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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 Sweets
r. 클레어 @Clair__exo
w. 원 @warn_1290

2017.10.07 클레어님의 트위터를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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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tymú - walk with me







촉, 하고 물기 가득한 두 입술이 떨어졌다. 아, 벌써 다 녹았네. 찬열은 아쉬움에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렇다고 해서 백현도 다르다는 건 아니었다. 알록달록 꽤나 큰 알의 사탕이 어느새 사라졌다. 순식간에 없어진 기분이다. 입안은 달달해 죽겠는데, 그래도 아쉬운 기분이다. 집에 있을 작은 사탕을 찾아 가져와야 할까, 고민했다.



둘을 놀리기 좋아하는 -사실 반응이 제일 크고 부끄럼을 엄청 타는 백현이만 놀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동현이와 성식이를 포함해 조용한 경석이까지 합세해, 기념일을 맞은 둘에게 특제 왕사탕을 만들어서 줬었다. ‘짜식들, 맨날 쪼만한 걸로 쪽쪽대고 앉았을 거지? 이 형아들이 돈 좀 썼다!’ 제 가슴을 퍽퍽 쳐대며 의기양양하게 말해오던 동현이었다. 그에 옆에 있던 성식이가 큭큭대며 ‘이거 다 먹으려면 일주일은 걸리겠다, 야!’ 놀려대었다. 조용한 경석이는 여전히 물만 호록 마셔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친구들에 찬열은 푸핫, 웃음을 터트려버렸고. 그걸 보고 백현은 경악했다. 대체, 이게 뭐야…….

청포도 맛 사탕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아니 두 배가 뭐야 서너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거 입에 넣으면 찢어지는 거 아니야? 주둥이 닿기도 전에 한 명이 죽겠네. 어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동현이가 들고 있는 그 알을 쳐다보는데. 그런 백현에게 특제 왕사탕을 들이대며 이걸로 지금 해보라며, 장난을 쳐대는 동현이와 성식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백현은 그 커다란 알을 날려버릴 듯 질겁한 표정이었고, 그런 친구들을 바라보는 찬열의 표정은 이미 너무 웃어 일그러진 채였다. 푸하학,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봤자 가격이 얼마 안 했을 거 다 안다며, 제 얼굴 앞에 들이밀어지는 사탕을 막으려 버둥대는 백현의 어깨를 끌어안은 찬열은 그제야 폭소를 재우고 미소를 띠운 채였다. 정성스럽긴 하네. 동현의 손에 올려 진 특제 사탕을 쏙, 빼가며 말했다.


그대로 찬열이 백현의 어깨를 당겨안아 일으켜 세우곤, 우리 먼저 간다! 외치며 사라진 건 얼마 안 있어서였다. 폭풍같이 휘몰아친 소음에 경석이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폭 쉬었다. 고등학생일 적도 그랬지만 10년이 지난 아직도 유치해 죽겠다. 그런 제 친구들과 여전히 한 무리인 저 스스로도 우스웠을지 모르겠다. 이제 좀 조용해 졌나 싶을 때,

“야, 다 먹고 후기 알려줘라!”

뒤꽁무니 빠지게 백현을 들고 그대로 튀어버리는 찬열에게 외치는 동현이의 큰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그렇지. 백현이 불쌍해지기 시작한 경석이었다.




“음……, 꽤 괜찮네. 다음엔 메론 맛으로 만들어 달라 할까?”

그런 경석의 걱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미 다 녹아버린 사탕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백현이었다. 그런 백현을 눕히고 협탁으로 손을 가져다대는 찬열이 있었다. 부스럭대는 게, 그 큰 손에서 콘돔과 여러 맛의 사탕이 우르르 침대로 쏟아졌다. 백현이 그 모습을 보고 와하하, 웃어버렸다.



그렇게 그날 밤, 하루 만에 그 사탕을 다 녹여버리고도 모자랐던 둘이라는 건, 친구들은 모르는 비밀.







