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W. AMOUR


BGM - 비행운 : 문문 ( MOONMOON )




"소원 참 크네"


"그냥, 예쓰! 할게! 하면 되잖아!"


"그게 쉽냐니까?"


"아, 진짜 최승철!"



정한은 워낙 말 솜씨가 좋은 승철에게 말려들까, 급하게 일어난 정한은 잘 지내! 라는 꽤나 당황스러운 인사를 건네곤 승철의 집 밖으로 나왔다. 하마터면 말려들뻔 했어... , 정한은 뒤늦게 자신의 집과 승철의 집까지의 거리가 꽤 긴 것을 알아채고는 한숨을 푹 쉬니, 제 앞으로 택시 한 대가 서더라



"...?"


"택시 타고 가"


"헐... 최승철 감동..."


"얼른 가, 추워-"



정한은 집 현관문만 연 채 손을 흔들어 주는 승철에 따라 손을 흔들어 주고는, 얼른 들어가라고 다그쳤다, 얼른 들어가! 너 안 들어가면 나도 안 탄다! 승철은 꽤나 강한 칼바람에 정한이 감기라도 걸릴까,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승철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택시에 탄 정한은 제 집 주소를 택시기사님께 알려 드리곤 차 시트에 등을 기대었다.



"..."


"둘이, 무슨 사이예요?"


"네?, 아 친구예요-"


"그래요?, 연인 사이인 줄 알았네-, 다정해서"



택시기사님은 장난 삼아 한 말이겠지만, 정한은 갑자기 불안함을 느꼈다. 승철은 친절했고 다정했다, 그것이 정한만에게 해당 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승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학창시절 땐 모두에게 잘해줘도 그러려니 했다, 원래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 저 하나 때문에 달라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


'만약, 승철이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정한은 그렇다고 자신이 승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냥 가장 친한 친구를 다른 이에게 뺏길까봐, 아픔이 있는 승철에게 또 상처를 줄까봐 그것이 겁 나 불안했다, 아니 어쩌면 정한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온 정한은 무심코 제 책상 위에 구급상자에서 붕대 하나를 꺼내 풀어선 제 눈을 가렸다, 승철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지 알고 싶었다. 눈을 가리고 붕대를 묶은 정한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겨버린 제 세상에 팔을 뻗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고만 있었다, 걷기조차 힘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휘청거리는 제 몸은 결국 앞으로 몸이 기울어 넘어지면서 바닥을 손으로 짚는 바람에 악!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진 정한이였다.



"아야야... 아파라..."


"힉! 부었다..."



정한은 제 눈을 가렸던 붕대를 풀어버리자 붉게 부어오른 손목에 급하게 파스를 덕지덕지 바르고, 제 눈을 가렸던 붕대를 손목에 감은 후 제 침대로 다이빙 하듯 누워 버렸다, 승철이 진짜 힘들겠다... 지금도 위태로운 애가 눈을 다치고 난 후 그 며칠간은 얼마나 까지고 찢어지고 했을지 생각 하면 할 수록 심란해진 정한은,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에 빠져 들었다.



'♩♪♬-'


"... 으음-"


[여보세요?, 감독님?]


"... 아아, 순영씨..."


[목소리가 안 좋으신데... 어디 아프세요?]


"괜찮습니다..."



아, 푹 쉬세요 감독님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밝은 순영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하기사 목소리는 축 가라앉아서 괜찮다고 말하는데 아무리 둔한 사람인들 다 알아채고도 남을만한 제 상태에 휴대폰을 제 베개 옆에 내려놓고는 침대에 늘어졌다, 아마 승철의 집을 처음 찾아갔을 때, 그 몇분 밖에서 떨었다고 감기라도 걸린 모양이였다.



"... 아, 서럽다"



아플 때 옆에 아무도 없으면 서럽다고 하는 말을 그저 어리광으로만 넘기던 저였는데, 제가 그 상황이 오니 서러워졌다. 어리광이 아니구나

원래 잔병치레가 많이 없던 정한이였지만, 승철을 만나기 전 기획만 장장 한달이 걸린 작품의 주연을 승철로 정하고 간간히 제 머리로 내용을 수정하고 하다보니 제 몸이 화라도 내는 듯 싶었다.



"... 약도 없는데"


"순영씨 바쁘실 텐데..."



낯가림이 심한 정한은 승철과 순영, 그리고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제가 유학을 가고 나서 연락이 끊긴 지수까지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세명뿐이였는데, 승철은 앞이 보이지 않고 순영은 잘 나가는 톱 배우, 지수는 연락이 끊겨 어찌 제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 도보 3분이면 약국이 나오는데 그 3분조차 걷기 힘든 상태에 약국은 무슨, 잠이나 자자 하며 또다시 스르륵 감기는 제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


"네 여보세요?"


[형! 왠일로 바로 받았네?]


"노래 듣고 있었거든, 왜?"


[감독님 아프시대]


"아버지한테 주소 보내"



아냐, 형! 내가 매니저 형 보냈어!,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있던 승철은, 노래가 끊기고 전화 벨소리가 들려오자, 제가 들고 있는 휴대폰 스크린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고, 정한이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며 매니저를 제 집으로 보냈다는 말에 알려줘서 고맙다며 전화를 끊고는 소파에 앉아있다가, 집 밖에서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에 제 코트를 챙겨준 아버지에게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곤 흰 지팡이를 착 펴 바닥을 탁탁 짚으며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오니, 차 뒷자석에 태워주는 순영의 매니저 형이였다.



"어디 가게?"

"친구 집, 아프다고 해서"


"너도 아픈 사람이거든?" 


