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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티넬버스, 섀도우헌터스 공식 세계관이 아닌 AU 사용.







"허억, 허억…."


경련을 일으키며 잠에서 깨어난 알렉은 전력질주라도 한 듯 급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마와 가슴에는 땀이 흥건했다. 거칠게 숨을 내 쉬면서 숨을 고르려고 해도 알렉의 발작은 쉽게 가라앉는 편이 아니었다. 어질한 시야를 겨우 의지해 불을 켜니 이미 침대는 그의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항상 훈련된대로 깔끔하게 살아온 그가 가장 싫어하는 상태였지만 발작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그는 침대따위 신경도 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다.


"이…, 이지."


간신히 의무실에 도착한 그는 놀라 달려오는 여동생의 이름을 내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이자벨은 쓰러지는 알렉의 어깨를 받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렉! 괜찮아? 다급한 목소리에 의무실은 잠시 소란스러워졌으나 익숙하게 무리 중 하나가 주사기를 들고 뛰어오며 잠잠해졌다. 이지는 급한대로 눈에 초점을 잡지 못하는 알렉을 바닥에 눕히고 빠르게 손을 놀렸다.


"알렉, 천천히 숨 쉬어봐. 정신이 들어?"


알렉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익숙한 여동생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지. 알렉의 입에서 나온 그녀의 이름에 이지 역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형제는 가이드가 없는 센티넬이었으므로 언제 이렇게 발작을 일으킬지 몰랐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수행해온 알렉이 발작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기는 그녀에겐 항상 어려웠다. 센티넬의 발작은 충분하지 못한 가이딩으로 인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으나 알렉과 파장이 맞는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그녀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왔는지 알렉은 몇번의 쉼호흡 끝에 상체를 일으켰다. 더 쉬어야 한다는 말에도 알렉은 한사코 거부하며 배정된 방으로 돌아왔다. 복도를 걷는 동안 알렉의 발작을 구경아닌 구경하던 사람들은 알렉의 서늘한 눈과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렸다. 올해 들어 잦아진 발작은 알렉으로서도 방도가 없었다. 의사는 가이딩을 받지 못하고 계속 능력만 사용했던 탓에 몸에 점점 균열이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파장이 맞지 않는 가이드의 가이딩은 매우 미약할 뿐만 아니라 스킨십을 싫어하는 알렉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결과 계속해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알렉은 어질러진 방을 치우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가이드가 뭐라고. 센티넬들이 가이딩에 목매달며 미쳐가는 것을 봐온 그로서는 가이딩이 그리 중요한지 조차 의문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이름도 정체도 모를, 심지어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는 그의 가이드를 생각하다 알렉은 고개를 저었다.




삑- 삑- 삑-


작은 알람소리에도 귀신같이 눈을 떠낸 알렉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정리했다. 그의 방 벽에 크게 자리한 창문에서는 어느 새 밝은 햇빛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불필요한 동작을 제외하며 세수를 마친 알렉은 신발을 갈아신은 후 훈련실로 향했다. 조용한 훈련실에는 알렉이 뛰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훈련 후에는 아침식사, 그리고 배정받은 가이딩 약을 먹은 후 임무 회의. 회의가 없을 경우에는 신체훈련. 매달 돌아오는 센티넬 체력/능력 검사. 휴일도 존재하지 않는 판에 박힌 이 일상은 그가 이 센터에 온 후 20년 여년 동안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제이스와 이지는 매일이 매일처럼 동일하게 살아가는 알렉을 걱정했다. 센티넬이기 이전에 인간인 것을 잊기라도 했는지 알렉은 무엇하나 일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사람을 싫어하는 탓에 늘어가는 가이딩 약은 특히 이지를 걱정스럽게 했다.


센티넬들이 가이드를 만나고 나면 가이딩 약을 끊기 마련인데, 알렉은 아직 그와 맞는 가이드도 없을 뿐더러 그 자체가 가이딩을 받으려고 하는 타입도 아니었기에 점점 약 의존도가 높아져가는 게 이유였다. 아직은 그의 능력이 발작에서 멈추는 모양이었지만 폭주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지어 알렉은 센터측에서 가장 아끼는 센티넬이었기에 그가 폭주라도 하게 될 경우 죄없는 가이드들만 죽어나겠지. 이지는 임무 브리핑을 받는 알렉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다 씁쓸하게 웃었다.


"아, 이자벨.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여긴 무슨 일이세요?"

"음. 미스터 라이트우드 때문에요."



알렉을 뜻하는 그 말에 이지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급히 독촉하듯 묻는 말에 남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하하, 나쁜 건 아니에요. 미스터 라이트우드와 매칭되는 가이드가 나타나서요."


남자는 놀라 멈춰있는 이지를 지나쳐 회의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어… 죄송합니다. 미스터 라이트우드? 가이드 부서에서 왔습니다. 잠시 실례. 알렉은 남자와 함께 복도에 멍하니 서 있는 이지를 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가이드? 알렉과 맞는 가이드라고? 상황파악을 마친 이지는 둘을 놓칠까 급히 뛰어 따라가기 시작했다.





"매칭률이 99.9%에요. 하하, 저희도 이런 매칭률은 처음 볼 정도입니다."

"……."

"오래 기다리셨다더니, 이런 분을 만나려고-"

"가이드가 꼭 필요한겁니까?"

"하, 당연하지! 지금 오빠 상황이-"


이지는 알렉의 차가운 반응에 어이없다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오기 전까진. 세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방에 들어온 남자에게로 쏠렸다. 화려한 인상의 남자는 계속 하라는 듯 살랑대는 손짓을 했다. 그 짧은 손놀림에도 붉은색의 네일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제가 타이밍이 나빴나 보네요. 조금 있다가 올까요?"