Candy Sweets 下


" 그냥, 사랑 없이 못 살아 "







"야, 너넨 아직도 사탕 물고 하냐?"

"뭐, 뭐래."


또 오랜만에 만나서는 이런 질문만 하지? 게다가 찬열이 화장실 가고 없는 이런 때에만. 제 얼굴을 들이미는 동현이의 면상을 밀어내며, 백현은 시선을 피해 소맥이 담긴 잔이나 들어 홀짝였다. 말은 왜 더듬어, 변백현! 찔리냐? 찔리지? 와하하! 짜증이 왈칵 일어 백현이 그런 동현에게 시끄럽게도 웃어댄다며 그의 입에 휴지를 쑤셔 넣었다.



"아! 에퉤퉤뒈, 왜 입에다 휴지를 쑤셔 넣고 그래!"

"시끄러우니까 좀 득츠르……."

"그런데, 백현이 너. 진짜 아직도 사탕 물고 하냐?"

"아나, 김성식 너까지 진짜."

아직 오른손에 든 잔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에 이 새끼들은 나한테만 몇번을 쪼아대는 거야. 아, 괜히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에. 짜증이 나서, 평소에는 홀짝이는 게 뭐야, 거의 입에도 잘 안 댈 거. 벌컥벌컥 마셔대는 백현이었다. 씨이, 오늘따라 쏘맥이 다네, 달아.


"아 진짜~가 아니고, 뭔 아직도 사탕 키스야."

"맞아. 너네 아이리스 찍냐? 어? 누룽지 맛 사탕?"

"사탕 물고 하는 게 뭐! 뭐 어때서! 배, 배로 달달하거든?!"

"흐유…, 너네 맨입으로 해보긴 해봤냐."


아휴…… 모솔 변백현, 아직도 미천한 신세 못 벗어났네. 성식이가 쯧쯧 대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까 동현이 제게 찔리지 찔리지? 놀리듯 물어봤을 때 얼굴을 밀어버렸지만. 백현은 사실. 찔린다. 많이 찔린다. 찔린 정도가 아니가 쿡쿡 박혀서 피가 주륵주륵 나는 기분이다. 민망해 죽겠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사탕 없이는 찬열과 키스를 해 본 적이 제대로 없는 것 같다. 저어번에 사탕을 삼켰다는 찬열의 혀를 제가 깨물어버린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런데 진짜루, 느낌이 이상했단 말이지……. 백현은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너네 백현이 좀 그만 괴롭혀. 지들은 키스 얼마나 해봤다구."

업무관련 통화라도 있었는지 꽤 오래 바깥에 나가있던 찬열이 돌아오자 찬 공기와 아주 옅은 담배냄새가 백현의 코 끝에 스쳤다. 찬열이 그의 어깨를 감싸오며 옆에 앉았다. 찬열이 장난스럽게 뱉은 말에 동현이는 물론 성식이가 노발대발을 했다. 물론 옆에 있는 경석이는 여전히 혼자서 조용히 물 들이키듯 술만 마시고 있었다.


"야야, 너네 이 형을 무시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빠삭한데!"

성식이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 성식이의 웃음을 보며 느낌이 좋지 않다고 느낀 백현이었다. 고등학생 때 성지식이 빠삭해 이름도 성식이 아니냐며, 우리 사이에선 '성박사'라고 불리우던 그였다. 그래봤자 이름만 거창하지, 야동쟁이일 뿐이었지만.


말 나온 김에 여기서 맨 입으로 해봐! 내가 잘 알려줄게. 으흐흐, 음흉한 웃음까지 곁들인 성식이의 말에 결국 참지 못 한 백현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야! 뭐, 뭘 여기서 해! 우리 둘이 있을 때 할 거니까 관심 꺼! 부끄러워서 인지, 화가 나서 인지. 아니면 그저 소맥을 들이켰던 것 때문인지 얼굴이 빨개져있는 백현이었다. 그런 백현의 반응에 성식이와 동현이는 더 신날뿐이었다.



