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2일 결정2016년 4월 6일 결정은 각각 다른 분야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결정은 채무법에서 중요한 결정인가 하면 두 번째 결정은 민사소송법과 더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 두 결정에도 공통점은 있는데, 바로 파기원이 자신의 결정에 판례를 언급한다는 점이다. 프랑스법이 서문법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자신의 결정에 판례를 언급하지 않았던 파기원이 이렇게 입장을 바꾼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가 영미법처럼 전례법 형식으로 바뀐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파기원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판례 또는 유럽기구의 판례들을 적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문법이라는 이유로 파기원(과 모든 프랑스 법원)은 항상 법조문만을 언급했지 판례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파기원이 이 두 결정에서 자신의 판례를 언급한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사실 파기원은 최근 들어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판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다. 그리고 결론만 내놓는 판결문 작성 방식에 대한 불만이 많자, 이와 같은 고민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었다. 그래서 판결문의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판례를 언급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파기원이 모든 결정에서 판례를 언급한 것도 아니다. 3월 22일 이후부터 나온 결정은 많지만, 그 중 판례를 언급한 것은 아직까지 이 둘뿐이고, 그것도 판례로 인해 해결책이 바뀔 경우에만 언급을 했다. 


모든 결정에서 판례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니 영미법처럼 전례(Precedents)위주 법으로 바뀐다고 보기는 힘들다. 프랑스법원은 여전히 입법자가 내주는 법의 틀 안에서만 법률해석권을 통해 법을 바꿀 수 있지, 그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법을 만들수는 없다.



그리고 프랑스가 아직도 성문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미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판결문에 판사 개개인의 견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문법을 따르는 프랑스 법사상은 다음과 같다 : « 판사는 입법자가 만든 법을 적용만 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 입법자의 법은 ‘완벽’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때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할 경우에도 법은 완벽하기 때문에 쉽게 해석할 수 있고, 판사간 반대의견이 나올 수는 없다. »

물론 2008년 개정으로 위헌법률심판 제도를 도입하면서 « 프랑스가 드디어 입법자의 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는 의견도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판사가 반대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파기원은 이론적인 이유보다도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의 결정에 판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렇게 언급한다고 법체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비록 판사들이 법률해석권을 통해 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적용)을 맡기는 해도, 프랑스가 200년 넘게 형성한 법사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에서 법대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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