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머리를 쾅 박았다. 


"후우...." 


어항 속 금붕어를 흘긋 노려 보았다. 


"난 어쩌면 저 금붕어가 아닐까? 아냐... 금붕어님께 실례되는 말이지. 분명 저 금붕어만도 못한 놈일 거야."

뺨과 광대를 책상에 철썩 붙이고서 중얼중얼 한탄했다.


학원에서 시험을 보고온 탓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 


천천히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 뼘이 조금 넘는 저 작은 어항에서, 도대체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 


'저거, 서준하가 3학년 때 줬나?' 


'주말에 대뜸 불러서는...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담아서 줬지. 그 다음날엔 예쁜 물결모양 어항을 줬고.' 


서준하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쭉 같은 반이었고 항상 어울려 다녔는데, 5학년 때 남자애들이 놀리는 바람에 점점 멀어지다가 6학년 때는 다른 반이 되버려서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비록 지금은 중학교도 다르지만, 가끔은 걔가 떠오른다. 




'진짜 웃겼지. 딱지 치기 하고, 흙구덩이에서 뒹굴고, 지렁이나 나비 만지면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남자같단 말을 듣게 된 것도 다 서준하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애초부터 그런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서준하 걔도 나 때문에 인형놀이도 했었지, 아마?' 


생각해보니 우스웠다. 


딱지로 인형 놀이하고, 나 때문에 역할극도 하고.... 


"푸학-" 


유치원 시절에 내 똥고집으로 분홍 망토와 요정 날개를 걸치고 역할극을 한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공부는 아직도 못하겠지? 초등학교 때도 그랬으니까.... 맞아, 성적에 관심있는 편은 아니었지. 그래도 예체능 쪽에는 정말 재능이 있었어. 피아노 솜씨가 기가 막혔지.'


이젠 시험 따위는 머릿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였다. 


'난 sns는 안 하니 소식을 통 알 수가 없네. 그렇다고 엄마한테 물어보기도 그렇고...' 




그럴 때마다 매번 뭐 별 수 있냐는 듯이 가볍게 넘겼다. 힘들어서 내 공부적 재능에 회의감이 들 때마다 갑자기 네 생각이 났고, 네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걱정은 사라져 있었다. 


소식도 모르는 너에게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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