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솔(@silverpinetree)님과 함께한 썰을 기반으로 한 소설입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 5편이내 완결 예정... 입니다... 

https://twitter.com/i_am_mushroom/status/1437327680773373952?s=21


0. 만나다


안개가 자욱한 깊은 산속. 그곳은 금수강산(錦繡江山)이자 금수(禽獸)들의 강산이기도 했다. 평범한 짐승과 영험하고 신비로운 힘을 가진 영물들 이 뒤엉켜 살고 있는 이 산에, 작고 약한 피식자가 험준한 길을 따라 깡총깡총 뛰어가고 있었다.

눈처럼 하얗고 민들레 홀씨 같은 흰 토끼는 연약해 보여도 이 산에서 제일 오래 산 터줏대감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평범한 토끼와 달랐던 이 흰 토끼 영물은 인간의 말을 이해할 줄 알고, 오래 살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인간처럼 '두훈'이라는 이름을 짓고 산속에서 신비로운 과일과 약초를 뜯어먹고 다른 영물들을 도와주며 살고 있었다.

두훈은 평소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빛나는 토끼풀'을 뜯으러 험준한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가는 도중 만난 부엉이 영물이 토끼풀 군락지엔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단 조언을 해줬지만, 별일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사뿐히 즈려밟았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갔을까, '빛나는 토끼풀' 군락지에 도착한 두훈은 그곳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분명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군락지가 빛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곳에 누워있는 듯했다. 두훈은 머릿속에 스치는 부엉이의 조언을 다시 한번 무시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토끼풀을 짓뭉게고 잠들어 있던 건 작은 짐승이었다. 작은 짐승은 본인과 대비되는 칠흑의 검은색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뾰족한 귀와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은 이 짐승이 육식을 하는 것을 여실히 나타냈다. 뽀송한 솜털을 가진 작은 짐승에게는 돌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어미에게 버림받은 것 같았다.


"삐이-"

"아이고... 완전 아기 고양이네. 그리고 영물이구나."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영물의 기운이었다. 평범한 고양이가 아닌 영물이 이곳에 왜 버려졌을까. 두훈은 안타까움 반 의구심 반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삐약거리며 엄마를 찾는 검은 고양이는 이내 지쳤는지 점점 소리가 줄어들고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덜덜 떨며 몸을 웅크린 검은 고양이가 안타까웠던 두훈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코로 고양이를 툭 건드려보았다.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랐는지 미약한 삐약 소리를 내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자신의 포식자이기도 한 고양이가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작디작은 생명은 죄가 없었다. 두훈은 고민에 휩싸였다. 이 고양이를 자신의 동굴로 데려가야 하는가, 아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곳에서 죽게 내버려 둬야 하나. 두훈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결국 한숨을 푹 쉰 두훈은 작은 고양이를 입에 물고 깡총깡총 힘겹게 험준한 길을 되돌아 자신의 동굴로 돌아갔다. 두훈의 좌충우돌 육아가 시작되었다. 


트위터: @i_am_mushroom

백색가루버섯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