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틀리없이 지각이야. 뜨거운 숨이 흉곽을 갉아 고통스러웠지만 히나타는 뜀박질을 멈출 수 없었다. 이제 개강 1달째밖에 안 됐는데 벌써 지각 3회째였다. 결석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신념 하에 겨우 결석은 면하고 있지만 하루 하루가 결석과 지각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였다. 


 오늘은 무슨 이유 때문에 늦는거였지. 히나타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뛰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곱씹어보았다. 아무래도 어제 밤에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잔 바람에 아침에 숙취로 고생했고,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을 하느라 씻고 준비할 시간을 낭비한 것이 그 이유인 듯 하다. 히나타는 앞으로 일 주일간은 술에 혀끝이라도 대지 않겠다며 뒤늦은 결심을 하며 점차 느적거리는 다리에 마지막 남은 힘을 주었다. 이제 눈 앞에 보이는 골목을 지나 사거리를 지나면 정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고지를 향해 다리를 쭉 뻗으며 골목을 도는 찰나였다. 


 끽-


 쾅.


 그리고 보이는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청아한 하늘. 오늘은 왜이렇게 의외성의 연속이 빛나는지. 히나타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구름을 바라보며 목울대를 울렁였다. 침이 목구멍에 걸려 기침이 났다. 침이라기엔 비린내가 좀 나지만.


 주위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웅성거리고, 히나타가 살아있는지 궁금해하고,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지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히나타는 크로스 백 한 쪽에 쑤셔박았던 전화기를 꺼내고자 손가락을 움직였으나 병아리가 재채기하듯 꼼질, 거린 것이 전부였고 그조차도 버거워 이내 포기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틀림없이 결석이었다. 히나타는 자신과 충돌한 자동차 주인에게 소리없는 분노를 퍼부었다.


 " 젠장. 꼬마야, 정신은 있냐?"


 어라.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 히나타는 구름을 가리고 시야에 들어온 사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어라? 차주인-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무심코 아는 체를 해온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해를 등진 까닭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히나타는 공연히 심통이 나 몸을 뒤틀었다. 


 " 에헤이, 그만 둬라. 누워있어.방금 구급차 불렀어. 내가 실수로 쳤다. 미안. " 

 " 에…."

 " 저기요, 여기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교통사고가 무슨 구경거리라고.." 


 남자는 침착한 태도로 히나타를 가만히 있게하고, 구경꾼들을 몰아내고, 구급차에 태웠다. 구급대원이 히나타를 들것에 올려 차에 태우는 순간 자신을 빼도박도 못할 결석의 늪에 빠트린 사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는 


 " 마, 마츠카와 상???"


 병원에서 보자. 


 닫히는 구급차 문 사이로 마츠카와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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