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위치한 잠복 포인트는 차 안이었다. 주변에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어서 급하게 첫날 가져온 차를 지금 위치에 박아놓았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흙먼지를 덮어놓고, 주차딱지를 붙여놓았다. 불빛이 새어나갈까 봐 핸드폰도 켤 수가 없다. 며칠 클럽에 있을 땐 몰랐는데, 여긴 최악이었다. 왜 제이가 그렇게 정국에게 물어댔는지 알 것 같다. 할 일이 정말 좆도 없다. 따분하고, 지루하고, 앉은 지 30분도 안돼서, 괜히 바꿨나 후회가 된다.

 

씨발. 이 새낀 언제 나타나는 거야. 나타나긴 하는 거냐고. 정국은 창문을 조금 열고, 담배를 피운다. 걸리면 아작 나겠지만, 누가 알겠냐고. 50미터만 가면 사람이 디글디글한 클럽이 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한적한 골목이었다. 보이는 거라곤, 멀리 있는 가로등 하나뿐이라서, 누군가 나타난다면 식별하긴 쉽게 생겼다. 뭐가 없어도, 너무 없는 곳이니까.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게 과연 불행일까, 다행일까. 박이사는 그 새끼하고 떡을 치려던 거겠지? 그럼 나한테 하자던 건 뭔데? 이놈이랑도 저놈이랑도 다 붙어먹을 수 있다는 건가. 씨발, 그것 참 좆같네? 염병할, 박이사. 묻지마 폭행 사건과 함께 나타난 박이사는 며칠사이 정국의 머릿속을 완전히 점령했다. 박이사를 피해 잠복 포인트도 바꿨건만, 보람도 없이 자동적으로 박이사가 떠올랐다.

 

아오!!!! 씨, 그 말 때문이었어. 안될 것도 없지 않냐는 그 말에, 홀랑 넘어간 거라고. 박이사의 떡치잔 소리는, 말 그대로 떡만 치잔 소리였는데, 또 착각을 한 거지. 나한테 사주는 건줄 알았던 위스키처럼.

 

[HI.]

 

문자가 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르는 번호로 왔는데도 알 수 있었다. 박이사다. 문자도 꼭 지같이 보내네.

 

[왜 오늘은 클럽으로 안 왔습니까? 다른 데서 근무 중?]

 

맞네, 박이사. 정국은 핸드폰을 운전석 밑으로 내려 불빛을 감췄다. 답장을 해야 할까. 그냥 씹어야하나.

 

[어, 대답 안하면 재미없으실 텐데.]

 

[오늘 근무 끝나고 좀 보죠?]

 

 

정국은 답을 하지 않았다. 은근한 협박이 담긴 말투가 가소로웠다. 재미없긴, 씨발. 누가 그거 때문에 쫄 줄 아냐고. 너 같은 깡패새끼한테 협박당하느니, 이깟 경찰 때려치우고 만다고.

 

다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사진 두 장이 연달아 전송 됐다. 어제 정국에게 얻어터진 새끼의 얼굴이 찍힌 사진과, 그 새끼의 전치 3주짜리 진단서. 정국은 또 읽기만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씨발, 그냥 넘어갈 리가 있나. 차라리 속이 후련한 것도 같다. 그래, 깡패 새끼들은 이렇게 비열하기 짝이 없다. 약점이다 싶으면 쥐고 흔들고 싶어서 안달하는 쓰레기들이다. 박이사라고 다를 게 있겠냐고.

 

[어제 형사님이 조져놔서, 못 친 떡값은 보상 하셔야지.]

 

또 다시 문자가 왔다.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다른 문자에 정국은 맥이 탁 풀렸다. 뭐? 이거 진짜 도른자네. 아니 씨발, 보상이라니, 보상이라니? 뭘로 보상을 하란 말야? 대신 떡이라도 치란 소리야, 뭐야?

 

[좆에 금테라도 두르셨나. 드럽게 비싸게 구시네.]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어이없네. 아 그래, 백번 양보해서 내가 다 잘못했다고 치자, 그럼 경찰 옷을 벗어야지, 진짜 옷을 벗어야하는 거였냐고.

 

[대답 안하면, 이 사진 김석진반장님께 전송합니다.]

