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이잉-

 

기타의 음을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났다. 후, 유키나의 옅은 한숨을 시작으로 저마다 죽겠다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아이고. 가장 어린 아코가 가장 낡은 소리를 내어 린코와 리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유키나와 사요는 뭘 하는 거냐는 듯, 평소의 표정으로 시선만 던졌지만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한 드러머에게 타탁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만 하자.”

“그게 낫겠네요.”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갓 시험기간이 끝나서인지, 다들 부활동으로 바빠서인지 유키나를 제외하고는 알게 모르게 다운되어있었다. 충분히 휴식을 하며 연습을 했기에 이 정도인 것이다. 아니었으면,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시간까진 좀 남았는데?”

 

확실히 손이 저리지만, 아직 삼십분이나 남아있었다.

 

“하고 싶은 사람만 몇 곡 더 할까?”

 

유키나도, 사요도 많이 물렁해졌구나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못 따라오면 버리겠다며 두 사람은 무리해서라도 이어나갔을 텐데, 요즘은 리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단, 강제성은 없게.

 

“아, 혹시 나 빼고 다 힘든 거면 나 혼자해도 괜찮아.”

 

무슨 섭한 소릴 하냐며, 사요는 기타를 다시 맸고, 유키나는 마이크를 교체하며 무슨 곡으로 할까? 라고 물었다. 그럼 나도! 라고 말하는 아코를 말리며, 린코가 자신과 아코는 쉬겠다했다. 무어라 말을 얹는 사람은 없었다. 아코의 마음도, 린코의 마음도 모두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요즘 이마이씨가 열심히네요.”

“리사는 언제나 열심히였지만, 요즘은 두드러지네.”

“그, 그런가? 아하하.”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이 다섯 명이서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어느 한 사람이라도 뒤쳐져서는 안됐다. 이전보다 더 필사적으로 변한 이유였다. 유키나의 발목을 잡았다면, 유키나는 버리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리사가 더뎌진다면, 모두가 다 기다려줄 것이다. 유키나도-

 

“무리하지만 말아줘요, 이마이씨.”

“걱정 마!”

 

유키나의 옆에서, 유키나와 함께하고 싶은 거지 방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지금의 변화가 무척 기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키나의 짐이 될까봐 무서운 마음은 어느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었다.

 

“리사.”

 

조용히, 깊은 시선이 리사를 향하고 있었다. 뭐지? 사실 팔이 아프다는 걸 들킨 걸까? 리사가 내심 움츠러들며 유키나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곡, 실수 없이 해내면 상을 줄게.”

 

응?

 

“…네?”

 

익숙한 목소리가 건넨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한 채 굳어버린 리사를 대신해 사요가 되물었다.

 

“아, 사요도.”

“상이라뇨?”

“아코도!!!!!!!!!”

“그래, 아코도 줄게.”

“린린도요!!!!!!!!”

“…그래.”

 

린린, 놓치면 안 돼! 앉아있던 아코가 린코의 팔을 잡아서 이끌었다. 으응? 리사는 그제야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갸웃했다. 유키나가 변하긴 했구나. 제 입으로 상을 준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저, 유키나. 상이 뭔데?”

“상은 상이야. 보상이라고도 하지.”

“유키나 선배로부터의 퀘스트에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야.”

 

유키나가 약간 뺨을 붉히며 대답을 피했다. 사요와 리사는 서로에게 대답을 구하듯 쳐다보다가 둘 다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공유했다. 뭔데? 뭔데?

 

“유키나~ 무르기 없다?”

 

뭔진 모르겠지만, 리사도 분위기를 탔다.

 

“그렇게 당연한 일에 보상을 주시겠다니 미나토씨, 용돈이라도 받으셨나요?”

 

사요도 시침을 뚝 뗀 얼굴로 새로운 피크를 꺼내더니, 이펙터를 조정했다. 갑자기 뜨거워진 분위기는 마치 큰 라이브를 앞뒀을 때와 같은 공기로 변해버렸다.

 

“…다들 왜 이렇게 적극적인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받고 싶으니까.”

“저는 궁금해서일 뿐이에요.”

“아코는 절대로 받을 거에요!”

“저도…받고 싶어요….”

 

끙, 앓는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렀다.

