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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드디어, 마침내. 토르가 멀거니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하나의 구(球)를 바라본다. 그것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투명했는데, 마치 수평선 떨어지는 태양이 내뿜는 빛을 모아 안에 가둔 것마냥 환했다. 과거 아스가르드의 지하 창고에 잠들어 있던 테서렉트가 내뿜던 그 차가운 푸른빛처럼, 그의 손 위에 있는 물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눈부신 빛에 자신도 모르게 잠식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굳게 다문 토르의 두 눈은 언제나 늘 그렇듯 진지했다. 원하던 것을 눈앞에 두고, 잠시 상념에 젖어든 두 눈가는 금방이라도 붉게 젖어들 것만 같았다. 그런 토르를 일깨운 것은 옆에서 두 발로 서 있던 너구리의 무심한 한 마디였다.


"해적천사. 그냥 눈으로 씹어먹을 생각이야? 내가 준 눈에 이빨이 달려 있지는 않을 텐데?"

"…아니. 당연히 아니지. 잠시… 생각에 빠졌던 것일 뿐이라네. 걱정하지 말게."

"뭐, 그래. 오, 제기랄! 찾던 게 막상 내 손에 들어오니까 기분이 또 다르네. …그러니까 할 거면 얼른 하자고."


로켓이 씹어 뱉듯이 말하고 제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총의 총신을 빙글 돌렸다. 겉으로만 보자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걱정은 1g조차도 없어 보이는, 몹시 느슨한 얼굴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날카로워진 그의 갈색 눈은 사실 이 행성에 발을 디딘 후로도 끊임없이 토르와 자신의 주위를 탐색하고 있었다. 아무리 과거에 폐허가 되어 잊혀진 지 오래인 행성이라지만, 그래도 이 놈의 우주에서는 갑자기 어디에서 뭐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철컥, 소리와 함께 총을 장전하던 로켓을 흘긋 본 토르가 제 반대쪽 손에 쥐고 있던 도끼를 땅 위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로켓의 시선이 도끼 머리와 날을 한데 모아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 나무로 된 손잡이에 가 닿았다 이내 사라진다. 미묘한 표정이 된 로켓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애써 긴장을 풀려는 듯 토르가 부러 씩 웃었다.


"그럼 그 동안 잘 부탁하네, 토끼."

"어어. 알았으니까 빨리 해."


안 어울리게 뜸들이지 말고. 어깨를 으쓱한 로켓이 알아서 뒤돌아선 채 본격적인 경계 태세에 들어가자, 다시금 표정을 굳힌 토르가 이내 제 손바닥에 힘을 집중한다. 그러자 치직, 하는 작은 불꽃과 함께 구체가 스르륵 허물어진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주홍색 스톤이 거친 왕의 살갗과 맞닿는 순간, 토르의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두 눈이 스륵 감겼다. 그것은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쉽지 않은 첫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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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적으로 올라옵니다. 

토르는 로키와 함께 아스가르드를 재건하고, 로켓은 가오갤 멤버들을 되살리러 함께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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