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지식이 많이 모자랍니다

*징그러운 장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종교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성당치고는 크기가 컸다.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선교사가 만들어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는 거 같았다. 지금은 뭐랬더라. 아마 바티칸에서 직접 인증까지 내린 구마사제 키우는 곳이랬나. 그런게 다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 왜냐면 지금 그 성당에 들어가는 태형은, 오방색의 화려한 한복을 걸친 무당이었으니까. 손에 들린 신장대가 사락 사락 소리를 냈다.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한집을 지고 있었다. 태형이 성당의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오셨네요.”
“네. ‘그건’ 어디에 있어요?”
“아, 이쪽으로...”


사제복을 입은 신부가 누가 볼세라 태형을 성당 안으로 급하게 들였다. 시골은 해가 빨리 진다더니, 산 바로 아래에 있는 성당만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미약한 빛을 냈다.


“어느 정도에요?”
“인간적인 행동은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오로지 악의 말만 뱉습니다.”
“이렇게 된 지는요?”
“구마자 자체가 이제 일곱 살 된 소년이에요. 오래된 거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그렇게 빨리?”
“그러니까요.”


일렬로 늘어져있는 촛불들이 흔들렸다. 태형은 아주 잠깐 그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태형을 따라온 몇 사람들이 과일들과 오방천을 분주하게 준비했다. 성당 안쪽에서 썩은 내가 풍겨져왔다. 새 수컷이 들어온 김새를 챘나 보네. 방울들이 저절로 짤랑였다. 찬 바람이 성당 안에 도는듯했다. 성당 곳곳에 자리한 십자가가 덜덜 떨리고 기가 약한 몇몇 신부들은 썩은 내를 더는 맡지 못하고 숨을 참았다. 데리고 나오세요. 준비가 끝났습니다. 모두가 태형의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급하게 움직였다.

손발이 모두 결박된 어린 남자아이가 휠체어에 앉혀져 나왔다. 태형은 그런 아이를 보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태형의 휘파람에 맞춰 남자아이의 몸이 조금 흔들거리는 듯했다.


“안녕?”


온몸이 잘게 덜덜 떨려댔다. 아이는 단 한마디도 뱉지 못하고 태형을 노려봤다.


“여기서 나는 귀신 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싶으신 분은 지금 빨리 나가주세요.”


태형의 말에 몇몇 신부가 구역질을 하며 성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역한 냄새는 소년의 주위에서 점점 심하게 풍겨왔다. 태형이 소년에게 다가가서 흰 천으로 한쪽 눈을 가렸다. 아저씨이... 왜 그러세요... 소년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나왔다. 태형이 소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기 아저씨들이 너를 괴롭혔어?


“네에... 저를 막... 가두고, 때렸어요... 아저씨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애처로워서, 아 이거 신고해야 하나. 하고 누군가 생각했다. 그때 태형이 화알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아저씨야 이 새끼야. 형이지.”


끼야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음성이 아이의 몸 어디선가 울리듯 나왔다. 태형이 아이의 귀에 대고 방울을 흔들었다. 듣기 싫은 듯 아이의 얼굴이 한껏 구겨졌다. 태형은 그 모든 것이 우습다는 듯이 가볍게 무시했다.


“기도문 외우세요. 이왕이면 범띠인 신부님이요. 한 분 계시죠?”


 태형의 말에 신부들이 구석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새카만 신부복에 새카만 머리의 남자가 어두운 구석에서 나왔다.


“민 신부님...”
“이쪽에서 서주세요. 아이는 쳐다보지 마시구요.”


태형의 말에 따라 그가 성호를 긋고 기도문을 외웠다. 아이는 조금 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형이 방울을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꾹 눌렀다. 아저씨, 아저씨! 하고 외치던 음성이 점점 두꺼워지더니 이내 성인 남성의 목소리를 했다.


이 개 같은 무당 새끼야!!! 이 몸에서 그 더—러운 손을 떼라고!!!


