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해리] 마루 밑 요정님 : 1화
-굿 모닝, 요정님!-

 

*설정 :
-http://blog.naver.com/onlydk88/90123489071을 읽으시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도움이 됩니다.
-해리는 7월 31일 그믐에 태어났지만, 첫 울음을 8월 1일에 울었기 때문에 8월 1일 생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마법세계 전체가 예언을 알고 있으며, 그 예언에서 지정한 영웅이 네빌 롱바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여느때와 같이 우중충하고 흐린 화요일이었다. 영국의 여느 베드타운과 같이 작은 집들이 죽 들어선 프레벳가 4번지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어보였다. 도로를 따라 죽 늘어선 가로등과 집들의 경계에는 담벼락이 있었다. 가끔 사람들이 인도를 걸어 다니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따라 걷다 보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범한 이 길거리는 기이하거나 신비스러운 일과는 전혀 무관해보였다. 그리고 그런 프레벳가 4번지에는 더즐리 일가가 살고 있었다.

 

버논 더즐리씨는 그루닝스라는 드릴 제작 회사의 중역이었고 뒤룩뒤룩 살이 찐 사람이었으며 그의 아내 페튜니아 더즐리는 깡마른 체구였으며, 그들의 아들인 두들리는 금발의 작은 돼지 같았다. 그리고 프레벳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즐리씨네 집에는 총 네 사람이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즐리 부부와 그들의 아들을 제외하고 남은 한 사람은 검정색 머리카락에 녹색의 눈을 지닌 소년, 해리 포터였다.

 

프레벳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그 소년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 부터 2년 전, 그러니까 두들리 더즐리와 해리 포터가 3살이 되던 해부터였다. 해리 포터는 어느 날 갑자기 더즐리 부인의 동생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성과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제법 잘생긴 남자의 손을 잡고 갑자기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날따라 유난히 프레벳가 4번지가 시끄러웠던 것을 기억한다. 더즐리부인의 비명과 더즐리씨의 고함소리와 함께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간간히 울리더니- 어느 샌가 부터 사람들은 검정색 머리를 지닌 꼬마의 모습을 프레벳 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은 특이할 것이 없었다. 또래에 비해서 체구가 작고, 가녀리긴 했지만 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는 외모라던가 하지는 않았다. 딱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의 이마에는 번개모양의 깊은 흉터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얼른 일어나라!! 당장!!!"

 

 

아침 7시 30분, 해리는 가장 작은 방의 문을 두드리면서 자신을 깨우는 더즐리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하품을 찍 하면서 기지개를 한번 쭉 편 해리는 반쯤 졸린 눈을 하고는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늦으면 또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대충 빗은 해리는 2층의 욕실에서 얼굴을 씻고 양치를 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었다.

 

아직 다섯살인 해리는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갔다. 넘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한숨을 가볍게 폭 내쉰 해리는 재빠르게 부엌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페튜니아가 신경질적으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해리는 그것이 익숙한 듯 서랍을 열어서 포크와 스푼을 꺼내고, 냉장고에서 물과 우유를 꺼내 테이블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넌 또 방에서 먹을 거니?"

 

 

"네....."

 

 

"그럼 빨리 가지고 올라가라! 버논이 널 보기 전에!"

 

 

아침을 위한 세팅을 모두 마치자 페튜니아는 해리에게 물었고, 해리는 익숙한 듯 자신의 몫의 식사를 쟁반에 따로 담았다. 약간의 빵과 사과, 그리고 파프리카 스프, 그리고 우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여러 가지 음식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했지만 해리는 먹을 수 있다는 데 감사했다. 쟁반을 가지고 해리는 도도도 뛰어나왔다. 아직 어렸지만 버논과 두들리가 해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같이 식사하는 것조차 꺼려한다는 것을 해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띄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해리는 자신이 머무르는 가장 작고 지저분한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갔다.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연 해리는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을 밖을 보면서 이리저리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신중하게 확인한 해리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숨이 넘어갈 듯한 쉿쉿거리는 소리였다.

