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드 잘- 썼다?"


"하... 누나는 정말..."


"뭐어- 재민이 네가 쇼핑하라고 했다며? 가영언니가 그랬는데?"


"어. 그랬지. 근데 누나까지 같이 껴서 하라는 건 아니었고 또 쇼핑센터를 다 털고 오라는 건 아니었어."


"나도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어. 근데 어떡해?"





입어 보는 옷 마다 다 여주씨한테 잘 어울리는데! 당당하게 외치는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내 몫이었다. 하, 아까 쇼핑센터에서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입는 옷마다 옆에 직원에게 너무 찰떡이지 않냐며 얘기하는 모습에 얼굴에 열이 올라 터지는 줄 알았다.





지금도 열이 올라 빨개졌을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하자 그런 나를 보고 또 눈을 질끈 감아가며 웃더니 봐봐. 여주씨 얼굴 또 빨개졌어. 너무 귀엽지 않아? 하며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다.





"아, 이래서 보여주기 싫었는데..."


"재민아. 네가 숨긴다고 해서 내가 여주씨를 못 찾았을까?"







어떻게든 찾았을걸. 그 말을 하며 날 쳐다보며 웃는다. 아까부터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시선에 내가 뚫릴 것 같았다. 이제 그만 가자는 문 교관님의 말에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여주씨 오늘 진짜 너무 즐거웠어요."


"네! 저도요!"





나와 다르게 활동적이고 텐션이 높아서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늘 정말 많이 웃었다. 지금 내가 진이 빠진 이유들 중 하나도 덕분에 너무 많이 웃어서. 아까 문득 이렇게 누군가와 놀며 웃어본 적이 언제였나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다.





"다행이다. 오늘 제 행동들이 여주씨가 부담스럽다고 느꼈을까 봐..." 


"아아- 전혀 아니에요!"





아니, 사실 처음에는 쪼오-끔 놀라기는 했는데... 머쓱하게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다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고 뒤이어 얘기하자 그럼 우리 또 만날 거죠? 훅 들어오는 질문에 네, 네? 대답을 바로 못하니 다시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울망울망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만나요. 또 만나서 놀아요 우리."


"좋아요! 약속!"





바로 손을 내밀어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고서는 그럼 우리 조만간 만나서 밥 먹어요! 아아, 맞다. 우리 다음에 만나면 말 편하게 하기! 그럼 안녕! 속사포로 말을 내뱉고서는 문 교관님과 함께 나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새끼 손가락을 펼친 채 현관문을 바라봤다.





하아...







"정신 없죠?"


"...네. 조금." 


"이해해요. 누나가 원래 좀... 그래요."







"맞아. 나도 처음에 봤을 때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래도 우리한테는 흥미가 금방 떨어졌지만 여주씨는 잘 모르겠네."


"...그래도 나쁜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그 과한 관심이 조금 힘들다 싶으면 얘기해요."





네. 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님께 대답을 하고 피곤함에 고개를 한 바퀴 빙글 돌리고서 뒤늦게 팀하우스를 둘러봤다.





"와...."





내가 앞으로 여기서 지내게 될 거라고? 여기 완전 TV 드라마에서 보던 부자들 집 같은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보고 있다가 여주씨 피곤할 텐데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얘기할까요? 팀장님의 말에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피곤하긴 했으니까...





이동혁을 따라 내 방 앞에 섰고 문을 열자 우와- 작은 소리를 내며 놀랐다. 내 반응에 이동혁이 어깨를 으쓱 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진짜로 침대랑 옷장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을 보고 괜히 어린 애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 정말 여기서 지내도 되는거 맞아?"


"당연하지."


"진짜 짱이다..."







입을 벌린 채 놀라워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이동혁이 피식 웃는다. 











누가 깨운 것도 아니었고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눈이 떠졌는데 방안에 환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떨어졌다. 미쳤다. 나 알바 가야되는데 늦은 거 아니야? 지금 몇 시지.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하려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가





"….아...."





낯선 방안을 보고 깨달았다. 나 이제 알바 안 하지. 여기 내가 살던 집도 아니고. 아니, 앞으로 내가 지낼 곳이니까 맞기는 한데... 아직 비몽사몽해서 생각하는 속도가 느렸다. 두 팔을 위로 뻗어 크게 기지개를 편 다음 목을 좌우로 젖히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씻자..."





