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넷. 요새 나이를 세는 일이 잦아졌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좋은 시기. 일반적인 인생의 길이를 생각한다면 셈하는 것 자체가 이른 것일지 모르지만 요즘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나이라는 게.


“이민형.”

“…·어?”

“무슨 고민 있어?”


술에는 인연이 없는 김정우와 카페에서의 만남은 이제는 퍽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내놈들끼리 무슨 카페야? 라며 우스운 소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건 제 편견이었다. 생각보다 분위기와 디저트가 제 취향과 맞아떨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나저나 고민이라…. 과연 고민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일인가? 민형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질 못했다. 드르륵 테이블을 울리는 진동에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디에요?’


11시 20분. 연락이 오면 안 되는 시간 아닌가?


“정우야.”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정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궁금할까?”


앞뒤 설명 없이 딱 제 할 말만 하는 것을 두고 한 마디 할 법도 하건만 꽤 오랜 시간 이민형을 겪어온 김정우는 그것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그저 흥미로운 이 상황에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 꼬리를 끌어내리려 노력 할 뿐이다.


“부럽다.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고.”

“나 지금 괜찮은데….”

“그래 보여.”

“그치? 네가 봐도 나 되게 괜찮지? 아닌가?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건가?”

“나야 모르지. 난 네 가이드가 아니니까.”


… 아, 그렇지.


정우의 말에 민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렇다 할 낌새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굳이 자신을 찾는 연락은 낯설기 그지없으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센티넬 판명을 받은 민형은 다행스럽게도 여태 눈에 띄는 감각증폭을 겪은 바가 없었다. 성격 탓인지 형질 탓인지는 몰라도 이제껏 미미한 증폭쯤은 멀티가이드에 의해 해결이 가능했다. 그래서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전담 가이드 같은 건. 자신만의 가이드가 있다는 건 그와 다르다 말하는 센티넬들을 종종 보았지만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사실 무엇보다 귀찮았다. 제 바운더리 안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건 실로 피곤한 일이니까. 오히려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 멀티가이드만으로 센티넬로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제 일상이 어긋나고 있었다. 이렇게.


‘왜 답이 없어요?’

‘집에는 언제 들어오는 건데요?’


이내 전화벨이 울린다. 받지 못할 이유는 없었지만 받고 싶지 않아 액정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전화 받아. 단호하게 말하는 정우가 아니었으면 민형은 그대로 그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 어디에요?

“카페.”

- 왜 답이 없어요?

“아, 친구랑 얘기 하느라.”

- 집에서 기다릴게요.


답을 하지 않았다. 상대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 정적이 어색했다. 응. 이라고 하는 건 이상했고 아니. 라고 하는 건 이유가 필요했다. 이따 봐요. 그제야 전화가 끊겼다.


“이상하지?”


정우는 긍정했다. 센티넬과 가이드로서의 대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친구 놈이 답답했다. 원래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다. 민형의 말대로 센티넬과 가이드사이에는 심히 이상한 대화였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물음이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대화였다.




이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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