 

그러자 어디선가 커다란 뱀이 프레벳가 4번지의 벽을 타고 스스슥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의 4m는 될 정도로 거대했다. 사람들이 봤다면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날 정도로 길고 큰 뱀이 순식간에 나타나 벽을 오르는 광경은 신기한 것이었지만, 그것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린 아이라면 당연히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는 것이 옳은 일이었겠지만 해리는 겁을 먹기는커녕 반갑게 웃으면서 뱀이 들어올 수 있게 창문을 더 크게 열어주었다. 그러자 뱀은 순식간에 해리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뱀이 완전히 해리의 방으로 들어오자, 해리는 그제서야 창문을 닫아버렸다.

 


뱀이 완전히 들어오자 해리는 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뱀도 애교를 피우듯 해리의 손을 가볍게 물었다. 해리는 잠시 웃다가 조심스럽게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제법 높은 침대라 해리가 기어들어가도 아래에서 움직이기엔 충분 했다. 침대 아래의 한 지점을 통통 두드리던 해리는 텅 빈 소리가 나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곳의 잘린 카펫을 들춰내고 그 아래에 잘려진 나무판자를 들춰냈다.

 

 

"요정님, 요정님! 내기니가 돌아왔어요!"

 

 

"나를 밖으로 데려가라, 해리 포터."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차갑고 날카로워서 듣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바싹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해리는 조금 들어 올렸던 판자를 완전히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자 마룻바닥이 긁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해리는 그것에 제법 익숙한 듯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기는 했지만 곧 완전히 판자를 치워낼 수 있었다. 마루 아래의 빈 공간으로 해리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안아 올려 다시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 밖으로 나왔다.

 

해리가 밖으로 나오자 거대한 뱀이 제법 낡은 느낌이 드는 카펫이 덮인 바닥을 구불구불한 자국을 남기면서 기어왔다. 그 뱀은 마치 애교라도 피우듯 해리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뱀은 좀 더 애교를 피우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면서 작은 해리의 몸을 타고 오를 기세로 몸을 빳빳하게 세우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마치 애완견처럼 해리의 근처에서 똬리를 틀었다.

 

해리가 조심스럽게 안고 나온 '요정님'은 빈말로도 예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것의 모습을 본다면 그 자리에서 공포에 질려서 마구 비명을 지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마치 아기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완전한 아기라고도 할 수 없었다. 머리와 팔, 다리는 분명히 붙어있었지만 온 몸은 붉은 빛이었고 비늘 비슷한 것이 덮여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의 짧은 한쪽 팔에 들려진 특이한 모양의 나무막대기였다. 주목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34cm나 될 만큼 길었다. 분명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해리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요정님'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를 만지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았고, 언제나 헌신적으로 그를 보살폈다.

 

 

"얼른 내기니의 독을 뽑아라. 아무래도 나는 아침으로 다시 그것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어제 밤 몸을 재구성하는데 힘을 썼더니 몹시 피곤하군."

 


"아침으로 빵이랑 파프리카 수프도 가져왔어요, 요정님!"

 


"닥쳐라!! 나는 파프리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했어? 너는 어디까지 멍청한거냐? 다시한 번 말하도록 하지!!

 

 


나는-- 파프리카가--- 싫어!!!"

 

 

차가운 목소리로 버럭 화를 내면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요정님'이었지만 해리는 방긋 미소 지으면서 품에 안긴 물체에 얼굴을 비볐다. 예쁜 녹색의 눈동자가 곱게 호선을 그리더니 이내 해리는 자신의 입술을 '요정님'의 붉은 비늘이 돋은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쪽'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그 방 안에 있던 '요정님'도, 큰 뱀인 내기니도 다시한번 당황했다. 하지만 해리는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꺄르륵 웃었다. 그리고 해리는 조심스럽게 '요정님'을 침대에 눕히고 방바닥에 내려가 내기니의 주둥이에도 쪽하고 키스했다.

 

 

"굿 모닝, 나의 요정님! 굿 모닝, 내기니!"

 

 

 

 

...

 

 

 


해리는 늘 바빴다. 5살짜리 꼬마가 바쁘면 무엇이 그렇게 바쁘겠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해리 포터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 바쁜 5살임이 틀림없었다. 해리의 일상을 바쁘게 하는데 일조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한 사람은 페튜니아 이모였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해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해리의 '요정님'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칠 무렵이 되자 해리는 내기니에게서 독을 뽑던 것을 멈추고 내기니에게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한 후 요정님을 배게 밑에 숨겼다. 그리고 자신 몫으로 들고 온 아침을 재빠르게 먹어 치운 후 아래로 쪼르륵 달려 내려갔다.

