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처음부터 마음의 끝은 체념으로 단련된 단념이었다. 혼자 붙잡고 있는 마음이 상대에게 닿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고, 가능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에 좋아하는 마음은 곧 동시에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 마음이 무슨 죄를 지어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지 나름대로 분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짝사랑의 마음의 주인은 금세 다시 체념 하고 말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멋대로 키워낸 것도, 그리고 태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도 모두 자신이었다는 것을 맞닥뜨렸을 때, 마음의 주인은 곧 그것이 저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가 되었든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덜 상처 내려고 차근차근 고이 접으려 했던 마음을 뜻밖의 순간, 예상하지 못한 모양새로 펼쳐 든 동호는 한 손에 검은 두부가 담긴 봉지를 든 채 느리게 가게를 빠져 나왔다. 많이 파세요. 조롱이라 욕먹지 않으면 다행일 인사를 낯익은 얼굴에게 남기고 천천히 다시 찬바람 속으로 들어서는 걸음이 한없이 게을렀다.


“아, 진짜 춥다.”


걸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렀다. 어떻게 벌써 일어나? 아직은 잠에서 깨기에 분명히 이른 시간에 방문을 열고나서는 동호를 보며 여인은 꽤나 놀란 얼굴을 했다. 가게 문을 열기도 전인 시간은 강동호의 시간으로 따지면 한밤중일게 분명했기에 곧바로 안 잤어? 라는 말을 덧붙인 여인을 향해 가볍게 고개만 털 듯 저은 동호는 소파에 채 앉기도 전에 오천 원 짜리 한 장을 건네받았다. 밥 먹으려면 성의를 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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