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일단 나는 더이상 마케터가 아니다. 짧다면 짧을 반년의 시간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고, 일단 기억에서 더 휘발되기 전에 마케터로서의 성장과정을 글로 남겨놓아야겠다.

=> 최종 진화하면 폭음룡이라는 이렇게 폭음을 즐길 것 같은 개체가 된다고 한다. 쎄보여서 맘에 들지만 구멍이 많아서 징그럽다. (출처 : 포켓몬도감)

한때는 미친듯이 서비스가 성장하는 듯 했으나, 마케터인 내가 열심히 끌어모은 유저들은 금방 이탈했다. 100명 들어오던게 1000명이 들어오는데도, 결제금액은 100명일 때와 비슷했다. 온라인 광고 시스템은 이미 최적화가 되어 더이상 고객 획득 비용이 싸지지 않고, 광고 비딩가는 자꾸만 비싸지는데, 객단가는 그대로였다. 이것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2019년 상반기~ 2020년 초까지 계속 하며 온갖 짓을 다해봤다 (1인 마케터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행사와 일해본 것도 이 시기이고, 결국 대행사는 스킬을 알 뿐 본질적인 문제는 인하우스에서밖에 해결 못 함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실물상품을 파는 커머스 서비스의 마케터였다면 접근법이 좀 더 많았을지 모르겠다. 할인이나 프라이싱(pricing) 전략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었겠고, 마케팅 채널도 훨씬 많았겠지. 하지만 나는 아주 보수적인 업계의 보수적인 서비스를 파는 마케터였다. 모두가 낯설어하고, 리스크는 크고, 할인한다고 덥썩 사는 재화가 아닌 서비스를 팔아야했다.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퍼포먼스 마케팅'적 접근은 더이상 나아질 길이 안보였다. 좋게 보자면 더이상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정수준의 단가로 유입이 이루어졌고, 나쁘게 보자면 내가 이미 구축한 시스템(컨텐츠, 채널, 방식, 타겟... 등)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 찾아지지 않았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그토록 원하던 최적화가 이루어진 것 같았다.

물론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케팅 산업은 워낙 변화무쌍하니까 지금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항상 우리 서비스를 마케팅 하며 어딘가 아쉬움을 느꼈는데, 그것은 마케팅원론시간에 배운 4P 중 product(제품, 서비스 그 자체!)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다른 P들(place, price, promotion)도 소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소비욕이 별로 없는 나는 이것들이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진짜 유저를 움직이고 돈을 쓰게 하는 것은 결국 product로부터 시작되어야하고, 이것이 아니라면 심하게 말하자면 사기나 과대포장하고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번 왔다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도록 남아있을 헤비유저를 만드는 것 역시 product라고 믿었다.

이 길고 긴 서론 끝에 그리하여 나는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직함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로스 해커란 말 그대로 성장을 위해서 모든 팀과 함께 협업하여 어떻게든 성장을 이끌어내는 자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직함은 굉장히 짧은 기간만 유지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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