 

없는 사람처럼 조용한 발걸음으로 거실을 지날 무렵 버논 이모부가 출근하기 위해 현관에서 페튜니아 이모와 키스하는 것이 보였다. 해리는 그들 눈에 조금이라도 띄지 않게 까치발을 들고 부엌으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부엌에 가자 언제나처럼 식탁이 어질러져 있었다. 한숨을 가볍게 쉰 해리는 의자 위로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그릇을 하나하나 세면대로 옮겼다. 그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의자에 올라가서 그릇 한, 두개를 들고 다시 의자에서 내려와 세면대 근처에 있는 의자에 올라가서 다시 그릇을 세면대에 담가두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페튜니아 이모는 언제나 이 힘들고 귀찮은 일을 해리에게 시켰다.

 

그것은 일종의 해리가 이 집에서 살아가기 위한 규칙이었다. 이 집에서 그나마 밥이라도 얻어먹고 살고 싶다면 일을 해! 라고, 페튜니아 이모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리고 해리는 오히려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릇을 겨우 다 옮기고 나자 페튜니아 이모가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해리는 움찔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재빠르게 부엌 밖으로 달려 나갔다. 페튜니아이모는 '흥!'이라고 코웃음 치면서 해리를 못 본 척 했다.

 

오늘은 빨래를 하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있다. 해리는 방에서 나오면서 가지고 나온 자신 몫의 타올을 가지고 욕실로 갔다. 그것을 따뜻한 물에 적시고 작은 손으로 꼭 짠 후 다시한번 특별한 향료를 뜨거운 물에 풀어 타올을 담갔다. 어린 아이의 손에 제법 뜨거울법한 온도였지만 해리는 불평도 하지 않고 그것을 건져낸 후 다시 손으로 꼭 짜냈다. 그것을 안고 자신의 방으로 쪼르륵 달려 들어갔다.

 

 

"늦었군, 해리 포터."

 


"죄송해요, 요정님. 두들리가 수프를 두 번이나 엎었나 봐요. 그래서 접시를 더 쓰는 바람에 세 번이나 더 왔다 갔다 했거든요. 자, 몸을 닦아 드릴게요."

 

 

베게에서 다시 '요정님'을 꺼낸 해리는 그제서야 방긋 웃음을 지었다. 다섯 살 치고도 깡마르고 작은 체구의 해리는 '요정님'과 몸집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아보였지만 자연스럽게 그를 안았다. 최대한 그가 편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한 해리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요정님'의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몸을 하루라도 닦아주지 않으면 '요정님'의 몸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사실 해리가 '요정님'을 만나게 된 것도 이 악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다행히, 해리가 매일매일 해리가 직접 라일락과 라벤더를 이용해 만든 향료를 섞은 물로 닦아주자, 그 악취도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파충류처럼 몸이 차가운 '요정님'이 하루 중에 유일하게 따뜻해지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해리가 이렇게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있는 시간이었다. 구석구석을 닦아주고 있을 때면 늘 냉정하게 툭툭 말을 내뱉는 '요정님'도 눈을 조용히 감고 해리의 손길을 음미하는 듯 했다. 그것은 해리를 무척이나 기쁘게 했다. 요정님의 몸을 닦는 작업에 제법 익숙해진 해리이기 때문에 제법 빨리 그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일을 마치자마자 해리는 쉿쉿거리는 소리로 다시 내기니를 불렀다. 그러자 다시 내기니가 어슬렁 어슬렁 기어 나왔다.

 

 

"요정님! 아까 뽑은 걸로도 한번 드시기엔 충분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조금만 더 뽑아 놓을게요. 괜찮겠지, 내기니?"

 

 

내기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기쁘게 웃으면서 다시 독을 뽑기 위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 포터!!!! 내려와라, 당장!!!!!!!"

 


"이크, 저, 잠시만 내려갔다가 올게요!!"

