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슭곰발입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외전인 <장기현 달 세뇨>가 저번 주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도 계시고,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그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지만,

저는 그런 능력이 없는 관종작가이므로 후기를 주절주절 써봅니다.







1.제목

이미 찾아보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개인 외전은 '강지온 펑크' 나 '이선 보사노바' 처럼 음악 장르를 따서 지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지어봤습니다. '달 세뇨'는 도돌이표의 일종으로 세뇨 표시까지 돌아가라는 뜻입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야 하는 '세뇨'부분을, 기현은 자신이 도망쳤던 그 시점으로 뒀습니다. 기현의 죽도 앞에 쓰러진 상익이 기현을 올려다본 그 순간이요. 다만, 도돌이표지만 이번에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곡을 연주했습니다. 부제로 붙인 '라르고'는 천천히, 여유롭게. '마 논 트로포'는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상익이 닫은 문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쉬지 않고 두드리는 기현을 생각하면서 지었습니다. 

붙여놓으니 좋더라구요. '장기현' 이라는 살짝 무뚝뚝한 이름에 '달 세뇨'라는 뭔가 낭만적인 어감이 붙으니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제목에 이만 퍼센트 만족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2. 1회이야기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 1회는 시즌이 시작하기 석 달 전에 공개됐습니다. 우와, 저도 지금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이 차이 났었나, 하고요. 그래서인지 지금 보면 나머지 회차하고는 약간 느낌이 다릅니다. 저 회차에서 딱 하나 고친다면, 상익이 '기현아' 이렇게 부르는 부분입니다. 지금 썼으면 '장기현.' 이렇게 불렀을 거 같아서요. 윤상익이 장기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다니. 저 때를 생각해보면 설정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몰래 고칠지도 모르겠네요. 발견해도 모른 척 해주시길.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겨우 백 년도 안되는~'으로 시작하는 단락은 일부러 독백의 주체를 쓰지 않았었는데요. 기현의 외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부분이 기현의 독백처럼 읽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상익의 독백이었습니다. 상익은 기현이 추1에 들어와서 자신에게 맞고 구를 때마다 '이렇게 될지 몰랐지? 그래서 그때 그렇게 사라졌지? 넌 좆됐어. 신의 선택을 받은 건 나야.'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제일 마지막 부분 '오래전, 그 밤에도~' 은 기현의 독백이 맞습니다. 그리고 오래전에 상익과 함께 별을 보았던 밤은 여름합숙 때, 상익이 문신을 허락 받았던 그 날입니다. 기현이 술에 취해 체육관 밖으로 나오고 상익이 뒤쫓아 나와서 '선배님, 저 잘했습니까?" 했을 때요. 원래 술이 센 기현이지만 그날은 긴장이 풀린 것도 있었고, OB들이 술을 무지막지하게 줬습니다. 아마 혼자서 소주만 세병 넘게 먹었을 겁니다. 그래서 기억을 못하지만 기현은 그날 상익에게 '응, 잘했어. 너무 너무 잘했어.'라고 말해줬습니다. 상익이는 지금도 그 말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3. 글씨체

외전을 한 달 내내 썼는데, 분량이 길어질 수록 과거와 현재의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더라구요. 처음엔 시즌 본편 때 그랬던 것처럼 과거는 KoPub 체로, 현재는 고딕체로 썼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이야기가 많고 길어지다 보니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어떻게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에스크에다가 물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냥 글씨체를 반전시켰습니다. 외전이니까 본편하고 반대로 가는 것도 나름 의미 있겠다 싶었습니다. 보시기 불편하지 않으셨나요? 





