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주제로 큰 거짓말을 했던 경험, 표정관리가 힘들었던 경험, 혹은 배우의 연기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나 의견을 적어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았다. 일단 … 살면서 소소한 거짓말은 해봤으나 ‘큰’ 거짓말을 한 적이 별로 없고 사회에서 어떤 페르소나를 위해 연기하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에 … 배우의 연기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기로 하였다.

이 주제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어쩐지 박혜수 배우의 연기였다. 박혜수 배우의 필모그라피 중 인상깊게 본 건 ‘청춘시대1’(뭐든지 명작은 1편으로만 남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스윙키즈’였는데 두 작품을 통해 부드럽고 말랑해 보이는 외양 속 제대로 된 한방이 있는 배우라는 걸 알았다. 한국 중년 남자 배우들이 영화에서 거칠고 투박하게 부피감을 차지해 나가는 방식을 무척 싫어하는데 (황정민 류) 박혜수 배우는 느릿느릿 조용하게 묵직한 점이 좋았다. 따뜻하고 두툼한 털실로 한올한올 정석대로 치뜨다 보면, 어느새 그 캐릭터를 멋지게 떠내어버리는 느낌이다. 극 안에서 너무 튀거나 섞이지 못해 1인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게 아니라, 극의 모든 요소와 정답게 주고 받으며 놀랍도록 크게 존재감을 키워 나가는 식이다.

박혜수 배우의 두텁고 다정한 목소리를 너무 좋아한다. 발음은 좋지만 목소리 자체가 약간은 막힌 듯한, 낮고 두터운 톤의 색이 난다. 나는 워낙 그런 목소리에 환장을 하는 터라 … 청시의 유은재 때는 제 안에서 불안과 우울을 키워오던 혼란스러운 스물의 캐릭터가 살짝 답답한 듯 느릿하게, 조심스럽게 나오는 목소리와 어울려 최고의 시너지를 냈고 스윙키즈의 양판래는 겉말랑속짱돌캐의 정석으로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 굳은 심지를 확고한 눈빛과 단단한 목소리로 표현해냈다. 두 캐릭터 다 너무 좋아한다. 박혜수 배우가 만들어 내는 모든 표정이 좋다 … 오래 참다 밖으로 터져버리는 서러운 눈물도 코를 찡긋거리며 호탕하게 웃는 얼굴도 전부 좋다. 말하다 보니 절절한 고백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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