"오~ 안한다는 소리는 안하네?"

"변백현 역시! 모솔의 굴레에서 우리가 간신히 빼내어 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암, 그럼 그럼."

"큭큭, 둘이 그럼, 하고 후기 알려줄 거ㅈ……, 악!"

“못하는 소리가 없다, 새끼야. 관심들 좀 꺼라.”


지켜보던 찬열이도, 보다 못했는지 성식이의 뒤통수를 퍽, 소리 나게 한 대 쳤다. 이 새끼들 술에 꼴아가지곤 못하는 말이 없다. 쯧쯧, 혀를 차다보니 어느새 제 옆에서 졸린 눈을 꿈뻑꿈뻑 감았다 뜨는 백현이 보였다. 마쟈, 관심 좀 꺼 제바알……. 혀가 꼬이는지 괴상한 발음을 하며 소리를 먹어버리는 백현이,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찬열의 어깨에 고꾸라졌다. 이제 갈 시간 됐나보네. 찬열은 물을 한 번 들이키고는 벗어둔 제 겉옷을 백현의 어깨에 걸쳐주고, 그를 양 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웠다. 어깨를 안고 밀착시켜 간신히 넘어지지 않게 돕는다. 이런 광경도, 이 모임에서는 흔한 일이다.


“야, 우리 먼저 간다.”

술꼬장 고만 부리고 곱게 들어가라. 비틀대는 백현의 어깨를 붙잡고 남은 세 사람에게 외치듯 말하고 돌아서는데. 아까의 그 성박사가 다시 빙의라도 되었는지 고개를 든 성식이가 술에 취해 꼬인 발음으로 ‘야~ 이 쉐리들아, 가서 꼭 해봐라 엉? 후기 알지?’ 소리를 지르곤 상에 머리 쾅 박았다. 그대로 곯아떨어진 모양이었다. 아휴 김성식 저 새끼, 끝까지……. 이를 으득 갈며 맘속으로 생각하던 찬열은, 제 품에 비틀대는 백현의 몸짓에 성식이와 남은 두 놈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술집을 얼른 나왔다.

뱩현아, 내 허리 잡아 안 넘어지게. 우우웅……. 똑바로 걸을 수 있어? 우우우웅……. 아효. 아주 술이 되셨구만. 무지막지하게 저를 놀려대는 성식이와 동현이 녀석들 옆에서, 성질이 나 경석이와 조용히 홀짝홀짝 댔을 게 분명했다. 뻔하다, 뻔해. 이젠 웃음이 튀어나올 뿐이다.



술이 약한 백현이었기에 그를 매일 데려다 주는 게 습관이 되어서 술 약속이 있어도 도통 입에 술을 잘 대지 않는 찬열이었다. 주량은 세지만 의도치 않게 그저 기분 좋게 한두 잔 마시는 정도가 되었다. 오늘도 오랜만에 만나는 다섯 명의 모임이니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마신 거지, 사무실 전화도 받고 벌써 취해버린 녀석들 꼬장도 받아주다 보니 시간도 금방 갔다. 그래도 힘든 정도는 아니었다. 백현을 데려다 주는 게 제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틀대는 백현의 걸음이 불안했다. 제 품에 있어도 아슬아슬한 기분이라, 잠시 느려진 걸음걸이를 발견하자마자 업어줄까? 물어봤다. 아까는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는 건지 아닌지 모르게 우웅, 거리던 백현이. 업어줄까, 물어보는 말에 그제야 찬열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제대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우웅……, 업어줘어….”

으악, 심쿵.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웅얼거리는 그게 또 귀여워서 몰래 휴대폰을 들어 제 어깨에 기댄 백현의 얼굴을 카메라로 살짝 찍고. 찰칵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헤롱헤롱한 백현의 얼굴과 제 휴대폰 화면 속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키득키득 웃은 찬열은, 이내 조심조심 허리 숙여서 뱩현을 어르고 달래 제 등에 업었다.


