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타이치 오이카게



  “저는 선배 안 좋아하는데요.”


  뭐…?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에 오이카와는 당황스러움에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애써 부정하며 조금은 억지스러움이 섞인 미소를 지은 오이카와는 그를 마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농담하는 거지? 토비오쨩 맨날 오이카와 씨 뒤를 졸졸 따라다녔잖아?”

  “그건 맞습니다만…”


  맞지? 그치? 그렇지? 정신이 없어 말 실수를 한 거라며 분명 좋아하는 것이 맞다는 대답이 들려올 것을 예상하며 예쁘게 눈웃음을 지어보이던 오이카와는 이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멍하니 입을 벌리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건 단지 오이카와 선배의 서브에만 관심이 있어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

  “벌써 시간이 늦어서 그런데 먼저 가도 될까요?”


  똘망똘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오이카와는 더이상 아무런 대답도,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카게야마는 이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뒤돌아 떠났다. 오이카와는 그런 카게야마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몇 분간 멀뚱히 서 있었다.


  3월 31일, 오이카와 토오루의 고백이 처음으로 차인 날이었다.


* * *


   “이와쨩! 도대체 그게 말이 돼?”

   “또 뭐가.”


  이와이즈미는 아침부터 계속되는 오이카와의 쨍한 목소리에 미간을 좁히며 귀찮다는 듯이 대답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은 채 비어 있는 앞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의자 등에 기대 장화 신은 고양이 마냥 자세를 취한 오이카와는 입술을 툭 내민 채 불만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 오이카와 씨의 고백을 그렇게 단호하게 찰 수 있냐 이 말이지.”

  “누가 그랬는데.”

  “토비오쨩이!”

  “…카게야마?”

  “그래! 내가 고백하니까 글쎄 ‘저는 선배 안 좋아하는데요.’ 이러더니, 자기가 날 쫓아다닌 이유는 오로지 서브만 보고 그런 거라잖아!”

  

  어떻게 그렇게 물질적일 수가 있어? 그 더럽게 귀여운 토비오쨩 주제에!

 

  “근데 너 카게야마 언제부터 좋아했냐.”

  “뭐? 내가 토비오쨩을 왜 좋아해?”

  “또 이상한 소리하네. 고백했다고 말한 건 네 녀석이거든?”

  “아. 아니 그게 말이야! 며칠 전부터 쿠니미쨩이 나한테 그러더라구…”


  카게야마가 선배를 정말 많이 좋아해요. 서브가 아닌, 다른 면에서요. 라고 하는 거야. 킨다이치도 그렇고 계속 나한테…. 눈썹 사이를 좁히며 중얼중얼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자신에게 얘기해 주었던 것을 말하는 오이카와에 어쩐지 뭔가 이상한 듯 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린 이와이즈미는 이내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날짜를 확인하곤 피식 작게 웃음 소릴 내뱉었다. 저 녀석은 가끔가다 이렇게 눈치가 없다니까.


  “그래서 그게 맞는지 확인해 보려고 고백을 했는데 그렇게 됐다 이거지?”

  “그런 거지!”

  “뭐… 사람들이 다 너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잖냐. 싫어하는 사람 몇 정도는 있어야지.”

  “물론 그렇지만… 아, 아니 잠시만 말이 좀 이상한데?”

  “이제 너 알아서 해라. 시끄러우니까 나한테 와서 투덜대지 말고.”  


  아 이와쨩! 이와이즈미는 말을 마치곤 잠을 자려는 듯 책상으로 넓직히 엎드렸다. 그런 그의 뾰족한 머리통을 바라보던 오이카와는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며 창 밖을 내다 보았다.


* * *


  퉁! 퉁! 쿵! 공기를 가득 채운 단단한 배구공이 튕겨지는 소리가 체육관 곳곳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힘찬 기합 소리들이 들려 왔고, 그 중엔 배구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1학년 카게야마 토비오도 있었다. 그런 그의 동그란 뒤통수를 좇는 진득한 시선이 있었으니, 그 주인은 3학년에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서브 동작을 눈으로만 보곤 그대로 카피하여 연습을 하고 있는 작은 몸뚱아리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바라보며 재수 없다며 혀를 찼다. 그러다가도 저렇게 나를 따라할 만큼 나한테 관심 있으면서 내 고백을 거절해? 라는 생각을 하며 들고 있는 배구공만 터질 듯이 잡았다.


  “카게야마 녀석 실력 많이 늘었네. 이러다가 정말 따라잡겠어.”

  “뭐?! 누굴? 나를?”

  “그럼 누구겠냐.”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아줄래 이와쨩?!”


