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와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W. 재재








"내애가.. 같이 갈걸.."


"태형아."


"반대시위 뭐 그런거 하지말구우.. 그냥 자존심 다 내다버리고 같이 간다고 할걸.."


"어쩔 수 없었잖아.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고."





태형은 지민과 윤기를 만나 술을 걸치고 있는 중이었다. 지민과 윤기는 자신들의 일때문에 바쁜 몸이었지만 백수 태형의 신세한탄을 들어주러 바쁜 일정을 쪼개 틈틈히 술을 함께 마셔주고 있었다. 태형은 정국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난 이후 돈 많은 백수 신세가 되었다. 전임교수의 꿈을 안고 박사과정까지 취득한 태형이 여러 강의들을 모두 포기하고 정국에게 매달렸던 것인데 미국정부와 한국정부는 연구원들을 비롯한 태형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깟 돈은 태형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그깟 돈 나도 많다고.





태형은 정상회담에서 정국을 데려가겠다는 통보를 듣고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과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부당함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정부는 투표로 만들어진 존재인만큼 여론에 민감했기에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생각했다. 정국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데려가려는 것, 그로인해 정국이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여야 한다는 점, 이가 얼마나 정국에게 어렵고 힘든일인지 모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태형과 연구원들은 금방 깨닫고 말았다.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서는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점. 방송국과 엔터테인을 모두 손에 쥐고있던 정부는 뉴스 및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정국이 완벽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도록 방송했다. 정부는 맞고, 우리는 틀렸다고.





태형은 질 수 밖에 없었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태형은 그럼에도 작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국민들의 마음을 사면 논의라도 될 줄 알았다. 태형은 처참하게 지고난 후 후회했다. 이렇게 이기고 들겠다고 행동하지 않고, 자존심 굽히고 정국이 따라간다고 할걸. 그랬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을텐데. 태형은 정국에 대한 시위를 주도했기에 정국에 대한 연구 사항을 들을 수 없게되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도 시위에 참여했기에 마찬가지였다. 정국과 항상 붙어지내던 태형이 정국의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태형은 눈물과 후회로 자신을 물들이며 시간을 보냈다.




*



"잘 지내고 있나.."


"누구, 정국이? 아직도 걱정하냐."


"걱정되니까.."


"논문뜬거 봤잖아."


"1년전에 나온거잖아. 그 이후로 안나왔고."


"1년전이어도 한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거기서 더 오래 지냈다는 건데 잘 지내고 있겠지."


"하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래야겠지.."





우리가 생각한 최악은 죽음이었으니까. 정국이 미국으로 가고 몇년이 흘렀을까. 지민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센터에서 센터장 다음으로 높은 직책을 맞게 되었다. 태형은 몇년간 유명대학에서 나오는 야생아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며 지냈다. 정국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공식적으로 나온 논문밖에 없었다. 태형이 알고있는 정국의 상태는 이러했다.


1. 처음 미국의 연구소에 갔을 땐 공격성이 드러났다.

2. 점차 공격성이 없어졌지만 의욕없는 삶을 연명했다.

3. 결국 언어만 강조하던 연구를 바꾸고 점차 나아졌다.

4. 현재 정국의 언어 상태는 미국의 유치원생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 와중에도 살아가고 배워가고 있는 정국이 대단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서 연구를 진행했다면 초등수준은 되지 않았을까. 아니 정국이의 언어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었으니까 더 잘했을 수도. 그리고... 의욕없는 삶을 살지도 않았겠지. 태형은 씁쓸함에 마른 입을 다셨다. 먹을 것도 좋아하고, 애정을 받는 것도 좋아하고, 산책 나가는 것도 좋아하는 밝은 정국이었는데. 또 울먹거리는 태형을 잡은건 지민이었다.





"그래도 이제 곧 정국이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어떻게..?"


"우리는 대선을 끝내서 이미 대통령이 바뀌었지? 정당이 바뀌어서 장관들 포함 윗선들도 거의 바뀌고."


"그렇지.."


"그리고 이제 곧 미국 대통령 바뀌잖냐. 그 때 요청을 해보는거지. 너는 충분히 요청할 자격 있잖아. 그동안 연구했던 결과물도 있고."


"될까.. 정국이 데려가려고 할까봐 안된다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정국이 데려갈 때 이미 넘겨졌어."


