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큰 방에 모여 다함께 자는 것이 어떻겠냐는 미희의 의견은 수진에 의해 묵살이 되었다. 회장님의 명이면 무엇이든 듣는 수진이었지만, 수진에게도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반려와 단 둘이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 물론 발언권이 전무한 수진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 같이 자는 건 그래요. 유담이도 집에서 방을 따로 쓰는 걸요.”

 

수현이 제 언니의 의견에 재빨리 힘을 실었다. 더 이상 의논할 거리도 없었다. 수진이 미희의 등을 떠밀어가며 피곤하니까 어서 가서 쉬어야 한다는 둥, 밤바람이 너무 차다는 둥,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주절거렸다.

 

수현도 마찬가지였다. 수현은 그들이 모여 있던 공간에 있는 1인용 침대에 유담과 강지가 누울 수 있도록 베개와 이불을 올려두고 희주의 손을 잡았다. ‘아무리 그래도 …….’ 희주가 주저하며 잡힌 손을 잡아 빼려하자 수현이 아예 희주를 안아들었다. 희주가 유담을 흘끔거리며 수현의 어깨를 힘주어 밀쳤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집에서도 무수히 봐왔던 장면이었기에 유담은 태연한 눈으로 희주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잘 자요.”

“응, 그래. 저 …… 유담이도 강지도 잘 자.”

 

평온한 인사가 오고갔다. 오직 강지의 얼굴만 불타올랐다.

 

모두가 나가고 유담이와 단 둘이 그 공간에 남자, 강지는 한참 품이 남아 벗겨질 것 같은 센터 유니폼에 손을 비벼대며 서성거렸다. 연두색 운동복을 똑같이 입은 유담과 강지는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짝 같았다. 적요해진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저기, 안 잘 거야?”

“어?”

 

서로가 서로의 말에 놀랐다. 해석할 수 없는 외계어를 들은 사람들처럼 서로를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가서 안 잘 거냐고.’ 유담이 침대를 손짓하며 조그맣게 웅얼거렸다. 그 말에 강지가 침대를 향해 한 걸음 떼고 유담이 강지를 따라 움직이고 그렇게 한 걸음씩 느직느직 침대를 향해 갔다.

 

“둘이 자기에 좁을 거, 같은데?”

“하나도 안 좁은 걸. 그리고 이모가 침대는 좁을수록 좋은 거랬어.”

“왜? 원래 침대가 클수록 비싼 거 아니었어?”

“좁아야 사랑하는 사람이랑 더 가까이 붙어서 잘 수 있으니까.”

 

제 몫의 이불을 펴려던 강지가 멈칫했다. 그 모습을 본 유담도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하여튼 무언가를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유담이 머쓱한 표정으로 제 뺨을 갉작였다.

 

“너 나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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