찬열의 넓고 높은 등에 업히자 기분이 좋은지 백현이 으흥흥, 하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네, 백현이. 괜히 저도 웃음이 나서 백현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한두 번 두드려 주고. 몇 분 안 있어 색색 거리는 숨을 뱉으며 자는 것 같더니 금방 깨버린 백현은. 갑자기 또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리를 동동, 굴렸다. 근데 너, 지금 내가 업고 있는 건 자각하고 있는 거니……?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한 찬열이, 백현아 나 좀 힘들다. 그러면 아 그래?! 하며 조용해지고. 또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색색대다가 다시 다리를 동동 흔드는 일이 두어 번.

그 과정에서 지쳐버린 찬열이 헥헥 대자 이번엔 ‘찬열이 힘들어?!’ 그러면서 제 얼굴을 잡고 고개를 돌려 뽀뽀를 쪽쪽쪽, 해대었다. 뽀뽀는 좋아, 좋은데. 야, 나 그러다가 목 돌아가……. 목까지 뻐근하니 힘들어지기 시작해서 힘겹게 끄응, 거리는 소리를 내버리고. 그런 찬열을 그제서야 눈치 채고 술이 조금 깬 목소리로 미안해앵~ 애교를 부리며 그의 볼에다 제 얼굴을 더 들이미는 백현이었다. 쪽쪽, 찰진 소리를 내며 찬열의 볼에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아직 큰 길 가여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제 등에 업힌 채 뽀뽀를 해오는 백현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에 아하하,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빨리하는 찬열이었다. 오늘 좀, 힘든 하루네…….



좀 잠잠해진 것 같더라니 다시 다리를 동동 굴리며, 이젠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타령해대는 백현이다. 아니, 백현아. 아무리 너여도, 업힌 채로 그러면……. 어억, 소리를 내며 힘들게 버티는 찬열이었다. 오늘, 좀이 아니고, 많이… 힘든데……?

집에 다 와 가니까 더 그런지 발 구르는 게 거세지는 거라, 백현아, 어억, 외마디 비명을 지르다가. 아 얘가 오늘 왜 이러지? 혼잣말 하면, 또 실하게 대답을 해주는 백현이다. 우움, 나 집에 들어가기 시러! 대답뿐이면 모르겠는데, 발 동동 구르면서 그래버리면, 내가 좀 많이 힘들거든……? 백현의 집 건물이 보이기 시작해서 얼마 안 남았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다가, 집 들어가기 싫다고, 싫다고. 노래를 부르는 백현에 찬열은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응, 알겠어, 뱩현아. 백현아, 우리 몸 가만히 두고, 말로 하자. 응……?


“집! 들어가기! 시! 러! 시!! 러어어어!!!”

“아, 알겠어, 알겠어! 뱩현아! 안 들어갈게! 안 들어갈게……, 제발.”

으히히, 진짜지? 그래……. 찬열의 얼굴에 어둠이 꽤 내려왔다. 집 앞인데 집에 못 들어가는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다. 후……, 힘들게 몰래 한숨을 쉬고 있으면, ‘나 내려조!’ 하는 목소리가 있고. 어? 배켜니 내려조, 얼르은. 이젠 3인칭까지. 배켜니 내려조, 에 또 웃고 있는 제가 더 우스워서 창피해지기 시작한 찬열이다. 이미 쪽 재산은 다 팔리다 못해 파산한지 오래다. 그런데 귀엽잖아. 사랑스럽잖아. 나도 참 중증이지, 혀를 차면서도 조심히 내려와, 하며 제 등에 업힌 백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백현이 이렇게 소위 말하는 ‘땡깡’이라는 걸 부린 적이 없다. 술을 먹어도 발음 구부러지는 게 몇 번, 그대로 고꾸라져 엎어지는 게 매번이고. 평소에도 은근히 무뚝뚝해서는 제가 부리는 애교를 뭐야,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다. 찬열은 그저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귀여운데 말야, 정말 귀여운데. 얘가 오늘 왜 이러지. 스믈스믈 걱정이라는 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백현이 허이짜, 하는 소리를 내며 찬열의 등에서 내려왔다. 등에 지던 무게가 사라지니 한결 나았다. 숨을 고르고 차가워진 밤공기에 백현을 돌아봤다. 어깨에 걸쳐준 외투가 백현의 어깨에 삐끗, 하더니 이내 달랑달랑 거렸다. 찬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면서 그 외투를 정리해 어깨에 다시 잘 얹어준다. 추워, 감기조심. 목 주변의 옷깃도 바로 해준다. 아까까진 저를 괴롭히던 못난이였어도, 여전히 제 사랑스러운 애인이다. 손길에 담긴 애정만으로도 알 수 있다.



