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tu viens, par exemple, à quatre heures de l'après-midi, dès trois heures je commencerai d'être heureux.





미치나가는 쉬는 날 시간이 남을 때면 기츠 신사를 찾곤 했다. 신사를 만들 때 공사에 본인이 참여해 익숙한 것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미치나가에게 이 신사는 왠지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조금은 초조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치나가는 한 손으로 들고 있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걸어다녔다. 본인이 계속 작은 원을 그리듯 빙빙 돌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를 초조하게 만든 사람은 케이와. 주기적으로 만나던 그가 답지 않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연락 시간에 늦는다? 전혀 상관없었다. 어차피 미치나가 본인도 쉬는 날이라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으니까. 오히려 늦는 편이 미치나가에겐 훨씬 나았다. 전에 한 번은 30분 일찍 나온 케이와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고 쫄딱 젖어있는 걸 약속 10분 전 도착한 미치나가가 본 적도 있었다. 왜 젖은 채로 기다렸냐 물으니, 미치나가와 엇갈릴 수도 있으니까, 라는 천연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미치나가는 여러 의미로 케이와의 진실성에 감탄했었다.


전화는 무응답. 늦는다는 연락을 먼저 받은 적도 없었고. 무슨 일이 생겼다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전화 한 통, 두 통... 초조해하던 미치나가 앞으로 저보다 큰 사람 그림자가 생겼다.


"여우인 내가 보기에, 너도 여우 같은데? 밋치-. 여우 다 됐네. 그럼, 케이와는 어린 왕자인가. 너구리 왕자."


수상할 정도로 신사에서만 자주 출몰하는 이 능글맞은 녀석 -평소 우키요라 부르고 있다- 은 뭐가 재미있는지 싱긋 웃으며 미치나가에게 다가왔다. 밋치라는 호칭은 쓰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건만, 가끔 그 호칭으로 그를 부르며 반응을 즐기는 편이었다. 미치나가는 오늘도 결국 한숨을 쉬곤 대답 대신 본인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는 그를 한 손으로 슬쩍 밀어냈다.


"하?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네. 그리고 이쪽은 소거든."

"어린 왕자, 어릴 때라면 한 번쯤 읽어보지 않았어? 작가가 분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였지. Le Petit Prince. 거기 나오잖아. 여우. 그 여우, 닮았어."

"...안 읽어봤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중학생 때부터 미치나가는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독서보다 공부와 거리가 멀기도 했고. 교과서에 한 번쯤 실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미치나가는 받은 교과서조차 펼쳐보지 않는 공부와 한 4억 광년 정도 떨어진 출석만 잘 채우는 그런 학생이었다.


"한 번 읽어봐."

"서점 직원도 아니고, 뭔데. 그것보다... 케이와에 대해 알고 있어?"

"엄청. 내가 또 너구리랑 꽤 친하지. 짱친, 이랄까."

"요즘 그런 말을 누가 쓰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대고 있으니 에이스가 미치나가의 왼쪽 뺨 위에 흰색 종이 작은 종이 포장지를 얹었다. 따뜻한 촉감. 미치나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에이스에게서 종이 포장지를 건네받았다. 종이를 벌리자 여우 얼굴이 찍힌 갓 나온 듯한 호빵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사 근처에서 팔던 모양이었다.


"선물."

"...고마워. 우키요."

"별 말씀을."


배가 고팠는지 몇 번 후후 불어서 한 입 베어 무는 미치나가를 에이스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금방 드러난 안의 고기 속에 정신을 팔린 미치나가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호빵은 쪄낸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뜨거웠고,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안에 속이 꽉 들어있으면서도, 간이 심하지 않아 적당히 맛있었다.


"케이와가 올 때까지, 같이 말 상대가 되어줄게. 잠시 걷는 건 어때?"


승낙과 거절, 두 가지 선택.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하던 끝에 그는 결국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미치나가는 입안의 음식물을 꿀꺽 삼키곤 산책로 쪽으로 먼저 걸어가는 에이스를 따라 걸어갔다. 에이스가 항상 하고 다니던 흰색과 붉은색의 스카프가 여우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    *    *


"케이와가 위험에 빠진다면?"

"도와줘야지."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렇게 극단적으로는 안 해. 죽으면 끝인데. 그리고 쉽게 목숨을 놓아버리는 녀석은... 그냥 책임지기 싫어서 현실에서 회피하는 걸로밖에 안 보여. 그래서 싫어. 마음에 안 들어."


아즈마 미치나가는 케이와의 가장 소중했던 가족, 사라를 죽게 만들었다. 세계가 바뀌었다 할지라도, 모두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실. 흔적을 온전히 지울 수는 없어도, 무언가로 덮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존재의 특권이자 살아있기에 짊어진 의무라 미치나가는 생각했다.


대화를 하다보니 금세 산책로를 벌써 한 바퀴 돌았다. 따끈했던 호빵은 이미 미치나가의 뱃속으로 사라져 빈 종이만 남았다. 미치나가는 들고 있던 종이를 작게 구겨서는 근처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달그락. 


저 멀리 케이와의 모습이 보였다. 허겁지겁 뛰어온 것인지 이마에도, 콧잔등에도 땀이 맺혀 있었다. 붉어진 양볼. 제대로 정돈하지도 못한 옷차림. 계속 기다렸는데도, 왠지 얼굴을 보면 지금까지 기다렸던 시간이 눈녹듯 사라져버렸다. 케이와는 미치나가와 시선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미치나가~!"

"이제 가봐야겠네. 아까 호빵은 고마웠어. 다음에 뭐라도 보답할 테니까."

"그래."


케이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미치나가를 향해 에이스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관계라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아."


에이스가 중얼거렸다.


미치나가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에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봇놀 시점 이것저것 끄집어와서 3차 창작으로 해둠

시점 등 설정: 본편 이후이긴 한데 기츠에 대한 기억 없는 밋치. 그리고 그런 밋치와 가끔 신사에서 만나는 사이까지 된 여우 신님 우키요. 케이와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건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서 다녀오느라 늦어진 것.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라고 여우가 말하는데 미치나가는 케이와를 향해 그런 생각조차 안 하겠지.

쓰고 싶은 걸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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