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환.1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되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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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기타를 쳤다.

처음에는 기타를 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그 다음에는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가, 자신과 닮아서. 이제는 좋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재환은 이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음악과 사랑에 빠진 거라고. 절대 모태솔로의 변명 그런 게 아니라.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저스트 러브.


분명히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실음과에 갔다. 가기는 갔는데. 뭐.


김재환은 학교 앞 빵집에서 알바를 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빵집. 빵을 서걱서걱 잘라서 내놓고 보름달 빵 시식 나왔습니다! 하고 외치는 게 재환의 일이었다. 제가 가위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합죠. 제 왼 손이 어머어마 합니다요. 제가 또 실음과 아니겠습니까? 타고난 게 성량입죠. 이 알바를 하려고 얼마나 굽신 댔는지. 그건 다 황민현 때문이었다. 재환은 생각만 해도 이가 갈렸다. 웃으면 반달로 싹 접히는 눈이나 붉은 입술 같은 거. 재수 없어. 재환이 이 빵집의 명물인 보름달 빵을 휙 내던졌다. 그러다 사장이랑 눈이 딱 마주쳐서 얼른 주워들었다. 으으으. 알바 중만 아니었어도 시원하게 욕 한 사발 하는 건데.


경영학과 황민현.


경영대랑 실음과 건물은 교문이 다를 정도로 멀리 있었고 실제로 그 사이에 벽도 있어서, 둘이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김재환이 술만 먹지 않았으면.


김재환은 만취 상태로 황민현을 만났다. 정확히는 황민현의 차를.


모두가 나를 말렸었나. 그런데도 뿌리치고 들이받았어? 김재환은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재환은 그날, 한 마리의 들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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