태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지신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뒤에서는 법사가 태형의 목소리에 따라 장구를 치며 같이 이름을 외웠다. 소리를 지르다 못해 아이의 목에서 무엇인가 검붉은 것이 툭 뱉어졌다. 태형이 때가 됐다는 듯 방울이 든 손을 내밀었고, 태형을 따라온 자가 태형의 손에서 방울을 가져가고 신검을 올려놨다. 태형은 곧장 그 신검을 아이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분명히 날이 무뎌서 무엇 하나 벨 수 없을 거 같이 생긴 신검이었는데 아이의 목에 가져다 대자마자 날카롭게 빛났다. 그 광경을 보던 신부 하나가 홀린 듯 아이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민 신부가 그를 막았다. 범띠 신부 좀 하네. 태형이 그 광경을 흘끗 바라봤다.


“칼, 칼! 이 아저씨가 나에게 칼을 들이대요! 제발요! 신부님,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엄마를 불러주세요!”


또다시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목소리가 다급하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태형이 그걸 보더니 인상을 썼다.


“야, 이렇게 잘생긴 아저씨가 어딨니? 넌 아주 안될 귀구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칼의 가장 뭉툭한 부분을 아이의 명치에 가져다 대었다.


“할 짓이 없어서 일곱 살 애기의 몸에 들어가기나 하고. 너 굉장히 저급한 새끼야 아주.”


태형의 목소리가 아까와 다르게 조금 얇고 높아졌다. 아이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로써 아이 안에 든 ‘무엇’이 동요하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신검이 꾸욱 누르고 있는 아이의 명치 바로 아래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태형은 곧장 그곳을 신검으로 다시 꾸욱 누르며 밀어올렸다. 아이는 숨도 쉬지 못하고 컥컥거렸다. 조금만 더, 목만 지나면 바로... 그 순간 묶여있던 아이의 한쪽 손이 풀렸다. 아이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태형의 목을 쥐었다.


“컥!”


아이의 손이 분명 태형의 목의 반도 되지 않게 작았는데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숨통을 조여왔다.


아저씨,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랬잖아.”


태형이 조여오는 숨통 사이로 딱 한마디만 내뱉었다.


“아저씨.... 아니라고 이 새끼야...!”


그리고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씹었다. 말 그대로 으득, 소리가 날 정도로 씹어 피를 내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엄지 손가락을 아이의 이마에 가져다 대니 다시금 귀가 떨어져 나갈듯한 비명을 질렀다. 이마에 한자를 쓰고는 다시 신검을 가져다댔다. 아까보다 더 심하게 아이의 가슴께가 요동쳤다. 받을 준비해라! 태형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이 움직였다. 흰 천을 겹겹이 대 만든 듯한 주머니를 급하게 아이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이 더러운 원숭이 새끼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아이와 어른의 목소리가 아이의 몸에서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태형의 신검이 명치를 지나 목, 그리고 턱 끝으로 왔을 때 아까보다 더 크고 더 시커먼것이 아이의 몸 안에서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급하게 입구를 봉하고 몇 가지의 부적을 붙였다. 아이는 컥컥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태워버려!”


네! 태형의 말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몇 시간 만에 성당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들고 뛰쳐나갔다. 태형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헉, 허억, 하는 숨소리만이 성당에 들렸다. 민 신부가 태형에게 다가와 부축했다. 감사합니다. 하고 태형이 기대었다. 작은 주머니를 태우는 것임에도 성당 안까지 탄내가 코를 찔렀다.


“강 신부님이 많이 아프신 거죠?”


태형이 민 신부에게 물었다.


“네. 아무래도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고 하시네요.”


태형이 고개를 떨궜다. 다른 신부가 태형이 마실 물을 가져왔다. 태형은 그 물을 반려하며 말했다. 까마귀였어요.


“네?”


민 신부가 조금은 놀란 눈으로 대답했다.


“저 애가 뱉어낸 게 까마귀였다고요.”


민 신부는 태형의 말에 강 신부의 말을 떠올렸다.


-까마귀가 시작이야. 그다음엔 뱀, 그다음엔 범, 그 다음엔..... 그전에 도망가야 한다, 윤기야. 이제는 우리 힘으로 할 것이 아니야....




ONLT SUGA X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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