씩 허물어졌다. 시선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리깔리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허탈한 웃음이 새었다. 그럼에도 개정전으로 향하는 걸음을 늦출 순 없었다.

아직 수습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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