 

“방금 유키나,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지?”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에? 나야?”

 

유키나가 무어라 대답하려하기 전에 아코가 빨리 하자고 보챘다.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우다가와씨. 사요가 몇 번 눈을 감았다 뜨니 놀라울 정도로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질 수는 없지. 리사도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악보를 정리했다. 조심해야할 곳은 자주 실수하는 3곳. 이번에는 무조건 통과하겠어! 가볍게 현을 훑고, 언제든 오라는 시늉을 했다.

 

“별 거 아니야. 난 분명히 말했어.”

 

빨리해! 빨리해주세요! 유키나 선배~ 빨리! 왁자지껄한 재촉에 유키나는 또다시 한숨을 쉬더니, 아코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탁, 탁, 탁.

 

그게 시작이었다.

 

 

 

 

 

 

=

 

 

 

 

 

 

사요의 파트가 먼저 끝났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린코의 파트가 끝나자 휴우, 하며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게 보였다. 아코와 리사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 음까지 전부 연주하고 나서, 드럼의 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했다!!!!!!!”

 

아코의 외침이 울렸다. 야호! 리사도 소리를 얹었다. 예이~ 와~ 아코와 린코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사요 선배도! 아코가 내민 손에 사요도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내어주었다.

 

“유키나! 우리 다 통과지?!”

“……할 수 있으면서 왜 평소에는 이렇게 안 하는 거야.”

“아하하, 이건 뭐랄까.”

 

당연한 지적에 다들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튼 보상! 아무튼 퀘스트! 일단 허들은 넘었습니다. 유키나…씨? 모두 제각기 유키나에게 상을 요구했다.

 

“일단 정리하자. 이 이상은 다들 무리일 것 같으니.”

“에에~?”

“미나토씨, 없던 일로 하시는 건가요?”

 

비난은 당연하게 폭주했지만, 유키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마이크의 선을 뽑았다.

 

“정말로 받고 싶은 거라면, 시키는 대로 해.”

 

오늘 반성회는 유키나가 사는 게 아닐까? 리사의 덧붙인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싼 거 먹어도 되냐는 사요는 그럼 패밀리 레스토랑 말고 다른 데 가자는 아코의 말에 움찔했다. 다행히 린코가 저번 주부터 할인 행사를 하고 싶어서 꼭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도와주어서, 오늘도 모두 늘 가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다음 예약하고 올 테니까 다들 정리해두고 있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키나는 연습실을 나갔다.

 

“미나토씨가 많이 변하긴 하셨네요. 연습시간을 남기다뇨.”

“그러는 사요도 만만치 않지만.”

“맞아요, 사요 선배도 원래라면 반대하셨을 거잖아요.”

“비효율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의자를 정리하고, 선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악기를 정리하고 나서도 유키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번에 다툰 일도 있었지만, 최근 보컬들끼리 자주 모이시는 모양이에요.”

“맞아, 유키나가 코코로 같은 타입과도 잘 지내게 되다니 정말 좋은 일이야.”

“이러다가 저희 헬로 해피랑 대결라이브라도 하는 거 아닌가요?”

 

아코의 순수한 질문에 모두 말문을 잃었다. 으음, 고민에 빠진 사요와 달리 리사는 웃어넘겼다. 아니, 날아다니고 덤블링하고 마술쇼를 하는 밴드랑 어떤 대결을 해야 해? 모두 생각은 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정리는 모두 끝났어?”

 

그제야 유키나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네. 이제 그만 가볼까요?”

“미안하지만, 오늘 반성회는 없어.”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가고 싶다면 나를 빼고 가도 좋지만, 나는 안 갈 거야.”

“갑자기 왜 그래? 유키나?”

“부끄러우니까.”

“응?”

“정말 리사의 말대로야. 괜한 일을 했어. 하지만 말을 꺼낸 이상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겠지.”

 

유키나의 얼굴에서 강한 결의를 읽었다.

 

“에엑? 상은요?”

“아코, 보채지마. 그건 지금부터 줄 거야.”

 

뭐야, 대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유키나가 사요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네? 얼떨떨해하는 사요를 유키나가 끌어안았다.

 

“어?”

“엑?”

“…아”

 

안았다…라고 해도 2초 정도 만에 다시 물러났지만. 귀 끝까지 붉어진 유키나와 완전히 얼어버린 사요가 있었다.

