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의 옥탑방은 꽤 쌀쌀했다. 1인분의 온기가 냉랭한 침대 안을 데우고 실제보다 더 따뜻하게 보이게 해주는 노오란 무드등이 한켠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삐죽 튀어나온 이불 아래로는 복슬한 하늘빛 수면양말이 신겨진 발이 보였다. 차가운 벽에 맞닿지 않게 해주는 베개들이 층층이 여진의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옥탑방에 여러 개의 밤이 지나가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에 시목이 여진과 손을 맞잡고 들어왔다. 현관에서부터 서로의 입술을 찾고 탐하며 가는 여진의 허리를 감싸안은 시목이 여진을 들어올려 안았다. 까르륵, 여진의 높은 웃음소리와 시목의 숨소리. 그리고 이내 여진의 신음소리와 시목의 신음소리가. 살끼리 부딪혀 나는 작은 마찰음들이 옥탑방에 채워졌다.  



여진의 숨소리를 들으며 시목은 눈을 떴다. 옆에는 간밤에 힘들어 하던 제 연인이 잠들어있다. 가슴 한 켠에서 몽글한 것이 올라오는데 아마 이것이 여진이 말했던 사랑이려니, 시목은 생각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가지런히 한 켠으로 정리하면서 시목은 저도 모르게 빙긋 입꼬리를 올렸다. 이불 밖으로 튀어나와 차게 얼고 있는 발을 감싸 쥐고 이불 안으로 넣었다. 새삼 작은 발이다. 시목의 몸과 비교하면 모든 부분이 거의 비슷한 듯도 싶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발로 정의를 실현하려고 뛰는 것에, 시목은 한여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또 한번 놀란다. 뒤척이다 살짝 눈을 뜬 여진이 묻는다.



“검사님..뭐해요...”

“잠깐 깼습니다. 다시 주무세요.”

“흐응...”



여진이 시목의 곁으로 파고든다. 시목도 다시 이불 안으로 눕는다. 팔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여진의 목 아래로 넣어 팔베개를 하고는. 편안하게 서로에게 꼭맞춰진 자세는 다시 두 사람에게 잠을 불러왔다. 시목의 부피에 밀려난 베개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 소재 제공해주신 죠이플님 감사합니다.

해海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