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2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는 같은 땅을 밟고 다른 하늘을 보며, 같은 하늘에 서서 다른 땅에 산다.


한날 한시 생명의 나무에서 태어났던 형제들은 모두 흩어져 잠들어 있다.


시작은 카이였다. 세계의 뒤틀림조차 공간을 뛰어넘는 카이의 능력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가 처음, 문을 열어 깨운 것은 '수호'였다. 형제들을 수호할 남자. 카이가 형제들을 만나고, 또 비틀린 시공간 축 사이로 형제들이 서로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수호는 너른 벌판에 있었다.



지평선 저 끝까지 이어지는 벌판은 쓸쓸하고 황량하며, 조금 서글프기까지 했다. 수호는 그저 조용히, 그에게 주어진 작은 책상에서 책을 읽고 고요한 시간을 보낼 뿐이다.



<거울>
이었다. 그 벌판은.



반으로 찢어진 세계와 헤어져 혼자가 된 형제들의
공허함이 빚어낸 거울.



수호는 그 외로움을 사랑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도록 지워지지 않는 형제들의 그리움. 이 감정이 없었다면 수호는 지금까지 이렇게 굳건한 마음으로 버텨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쓸쓸한 이 땅이야말로 형제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역사는 기록된다.


역사란 돌고 도는 법이라, 붉은 눈을 피해 수호는 꾸준히 세계의 흐름을 읽었다. 붉은 눈의 세가 약해지고, 두 개의 달이 하나가 되어 두 세계가 이어지는 시기는 반드시 올 터였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수호는 기록이 계속되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항상 같은 일상을 살아온 그에게는, 미세한 차이조차 커다란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잔잔한 호수에 널리널리 퍼지는 파문과도 같았다. 결국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없이 빛나는 태양처럼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디오는 그저,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을 뿐이었다.



큰 나무도 많지 않은 갈대밭. 그래서 연을 날렸다.
나를 봐주세요. 너와 내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면.



스쳐 지나가도 서로를 눈치채지 못한다. 그랬어야 했다. 달그림자가 태양의 눈을 가렸다. 하나, 둘. 분명 혼자가 아니었다. 수호-그리고 디오는 그림자 속에서 처음 만났다.



운명처럼,



갈대밭 사이 숨죽이던 작은 호수. 그곳에 드디어 두 남자의 인영이 함께 했다.



새까만 눈동자가 그리움에 잠겼다.



그래. 너였구나. 나의 외로움을 함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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