 

 

갑자기 페튜니아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뛰어 내려가는 소년을 보면서 '요정님'은 한심한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러다가 이내 표한 표정으로 해리가 나간 곳을 바라봤다. 그는 아직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일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쯤 문을 열린 문에서 뭐라뭐라하는 여자 머글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하이톤의 목소리에 짜증이 난 '요정님은 지팡이를 휘둘러 문을 탁!하고 닫아버렸다. 그러자 제법 소리가 컸는지 내기니가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다시 똬리를 틀었다.

 

해리가 쓰는 낡은 침대에 편하게 몸을 눕힌 그는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그날, 1981년 10월 31일을 떠올렸다. 그랬다. 모든 것은 그날, 일어났다----

 

 

 


...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힘을 가진 자가 오리라……
그와 세 번 싸웠던 이들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며, 일곱 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리라……
어둠의 마왕은 그의 적수로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둠의 마왕이 알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리라……
그들은 다른 한쪽이 살아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손에 죽으리라……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힘을 가진 자는 일곱 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리라…….]

 

 

볼드모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의 비겁한 부하 중 하나인 피터 패티그루로 부터 간만에 쓸만한 정보를 얻어서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는 오늘이 오기를 기다려왔다. 수개월 전, 리키 콜드런에서는 소란이 일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사이빌 트릴로니라는 마녀가 호그와트의 교수로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던 중 우연히 '예언'을 한 사건은 순식간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입을 타고 마법세계 전체로 번져나갔다.

 

마치 불길처럼 예언에 대한 기대는 타오르기 시작했고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그리고 마법세계에서는 조용한 흥분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80년 7월 31일- '예언의 아이'는 탄생했다. 그것은 정말로 간발의 차였다. 세번 싸웠던 자는 두 부부였다. 프랭크와 앨리스 롱바텀 부부와 제임스와 릴리 포터 부부였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졌으며-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러나, 단 수십초의 차이가 아이의 운명을 갈랐다.

 

네빌 롱바텀은 1980년 7월 31일 정오에 태어났고, 그리고 해리 포터는 1980년 8월 1일 0시 0분 01초에 첫 울음을 울었다. 앨리스 롱바텀은 좌절감과 두려움에 오열했고, 릴리 포터는 안도감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상당히 믿을만한 부하의 정보였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릴리 포터를 사랑한 만큼 제임스 포터를 증오하는 남자다. 그런 그가 제임스 포터의 핏줄을 위해 거짓을 고하는 자비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더 볼드모트가 확신을 가진 이유는 바로 릴리 포터 때문이었다. 릴리 포터는 상상이상으로 독한 여자였다. 성 뭉고에 심어놓은 다른 첩자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첫 진통이 오고 완전히 자궁 경부가 열린 후로 무려 3시간이나 출산을 미뤘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자궁 경부가 열린 후로 아이가 나오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50분임을 감안했을 때, 그녀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낸 셈이었다. 그것은 산모의 자궁 파열은 물론, 태아에게 산소부족에 의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아이를 낳자고 울면서 애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강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도.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아이를 예언에서 빗겨가게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볼드모트는 왠지 그녀라면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막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릴리 포터가 오러가 되었을 무렵, 그들은 단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이곳인가-?"

 

 

그의 흉측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이 비틀어지면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상당히 흉측한 미소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깔깔거리며 잔인하게 웃었다.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그는 늘 입고 다니는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어둠으로 녹아들었다.

 

릴리 포터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적어도 볼드모트가 보기엔 그랬다.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아들을 예언에서 빗겨나가게 한 것을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출산하고 난 후 산후조리를 마친 릴리 포터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만큼 그녀의 남편과 함께 빨리 일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녀는 거의 모든 시간을 롱바텀 부부를 보호하기 위해 쏟았다. 그래서 지난 1년간, 볼드모트는 그들을 찾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제서야 겨우 그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피델리우스 마법이었다. 덤블도어가 직접 롱바텀 부부와 그들의 어린 '예언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처음 그 마법의 비밀의 파수꾼은 제임스 포터였다. 그러나 제임스 포터는 분명 자신이 가장 먼저 타겟이 될 것이며, 만약 잡혔을 경우 베리타세룸을 먹게 된다면 비밀을 실토할 수도 있을 것임으로 시리우스 블랙에게 그 파수꾼의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나 어리석은 시리우스 블랙도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주에 아무도 모르게 비밀의 파수꾼을 다시 피터 패티그루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시리우스 블랙은 자신의 친구를 너무 믿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 볼드모트는 낮게 웃으면서 그를 비웃었다. 롱바텀 부부가 은신해있는 집은 이제 볼드모트의 눈앞에 훤히 보였다. 뱀처럼 얇은 동공을 가진 남자가 낄낄거리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집은 반쯤 파티분위기에 젖어있었다. 볼드모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창문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이것 봐라, 네빌! 어때? 예쁘지?"

