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졸업식이 시작됐다. 교장 선생님의 축사가 시작됐다. 3학년 학생이 하나둘씩 학교 강당의 앞으로 나가 졸업장을 받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분들의 축하공연이 끝난 뒤 반의 순서대로 강당을 나가기 시작했다.

 “박시후, 너 어디 가? 끝난 뒤놀자고 해놓고.”

 주혁이 강당을 먼저 나가는 나를 향해 말했다.

 “잠시 다른 반 친구 좀 만나고 올 게.”

 뒤 반부터 먼저 나갔으므로 7반이 우리 5반보다 빨리 나갔다. 강당 밖에는 졸업생들이 가득 있어 달리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정문 앞에 유은아가 보였다. 빠르기 뛰어 유은아의 어깨를 잡았다. 숨을 헐떡였다.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란 모양이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유은아와 눈이 마주쳤다. 

 “얘는 누구니?”

 유은아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물었다.

 “아, 다른 반 친구인데…”

 “말할 게 있어.”

 어깨의 손을 뗀 뒤에 유은아를 보고 말했다. 유은아가 부모님을 봤다.

 “저 잠깐만 옆에서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그래라.”

 

 정문 바로 옆에 약간은 한적한 도로로 향했다. 근처에 유은아의 부모님이 앉아 계신 차가 보였다.

 “유은아, 너 해외로 고등학교 간다면서?”

 유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어디 가는데?” 

 “난 근처 일반 고등학교.”

 “그래서 할 말이 뭐야? 미안하지만 얼른 가봐야 해.”

 “…왜? 시대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

 유은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너 덕분에 일 년 넘게 책만 주구장창 읽었다. 기분이 어때? 시대를 초월한 현자 씨.”

 “너…너! 그때는 나도 사춘기여서!”

 “그래. 모두 그런 시기지. 이해해.”

 “네가 제일 심했던 건 기억 못 하나 봐.”

 유은아의 말을 듣자 내 얼굴도 빨개졌다.

 “아무튼 유학 가서 잘 지내라. 내 할 말은 끝이다.”

 “이거 말하려고 부른 거야?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나도 한 번은 골탕 먹여야 공평하지.” 

 “쪼잔한 자식. 나 덕분에 정신 차렸으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네.”

 “그걸 은혜라고 보기엔 비약이 심하지 않아?”

 “됐고, 나 갈 거야. 앞으로 다시는 보진 말자.”

 유은아가 화가 난 채로 휙 돌아 멀어져 갔다.

 “잘 가라. 외계인!” 

 뒤에서 유은아를 향해 크게 소리치며 양 팔을 크게 좌우로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했다.

 “너나 흔해 빠진 일반고에서 잘 지내봐라!”

 외계인이란 말에 발끈했는지 상체를 돌려 한 마디 쏘아붙이고 금방 다시 부모님의 차로 향했다. 나는 유은아가 차에 탄 뒤에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명백한 조연이었다.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너 손 흔들면서 뭐 하냐?”

 주혁이 이상한 듯 쳐다봤다. 손을 가만히 내렸다.

 “유은아하고 작별 인사하고 왔어.” 

 “’유은아? 너 걔하고 친했던가? 3학년 때 어울리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친한 건 아니었고, 시원하게 한 방 먹이고 왔지.” 

 “뭔 말이야? 됐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그대로 학교 근처에 식당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 일반 정식을 주문했다. 주혁도 정식을 주문했다. 

 외계인이라, 겨울방학 때 우연히 사전을 뒤지면서 알게 됐는데, 외계라는 단어는 단순히 지구 밖의 세계뿐만 아니라 바깥 세계, 또는 자기 몸 밖의 범위. 바로 지금 눈앞의 있는 세계를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유은아는, 그야말로 외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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