"아니~ 문서로 된거 말고."


"그럼?"


"네 머리에 있는거."





지민은 태형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톡 쳤다. 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는 애착관계. 아직도 정국이가 나를 좋아할까? 당연하지. 그 때 너를 얼마나 따르고 좋아했는지 잊은건 아니지? 그치만 갑자기 없어져서 날 원망하지 않을까.. 다시 설명하면 돼. 말을 못알아듣잖아 정국이는. 영어는 유치원생 수준에도 못미치고 한국어도 그정도일 때 미국에 넘어갔는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내가 말로 설명하랬냐? 그럼 뭘로 설명해? 너 정국이랑 애착 쌓을 때 뭐로 했어.





"... 스킨쉽.."


"너가 정국이 교육시킬 때 말로했어?"


"..아니."


"그냥 표현해. 말이든 몸이든 뭐든. 정국이는 똑똑하니까 알아들을거야."


"....."


"그때도 너가 정국이를 특별히 생각한다는거 말로 표현하지 않았는데 알았잖아."


"그렇지.."


"다시 만나면 분명 알거야 정국이는."





태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동안 정국이를 만나는걸 거의 포기했었는데 정말 만날 수 있는건가.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야돼. 무슨 조건? 이건 운에 맡겨야하는 조건이야. 뭔데.. 일단 미국 대통령이 한 번 더 당선이 되면 안되겠지. 태형은 멍하니 지민을 쳐다보았다. 정국이 생각에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래 미국은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있지. 그래도 희망적인건 미국인들은 현재 미국대통령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권력욕과 비인간적인면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드러났고, 사람들은 이를 비난했다.





"다시 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은데.."


"그치? 그런데 조건이 그리고 하나 더 있어."


"...?"


"바로 비슷한 정치색의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거지."





태형은 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도 정당이 바뀌었기 때문에 윗선들이 모두 바뀌지 않았는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색이 비슷하다면 대통령 외에 다른 인물들은 바뀌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태형이 정국을 만나기 힘들어 지겠지.





"하.. 내가 정국이 한 번 만나는데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야 되는거냐.."


"그러게나 말이다. 이게 세상이다."


"진짜 운에 맡겨야겠네."


"그래도 왕권제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야. 왕권제였어봐. 그 왕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됐을지도."


"미친소리 하지마. 생각만해도 끔찍해."




*




미국의 대선이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대선도 아니고 남의 나라 대선인데 이렇게 떨리기는 처음이었다. 태형은 그저 운에 맡기며 미국의 대선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동안 발전없이 정국의 흔적만 찾던 시간들을 후회하며 여러 대학들에 강의 신청을 넣어놨다. 태형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정국을 만나기 더 쉬울테니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왜 정국과 만나게 해주겠는가? 태형은 자신의 꿈이었던 전임교수가 되어 꾸준히 야생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졌다. 야생아를 교육시키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큰 경험이기도 했고, 이 일이 태형에게 있어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야생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다보면 정국을 만날 기회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나라 대선보다 더 떨리네."





태형은 떨리는 마음으로 뉴스를 틀었다. 한국의 대선처럼 실시간으로 크게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나름 특보를 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정치색이 다른 정당이 된다고 정국을 확실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태형은 두 손을 모았다. 천사님... 저 또 왔어요.. 제발.. 제발.. 정국이 보고싶어요.. 제 마음 아시죠? 정국이 저 말고 누구한테 맡겨요.. 그쵸? 천사님도 저한테 맡기고 싶잖아요. 제발 제 소원 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술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자기발전에 힘 안써서 실망하셨죠? 저 다시 일어서려고 책 폈어요. 강의 하려고 대학에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봤어요. 전임교수되면 야생아교육 연구에 힘쓰려고요. 제 나이 30대 중후반인데 결혼 이런거 바라지 않아요. 딱 하나. 정국이만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하.. 보고싶다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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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ㅠㅁㅠ

오랜만인데 글이 너무 짧지요..?


얼른 정국이와 태형이 만나게해서 다시 쪽쪽쪽 하게 하고 싶어서 시간을 훅훅 건너뛰었더니 이렇게 되었네요😅


2021년이 되었어요! 21년엔 코로나가 없어지길 바랍니다ㅠㅠ 모두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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