백현은 헤롱헤롱하던 정신이 반쯤 깨어난 걸 느꼈다. 그대로 한두 발자국 더 가 찬열의 앞에 섰다. 시선을 더 올려봐야 해서 목이 뻐근했지만 이 정도는 지금의 백현에게 상관이 없다. 상관 쓸 겨를이 없다. 찬열을 올려다보는 얼굴에 시무룩한 감정이 서려있다. 찬열은 그걸 알고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다정한 손길에 백현은 더 서럽다.



“너도 사탕 없이 하고 싶어?”

그렇게 다정한 제 애인을 올려다보다 문득, 백현이 웅얼거리듯 뱉어버린 말이다. 그 말에 그게 무슨 말이지, 싶었는데. 순간 찬열의 머리에 성식이 떠올랐다. 내내 백현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여즉 그렇나 보다. 찬열은 잠시 멈칫한 손길을 다시 해,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계속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귀여우면서도 속상해하는 표정에 괜히 맘이 아릿하다. 그래서 찬열은, 부러 모르는 척을 할 뿐이다.


“동현이랑… 성식이가아……. 너가 나한테 다 맞춰주는 거라고. 너도 사탕 없이 하고 싶을 거라고…….”

얘네는 또 언제, 그런 소리를…. 제 친구들의 이름이 나오는 게, 왜 이리 기분이 찝찝한지. 너 화장실 갔을 때 그랬어, 찬열이가 너한테 맞춰주는 거다…… 그럼서. 고개를 들어 잘만 맞추던 시선은 어느새 찬열의 가슴께에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민망한 건지, 문득 미안함이 든 건지. 그런 말을 해오는 백현이 안쓰럽다. 그 두 녀석이 대체 무슨 소릴 한 거야 싶으면서도, 제 앞의 작은 머리통이 안 그런 척, 고민으로 가득 찼었나 보다 생각을 하니. 찬열은 애써 웃음지었다. 에이, 나 안 그래. 걔네 말 신경 쓰지 마.


“……속상해써?”

“뭐래애. 아니. 나 안 속상했어.”

“진짜?”

“진짜.”

제 얼굴을 백현의 얼굴에 가까이 대며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대답하는 찬열이었다. 이쯤이면 부담스럽다, 눈 튀어나올까 무섭다, 장난치며 제 얼굴을 밀었을 백현인데. 그저 제 그런 장난에 물끄러미 쳐다본다. 눈썹은 축 처져있고, 눈빛은 여전히 촉촉하다. 찬열은 마음이 아리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백현의 목을 감싸고 입술을 살짝 맞췄다. 쪽, 하고 입술이 떨어졌다. 뜨뜻한 감촉의 얇은 입술이, 아쉽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면 제 입술로 덮어버려야지. 찬열은 아쉬움을 덮을 변명을 스스로에게 해대었다. 백현이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런 거야. 뽀뽀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하면서.




“……함 해볼까?”

