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가 가득합니다.


드림 전력 「깜짝 상자」

67회 주제 : 손가락

하이큐!! 츠키시마 아키테루 드림



“야마구치. 손에 그거, 혹시 커플링이야?”

미노루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아직 낯선 금속의 감촉이 왼손 네 번째에서 느껴졌다. 미노루는 손을 펴고 부장을 보았다.

“아뇨, 결혼반지에요.”

“뭐?”

사무실에서 우후죽순 놀란 목소리가 났다. 미노루는 어느 정도 예견한 난장판을 마주하며 눈만 깜빡였다.

“아니, 결혼했어? 언제? 아니, 그보다 남자친구 있었어?”

종종 수다를 떠는 옆자리 대리가 미노루를 돌아보았다. 미노루는 그 모습에 간단히 고개만 끄덕였다.

“언제, 어떻게 만난 건데?”

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한다. 그러니까, 제 동생이 태어났을 때부터.


* * *


미노루의 동생, 타다시는 태어날 때 유난히 작았다. 미노루는 그게 꽤 충격이었다. 여섯 살, 인생 처음으로 만난 ‘아기’는 빨갛고 쪼글쪼글하고 작았다. 옆 침대에 있는 애들보다도 유난히 작아서, 미노루는 제 동생에 대해 가장 먼저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그 인상이 유난히도 깊어서, 미노루는 제 동생에 대해 걱정을 우선하는 사람이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집에 있을 동생을 걱정했고, 중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 때는 운 기색이 역력한 제 동생을 보며 분기탱천하기도 했다. 더불어 몇 살만 어렸다면 미친 척 동생을 괴롭히는 이들을 다 던질 수 있을 텐데. 하고 조금 아쉬워하기도 했다.

아무튼, 미노루는 제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이 지극한 누나로 자랐다. 다른 부분은 ‘평범’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었지만 동생에 대해서는 유난한 사람이었다.

“누나! 나 배구 교실에서 전에 나 도와준 애 봤어! 걔 형도 배구한대, 카라스노!”

그러다 보니 제 동생이 들떠서 외친 말이 정말 정말 정말 신경 쓰였다. 제 동생을 도와줬던, 아마도 친구? 같은 츠키시마 케이, 그의 형. 미노루는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그 이름을 넘길 수 없었다.

만약에 우리 타다시가 마음을 연 친구가 사실 못됐으면? 또 타다시가 울면서 돌아오면 어쩌지? 미노루의 동생 사랑은 오늘도 지극하며 유난했다.

“혹시 우리 학교에 츠키시마라고 알아?”

결국, 미노루는 ‘츠키시마’를 수소문하기로 했다.

“츠키시마?”

미노루의 옆자리에 있던 모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앞에 있던 그 모습을 보던 나나세가 과자 봉지를 뜯었다.

“걔는 왜.”

“알아?”

미노루가 냉큼 나나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나세는 봉지 속 과자를 바삭, 깨물며 말했다.

“알긴 아는데, 왜.”

“어, 우리 타다시가 새로 사귄 친구가 있는데 걔네 형이 카라스노래. 아, 근데 우리 타다시가 배구 교실 간 얘기는 했나?”

미노루가 냉큼 제 핸드폰을 찾았다. 그 모습에 나나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곤 재잘거리는 미노루의 입에 과자를 하나 넣어주었다.

“걔 배구 교실 가서 어땠는지 질리도록 들었거든…. 츠키시마 1반.”

우리 타다시 이야기는 질리지 않아! 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나나세가 욱여넣은 과자 탓에 마음대로 말할 수 없었다. 미노루는 새초롬한 시선을 나나세에게 던지고, 곧장 반을 벗어났다.

입안에서 우적거리던 과자는 대충 씹어 삼키고, 미노루가 1반 뒷문에 섰다. 그리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미치코를 찾아냈다.

“미치코!”

“아, 내 이름 크게 부르지 말라고!”

미치코는 곧장 성을 내며 미노루 곁으로 왔다. 미노루는 미안~ 하는 다소 심드렁한 사과를 건넸다.

“너희 반에 츠키시마라고 있어?”

“츠키시마? 걔를 네가 왜?”

의아한 기색이 미치코의 얼굴에 가득하다. 미노루는 그 표정을 보며 곧장 신이나 말했다.

“우리 타다시가 배구 교실을 요즘 가거든?”

“아, 금방 불러올게.”