"아닙니다, 잘 맞춰 오셨어요. 미스터 베인. 이쪽으로 오세요."


‘미스터 베인’은 살포시 눈을 접어 웃더니 남자가 가리킨 쇼파 위에 앉았다. 그가 가까워지자 기분 좋은 향수 냄새가 셋의 코를 자극했다. 음, 조금 덥지 않나요? 남자는 익숙하게 목 부분의 단추 몇개를 풀러 잘 익은 피부색을 드러냈다. 별거 아닌 동작 하나에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 집중했던 이지는 어색하게 눈을 돌렸다. 남자는 시선을 받는 것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굴었다.


"미스터 베인은 300년 전에 센터에 등록을 하셨어요. 저희 부서에서도 그렇게 예전 기록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기에 여태 가이드를 찾지 못했죠."

"하하, 제가 보기보다 나이가 많죠."


미스터 베인은 노래를 하는 듯 발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알렉은 아직도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지 않았다. 제 가이드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은 해보긴 했지만 전혀 그의 적은 상상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제 이름은 매그너스 베인. 매그너스라고 불러요, 미스터 라이트우드."

"……."

"……."



알렉은 매그너스가 내민 손을 쳐다보기만 하며 입을 열진 않았다. 알렉의 경계를 알아챈 이지가 큼큼, 하며 알렉에게 눈치를 주자 알렉은 겨우 제 이름을 내뱉었다.


"알렉산더 라이트우드."


매그너스는 악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이는 핏덩이 센티넬을 어쩔까 하다가 웃음을 지었다. 제대로 된 가이딩을 한번도 받은 적 없다니, 작은 가이딩에도 면역이 없다는 소리겠지. 귀여워라. 매그너스는 손을 더 내밀어 알렉의 팔을 쓸어내렸다. 그 끝에 닿은 손을 잡고 악수를 하듯 흔들며 가이딩을 시작하자 알렉의 눈에는 선명한 당황이 깃들었다.


그는 오래 산 만큼 가이딩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 꼬맹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가이딩을 쏟아낼 수도 있었지만 첫 인상부터 장난을 칠 필요는 없지. 눈 앞이 아찔한 가이딩을 순식간에 경험한 알렉은 매그너스의 손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그대로 손을 들고 있었다. 그가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가이딩은 놀람은 물론 경계를 허물기도 충분했다. 가이딩에 거부를 표할 수 없는 게 센티넬의 본능이었으니까.


제 안의 센티넬이 평생 느껴본 적 없을 만큼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에 알렉은 잠시 말을 잃었다.


"좋네요! 센터측에선 미스터 라이트우드의 가이드를 찾게 되어 기쁩니다. 여기 주의사항을 읽어주시고…"


매그너스는 알렉을 당황시켰던 가이딩을 한게 거짓말인듯 다시 살랑거리며 종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이마를 간질이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집중하는 그 모습에 알렉은 왠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매그너스?"

"아, 늦게 왔네. 알렉산더."

"여긴 왜 있는겁니까?"


임무를 끝내고 어두워진 밤 방을 찾은 알렉은 예고없이 침대 위에 앉아있는 매그너스에게 물었다. 매그너스는 지루했던 티를 숨길 생각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알렉의 앞으로 다가왔다.


"왜긴, 임무 끝내고 온거 아닌가?"

"…맞습니다."

"그럼 가이딩을 받아야지, 엔젤."


반짝거리는 매그너스의 눈 화장에 시선을 뺏긴 듯 알렉은 매그너스가 자신을 잡아 끄는 미약한 힘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는 알렉을 침대에 앉힌 후 손을 잡았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

"아냐? 그럼…. 이 정도?"


매그너스는 대답이 없는 알렉의 반응을 부정으로 파악한건지 알렉의 허벅지 위에 가볍게 엉덩이를 내려 앉았다. 알렉은 콧속을 파고드는 매그너스의 향기에 낮의 그 아찔했던 가이딩을 떠올렸다. 머릿속으로는 매그너스를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알렉은 제 목을 가볍게 안아오는 매그너스를 밀어내지 않았다. 반장난즈음으로 시작한 매그너스의 가이딩은 가이딩에 면역이 없는 핏덩이를 놀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알렉이 거부하지 않는 반응을 보니 꽤나 동할만 했다.


매그너스는 알렉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응석을 부리듯 안겨있는 자세로 가이딩을 시작했다. 알렉은 처음인 것 치고 꽤 매그너스의 가이딩을 잘 받아내는 것 처럼 보였다. 가이딩의 기본은 접촉인 만큼, 매그너스가 알렉에게 더욱 안길수록 가이딩은 강해졌다.


"흐음… 알렉산더? 너 생각-"


만큼 아가구나. 매그너스는 가이딩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버린 알렉을 바라보며 풋 하고 웃었다. 나 참. 순진한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건지. 손가락을 튕겨 마법으로 알렉을 침대 위로 잘 눕힌 매그너스는 방을 빠져나가려다 발을 멈췄다. 자고있는 알렉의 얼굴을 쳐다보던 매그너스는 앙큼한 웃음을 한껏 띄운채로 알렉의 옆에 누웠다.


글쎄. 나도 잠은 혼자 못 자서 말이야, 알렉산더. 부탁할게.






알ㄹ렉..의..일상을...부수고........들어오는...ㅁㅐ그너스가...보고싶엇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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