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존나 못해서 빡대갈인 박지훈이랑 수학 존나 못해서 꼴통인 안형섭. 둘이는 그냥 고3때 같은 반(3학년2반) 친구였음. 형섭은 수능끝나고 학비 1학기아님 안대준다는 부모님때문에 학숨 푹푹 쉼. 안그래도 지 머리로 어케 용 존나 써서 ㅍㅌㅊ 대학은 붙었는데 들어가면 머리 존나 딸려서 국장이고 뭐고 하나도 안나올 거라는거 알기 때문임. 그거 그냥 들으면서 옆에서 롤하고 있던 지훈이 야 난 씨발 입학금말고는 아예 안대준데. 지금 벌써 빚이 삼백이야 씨발 이러면서 존나 담배 찾음. 우리 어떡하지 지훈아.. 하면서 형섭이 지 자주가는 커뮤에서 대학게시판 들락날락하는데 갑자기 국장받는 꿀팁이라는 글이보임. 눈 존나 커져서 클릭하는 형섭.



위장결혼으로 이끄는 꿀팁 짤


존나 눈 가늘게 뜨고 유심히 읽고있던 형섭.. 옆에서 뭐보냐 하고 담배피고 돌아온 지훈과 눈마주침. 순간 안형섭 입에서 나와선 안될 말이  튀어 나왔음. 지훈아. 우리.. 결혼할래?

뭐?이 미친새끼가 뭐래. 하면서 대가리 후리려는걸 잽싸게 피한 형섭이 야 이것좀 봐바 하면서 지훈의 면상을 끌어다 모니터를 향하게 했음. 뭔데 씨발. 하면서 찬찬히 글을 읽은 지훈이 다시 인상을 존나 쓰면서 형섭에게 말했음.

- 야 이게 되겠냐? 뭔 결혼이야 너 결혼이 뭔지는 알아?
- 아니 그냥 결혼하고 이혼하면 되잖아.
- 아니 ㅅㅂ 생각이 있는거냐. 부모님 허락은 어케받고 주변사람들한테는 뭐라고 얘기하려고. 넌 철판도 존나 두꺼워서 가능할지 몰라도 난 아냐.
- ..아.. 그런가.. 힝..
- 에휴 미친새끼 아무리 빡대갈이어도 그렇지 현실도 조또 몰라요.

혀를 끌끌찬 지훈이 저새끼 ㅇㅇ대 간것도 기적이다 기적 이러면서 인벤이나 다시 검색하고 있는데 풀죽어 머리싸매고 있던 형섭이 다시 아! 하면서 이마를 탁 치고 일어남. 저 새끼 또 씹쓰러운짓 하네; 하면서 지훈이 쳐다보자 형섭이 흠흠 목을 가다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음.

- 혼인신고만 하면 되잖아.
- 뭔 혼인신고야.
- 아니 그니까 결혼식을 올리는 것두 말이 안되구 친구들한테도 쪽팔리지만 그냥 혼인신고만 하면 누가 알어.
- ...어..?
- 그렇잖아. 부모님두 모를거구. 걍 우리 주민등록등본만 간단하게 몇년 바뀌었다 사라지는건데. 어짜피 너나 나나 대학다니려면 자취해야할거구. 국장서류낼때 기혼체크 되어있는걸 누가 보겠어.
- ..안형섭.
- ..왜 또~

또 지랄할까봐 잔뜩 쫄은 형섭이 몸을 뒤로 뺐음. 그런데 예상외의 대답이 들려왔음.

- 해가 동쪽에서 뜰 날도 있다더니 너도 똑똑할 때가 있구나?
- ..저기 원래 해는 동쪽에서 뜨거든?
- 그거나 그거나. 야 하자.
- 뭘?
- 결혼.


콜? / 콜!


박지훈이 안형섭의 청혼을 받아들인 역사적인 순간이었음.






그렇게 해서 시작된 윙섭의 천방지축 위장결혼. 철없는 고자딩지들은 반지도 없이 새끼손가락으로 서약하며 킬킬댔음.

- 야 지금 당장 하러가자
- 어 서방님이라고 불러라 이제
- 내가 서방님이지!
- 빨리와 마누라
- 아 같이가아~



하지만 패기돋던 결혼약속은 구청가서 혼인신고서를 보는 순간 와장창 깨짐. 부모님 동의 없이 하는 혼인신고는 성년이 되어야 가능했는데 수능 끝난 2월에는 둘다 아직 만 18살이었기때문임.