미치코는 미노루의 입에서 ‘타다시’가 나오자마자 제 반으로 도망쳤다. 그 재빠른 태도에 미노루는 입을 조금 삐죽였다. 우리 타다시가 얼마나 귀여운데!

“네가 날 찾은 거야?”

서운한 기색을 중얼거리는 동안, 뒷문에 사람이 나타났다. 옅은 머리카락 색에 꽤 큰 키. 미노루는 제 동생을 생각했다. 타다시가 이만큼 크면 좋겠네.

“츠키시마?”

“응.”

미노루는 가볍게 손을 들어 낯선 이를 가리켰다. 그 질문에 ‘츠키시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무슨 일인데?”

츠키시마는 꽤 머쓱한 얼굴로 되물었다. 미노루는 그 소리에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네가 츳키, 아니 츠키시마, 그러니까 츠키시마 케이? 형이야?”

미노루의 질문에 츠키시마는 인상을 찡그렸다가 의아했다가 놀랐다.

“케이를 알아?”

“일방적이라면 일방적으로?”

그 말에 츠키시마가 미노루 곁으로 왔다. 거리를 조금 띄우고, 츠키시마가 곧장 물었다.

“어떻게 알아?”

“내가 동생이 있거든, 타다시라고. 이만한데 진짜 귀엽다?”

미노루는 제 허리춤쯤에 손을 대고 키를 가늠했다. 케이의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말이지만, 츠키시마는 일단 들었다.

“암튼 우리 타다시가 요즘 배구 교실 다니거든. 거기서 츳키라는 친구를 사귀었다길래, 좀 궁금해서.”

이어지는 말에 츠키시마의 입에서 탄성이 흘렀다.

“혹시 야마구치야? 하레야마 초?”

“어! 아, 나는 미노루. 열매로 쓰는 그 미노루.”

미노루는 뒤늦게 손을 내밀었다. 츠키시마는 그 모습에 자신 역시 손을 내밀었다.

“아키테루. 밝은 빛으로 써.”

맞닿은 두 손이 가볍게 흔들리다 떨어졌다. 미노루는 아키테루의 손을 놓고 곧장 말했다.

“네 동생 때문에 널 보러 오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우리 타다시가 얼마 전에 나쁜 애들 때문에 운 적이 있거든. 그래서 좀 불안해서.”

“그러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아키테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리에 미노루의 눈이 반짝였다.

“그치! 내 친구들은 내가 타다시 얘기만 하면 안 듣는데, 걱정이 안 되겠냐고.”

“동생은 언제나 걱정스럽지. 우리 케이도 키만 컸지 완전 애라서 걱정돼. 저번에는 자기가 국을 데우겠다고 해서 보는데 그게 얼마나 불안한지.”

“아, 알 것 같아. 눈앞에 있는데도 조마조마하고….”

그 말에 아키테루가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노루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두 사람은 복도 한쪽에 선 채 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걱정된다는 말이 주를 이뤘지만,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 전까지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어, 종 친다.”

미노루는 꽤 생경한 눈으로 스피커를 보았다.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했던가? 옆을 보자, 아키테루 역시 조금 의아한 눈을 했다.

“아, 아무튼 나중에 츳키, 케이가 타다시랑 싸운 거 같으면 말해줄래? 우리 타다시는 나한테 그런 거 얘기 안 해서….”

미노루는 말하며 시무룩해졌다. 왜 우리 타다시는 나한테 그런 얘기 안 해주는 걸까. 조금 씁쓸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타다시는 작고 여린 내 동생이니까! 미노루는 금세 기운을 차렸다. 아키테루는 그 모습을 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나도 부탁해도 돼? 우리 케이도 선뜻 그런 얘기는 안 하거든.”

“그래. 약속?”

미노루가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엄지와 소지만 든 모양은 어릴 때나 하는 포즈라, 미노루는 제 손을 본 뒤에야 멈칫했다. 타다시한테 하던 버릇대로 나왔네. 아키테루는 그 손과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고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동생한테 자주 이러는구나.

“약속.”

아키테루는 선뜻 엄지를 마주 대고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었다. 씩 웃는 얼굴은 조금 짓궂어서, 미노루 역시 눈치챘다. 동생이랑 이러는구나.

야마구치 미노루와 츠키시마 아키테루의 첫만남은 가벼운 약속과 함께 끝났다.



현재는 하이큐, 데못죽 위주 덕질 중. 마음의 고향은 룬의 아이들, 해리포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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