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미 우 x 스콧 랭

* 둘다 지금보다 좀 더 젋고 어린. 20대 정도.

* K-패치 아이돌 AU

* 예전에 써둔 걸 이름 바꾼 거라 캐붕이 심하지만 귀여우니까 우스콧으로 보고 싶었어요.


 


계절은 아직 차디찬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른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라고는 도심의 네온사인이나 가로등 불빛뿐이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 어둠에 겨우 익숙해진 스콧은 옆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갑작스런 밝은 빛에 눈과 얼굴을 잔뜩 찡그려 시간을 확인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섰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을 위해 팔을 뒤로 한껏 젖혀 기지개도 켰다.

시간은 새벽 5시 30분을 지나는 때였다.

 

일어날 시간이 아님에도 이른 새벽에 깨어버린 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스콧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더 청할 것인가, 일어나 아침형 인간인양 움직일 것인가. 하지만 그런 고민은 몇 초도 지속되지 않았다. 스콧은 한 번 잠에서 깨버리면 정말 피곤한 상태가 아닌 이상에야 다시 잠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게 작은 한숨과 함께 몇 시간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미련을 내려두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방을 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가려던 스콧의 눈에 무언가 걸렸다.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스콧이 본 것은 분명히 누군가였다. 어두운 거실, 등이 켜지지 않은 현관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스콧은 자신이 잠결에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괜히 긴장감에 땀이 나는 손을 잠옷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잠시 이곳이 멤버들과 함께 생활하는 숙소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겁이 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며 살금살금 현관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향해 다가갔다.

어깨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을 때, 타이밍 좋게 고개를 돌린 ‘누군가’덕분에 스콧은 그 좋은 성량으로 각자의 방문 뒤에 잠든 모두를 깨울 뻔 했다.

 


“스콧?”


 

어둠 속에서 현관에 앉아있던 이는 지미였다. 그제야 스콧이 정상적인 사고를 시작했다. 지미는 지금 스케줄 상 멤버들 중 누구보다 가장 바쁘다. 드라마 촬영과 연말 시상식 참여, 연말 무대 연습 등으로 매일 해가 뜨기도 전인 어두운 새벽에 숙소를 나서 누구보다 늦게 연습실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지만 조금 지쳐 보이는 것 같았다.

 


“아, 지미구나.”

 

“이 시간에 왜 나왔어?”

 


아, 잠이 깨서 물이나 마시려고, 반사적으로 답을 하면서도 시선은 지미의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 패딩을 껴입은 몸을 훑고 신발에 닿았다. 어둠 속에서도 지미의 손이 신발 끈을 쥐고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본 스콧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띄워졌다.

 


그러는 너는 어두운데 왜 그러고 있어?”

 

“어, 나는 이제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

 


당황함에 묘하게 격앙된 지미의 목소리가 스콧의 추측을 사실로 굳혔다.

 


“그래? 잘 다녀와.”

 

“어, 어. 나 오늘 촬영이 길어서 연습실은 못 갈지도 몰라.”

 


그렇게 그대로 일어나서 가려는 지미를 다시 붙든 것은 이어지는 스콧의 말이었다.

 


“근데 지미, 신발 끈 안 묶고 그냥 나갈거야?”


 

지미는 모든 게 완벽했다. 잘생긴 얼굴, 적당히 큰 키, 노래도 잘하고, 이제는 연기까지 인정받아 정말 모든 게 완벽한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지미에게는 (스콧이 생각하기에) 딱 한 가지 못하는 게 있었는데 그게 신발 끈 묶기였다. 물론 신발 끈만 못 묶는 게 아니었다. 끈이란 끈은 다 제대로 묶을 줄을 몰라서 가끔 옆에서 지켜보는 스콧은 지미가 끙끙대는 걸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일상에서 줄이라는 것을 묶을 상황이 그리 자주 일어나지는 않아서 주변의 많은 이들은 지미의 그런 모습을 몰랐다. 그래서 그런 지미를 보며 놀리는 것도, 귀여워하는 것도 스콧만의 즐거움이었다.

 

지미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건 또 언제 본거야, 하는 작은 투정이 들려왔지만 스콧은 가볍게 무시하고 지미를 지나 현관에 섰다. 센서등이 켜지고 지미의 신발이 제대로 보였다.

스콧은 나오는 웃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혼자 어둠 속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양쪽 신발 끈이 서로 엉켜 그대로 지미가 문을 나섰다면 몇 걸음 못 가 넘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킥킥대며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보고 있는 스콧을 보며 지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뱉었다.

 

스콧은 신발 끈을 묶지 못해 혼자 헤매는 지미를 좋아했다. 평소 대부분 상황에서 지미는 스콧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유독 끈을 대할 때만은 스콧이 지미보다 우위에 있는 기분이라 그랬다. 물론 지미를 이겨먹으려 한다거나 지미보다 잘나지 않은 건가 하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감정은 아니었다. 그저 정말 저보다 몇 살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저를 귀엽다는 듯 보는 지미를 신발 끈을 묶어줄 때만은 올려다보며 ‘이런 간단한 것도 못하다니, 우리 지미 너무 귀여워.’같은 소박하지만 평소의 지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철저히 스콧의 관점에서이다.)

 


“묶어줄 거 아니면 비켜. 곧 매니저 형 올 시간이야.”

 

“누가 안 묶어준대? 내가 네 신발 끈 안 묶어주면 누가 해줘.”

 


스콧이 한쪽 무릎만 굽히고 앉았다. 현관 대리석 바닥이 찰 텐데, 하는 생각은 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조금 길게 흘러내린 소매를 적당히 걷어 올리고 먼저 엉킨 줄부터 풀기 시작했다. 지미 손에서는 서로 갈 길을 잃은 양 마구 엉키기만 하던 줄이 스콧이 손을 대자 금세 각각의 신발로 돌아갔다. 풀어낸 줄을 주욱 늘려 길이를 대보고는 익숙한 솜씨로 예쁜 리본을 만들었다.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양쪽 대칭이 이루어진 예쁜 리본이었다.

지미는 스콧이 묶어주는 그 리본을 볼 때마다 스카티처럼 예쁜 리본이네, 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금방 양쪽 신발에 가지런한 리본을 달아준 스콧이 다 됐다, 라고 말하자마자 현관등이 기다렸다는 듯 팟, 하고 꺼졌다.

잠시 둘 사이에는 침묵이 오갔다. 먼저 움직인 것은 스콧이었다. 몸을 재빠르게 일으켜 등의 센서가 인식하기 전, 그러니까 불이 다시 켜지기 전에 지미의 머리를 끌어안고 이마에 쪽, 하고 입맞춤을 해주었다.

조명이 켜지고 넋이 나간 듯 스콧을 보는 지미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생긴 우리 지미, 잘 다녀와.”

 


지미가 그런 스콧의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얼른 가봐, 매니저 형 왔겠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답삭 잡아챈 지미가 스콧의 손등에 키스를 남기고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고 나섰다.

 


“다녀올게.”

 


스콧을 지나쳐 나가던 지미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남아있는 스콧의 얼굴에도 주체 못할 미소가 걸렸다.

가끔 일찍 일어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물을 마시려던 것도, 화장실을 가려던 것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간 스콧은 침대에 몸을 날려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방금 나간 지미를 생각했다.



param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