  안 그래도 토비오쨩의 뒤통수만 봐도 짜증나 죽겠구만! 애꿎은 이와이즈미에게 짜증 아닌 짜증을 부린 오이카와는 이내 쿵쿵 체육관 바닥이 울리도록 힘을 주어 걷더니 이내 카게야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카게야마에게 다가가자 그는 오이카와가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눈치채지 못 하고 주변에 떨어진 공을 줍더니 사람들이 별로 몰려 있지 않은 코트 너머로 시선을 주며 땀으로 젖은 이마를 손으로 훔쳤다. 그러다가도 숨을 훅 들이키더니 공을 두 어번 손가락으로 휙휙 돌렸다. 그 모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오이카와는 이내 미간을 좁혔다. 저 동작도 똑같이 따라하네.


  여전히 오이카와가 뒤에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챈 카게야마는 공을 높이 띄우곤 자세를 잡으며 넓게 보폭을 벌린 채 앞으로 뛰었다 이내 어설프게 점프를 하며 높이 띄었던 공을 힘찬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건너편에 있는 코트로 보내버렸다. 그 모습에 조금이라도 안 놀랐다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오이카와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서브 실력이 뛰어난 카게야마에 역시 천재는 짜증난다며 괜히 배구공을 튕기며 신경질을 부렸다.


  “어. 오이카와 선배 언제 오셨습니까?”

  “토비오쨩이 아까 공 주울 때부터. 것보다 토비오쨩…”

  “네?”


  오이카와의 부름에 공을 줍다 말고 몸을 일으켜 말씀하시라는 듯 눈을 두어 번 깜박인 카게야마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마주했다. 그런 카게야마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제의 상황이 떠오른 오이카와는 왜인지 모를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오이카와 씨 얼굴이 많이 빨개요. 어디 아프십니까?”

  “전혀! 오이카와 씨 하나도 안 아파!”

  “그러시군요… 저기 오이카와 씨.”

  “어?”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려 부채질을 하고 있던 오이카와는 답지 않게 진지하게 자신을 불러오는 카게야마에 괜히 움찔하며 조금은 진정 됐을 얼굴을 그와 마주했다. 그래, 말 해 토비오쨩. 여긴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말하라구! 어제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선배를 좋아하는게 맞다고!


  “서브 가르쳐 주세요.”

  

 기대한 내가 잘 못이지…. 오이카와는 순식간에 축 처지는 마음에 그의 앞에서 대놓고 얼굴을 썩혔다. 토비오쨩은 정말 바보 멍청이야.


  “내가 예전부터 몇 번을 말했잖아! 싫다고, 혹시 토비오쨩은 사람 말을 못 알아 듣는 거야?”

  “아닙니다. 알아 듣습니다. 하지만 그런 서브를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이카와 씨 밖에 없고, 오이카와 씨 밖에 가르쳐 주실 수 없습니다.”


  토비오쨩이 원래 이렇게 말을 잘 했었나? 어제의 영향 때문인지 카게야마가 단호하게 속사포로 내뱉는 반박에 오이카와는 평소와 다르게 무어라 쉽게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오이카와 씨는 싫네요!”

  “서브 가르쳐 주세요!”

  “아 정말 끈질기네!”


  오이카와는 고개를 훽 돌린 채 카게야마가 있는 곳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거절을 반복했고, 카게야마는 그런 오이카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서브 가르쳐 주세요. 를 몇 십번이고 반복했다. 어쩐지 정말 자연스럽게 매일 같이 이어지는 똑같은 상황으로 변해 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어제의 일은 오이카와의 머릿속에서 조금 잊혀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그가 발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어! 카게야마 조심해!!”

  “선배 서브…”


  팡! 일순간 체육관 전체가 고요히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였을 뿐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럽게 변질되며 여기저기서 오이카와의 이름을 외치며 주저 앉은 그에게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이카와 괜찮아?!”

  “으… 아파. 괜찮아…”

  “서, 선배… 피가…!”


  뭐? 툭툭, 오이카와의 손가락 사이를 타고 반질거리는 체육관 바닥으로 붉은색에 피가 떨어직 있었다. 오이카와는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고, 이내 그 피가 코피인 것을 눈치채곤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이와이즈미가 건네준 휴지로 긴급히 막으며 그와 함께 보건실로 향했다. 그런 그의 긴급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카게야마는 옆에서 어깨를 건드려 오는 킨다이치에 새삼스레 놀라며 뒤로 주춤했다.


  “넌 괜찮아?”

  “어어… 괜찮아.”

  “많이 놀랐겠다 야.”

  “근데 오이카와 선배가 그걸 또 막아줄 줄은 몰랐네.”