 

“미, 미, 미, 미나토씨?!”

“…미안한데,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줄래?”

 

사요를 알게 된 후, 이렇게까지 놀라는 사요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걸 이해한 사요가, 그럼 집에 가겠다며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다음은…나?

 

“아코.”

“와아~!!!”

 

예상과 다르게 유키나는 아코의 이름을 불렀고, 아코는 기뻐서 폴짝거렸다. 한 번 해봐서인지, 유키나는 덜 부끄러워했고 아코는 토모에가 종종 해준다며 익숙한 모습으로 기뻐했다. 아코,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그래. 유키나는 일단 아코에게도 나가있으라 했다.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다음은 나…?

 

예상은 또 빗나가고, 린코의 이름을 불렀다.

 

“…저, 유키나씨?”

 

린코가 부끄러워하며 머뭇거리고, 같이 부끄러워하며 유키나가 그제야 설명을 했다.

 

“헬로 해피는 종종 한다는 모양이야.”

“아, 그러고보니 미셸이 종종 해주는 모습을 본 것 같은….”

“…가끔은 괜찮을 거라고 츠루마키씨가.”

 

필요 없다면, 필요 없다고 해도 돼. 유키나는 차라리 그런 말을 원한다는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에요, 라며 린코도 유키나에게 다가갔다. 머뭇거리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심한 유키나가 린코를 향해 내뻗은 손은 거침이 없었다. 키가 작은 유키나가 린코를 끌어안은 탓에 린코의 자세가 어정쩡했다. 마찬가지로 키가 큰 사요에게는 달라붙어있다는 느낌이 어딘지 모르게 들었다면, 린코와는 제대로 포옹처럼 보였다.

 

“그, 그럼…….”

 

린코가 서둘러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저기, 유키나.”

“…….”

“왜 내가 마지막이야?”

 

유키나는 여전히 새빨개져있었다.

 

“나도 해주는 거야? 아하하….”

“…….”

“그, 우린 어릴 때 종종했었는데 기억나?”

 

말없이 리사를 보는 유키나의 시선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진정하기 위함인지,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유키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리사.”

“아, 응.”

“리사는……, 다음에 하자.”

 

응?

 

“……그만 갈까.”

 

뭐야, 뭐야, 뭐야!?!? 갑자기?! 이렇게 끝이야?!?

 

“나는 아까 말했던 대로 집으로 갈 테니까-”

 

가방을 집어드는 유키나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리사는 반성회에 가도 돼.”

 

변했구나, 유키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고, 좀 더 많이 자신을 드러내 보일 줄도 알게 되었다. 함께 가려고 노력하는 이 사람이 좋았다.

 

“유키나.”

“리사?”

 

작은 등을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평소보다 높은 온도의 유키나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얹었다.

 

“고마워, 날 걱정해준 거지?”

“…….”

“정말 오늘 유키나는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아하하, 이렇게 뜨거운 유키나는 처음이야.”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쯤 있어도 된다면,

 

그건 유키나를 끌어안는 건 리사의 몫이라는 게 좋았다.

 

“…으음, 그렇구나. 포옹이라는 거, 이렇게 부끄러운 거였구나. 유키나, 정말 힘냈네.”

 

쭈뼛거리며 리사는 유키나에게서 물러났다.

 

“내 상은 다음인 거지? 알겠어. 일단 받은 걸로 해둘게.”

“…리사.”

“그, 그럼 다들 기다릴 테니까 나는 먼저 가볼게.”

 

집에 먼저 조심히 가고, 도착하면 연락해. 말을 속사포로 내뱉고, 리사는 서둘러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긴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한 걸음에 올라가서 얼떨떨해하는 모두와 합류했다.

 

“리사 언니! 오래 걸렸네?”

“어, 어? 그런가?”

 

사요는 미나토씨의 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며 진지한 모습이었고, 아코와 린코는 그저 신나있었다. 그러네, 나는 어떡할까. 좋아해야할까, 말아야할까.

 

“유키나가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열심히 해야겠다. 그치?”

“물론이에요.”

“힘내자!!!!리사 언니!!!”

 

반성회는…, 리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하하, 웃으며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았다.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는 유키나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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