 

미친 새끼, 좆같은 새끼, 좆밖에 모르는 새끼. 경찰 옷은 안 벗어도 될 것 같으니, 도대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런데 진짜 옷은 벗게 생겼으니 불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예쁘게 생겨서 얼굴값 할 것 같더라니. 완전히 돌은 새끼였잖아.

 

[장소랑 시간.]

 

“하- 씨발, 진짜 미치겠네?”

 

박이사의 문자 몇 줄에, 당혹, 당황, 수치, 분노,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 와중에 떠밀려온 작은 안도감. 그래도 박이사가 경찰직을 걸고, 넘어지는 야비한 짓은 하지 않았다. 찍은 사진들이면 정국을 충분히 좆 되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관심 있는 거라곤, 오직 떡 인건지, 그 얘기뿐이다.

 

멀리서 핸드폰 불빛이 어른거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불빛에 정국이 마른침을 삼켰다. 작은 체구가 정국의 시야에 들어왔다. 얇은 다리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다. 핸드폰의 불빛이 꺼졌다. 여자는 담배를 피우려는 건지,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넘버쓰리, 유사 타겟 출현. 모자 마스크 일치.

-넘버쓰리, 카피. 넘버포, 상황보고.

 

여자가 골목에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국이 위치한 클럽 뒷문에서 무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국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인이어에 귀를 기울인다.

 

-넘버포, 현재 골목에는 여성 하나.

-넘버포 카피, 넘버쓰리 상황보고.

-넘버쓰리, 타겟 골목 쪽으로 이동 중.

-넘버쓰리, 카피. 넘버쓰리 팔로우. 넘버파이브 백업 레디. 넘버포, 상황보고.

-넘버포, 스테이.

-넘버포, 차량 밖에서 대기.

-넘버포, 타겟 출현. 타겟 출현.

 

정국이 미리 조금 열어둔 차문을 슬그머니 밀고, 나와 바퀴 옆에 쪼그려 앉았다. 멀리 보이는 인영에 쿵쿵쿵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인영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그놈이다. 한 달 동안 CCTV를 얼마나 돌려봤는지, 다가오는 모습만 봐도 알 것 같다. 겉모습부터 걸음걸이, 체형, 키, CCTV로 본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넘버포, 타겟 접근 15미터 전.

-넘버포, 타겟 접근 10미터 전.

 

타겟이 코 앞까지 왔다. 정국은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엉금엉금 기어 여자 쪽으로 향한다. 늦으면 저 여자의 팔도 부러진다. 그 순간, 남자의 음성이 골목길에 울렸다.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국은 확신했다. 쇠가 긁히는 것처럼 소름끼치고, 낮았다는 목소리.

 

“불 줄까?”

 

-넘버포, 타겟 확인.

-덮쳐.

 

정국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무릎을 잡아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팔을 꺾었다. 피해자가 될 뻔한 여성이 혼비백산해 소리를 질러대고, 뒤따라오던 진국이 여자를 진정시키는 동안, 정국은 범인을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넘버포, 상황 종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말한 것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사와 상의할 권리와 배석시킬 권리도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공익 변호사가 선임될 것입니다. 이상 끝. 이순경.”

 

“완벽하십니다, 전형사님.”

 

고요하던 골목길에 요란하게 싸이렌 소리가 울린다. 근처에 있던 순찰차가 와서 범인을 인계 받고 먼저 경찰서로 출발했다. 김반장이 타고 있던 스타렉스도 이어 도착했다.

 

“수고했다. 정국이 저 차 반납하고 가.”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됐다. 한 달 가까이 괴롭히던 사건치고는 싱겁기 짝이 없는 마무리였다. 정국이 형사가 된 이래 맡은 사건 중, 잠복 기간도 가장 짧았다. 그런데도 후련해야할 속은 그렇지가 못했다.

 

“아이씨, 전형사님. 차에서 담배 피우지 마시라고요!”

 

“아이씨? 김순경, 많이 컸다?”

 

차량 반납을 하기 위해 들어간 차고지에서, 김순경이 차를 인도받으며 한숨을 푹 내쉰다. 냄새 빼려면 한참이 걸린다면서 밖에서 좀 피우시라고 투덜댄다.

 

“알았다, 다음엔 절대 차에서 안 피울게.”

 

“진짜죠. 또 피우면 보고 올릴 거예요.”