  언제 온 건지 모를 쿠니미가 나긋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 둘 사이에 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카게야마는 손에 쥐고 있던 배구공을 품에 꽉 움켜 안았다.


* * *


  오이카와가 보건실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자 사고에 주범이었던 2학년들은 감독과 고문 선생님 앞에 단체로 서서 호되게 혼이 나고 있었다. 제대로 연습은 안 하고 장난을 치니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느냐면서, 오이카와도 오이카와지만 옆에 있던 1학년 후배도 다쳤으면 어쩔 뻔 했냐는 둥. 귓가를 파고드는 잔소리에 2학년들은 그저 뒷짐을 한 채 풀이 죽어 있었다.


  “배구도 스포츠인 만큼 항상 조심하면서 부상 당하지 않아야 한다. 그건 2학년들 뿐만 아니라 1학년, 3학년들도 마찬가지야. 알겠어?”

  “네!”

  “오늘은 이만 해산하도록 한다. ”


  예상치 못 한 사고로 인해 평소보다 일찍 끝난 부활동에 몇몇은 신난다며 가방을 챙겼고, 주범인 2학년들은 여러가지로 눈치를 보며 재빨리 체육관에서 벗어 났다.


  “어 오늘은 연습 안 하고 가?”

  “응. 오늘은 일찍 가서 쉬게.”

  “웬일이야. 그럼 같이 가자.”

  “아, 근데 나 반에 뭐 놓고 온 게 있어서 먼저들 가.”

  “기다려 줄게. 같이 가… 아 깜짝아! 잠시만 쿠니미! 왜 그래!”

  “넌 어떻게 된 애가 눈치가 없냐. 먼저 갈게 카게야마.”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카게야마 잘 가! 뭔데 쿠니미! 킨다이치는 그대로 쿠니미에게 이끌려 가는 내내 무슨 소리냐며 계속해서 되물어 왔고, 쿠니미는 그런 킨다이치에게 조용히 하라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런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잘 가라 인사를 하면서도 가방을 다 챙긴 카게야마는 이내 숙였던 상체를 일으키며 다른 사람들 보다는 뒤늦게 체육관에서 나섰다.


  


  “으… 아직도 얼얼해. 잘생긴 얼굴에 이게 뭐야.”

  “오이카와,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너 카게야마 좋아하냐?”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뜬금 없는 이와이즈미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발끈 했고, 그 덕에 열이 올라 코에 다시금 피가 몰리는 것만 같아 솜으로 막혀 있는 코 끝을 손으로 부여잡았다.


  “아니 너 같으면 그냥 맞으라고 둘 줄 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이카와 씨 그런 쓰레기 아니거든?”

  “아 그러셔…”


  이와이즈미는 당당한 건지, 양심이 없는 건지…. 라는 생각을 하며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러기도 잠시, 교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형체에 둘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며 눈을 가늘게 떠 형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네.”

  “그러네? 왜 안 가고 있는 거야.”

  “누구 기다리나 보네.”

  “지금 학교에서 나오는 사람이 우리 말고 누가 있어?”


  오이카와의 물음에 그를 흘기며 다시 한 번 눈치 없는 녀석이라며 생각한 이와이즈미는 다시 한 번 정면을 마주하며 자신과 오이카와를 발견한 듯 이 쪽으로 시선을 향해 있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오늘 몇 월 며칠인 줄 알아?”

  “응? 오늘 4월 1일이잖아.”

  “잘 아네.”


  근데 왜? 되물어 오는 오이카와에 고개를 저은 이와이즈미는 이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다는 핑계를 대며 그보다 발걸음을 빨리해 자리를 떴다. 어? 이와쨩! 뒤에서 저를 불러오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와이즈미는 뒤도 안 돌아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가도 정문을 스치는 순간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잘 해봐. 라는 한 마디 말을 하고 떠난 그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말 이와쨩 미리 말을 해 주던가…”

  “오이카와 씨.”

  “아 놀래라! 뭐야 토비오쨩?”


  언제 다가온 것인지 모를 카게야마는 어느샌가 오이카와의 바로 앞에 서 느슨한 가방 끈을 부여잡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자신보다 한참은 키가 작은 그를 내려다보며 아직 크려면 한참 멀었네, 라고 생각하다가도 어쩐지 코 끝이 아려오는 것만 같아 눈썹을 꿈틀거렸다.


  “토비오쨩 설마 나 기다리고 있었어?”

  “네. 할 말이 있어서요.”

  “뭐어… 막 공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흔한 거?”

  “저기…”

  “이렇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런 인사는 안 해줘도…”

  “좋아합니다.”

  “어… 뭐?!”