 

 

알록달록한 여러 가지 색깔의 구름을 만들어내는 검정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의 남자도 자신과 비슷한 색깔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을 안고 즐거운 듯 연신 웃고 있었다. 부엌 쪽을 보자 두 여자가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그릇을 꺼내고 있었다. 크지 않은 응접실을 한번 슥 훑어보던 볼드모트는 이내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거실의 한 구석에서 작은 소년이 혼자 앉아있었다. 네빌 롱바텀에 비해서 이상하리만치 마르고 작은 소년은 검정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그리고 녹색의 눈동자를 지닌 척 보기에도 연약한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꺄르륵 웃고 있는 네빌과는 달리 혼자 구석에서 조용히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정말로 이상한 것은 그 누구도 그 소년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 어미와 아비도 시선을 줄 법 하건만, 그 누구도 소년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듯 했다. 귀엽긴 했지만 너무 작고 말라서 볼품없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볼드모트는 그 소년에게서 왠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어머, 릴리! 와인이 좀 모자랄 것 같아. 리무스랑 시리우스, 피터도 온다고 했지?"

 

"어머? 정말. 어휴. 어쩔 수 없지. 나랑 제임스가 나가서 금방 사올게. 제임스~"

 

 

볼드모트는 다시 망토를 눌러쓰고 어둠속으로 피신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면서 두 명의 훌륭한 오러가 웃으면서 손을 잡고 와인을 사기 위해 자리를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볼드모트는 낮게 웃었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 한 볼드모트는 천천히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현관문을 두드리기 위해서 손을 들어 올렸을 때, 문득 녹색 빛의 눈동자가 생각이 났다.

 

문을 두드렸다. 응접실에서 네빌을 안고 있던 남자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덤블도어의 피델리우스 마법의 효과를 믿는 듯 했다. 문이 열렸다. 그의 동공이 커졌다. 그의 입이 경악으로 벌어졌다. 볼드모트는 흉하게 미소 지었다.

 

 

"안녕? 프랭크 롱바텀."

 


"애....앨리스!!!!! 그, '그 사람'이야!!!! 어, 얼른 네빌을 데리고 도망쳐!!!!!!!!!"

 

 

순식간에 주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볼드모트는 가소롭다는 듯 그 주문을 날려버렸다. 단 한 번의 주문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낸 그는 늘 사용하는 믿음직한 최악의 저주로 눈앞의 남자를 쓰러뜨렸다. 그러자 프랭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서서히 몸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이 미처 바닥에 닿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에게 죽음을 선사한 볼드모트는 일단 죽음을 먹는 자의 표식을 하늘로 쏘아보냈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볼드모트는 빠르지 않은 걸음걸이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언가가 후다닥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볼드모트는 그쪽을 향해 아바다 케다브라를 날렸다. 그러자 그 저주에 맞은 여자는 서서히 바닥으로 넘어져갔다. 그리고 그녀가 바닥에 완전히 닿을 무렵, 갑자기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볼드모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죽은 여자의 시체를 발로 걷어내자 그녀의 품 안에 한 아이가 울면서 안겨있었다. 그 소년의 이마는 심하게 찢어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까 어미가 넘어지던 도중 잘못 넘어지는 바람에 테이블 모서리에 이마를 찍히고 찢겨진 모양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목청을 높여서 빽빽 울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볼드모트는 점점 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볼드모트는 상대가 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자비롭게 죽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이를 보면서 '자비'롭게 죽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볼드모트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가 주문을 외우자 네빌의 심하게 찢겨진 이마의 옆에 깊은 V자 모양의 흉터가 새겨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타오르듯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엄청난 고통을 주는 듯 했다. 네빌은 더욱 더 심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볼드모트는 다시 즐거운 듯 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아부, 아부부....."