씻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쪽지 하나. 바닥에서 주워 펼쳐 보니 이른 새벽에 갑자기 긴급 호출이 와서 나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이고, 새벽에 긴급 호출이라니...





"돌아오면 엄청 피곤하겠다."





어떤 작전인지 모르겠지만 다치지 말고 별일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마셨다. 음, 언제쯤 돌아올지 모르니 밥도 혼자 먹으러 가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관 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후다닥 달려갔다.





"다들 왔어요?"





어어- 여주씨 일어났어요? 피곤한 표정으로 말해오는 이제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뒤이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들을 확인하는데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여주씨 일어나기 전에는 복귀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네요."


"아아, 괜찮아요. 저도 일어난 지 얼마 안됐어요."





팀장님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데 이동혁이 눈을 반절 감은 채 발을 질질 끌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게 몸을 기댄다. 피곤해 죽겠네... 힘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이동혁이 내게 더 기대어 오길래 으아. 잠깐, 만! 무거워-! 나는 양 팔에 힘을 주어 버티며 큰 소리로 얘기했다.





그러자 황인준이 슥- 다가오더니 이동혁의 뒷깃을 잡고 끌어올려 줬다.





"피곤하면 들어가서 자. 여주씨 귀찮게 굴지 말고."


"귀찮다니... 여주야. 나 귀찮냐."


"내가 대놓고 앞에서 말하는 당찬 성격은 아니라서."


"그게 귀찮다고 말하는 거랑 뭐가 달라."


"귀찮다고 한 적 없는데."





투닥투닥. 또 이동혁하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싸우는 건 그만하고- 이제노가 우리 둘 사이에 손을 밀어 넣어 제지시켰다.







"여주씨 잠은 잘 잤어요?"


"네. 저 어제 피곤했나 봐요. 기절한 듯이 잤어요..."


"방은 어땠어요? 괜찮아요?"


"네. 진짜 너어-무 마음에 들어요."


"다행이다. 동혁이가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우리한테는 건드리지도 말라고 해서..."


"아, 정말요?"


"내가 또 이런 거 하나는 잘 하지."





그래. 이건 인정한다. 옆에서 뿌듯한 목소리로 말해오는 이동혁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일단 우리 다 옷 좀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아, 네. 알겠어요."





아이고- 옷 갈아입을 힘도 없어- 하며 찡얼거리는 이동혁을 보며 대체 몇 시에 나간 거냐 묻자 기억이 안 났는지 옆에 있던 황인준에게 우리 몇 시에 나갔더라? 물었다.







"4시? 그 쯤 나갔을걸?"


"와, 4시요? 혹시 오늘처럼 새벽에 긴급출동이 잦은 편인가요?"


"어... 그렇게 많지는 않고 가끔요."


"…..."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 옆에 있는 이동혁을 툭툭 쳤다. 상체 좀 숙여보라는 내 손짓에 이동혁이 몸을 숙였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질문을 했다.







"아, 진짜 김여주... ㅋㅋㅋㅋㅋ"





이동혁은 어이 없다는듯 웃더니 네가 직접 재민이한테 물어봐. 하며 고갯짓을 한다. 아니, 나 이런 거 질문할 정도로 아직 친한 사이 아닌데.







"응? 왜요? 뭔데요?"


"아니... 그게..."


"오늘처럼 새벽에 호출 와서 작전 나가면 배로 수당 쳐주는지 궁금하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쳐다보길래 입술을 말아 물고 이동혁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붙고서는 시선을 내렸다. 곧바로 팀원들의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민망함에 목덜미에 열이 올라와 이동혁의 팔에 이마를 콩- 하고 박자 이동혁이 따라 웃으며 손을 올려 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SENTINEL

Team. NCT-K







나재민(24)

마인드리더/정신지배

S급 센티넬

NCT-K의 리더







이제노(24)

화염

S+급 센티넬







황인준(24)

염력

S급 센티넬







이동혁(24)

쉐도어

S+급 센티넬














김 덕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