4. 이해

에스크를 찾아주신 분들이 기현이 외전으로 그동안 의아했던 점들이 많이 해소되었고, 기현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안도했습니다. 왜냐면 이번 시즌을 세달 가까이 썼는데(사실 1회부터 계산하면 거의 반년동안), 그동안 저 혼자만 기현이의 사정을 알고 있었잖아요. 외전이 나올 때까지 기현이의 심정을 대변해주지 못하면서, 과연 장기현 외전이 나왔을 때 독자분들이 기현이의 행동을 이해해주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개인 외전을 쓸 때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고민이었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글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자화자찬)





5. 사과

처음부터 상익의 부상은 기현의 고의로 정해놨습니다. 사고, 부주의, 실수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잘못한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시즌 후기에 기현이 왜 그랬는지는 제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했었는데요.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이후입니다. 잘못을 한 다음에 어떻게 했는가. 기현이는 외면하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하면서 살잖아요.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정말로 '잘못들'을요. 그럴 때, 도망가지 않으려고 이 글을 썼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과정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요. 




6. 가족

저는 가족이라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가족은 어떤 사람이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지만,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지는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고 따뜻하게 살았다면 그야 물론 행운이었겠지만, 설혹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가족'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어 미래까지 불행하게 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적어도 제 글의 등장인물들은 그러길 바랍니다. 세상에 완벽한 가정은 없습니다. 가족은 자신이 또 만들면 됩니다. 꼭 피가 통해야만 가족은 아니잖아요. 자신이 선택하고 만든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아닐까요. 기현이도, 새봄이도, 지온이도,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가족이길 바랍니다.




7. 정현

그럼에도 피가 통하는 '정현'이 있는 건, 기현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던 엄마가 주는 선물입니다. 기현의 엄마에게도 그녀만이 아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무책임하고 매정한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아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으니깐요. 기현은 스무살 때는, 엄마가 미국에 와서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은 걸 서운하게 생각하고 좀 원망했었습니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인데,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데 살다 보니까, 그냥 가서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현이 아버지 눈치 보여서가 아니라요. 물론 현 남편에 대한 의리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한때 아이까지 낳으면서 같이 살았던 사람이잖아요.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나면, 죽을 때까지 그 마지막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그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기현이는 모르지만, 큰아버지 통해서 둘이 마지막 통화도 했습니다. 그때 서로가 서로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사과라도, 두 사람에게 위안이 됐다고 합니다.

정현이는 제가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훨씬 힘들었던 추1생활을 했으니, 어딘가에서 순수하게 진심으로 아무런 댓가없이 기현을 이해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먼 시일에) 기현과 정현의 이야기로 짧은 외전이 나올 수도 있으니깐요. ^-^





8. 아버지

평생을 제멋대로 살았던 아버지였지만, 기현에게 무책임한 아버지는 아니었습니다. 서사를 너무 부여하면 신파가 될까 봐 뺐지만, 아버지로서 나름의 노력은 하면서 살았습니다. 다만, 에스크에도 썼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고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잘해보려고 애써도, 잘 안되는 것도 있잖아요. 기현이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고 자란 건, 바로 그런 아버지의 노력을 봤기 때문입니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이 의지하면서 살았습니다. 






9. 검도

기현이가 상익이를 이기고 다치게 하는 검도가 아니라, 자신의 검도를 했다면, 결국엔 상익이를 이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라면 기현이에게도 있고, 노력은 기현이도 했습니다. 다만, 기현이는 그때 너무 불안했고, 그래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렸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습니까.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고, 기현이도 그땐 너무 어렸던 걸요. 어렸다는 게 면죄부를 주진 않지만, 우리 모두 어렸던 시절이 있으니깐요. 적어도 서른 한 살, 마흔 한 살에 그런 짓을 하는 것보다는 아량을 베풀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10. 검도부