 

 

무언가가 볼드모트의 망토자락을 당기기 시작했다. 조금 놀라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볼드모트는 진심으로 놀랐다. 녹색 빛 투명한 시선을 지닌 작은 소년이 어느샌가 기어와 자신의 망토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울먹거리면서 망토를 꼭 붙잡고 볼드모트를 올려다보는 소년은 볼드모트가 소년을 내려다보자 그러지 말라는 듯 도리질을 쳤다.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볼드모트는 흥미를 느꼈다.

 

생각해보면 방금 볼드모트가 죽인 저 여자는 진심으로 웃겼다. 아무리 자신의 자식이 귀하다고는 하지만 마왕이 쳐들어왔는데 제 자식만을 챙겨서 달아나려고 했다. 물론 볼드모트가 노리는 것은 네빌 뿐이긴 했지만 모든 것을 떠나 상당히 괘씸한 행동임에 틀림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도주에 성공하고, 화난 볼드모트가 홧김에 소년을 죽이기라도 했다면 릴리 포터와 제임스 포터에게는 뭐라고 변명을 할 참이었을까? 참으로 어미란 이기적인 동물이었다. 그러다 문득, 제 어미와 아비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구석에서 축 늘어져있던 소년의 모습이 다시한번 눈앞에 어른거렸다.

 

볼드모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갑자기 들어 올려지자 소년은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러다가 이내 꺄르륵 웃더니 손을 쭉 뻗어 볼드모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무방비한 소년의 행동에 볼드모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안아 올리자마자 소년이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말랐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소년은 어린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는 듯 했다. 마치 자신의 어릴 적 고아원 시절처럼---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볼드모트는 불쾌해졌다. 좀 더 온기를 갈구하면서 자신에게 매달리는 작은 소년을 물끄러미 보던 볼드모트는 소년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네 부모는 널 제대로 키울 마음이 없는 듯하구나. 그렇다면 지금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살아남는다고 해도---"

 

 

나처럼 될 테니까- 문득 그 말을 삼키면서 볼드모트는 좀 더 안아달라면서 손을 뻗는 소년에게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솔직히, 그랬다. 사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죽은 것은 싫었다. 왠지 몰라도 싫었다. 그래서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어둠의 마법에도 손을 뻗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추종자들이 딱히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인가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이 있으니 편했기 때문에 곁에 두었다. 그리고 어쩌면 네빌 롱바텀을 죽이러 온 것도 단순히 죽기 싫기 때문에 그를 죽이러 온 것에 불과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런 무감동한 삶에 조금쯤은 질려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끝내야 좋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최소한 볼드모트는 너무나 짧은 시간을 봤을 뿐이지만 강력하게 끌린, 그리고 제법 호감을 가지게 된 이 소년만은 그런 무감동한 삶을 살게 되지 않길 바랐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녹색의 눈동자가 강력한 호감과 바람을 머금고 미소지어왔다. 그 미소가 마음에 든다고 문득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비를 베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다가왔다. 볼드모트는 눈을 감았다.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왠지 저 아이가 죽는 모습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면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외쳤다.

 

 

"아바다 케다브라-!"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끼익하고 문이 열렸다. 볼드모트는 겨우 움직여지는 고개를 조금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이 열리자 풀이 잔뜩 죽은 해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내기니가 고개를 쳐들었다. 해리가 문을 닫고 완전히 방으로 들어오자 내기니가 해리에게 다가가 고개를 비볐다. 해리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내기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해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침대위로 꾸물꾸물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볼드모트를 꼭 끌어안았다.

 

 

"이번 달도....엄마랑 아빠가 못 오신데요. 많이 바쁘신가 봐요. 날 구해준 '네빌'도 지켜야 한다고 하고....지난 크리스마스때 보고 벌써 5월이네요."

 


"릴리 포터와 제임스 포터를 말하는 거냐?"

 


"네.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 작년엔 정말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요정님이 계시니까 외롭지 않아요. 이모는 조금 퉁명스럽긴 하지만...그래도 먹을 건 제때 챙겨주시니까 예전보다는 훨씬 낳아요. 집에 있을 때는....."