 

“지랄.”

 

정국은 차키를 던져주고, 차고지를 빠져나왔다. 핸드폰을 열자 숫자 문자메세지에 3이라고 적힌 숫자가 눈에 띤다.

 

[메시지 너무 성의 없게 보내시네.]

 

[잡혔습니까. 그럼 잠복도 끝났겠군요.]

 

[내일 밤 12시, A호텔 1201호.]

 

모두 박이사에게 온 문자였다. 빨리도 아네. 범인이 잡힌 지 고작 1시간 정도밖에 안됐는데. 하긴 클럽 앞에서 일어난 일이니, 알 수도 있지. 그나저나 밤 12시라니, 이 미친놈이. 아 몰라, 한번 해주고 말지 뭐. 떡 한번 쳤다고, 좆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어렵겠냐고. 원나잇은 해본 적 없긴 하지만, 남들도 다 하는 거 원나잇이라고 치면 그뿐이지.

 

 

“전형사.”

 

“네, 반장님.”

 

“조서 꾸며볼래?”

 

“네에!? 네, 네! 하겠습니다!”

 

앗싸!! 웬일이지? 한번 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어도 안 시켜주더니. 다음 날, 정국은 출근하자마자 김반장의 명령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야, 웃지 말고, 새끼야. 진지하게 임하란 말이야.”

 

“넵. 진지.”

 

“하, 깝죽거리기는. 육하원칙에 따라서 사실관계만 명확하게 해. 영상실은 사용 중이니까, 녹화 녹취 미리 고지하고 확인서 지장 받아라.”

 

“알겠습니다.”

 

정국은 조사실로 들어가며,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드디어 조서도 꾸며보고, 이제 할 거 다 해보는 구나. 애기 형사는, 씨발. 몇 달 되지 않은 건, 어떻게 알고 그딴 소릴 하지? 그렇게 티가 나나? 하, 진짜 틈만 나면 박이사 생각이구나. 미치겠네.

 

“어이어이. 반가워? 나 알지? 어젯밤에, 너 잡아온 사람.”

 

밤이라 어두웠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음침하고 음울하게 생긴 피의자의 얼굴에 정국은 조금 긴장했다. 어우씨, 쉽게 안 불겠는데. 입이나 열지 모르겠네. 어차피 첫 조사에 다 불 꺼라고 생각도 안하지만, 첫 번째 조사 때 최대한 뭐라도 많이 적어가야 한다. 그래야 그걸 분석해 다음 조사 땐 더 많이, 웬만하면 자백까지 얻어낼 수 있다면 더 좋고.

 

“지금 영상실이 사용 중이라, 녹화가 안 됩니다. 녹음 원하시면 방을 옮겨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말 이해하셨으면, 여기 동의서에 지장 찍으시고요.”

 

같이 들어온 진국이 동의서를 내밀고, 피의자에게 지장을 찍을 곳을 알려준다. 그사이 정국은 조서를 꾸밀 양식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타이핑을 칠 준비를 마쳤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런 건 빨리하고 넘어가자.”

 

정국의 말에 용의자는 픽 웃는다. 웃어? 이 새끼가? 정국이 테이블을 탕- 크게 내리쳤다. 제법 큰소리가 났음에도, 용의자는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태연하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차례로 말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용의자는 정국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술술 나오는 자백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나 잠깐만?”

 

진국이 전화를 받으러 나간사이, 육하원칙 중, 왜만 남은 질문을 용의자에게 던졌다.

 

“왜 했어?”

 

“M파 박이사가 시켰습니다.”

 

노트북에 고정되어있던 정국의 눈이 용의자에게로 향한다.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했지? 박이사? 여기서 박이사가 왜 나와?

 

“누가 시켰다고?”

 

“M파 박이사.”

 

“M파 박이사가, 왜 시켰는데? 그 여자들이랑 무슨 관계가 있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시키는 대로 한 겁니다.”

 

“거짓말 하지 말고, 이 새끼야. 똑바로 말해.”

 

“거짓말? 거짓말인지 형사님이 어떻게 압니까?”

 

씨발, 술술 넘어간다 했다. 용의자의 말에 정국의 말문이 막혔다. 그치,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근데 말 안되잖아? 박이사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새끼를 시켜서 그 짓을 벌여? 아니지, 그것도 모르는 거지. 그 중에 한명과 원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치정이 얽혔을 수도 있고.

