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 몸을 일으키자 담요가 몸을 타고 스르르 내려 갔다. 누가 덮어준 건가?, 아직 현이는 잠에 빠져 잘자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보려고 부엌쪽 으로 몸을 옮겼을때 태운이가 음식을 접시에 옮기고 있었다. 비닐들을 봐서는 배달을 시킨 것으로 보였다. 잠시 태운이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근육질한 몸과 잘생긴 얼굴 큰 키에 어깨도 넒어 보이는게 우성알파들은 다 저럴까?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음식 때문일거라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태운이는 나를 보더니 잘잤냐고 물었다. 응 하고 싱겁게 답하고 쇼파로 돌아가 현이를 깨워 밥을 먹자고 했다. 현이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체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나의 손을 잡고 식탁 쪽으로 갔다. 배달음식이라 간이 쌔거나 맛이 없을줄 알았는데 배달음식 치고는 먹을만 했다. 현이도 입맛에 맞는지 잘 먹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9시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현이를 욕실로 데려가 씻기고 침실로 가 현이를 재우려고 했다. 아침에 조금 잤던 일 때문에 잠이 올지 걱정이 되었지만 저 나이때는 잠이 많아 근방 잘거니 생각하고 옆에 누워서 배를 토닥여 주었다. 눈이 점점 감기더니 현이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역시 아직은 어린이구나...

나는 현이방을 나와 거실에 앉아 있는 태운이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큰지막한 티비에서 영화가 틀어져 있었고 나도 영화를 보며 툭 던지듯이  말했다.

"현이가 좋아하는것 같아 다행이네 초등학교는 이 근처에 있던것 같은데"

"응 초등학교는 걸어서 5분이면 될거야 일단 다니던 학교에 가서 전학절차 밟고 학교 옮기자"

"그래 그러는게 좋겠네 현이가 잘 적응할지 모르겠네..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 몇명 사귀었을것 같은데"

"이쪽 와서도 잘 적응 할거야 누굴 닮았는지 아마 학교에 가면 인기 엄청 많을걸"

"누구 아들인데 당연히 인기 많지 지금 다니던 학교도 귀엽다며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이뻐하는데 반에서도 인기 많다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

"응 우리둘을 닮아서 그런가봐"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에게 다가와 한팔로 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기 쪽으로 살짝 끌어 당겼다. 나는 균형을 잃고 태운이 쪽으로 몸을 기대었고 놀란 나는 고개를 위로 향하게 하여 태운이를 쳐다 보았다. 태운이도 나와 시선이 맞았는지 점점 고개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저지했다. 그리고 나는 허리에 감겨져있는 손을 치우고 다시 똑바로 자리를 잡았다. 약간의 페로몬이 나를 자극 시켰지만 현이가 자고 있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아쉬운지 침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지만 나는 시선을 티비쪽으로 향했고 그저 무시하기 바빴다.

슬슬 잘 준비를 해야해서 욕실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태운이도 따라 들어왔다.

"왜 같이 따라와?"

"씻을거 아니야?"

"맞긴한데 너는 다른 욕실 쓰면 되잖아"

"같이 씻자"

그의 파격적이 말에 나는 거부 반응을 보였고 그도 포기 하지 않을 뜻 계속 같이 씻자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냥 씻기만 하는건데 왜 싫어 우리 부부잖아?"

"아직 혼인신고서도 작성 안하고 무슨 부부야?"

"혼인신고서 하면 되지 그러니깐 같이 씻자 첫날 밤 부부끼리인데.."

"싫어 현이 자고 있잖아 만약에 현이가 화장실 가고싶어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떡해 하려고?"

"그때는 아빠끼리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하면 되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씻기만 한다더니 흑심이 있었군?"

"그래도 부부인데 그리고 오랜만에 같이 자는데 그냥 손만 잡고 잘거야?"

"나는 따로 내방가서 잘거니깐 너는 그 큰방에서 자"

"자기야랑 같이 자려고 큰 침대 있는거야 설마 공부방에 있는 쇼파에서 자게?"

"마땅히 잘곳이 없잖아 정 없으면 현이랑 같이 자고 너랑은 같이 잘 생각 없어"

나의 말에 시무룩해진 태운이는 그대로 욕실을 나가 버렸다. 내가 너무 매몰찼나 생각했지만 그 동안의 본인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 좀 하라고 살살맞게 굴어야 겠다. 근데 정말 어디서 자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다 씻고 나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거실에 떡하니 앉아있는 태운이는 배게랑 이불을 감싸 안은체 뭔가 결심에 찬 얼굴로 티비를 보고 있었다.

"나는 오늘 꼭 너랑 같이 자야겠어 신혼인데 첫날밤을 이렇게 허무하게 못 보내 손만이라도 잡고 자게 해줘"

애절하게 부탁하는 그의 모습에 약간은 흔들렸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 했다.

"안돼"

"자기야가 안된다고 해도 나 따라가서 잘거야"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같이 안자준다고 저리 나올 줄이야 누가 얘고 누가 어른인지 정말 헷갈린다. 정말이지 내가 어디 가든 따라올 작정인지 배게와 이불을 쌔게 끌어 안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어쩔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편하게 자자는 생각으로 태운이에게 침실로 같이 가자고 말했고 그 한마디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침실로 들어갔다. 정말 손만 잡고 잘생각 있는 것 일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만약에 다른 무언가를 원한다면 침실을 뛰쳐 나와서라도 거부해야 겠다.

"자 이리와 자기야"

침대 맞으편을 탕탕치면서 얼른 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나는 그 사인에 어이가 없었지만 받아주고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눕자 마자 불이 다 커졌고 약간의 불안감이 맴돌았다. 정말 손만 잡고 자려는 건지 나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은 태운이을 바라 보며 나도 눈을 감았다. 그런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 상태였어 그런지 태운이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페로몬은 자신의 공간 에서는 편한게 풀어 안정감을 찾는다고 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는 자극적이게만 느껴졌다. 나는 이 공간을 빨리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일어나려고 했는데 잡혀있던 손이 풀어지지 않았다. 

'이자식 이걸 노리고 손만 잡고 자자고 한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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