- 아 넌 이런것도 안알아보고오냐 바보야
- 뭐 너도 몰랐자나ㅠㅠ 힝.. 어떻게 하지.
- 어짜피 엄빠 주민번호는 다 아는데 그냥 확 써서 내버려?ㅡㅡ
- 야 그래두 그건 아닌거같아.. 혹시나 확인해본다구 하고 전화하면 어떻게 해..ㅠㅜ
- 에씨 야 너 생일 언제야 나 5월
- 나..?나 8월 9일..
- 에이... 야 우리 이번학기는 걍 다니고 여름에 다시 만나. 그때 신고하고 7학기 꽁짜로 다닌다.
- 어.. 그러까..? 지훈이 너도 이제보니까 똑똑하다.
- 그걸 이제 알았냐ㅋㅋ

그래서 그날 둘은 걍 밥이나 먹고 헤어짐. 그리고 각자 대학가서 1학년 1학기를 존나 열심히 보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처음해보는 자취 처음해보는 대학공부와 과제 각종 중간 기말 시험때문에 둘은 입학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까먹고 정신없이 1학기를 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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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개월이 흘러가고 어처구니없는 결혼 생각이 다시 들은건 지훈이었음. 집으로 날아온 성적표와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자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미래가 너무 참담하게 그려졌음. 나름 그래도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한량기질 어디 안가서 애들이랑 몇번 술까고 수업째고 시험 안봤더니 2점단이 된 지훈; 국장은 꿈도 못꾸고 엄빠는 4점단이 되지않으면 한푼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데 도저히 4점단은 자신이 없었음. 에누리없이 금 삼백오십칠만육천칠백원 이라고 써있는 고지서를 보며 지훈은 형섭에게 전화했음.

- 어? 지훈이 니가 왠일이야? 잘지냈어?
- ..야 너 이번에 성적 잘 나왔냐?
- 어.. 열심히는 했는데.. 평균 B 간신히 넘엇어..ㅠㅠ
- 우리 겨울에 했던 약속 생각나?
- 무슨 약속?
- 결혼하자고 했던거.
- 아..? 아아 그거 진짜 하자고?
- 어.. 도저히 안될것같아. 안형섭 나좀 살려줘 씨발....

결국 7월초에 다시 만난 형섭과 지훈은 서로 합의 끝에 형섭의 생일만 지나면 혼인신고를 하러가기로 함. 지훈은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형섭도 성적은 되어서 어느정도 장학금받긴 했는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기 때문 ㅇㅇ



8월 10일날 만난 지훈은 형섭에게 작은 케익을 건냈음. 이건 뭐야?

- 너 그래도 어제 생일이었잖아. 그리고.. 이런 말 해서 좀 그렇긴 한데 결혼해줘서 고마워.
- 헐 박지훈 완전 징그러.
- 아 씨발 말이 존나 이상하네. 암튼 너랑 결혼해서 돈받아먹는거니까 고맙긴 하다고.
- 야 뭘 그런거 가지구. 나도 받는데 ㅋㅋ 들어가자.

그렇게 구청앞에서 때아닌 낮간지러운 쌩쇼를 벌인 둘은 씩씩하게 들어가서 같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했음. 야 증인 2 필요하다는데 누구로하지? 난 선우꺼 적을게. 그럼 난 배진영 이새끼꺼 적어야지.  그렇게 집에서 구몬풀고있던 밍키와 피방에서 한창 배그하고 있던 진영은 뜬금없이 둘의 증인으로 소환되었음. 얼추 쓸거 다 쓰고 서명한 둘은 약간 긴장하며 구청직원에게 서류를 내밀었음.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을 들지도 않은 직원은 서류만 받아들고 몇가지를 컴퓨터에 입력했음.

- 네 접수되었습니다. 일주일 후부터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 아.. 넵..

그렇게 너무 간단하게 결혼한 둘은 이게 이렇게 쉬운 사회였나 왜 다들 우리처럼 안할까(..) 란 의구심이 들었지만 또 걍 밥이나 먹고 헤어졌음. 



일주일 후에 가족관계 증명서를 뽑은 둘은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그대로 제출했음. 그러나 이번엔 배우자 동의때문에 서로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해진 윙섭. 서로의 자취방에서 온갖 지랄끝에 겨우 인증에 성공하는데 그과정에서 약간 말싸움이 일어났음.

- 아그러니까 내가 아까부터 폰으로 다운받아서 전송하자고 했잖아.
- 아니 왜 컴퓨터에 멀쩡히 있는걸 또 폰으로 보내야 하는데.
- 너 진짜 바보냐? 이게 내컴이지 니컴이 아닌데 니꺼 공인인증서가 어딨어.
- 아 우리집에서는 그냥 하드웨어에서 탐색하면 나왔단 말이야.
- 아 진짜 빡대가리. 이래서 너 2학기 등록금은 어케내려고 했냐?
- 하 너없이도 잘할 수 있었거든? 자꾸 바보라고 하지마 너도 아까 비번 5번 틀려서 은행갔다왔잖아.