  좋아해요. 오이카와는 이 갑작스럽다 못 해 황당하기까지한 상황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어찌 주체할 수 없었다. 눈을 깜박거리며 아까와는 확연히 다르게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박동에 입술 끝을 덜덜 떨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할 지 모르던 그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눈을 깜박거리는 저 귀여운 후배에 숨을 훅 들이켰다 내쉬기를 두 어번 반복했다.


  “자, 잠시만 토비오쨩? 토비오쨩 분명 어제 내 고백 거절했었잖아…?”

  “그게 쿠니미가 오이카와 선배가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라 했어요.”


  망할 쿠니미쨩…. 어쩐지 며칠 전부터 카게야마가 나를 좋아한다며 말한다 싶더라. 오이카와는 내일 쿠니미를 만나면 실수인 척 서브로 맞춰주리라 생각하며 심각하게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럼 토비오쨩 나 좋아해?”

  “네. 좋아해요.”

  “…언제부터?”

  “선배의 서브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쭉이요.”


  저 솔직하다 못 해 대담한 고백과 진실임을 알려주는 짙푸른 눈동자에 오이카와는 뭐라 대답할 수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살아오면서 수 십 번, 아니 수 백 번은 받아왔던 고백이건만 왜 새삼스레 이리 부끄럽고 낯뜨거운 것인지 모르겠다.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피가 몰려 달아오르는 듯 한 느낌에 습관처럼 손부채질을 하며 열을 식히기 시작했다.


  “선배 얼굴이 빨개요. 설마 아까 배구공에 맞은 거 때문에…”

  “아니거든? 노을 때문에 그런 거거든?”

  “그렇군요. 저 그럼 대답은… 아 자, 잠시만요. 오이카와 선배?”

  “조용히 하고 따라와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대답을 재촉하는 카게야마의 눈동자를 마주보다가도 이내 그의 얇은 손목을 꽉 잡고선 끌어당겼다. 센 악력에 그대로 끌려가던 카게야마는 노을에 비춰 더 붉어 보이는 오이카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얼른 대답해 달라며 그의 답장을 재촉했다. 오이카와는 그런 귀여운 후배에 조잘거림에 조금씩 열이 올라 그를 마주하지도 못 한 채 그대로 소리쳤다.


  “아아! 알았어. 좋아해! 좋아한다구 토비오쨩!”


  진짜요? 바보 같이 되물어 오는 목소리에서 평소보다 더 톤이 높아진 것이 느껴졌다. 정말 토비오쨩은 바보라서 탈이야!




fin.





+



[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의 문자 ]


- 이와쨩! 어떻게 만우절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 안 해 줄 수가 있어?!

- 몰랐던 네 탓이지 멍청아.

- 정말 너무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래서 카게야마랑은?

- …내일 얘기해 줄게.



[ 쿠니미와 카게야마의 문자 ] - 일주일 전.


- 카게야마 오이카와 선배가 너한테 고백할 거야. 아마도 일주일 후에.

- 정말?

- 응 정말.

- 어떻게?

- 뭐… 어떻게든? 근데 선배가 고백하면 절대로 받아주지마.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해.

- 왜?

- 그냥. 그리고 4월 1일날 좋아한다 말해.

- 알았어.


[ 쿠니미와 카게야마의 문자 ] - 3월 31일


- 쿠니미 오늘 정말 오이카와 선배가 고백 했어. 내가 좋대.

- 정말? 고백하셨어?

- 응 했어. 그리고 네가 말한대로 안 좋아한다고 대답했어.

- 잘했어.

- 근데 왜 그래야 돼?

- 나중에 알게 될 거야.


[ 쿠니미와 카게야마의 문자 ] - 4월 1일


- 쿠니미! 나 오이카와 선배랑 사겨!

- 그래? 축하해.

- 응. 근데 왜 오늘 고백해야 했던 거야? 오늘이 무슨 날이야?

- 아 정말 모르는 거야?

- 뭔데?

- 나중에 오이카와 선배한테 물어봐.


[ 쿠니미와 오이카와의 문자 ]


- 선배 죄송합니다.

- 쿠니미쨩!!!!!!!!!!!!!!!!







오이카게는 닮아서 사랑하는 사이니까 눈치 없는 면도 닮지 않았을까 싶어서 쓴 글이지만

어쩐지 주역은 쿠니미와 이와이즈미가 된 느낌이네요 ㅋㅋ

아무튼 오이카게 평생 사랑해라...


오랜만에 참여한 전력이었는데 지각하고 말았네요 ㅠ.ㅠ...

그래도 만우절이라 뭐라도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ㅎㅎ 항상 좋은 주제 감사드려요! :)



  


    

카게른, 오이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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