 

 

해리가 말을 흐렸다. 그 순간, 볼드모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리는 볼드모트를 더 꼭 끌어안고 가늘게 몸을 떨었다. 마치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 했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말을 들으면서 이해할 수 없었다. 릴리 포터는 해리 포터를 예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모험을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해리 포터는 그의 머글 이모네 집에 맡겨졌고 그의 훌륭한 마법사 부모는 그를 잘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볼드모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해리와 볼드모트가 만난 것은 불과 5개월 전의 일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동네를 가득 메우는 불쾌한 냄새에 주민들은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당국도 나서서 수색을 해봤지만 결국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레기를 회수하던 시당국이 엄청난 음식물 쓰레기가 든 쓰레기를 어딘가에 흘려둔 채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원성만이 늘어가는 가운데, 1주일이 흘렀다. 그날도 악취 때문에 신경질이 극에 달한 더즐리 부부는 결국 어린 해리를 쫓아내 쓰레기를 치우라고 성화를 부렸다.

 

어렸던 해리는 코트를 걸친 채 한참을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해리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공원까지 도착했다. 공원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 악취가 심해지는 듯 했다. 해리는 코를 부여잡고 악취의 근원을 따라갔다. 그리고 결국 한 풀숲 속에서 아주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큰 뱀 두 마리였다. 그 중 한 마리에는 너무나 놀랍게도 사람의 얼굴이 붙어있었다. 무서울 법도 했지만 그때 해리는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섰다. 얼굴이 없는 큰 뱀이 해리가 다가오자 그곳을 경계했다.

 

 

[해치지 않을게! 도와주려고 왔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그때 해리는 자신이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인식하지도 못했다. 뱀은 잠시 깜짝 놀란 듯 하더니 이내 뱀에 붙은 얼굴과 해리를 번갈아 봤다. 그러다가 자신의 꼬리에 감고 있던 막대기를 해리 쪽으로 건네면서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것을 들고....외쳐.......'반쪽의 생명을 가진 존재여, 반쪽의 생명에 걸맞는 반쪽의 육신을 벼르노라....']

 

 

해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뱀이 건네는 지팡이를 잡았다. 그 지팡이는 이상할 만큼 해리의 손에 꼭 맞았고 온기를 주었다. 문득 해리는 그것이 마법의 지팡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해리는 자신의 부모가 머글이 아닌 마법사와 마녀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의 지팡이를 제대로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었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뱀이 시키는 대로 말했다. 그러자-- 

 

 

 


밝은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위에 잔뜩 퍼져있던 코를 떨어지게 할 것 같던 썩은 냄새가 순식간에 한 곳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것을 멍-하게 바라봤다. 빛이 잔뜩 모여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이내 그것이 모여들어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몰려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다른 것을 확인할 사이도 없이 나타난 물체를 자신의 코트 속에 쏙 집어넣고 도망치듯 이모집으로 달려 자신의 방에 숨어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처음 만났다.

 


멀리서 페튜니아가 다시 해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첫 만남을 생각하던 해리는 화들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소 할 시간 인가 봐요-'라고 작게 속삭인 해리는 볼드모트에게 쪽!하고 키스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해리는 꺄르륵 웃으면서 생긋 미소 지었다.

 

 

"들키면 안 된다고 했죠? 요정님! 엄마랑 아빠한테는 특히! 그러면 사라져 버리니까!"

 


"멍청해도 그 정도는 기억하는군."

 


"그럼 제가 돌아올 때 까지 불편하겠지만 잠깐만 마루 밑에 숨어주세요! 요정님의 '나쁜 마법'이 풀릴 때 까지 해리가 꼭 지켜드릴게요! 자, 약속!"

 

 

짧은 팔에 혼자서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한 해리는 다시 볼드모트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아침에 그를 꺼내올 때처럼 다시 그를 품에 꼭 안고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간 해리는 마루 밑에 볼드모트를 조심스럽게 넣어주었다. 제법 좋은 이불과 여러 겹의 시트로 바닥을 받쳐놓았기 때문에 푹신해 들어 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다시 마루의 판자가 닫히는 것을 보면서 볼드모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존재'하기 위해 명상에 잠겨들었다. 그가 사라지자 내기니는 해리가 열어준 창문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해리는 페튜니아 이모가 부르는 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쪼르륵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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