길거리지만, 뽀뽀 한번만 더 할까. 찬열이 큰 눈을 꿈뻑이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백현의 말에 찬열이 눈을 더 크게 떴다. 당황한 탓이었다. 엉?! 쿨럭이며 뱉어버린 비명 같은 소리에, 삑사리까지 났다. 사탕 없이, 한번 해볼까 찬녀라? 제 이름을 찬녈, 이라고 발음하는 귀여운 혀가 제 눈앞에서 굴러갔다. 찬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배, 백현이 취했다. 응? 우리 들어가자.”

“나 술 깼어.”

“그럼, 졸리지! 졸리잖아! 그치? 얼른 들어……”

“아니이, 한번만 해보자! 내가 또 깨물까봐 그래?”

백현이의 세모입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에 찬열은 저도 모르게 제 혀를 입안에서 몰래 굴렸다. 따끔하긴 했지……. 아니, 백현이 너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거지. 변명 말고, 너 내가 또 혀 깨물까봐 그런 거 맞지? 단호한 목소리다. 찬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찰나의 고민까지 캐치해버린 백현이었다. 누가 박찬열 애인 아니랄까봐…….




“안깨물어.”

“…….”

“배켜니 진짜 안 깨물게!”

“미심쩍은데…….”



찬열이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진짜 술이 반쯤만 깼나보다. 웬일로 잘 서있다 했더니, 아직 3인칭으로 제 이름을 말한다. 이상해도 참을 수 이써! 꿈뻑이는 눈을 하고선 그렇게 말하는데. 귀엽긴 한데, 진짜 아직 조금 미심쩍다. 아주 조금이야, 아주, 조금…….



“하자. 하자, 하자! 하자!!”

“하…, 너 진짜 안 깨물 거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해오는데. 찬열이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다는 듯 부러 말을 한다. 하, 하는 한숨도 보탠다.




“응응응응, 나 진짜 안 깨물게 일루와.”



그런 찬열에 백현은 아이 달래듯 대한다. 저가 더 아이 같은 말투인데도 그렇다. 그러면서 찬열의 셔츠 깃을 잡아 저에게 가까이 끌었다. 그대로 직행하는 입술. 포개지는 게, 폭신폭신. 쉬폰 케이크 마냥 그렇다. 한 두 번 입술을 꾹, 꾹, 눌렀다 떼다가 백현이 찬열의 입술을 물었다. 젤리마냥 말캉하고 통통하다. 제 납작하고 얇은 입술과 다르다. 두근두근, 제 심장박동이 올라오는 소리는 무시하고. 입술을 삼키는 백현이다. 이번엔 혀를 굴려 입술을 핥아본다. 밤바람에 차가워진 입술이 느껴졌다. 그러다, 슬며시 열리는 찬열의 입술에 순간. 움직임이 멎어버리고 만다. 멈칫해버리고 만다. 그런 백현에 괜찮다는 듯, 어르고 달래는 찬열의 입술이 있다. 입술로 백현의 윗입술을 한번 물고는, 빼꼼, 나와서 멈춰버린 혀를 물 듯 쓰다듬는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저도 혀를 빼내어 입술과 혀를 쓸어준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여주는 느낌이다.

이내 혀가 맞물린다. 역시 사탕이란 매개체가 없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미끄덩, 하고 제 입안으로 들어와 말캉인다. 역시, 전처럼 이상한 기분이다.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든다. 술기운 때문일까? 처음 느껴보는, 붕- 뜨는 듯한 기분이 백현의 목 주변에서부터 간질간질하게 오른다. 미지근한 혀의 느낌이 이상하다. 이상한데. 좋다. 마냥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고,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찬열의 냄새가 가득 제 코에 들어온다. 그의 향에 취해 제 머리가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백현이 꼭 감았던 눈 근육에 힘이 풀렸다. 머리가 몽롱했다. 저도 모르게 숨을 후욱, 뱉어버린다. 흐음, 소리도 뱉어버린다. 이상하게도 자연스럽다. 백현은 이 상황이, 어찌 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미끈하고 은근히 따뜻한 그 감촉에 집중을 할 뿐이다. 분명히, 저 멀리로 차 소리, 사람 두어 명이서 말하는 소리, 은근히 센 바람 소리. 귀로 다 들어와서는, 곧장 흩어지는 기분이다.


