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원을 싹싹 들이붓게 하는 존재가

다들 하나씩 있다

자기 자신보다 비대하거나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나는 둘 다인 것 같다


도망갈 구멍을 파 놓고 

적선주듯이 에너지를 붓던 내게

아는 교수가 말했다

우습게 행동하지마


그 말이 워낙 오랫동안 덮어둔 수치심이라

그 뒤로 구멍이란 구멍은 몽땅 메꾸고

그냥 뭐랄까

아낌없이 주는 돌고래가 되었다

그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데


이런 아침마다

사라지고 싶다


공든 탑은 잘 무너진다

공든 탑일 수록 깨끗하게 무너진다

쉽게 배반한다

그런 규칙이라도 있나요?

살아서 만나는 것은 전부

옭아매는 순간 도망치려고

나도 그렇고 누구나 그렇고

공든 탑도 도망치려고

돌무더기에 의식은 없더라도


아까 미국 사는 분에게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거긴 저녁이고

여긴 이제 해가 제일 밝은 시간대인데

나도 

오늘 끔찍했어요 라고 대답했다

하나하나 예쁜 걸로만 모아다가 매일 쓰다듬고 기댔던 탑이

와르르맨션이 되어버렸어요

라는 말은 자기연민이 너무 담겼으니 생략하고

그냥 끔찍했다고만 했다


이제 오후 1시인데 다 끝나버린 것 같다

20대인데 다 알아버린 것 같이 오만하고


혼자 무너졌으면 혼자 재건되리라는

소망으로 있다

잿더미에서 살아나던 불사조처럼

덩커크dunkirk 해변 끝까지 밀렸다가 구출된 병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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