이제 익숙해서 괜찮아, 순영의 매니저 하늘은,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순영이 미리 찍어준 주소에 내비게이션이 길을 가리키자,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사이드 미러로 가끔씩 뒷 자석에 승철을 확인할 때면, 무엇이 그리도 불안한지 제 흰 지팡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입술을 이로 짓이기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해?"


"... 많이 아픈건 아닐까 하고"


"네 친구는 좋겠네, 네가 이렇게 걱정까지 해주고"


"놀리지 마 형"



뭔 말을 못 해-, 온통 암흑뿐일 텐데,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승철은, 곧이어 차가 천천히 멈춰서자 급하게 차 문을 열고는 흰 지팡이를 바닥에 짚었다. 형 도와줘, 하늘은 순영이 보내준 문자를 눌러 확인했다 구름 아파트 104동 701호, 두리번거리며 104동을 찾던 하늘은 104동 아파트 한 채가 눈에 들어오자, 승철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승철도 하늘의 걸음에 맞춰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급하게 따라갔다.



***



"..."


"... 참"


힘겹게 제 집까지 찾아왔더니, 정한은 열에 지친 것인지 끙끙대며 자고 있었다, 아 얘 약같은 거 안 사다 놓던데, 승철은 정한의 집 벽을 손으로 짚고 천천히 걷다가 문 손잡이가 잡혀 돌리고 들어가니, 겨울치고 확 끼쳐 오는 열기에 딱 정한의 방이다 싶어 들어가 허공에 팔을 뻗어 허우적거렸다, 하도 허우적거린 탓에 제 팔에 쥐가 날 지경이였지만 친구가 아프다는데 어쩌겠나, 친구라곤 자신 밖에 없는데다가 부모님은 아직 외국에 계시다고 다치기 전 연락 받았는데.



"윤정한"


"..."


"윤정한?"



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내가 도울 것 아냐... 눈을 다치고 난 후로부터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제 꿈도 잃고 일상생활마저 불편해졌는데, 아파 죽겠다는 친구의 위치마저 알지를 못하니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였다. 정한은 기절한 것인지 깊게 잠든 것인지 잠귀가 밝은 아이였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대니 더 불안해진 승철이 결국 지팡이까지 바닥에 내팽겨치고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기어다니다, 침대 다리가 잡히자 손을 뻗어 침대 위 정한을 확인했다.



"아, 이제야 찾았다."


"..."


"윤정한, 윤정한 일어나봐"


"..."


"윤정한!" 


"... 으, 응...? 누구세요...?"



기껏 기어다니면서까지 정한을 찾았더니 잠에 취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허탈한 듯 허-, 바람 빠지게 웃은 승철은 몸을 일으켜 정한의 손을 잡았다, 가자 병원에. ... 최승철? 너 여기 왜 왔어! 아픈사람이 맞긴 한 건지, 자신을 보자마자 빽- 소리를 지르는 모양새가 벌써 다 나은 듯 싶었다.



"순영이가 너 아프다고 나한테 전화 했어"


"... 근데, 왜 왔어!"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럽다니까-"


"... 야아"


"병원 가자"



아냐 괜찮아! 나 다 나았어! 병원을 가자는 승철의 말에, 가다가 승철이 다치기라도 할까 손사레를 치는 정한의 손목을 잡은 승철은, 까슬한 붕대의 감촉에 정한의 손목을 힘을 주어 잡아 당겼다, 너 뭐하다 다쳤어.



"... 응?"


"뭐하다가 이렇게 됐냐고"


"아아, 길 걷다가 그냥 넘어져서...!"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아?, 두 눈 멀쩡한 애가 그냥 길 걷다가 확 넘어져?"



승철의 말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 허우대 멀쩡하고 두 눈 잘 보이는 자신이 길을 걷다 넘어졌다는 걸 믿으면 최승철이 아니지, 둔한 자신도 못 믿을만한 핑계가 눈치 빠른 승철이 믿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렇다고 네가 얼마나 힘들지 알고 싶어서 눈을 가렸다가 이렇게 됐어, 하면 승철이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다.



"똑바로 말해"


"심한 거 아니야..."


"누구한테 맞았어?"


"미쳤다고! 택시 타고 바로 집에 왔거든?"


"그럼 왜 이러냐고!"



생전 자신에게 화를 내본 적 없는 승철이 자신에게 화를 내자 놀란 정한은 승철에게 손목이 잡힌 채로 승철을 쳐다봤다, 승철은 그런 자신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자신이 뭐라고 조금 다친 것을 가지고 화를 낼까, 이제 내가 귀찮아진 걸까? 겨우내 만나게 된지 일주일도 채 안됐는데? 



"... 너, 이제 나 싫어진 거야?"


"뭐?"

"나 싫어져서, 귀찮아져서 이런 걸로 화 내는 거야?"

 "야, 그런게 아니잖아!"



그럼 왜 화내는데! 너 때문에 그랬다! 너 얼마나 힘들지 걱정되서! 승철은 다다다 쏘아붙이는 정한의 말에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였다는 말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정한을 잡으려 했으나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탓하다 뒤늦게 정한을 따라 잡기 위해 지팡이도 두고 집 밖으로 빠져 나왔다.



"정한아!"


"..."


"정한아!, 윤정한!"



승철은 자신이 아는 정한은 이런 처지에 절 두고 멀리 갈 아이가 아님을 알고 있어 집 밖 복도에서 연신 정한의 이름만 외쳐대었다, 윤정한 어딨어! 싫어져서 귀찮아져서가 아니라 걱정되서 제 멋대로 표현 해버린 것을 사과 하기 위해 입조차 떼지도 못했는데, 제 목소리에도 되돌아오는 정한의 목소리는 없었다, 또다시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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