백현이 내는 소리가 찬열의 귀에 만족스럽게 울린다. 그에 찬열은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가 버린다. 허리를 잡았던 두 손은, 백현의 한쪽 볼을 잡고,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백현을 제게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따뜻한 온도가 전해진다.

그대로 깊숙이 맞물리다가, 치열을 훑고. 볼 안쪽과 입천장까지 훑는다. 평소 같았으면 안 한다며 금방 저를 내쳤을 백현이, 얌전히 저를 따라온다. 그에 찬열은 한편으로, 신이 난다. 반대로 백현은 그저 아찔할 뿐이다. 분명히 이상한데, 좋다고 표현하기 뭣한 감정이 제 목 뒤를 간질인다. 찬 옷길을 꾹 잡은 손길에 힘이 더 들어가다가, 이내 힘을 풀어 찬열의 목을 조심조심, 끌어안는다. 둘 사이에 간격이란 없어 보였는데, 더 밀착됐다.





파하…….



이내 두 입술이 곧장 떨어졌다. 두 눈이 마주쳤다. 숨을 고르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렸다. 촉촉한 입술과 입술 사이로 서로의 뱉은 숨이 느껴졌다. 백현은 두근거리는 제 심장박동 소리가 올라와서, 숨기고 싶었다. 허나 밀착해있는 몸 때문에 그게 될까, 가볍게 포기하고 만다. 저와 맞닿아 있는 몸에서도, 두근. 두근. 울림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어때……? 괜찮아?”

“……응.”

“안 이상해?”

“조금 이상한데…, 괜찮았어.”
백현의 대답에 찬열이 웃는다. 장하다 내 새끼.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머리를 헝클인다. 괜스레 대견한 느낌이다.





“사탕 없이 하는 것도, 괜찮네.”

“그래? 좋았어?”

“……몰라. 나 춥다.”

“푸흐. 이제 들어갈까? 아까는 들어가기 싫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추워. 안에 가서 하자.”

“엉?”


들어가서 하자구. 대답하곤 쏙, 찬열의 품에서 나와 버린다. 백현의 말에, 이번엔 찬열의 정신이 멍해진다. 백현은 술이 깬지 오래다. 맨정신에 가깝다는 말이었다. 진짜?! 진짜 안에 가서 할 거야? 싫으면 오지 말든가. 아니! 아냐! 완전 좋아! 진짜 할 거지? 진짜지? 무르는 거 없다! 제 뒤에 촐랑촐랑 쫓아와서는 대형견마냥 왈왈 짖어대는 찬열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백현이다. 후회되기 시작하는데…….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면서도, 저도 몰래 웃어버린다. 이내 백현의 집 문이 닫히고. 둘은 또 껴안는다. 둘 사이에 간격이란 없이.


웃음 가득한 두 입술이 맞닿는다. 달다. 이번에는 입안에 굴러다니는 사탕이 없다. 그런데도 달디 단 느낌이다. 낯설지 않다. 매번 사탕이 있었던 둘 사이의 빈자리는, 서로로 메꿔 둔다. 까끌한 사탕의 표면 대신, 저들의 사랑의 부드러운 감촉만 자리할 뿐이다.




나 또 자고 가?
싫으면 집에 가든가.
아냐, 좋아. 나 완전 좋아! 나 일주일 내내 자고 갈 거야!


……괜히 말했네.





-



Candy Sweets
사탕보다 달콤한 이야기.

-The End-






쓰면서 간질간질해서 좀 죽고싶었습니다... ;-; 

글을 쓰고 업로드 하는 걸 허락해주시고 좋게 봐주신 클레어님께 넘 감사합니다! 8ㅅ8

읽으시는 분들도 이 간질거림을 함께 느껴주실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클레어님의 썰도, 제 글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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