에스크에서 이미 질문해 주신 분이 계셨는데, 검도부는 그 다음해에 다시 전국대회 개인전은 2학년만 나가는 걸로 바꼈습니다. '외전에 실력순만 공평한 거 같아?'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사실 장견이 바꾸려던 선발제도가 그렇게 불공평 한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위에서 OB들이랑 감독이랑 지들끼리만 정하는 건 잘못된 게 맞는데, 나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선발과정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되도록 여러사람한테 골고루 기회를 주려고 하고, 또 1학년은 내년에도 기회가 있으니까 이제 곧 군대 가면 운동 오래 쉬어야 하는 2학년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도 있었구요. 어쨌든 실전 경험 있는 선수도 있어야 내년에 팀을 이끌어가니까 장기현이 아니라도 단체전 한 두자리는 1학년들한테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장기현은 본인만이 옳고, 정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아니었지요. 공평의 기준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를 수 있으니깐요. 뭐 세상만사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깨지고 부딪히면서 뭔가를 배웠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현이 너무 비싼 수업료를 낸 건 맞습니다. 








11. 노동요

주로 새벽에 글을 쓰고, 유튭 플레이리스트로 검색해서 그때그때 끌리는 음악을 틀어놓곤 합니다.

본편을 쓸 때는 거의 매번 심규선님의 음악을 셔플로 틀어놓고 그것만 들었습니다. 마지막화는 '창백한 푸른 점'만 주구장창 들었구요. 가사 중 '서로 일으키고 끌어안고 무너뜨리며' 라는 구절에 꽂혀서요. 여러분, 혹시 알고 계셨나요? '창백한 푸른 점'이 우주에서 본 지구를 표현한 말이라는 걸요.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우리 모두 다 작은 점의 더 작은 점일 뿐이네요. 앗,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구요. 

외전을 쓸 때는 주로 이런 음악을 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X72JZanTo

https://www.youtube.com/watch?v=J87xiphH_u0

https://www.youtube.com/watch?v=WqvpVzLU1kY&t=354s


어떤 부분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 주제에 맞게 골라 들었습니다.

혹시 다시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 참고삼아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 또 검도

이번 시즌에서는 검도 이야기가 거의 메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검도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전달하려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번 시즌을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도 검도가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저야 검도에 대해 알고 있으니 중단자세라든지, 빠른머리치기라든지, 이런 게 바로 연상이 되는데 보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으실 테니깐요. 


https://blog.naver.com/lskdgdlsl13/222126104185


혹시나 장면을 상상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참고사이트 하나 올립니다. 





13. 내 자랑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 '이건 잘 썼다'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기현의 테스트 중 '중단' 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는 그냥 중간에 그만두는 의미의 '중단'으로 들렸을테니깐요. 눈치채시고 칭찬해 주신 분도 계시지만, '중단'이 검도용어라는 걸 모르셨던 분들은 좀 와닿지 않으셨을 겁니다. 또 그 '중단'에 둘만의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도 외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셨을 거구요. 검도부 때 중단 에피소드를 본편에 넣어서 테스트 때 상익의 '중단' 대사에 임팩트를 좀 줘볼까도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본편 - 외전 - 다시 본편 복습을 하시면서 그 부분을 다시 읽으시면 처음 읽으실 때하고 느낌이 좀 다르시지 않을까, 해서요. 아, 이게 그런 뜻이었구나, 소오름. 까지는 아니려나요? 소오름이면 좋겠는데.





14. 에스크

또 에스크가 이렇게 밀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맨날 에스크 찾아달라고만 하고, 답변은 이렇게 늦게 드리니 참 할 말 없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래도 찾아주세요! 글 정말 별로였어요. 내 돈 돌려줘요. 이런 글도 뭐...약간 상처는 받겠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돌려드릴 수가 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놀러오세요~!

https://asked.kr/seulgombal5









이렇게 해서 이번 시즌이 정말로 다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비록 초일류인기작가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대작을 써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단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읽으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으셨다면 그걸로 이번 시즌을 쓴 보람을 다하였다 하겠습니다. 못다한 이야기가 남았다면 에스크에서 하기로 해요.




그럼 여러분, 

행복하세요.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 보너스트랙으로 짧은 단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한가하신 분들은 한번 들렸다 가세요. ^---^

(기현-선의 외전은 좀 더 나중에 들고 오겠습니다)






다음편 대신 써주실 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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