 

“대가는?”

 

“돈 받았습니다. 현금으로, 200.”

 

“200? 너무 싼 거 아니냐? 너 이거 최소 3년은 썩을 텐데. 그럼 돈 받았다는 증거는 없어?”

 

“없습니다.”

 

“니가 하고 시켰다고 말하는 건지, 어떻게 믿지?”

 

“박이사 아십니까? 아, 하긴 여기도 박이사 관할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이 새끼야?”

 

진짠가. 정국은 용의자의 흔들림 없는 답변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박이사가 설마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치를까 싶기도 한데, 굳이 지가 사주 받아 한 거라고, 자백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 헷갈린다.

 

“박이사가 언제 이일을 시켰지?”

 

“형사님, 조사 더 안하실거면 그만 내보내 주시죠?”

 

“질문하고 있잖아.”

 

용의자가 정국의 말에 다시 픽 웃는다. 절그럭거리며 수갑을 든 손으로 정국을 가리켰다.

 

“질문만 하고, 타이핑은 안하시지 않습니까.”

 

정국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건 또 언제 봤어. 정국이 입을 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전화를 받으러 갔던 진국이 들어왔다.

 

“어디까지 했어?”

 

“지금 막 끝났습니다. 나머진 저 형사님이 더 알아보고 하신 다네요. 그렇죠, 형사님?”

 

“아 그래? 수고했어. 조서 정리해, 내가 인계하고 올게.”

 

용의자는 진국과 함께 나가며, 정국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인다. 소름끼치게 기분 나쁜 웃음에 정국은 절로 인상이 써진다. 씨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국은 방금까지 썼던 조서를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왜 만 빼면 완벽한 조서였다. 이대로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로 송치를 해도 될 정도였다. 세간의 이목을 끈 사건이니만큼, 위에서도 빨리 조사가 완료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내야하는데, 정국은 비워진 부분을 채워 넣지 못했다. 아, 씨발. 뜬금없이 나온 박이사의 이름이 발목을 잡는다. 찜찜해, 존나 찜찜하다고.

 

“정리 다했냐?”

 

“네, 뭐.”

 

“좀 봐도 돼?”

 

진국이 조사실로 들어와 정국의 노트북을 훑어본다.

 

“왜 그랬는지는 말 안했나보네.”

 

“네. 내일 다시 데려와서 물어보려고요.”

 

“정말 묻지마 범죄인가. 정신감정 의뢰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진국의 혼잣말에 정국은 뜨끔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찜찜한 구석이 많아도, 너무 많다. 용의자를 특정할 순 있어도, 단정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수사관의 제1 원칙이다. 그런데 정국은 벌써 범인도, 그리고 그 범인이 거짓말을 한다고 단정 지었다. 범인은 저 새끼가 분명하다. 본인의 자백뿐 아니라, 병원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녹음해 들려주고, 확인을 받았다. 확실히 잊기는 힘든 목소리였다. 낮고, 음산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긁힌 듯한 목소리.

 

이 사건이 시작되면서부터, 정국의 머릿속에서는 박이사에 대한 생각모터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박이사도 깡패 새끼다. 그것도 고위급 깡패 새끼니, 털면 위법 사실이 몇 개씩이나 나올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정국은 박이사가 시켰다는 범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박이사가 시켰다면, 잠복 협조 요청을 그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일 리 없으니까. 자기가 관리하는 클럽에, 그것도 약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클럽이다. 그런 곳에서 눈앞에 형사가 몇 명이나 왔다갔다 거리는 게 마음 편할 리 없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막고자 했을 게 분명한데,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당황한 기색 없이 순순히 협조 요청에 응했다.

 

제일 납득이 안가는 부분은, 이 사건으로 인해 박이사가 얻을 게 없다는 점이다. 연쇄와 부녀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굳이 이목을 끌어서 좋을 리 없는데, 머리가 좋기로 소문났다던 박이사가 이런 일을 벌여 이득을 볼 게 뭐가 있을까. 박이사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아직도 6시간 남았다. 정국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지금 만났으면 좋겠는데.]

 

[의외로 밝히시나? A호텔 1201호로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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