서로 존나 꼴통인거 인증하면서 잔뜩 짜증난 둘은 결국 결혼 10일차만에 내가 다신 너랑 뭐 하나봐라. 누가 할소리! 이러고 씩씩대면서 헤어졌음.

그리고 또 2학기가 서로 아무 접점없이 흘렀음. 중간에 국장확인하려고 한국장학재단에 들어가서 거진 400만원이 서로의 앞으로 나온 것을 보고 결혼하긴 잘했구나 생각하긴 했지만 굳이 연락하진 않았음.




2학기가 다 끝나고 그 해 겨울에나 만난 윙섭은 생각보다 더나온 국장으로 저번보단 비싸고 맛있는데 가서 밥을 먹었음. 이번엔 다음학기 등록을 위해 능숙하게 공인인증을 하고 향후의 계획을 나눴음. 사이좋게 2개월 차이로 군대갔다와서 휴학 좀 하다가 복학해서 앞으로도 올해처럼 일년에 두세번정도만 만나자는게 그들의 최종 결론이었음. 지난 여름에 끝이 안좋았던 지라 데면데면한걸 좀 풀고싶긴 했지만 어짜피 돈으로 묶인 관계인거 둘다 서로를 그닥 신경쓰고 싶지 않았음. 아니 그랬다간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까봐 둘은 그냥 깔끔하게 헤어졌음. 그렇게 두사람의 위장결혼은 그렇게 평탄하게 지나가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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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대한 2년후 둘에게는 예기치 않은 시련이 떨어졌음. 그동안 윙섭처럼 말만 혼인신고한 대학생들이 좀 늘었는지 법이 바뀌면서 사실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 부부들은 미혼으로 간주하고 다시 부모님 재산으로 소득분위를 나누겠다는 것이었음. 그리고 그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실거주지가 같아야했음. 울며겨자먹기로 다시 만난 두사람은 여기서 그만둘것인지 아니면 동거를 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치열하게 고민해봤음.

하지만 갓 전역한 스물 세살이 다시 복학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리가 만무했음; 거기다가 지훈은 아직도 자기 이름을 zihon으로 쓰는 빡대갈이었고 형섭은 지훈처럼 공부를 안한것도 아닌데 루트도 모르는 꼴통이었음. 까마득하긴 하지만 1학년 2학기의 꿀을 빨아본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저 인간이랑 동거한다는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서 받는 장학금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을것이란 결론이 나왔음. 모자를 푹 눌러쓴 두사람은 다시 손을 잡았음.

-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 그러게..
- .. 후회돼?
- 아니.. 그건 아니야. 앞으로 잘 부탁해 지훈아..
- .. 그래. 나도 잘 부탁해 안형섭.

기왕 사는 거 어짜피  두집 살림 하나로 합치면 돈도 절약되고 생활비도 덜 들거라고 둘은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한 윙섭.

하지만 그건 같이 방을 구하러 다닌지 한 시간도 안되서 또 깨졌음.

- 아 씨발 왜 중구에 방을 잡아야하냐고. 그냥 니네 학교 옆이라 그런거잖아.
- 말했잖아. 여기가 교통도 편하고 니네 본가랑도 가깝다구. 너가 봐온 방은 지하철도 잘 안다니구 한참 들어가야 있는데에 있잖아.
- 와 너 진짜 이기적이다. 너 좋자고 나 불편하라는거아니야. 내가 본가에 가면 얼마나 간다고.
- 내가 이기적인게 아니라 합리적인 결정이라니까? 너 여기서 3호선 타고 가서 한정거장만 환승하면 바로 너네 학굔데 뭐가 문제야?  너가 더 좋은데 찾아보던지. 내 생각엔 여기만큼 딱인데 없거든?


지훈에겐 안타깝지만 형섭은 지리만큼은 꼴통에 빡대가리가 아니였음. 결국 논리적으로 왜 이방이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말하는 형섭과의 말싸움에서 지고만 지훈은 씩씩대다가 형섭이 구해온 방에 싸인했음.


아 진짜 싫다... / 나도 싫거든요?!

너 씨발 진짜 여기서 살다가 좀만 좆같기만 해봐 당장 이혼할거야. 흥 그러시던지 아쉬운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렇게 처음부터 평탄치 않은 동거가 시작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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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은 우당탕탕 동거생활하다가 눈맞고 배맞아서 실제로도 결혼했데요...


결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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