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에 내가 있어서 기뻤어?” 

돌아오는 건 정적뿐이지만, 홀로 생각한다. 생의 조그만 부분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평생 모르는 사이였을 너와 나. 그런 우리가 만나서 내가 너의 시간을 채우고 네가 나의 시간을 채우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소중한 일인지. 소중했던, 일인지. 

네가 즐겨 쓰던 향수는 쓰임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고, 너와 너의 향은 나에게 또다른 향수가 되었지. 

빛나던 너를 감싸던 무색의 이 향수가 텅 비면 새로운 것을 다시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너의 손길이 담긴 이것은 더 이상 새로이 구할 수 없겠지. 그래서 나는 서글픈 향수가 되어버린 너의 향수를 손에 꼭 쥐고는 얼굴을 묻는다. 

향이 날아갈까 두려워 차마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그저 꼭 쥐기만 하고서…… 

그대야. 

잠시 곁에 머물다 사라지는 향기 같은 그대야. 

공허하게 흩어져버린 그대야. 

그대는 없는데 어째서 코 끝에 맴도는 그대는 사라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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