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이 열리자마자 성운을 벽으로 밀쳤다. 부딪힌 뒷통수가 아픈지 찡그린 두 눈에 맺힌 물기를 다정하게 혀로 쓸어주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 겁이 베인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입술을 아래로 미끄러트려 다시금 성운에게 키스했다.

"읍, 윽!"

언뜻 보기에도 통통해 보이던 성운의 입술은 직접 입을 맞춰보니 그대로 집어삼키고 싶을 정도로 말캉한 감도가 제 취향이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질끈 감은 두 눈 아래 기다란 속눈썹이 성운을 더 여려보이게 했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가느다란 성운의 뒷 목을 움켜 잡고, 민현은 고개를 틀어가며 습한 성운의 입 안에 더욱 깊숙히 제 혀를 묻었다. 딱 보기에도 경험이 많진 않아 보였지만 정말 초짜인지 성운은 바짝 굳어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숨 쉬어.”

속삭이며 입술을 떼자, 성운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 앉았다. 발갛게 물들어 하악 거리는 성운을 보며 민현은 입고 있던 니트를 벗었다. 드러난 살 색의 상반신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성운은 고개를 떨궜다.

“너도 벗어야지.”
“......”
“나 자꾸 기다리게 할거야?”

재촉에 머뭇거리다 곧 순순히 후드를 벗는 성운에 민현은 빙글 눈웃음 쳤다. 고개까지 완전히 빼내고서 벗은 옷을 들고 오들오들 떠는 성운은 겁먹은 초식동물 같았다.

“저어, 민현아. 나 사실...!”
“쉿.”

민현은 성운의 허리를 감싸안고 침대로 이끌었다. 작고 하얀 등이 먼저 매트 위에 떨어지고, 단단한 민현의 몸이 그 위를 덮었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고 그래. 응?”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묻자, 머리부터 발 끝까지 새빨개진 성운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웅크렸다. 민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주름진 콧잔등에 쪽- 입술을 부딪혔다.

“부끄러워 하는 것도 예쁘다.”

(생략)


“괜찮아, 다정하게 해 줄게.”

아마도 너는 처음일 테니까. (생략) 민현은 상냥한 신사처럼 달콤히 성운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착하다, 우리 혜수.”

고의로 흘린 다른 이름에 성운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 순진한 반응에 민현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생략

성운을 안는 내내, 민현은 머리를 굴렸다. 하얗고 감도가 좋은 부드러운 몸. 이대로 한 번으로 끝내기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몸을 죄책감 없이 다시 안을 수 있을까. (생략) 민현은 성운을 휘어잡을 악마같은 레시피를 궁리했다.


.

.


[민현아, 왜 울어.]

흐릿한 시야에 빼곡히 찬 하얀 얼굴이 있다.  

[나 봐바. 우씨, 누가 내 동생 이래놨어? 어?]

뭐 하는 꼬만지 몰라도 콩알만한 게 참 시끄럽기까지 하다.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현제가. 김현제가 내 딱지 뺐었어.]


[김현제? 알았어, 형아가 김현제 딱 죽이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고마워, 구...이형.]


아, 언젠지 알 것 같다. 찌질한 병신처럼 울면서 웃는 가장 못난 시절의 자신.
그리고 제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리는
작고 하얀

[고마워, 구름이 형. ]



.

.



“허억!”

민현은 소스라치에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 두 눈을 끔뻑거리니 노란 얼룩 때가 묻은 모텔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쌕쌕거리는 타인의 고요한 숨소리도 들렸다.

그 좆같은 고아원 꿈은 대체 왜 꾼거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움켜 잡고 민현은 몸을 반쯤 일으켰다. 침대 헤드에 허리를 대고 호흡을 가다듬다가, 아직도 잠에 취한 자그만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햇빛에 비춰 더욱 하이얀 성운의 얼굴에는 간 밤 동안 엉겨붙은 눈물 자욱이 덕지덕지 남았다. 그 아래 가느다란 상반신에는 빼곡히 수 놓아진 붉은 자신의 흔적들도 보였다. (생략)
어젯밤과는 전혀 다른 무표정한 눈빛으로 성운을 내려다보던 민현은 성운이 끌어안고 있던 흰 이불자락을 힘주어 뺐었다. 그러고도 성운이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흰 뺨을 길게 내려쳤다. 외부적 충격에 화들짝 놀라며 열린 짙은 속쌍커풀 진 눈이 느릿하게 끔뻑였다.

“이제야 깼어요, 선배?”

“어 민현...”

성운은 민현을 보고 반색하며 허리를 일으키려다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민현은 무심하게 성운을 쳐다보며 단 한 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간 밤 성운을 안으며 생각해 낸 묘안의 시작을 끊었다.


“어제 참 대단한 일을 저지르셨더라고요.”
“.......”
“선배가 게이인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정신을 잃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좋다고 박혀댈줄 몰랐어요.”
“아니, 그건.”

“아니면 뭐, 나한테 흑심이라고 품었던가?”


쌀쌀맞게 덧붙인 민현의 차가운 냉소에 그제야 현실을 직시한 성운의 두 눈이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가엾게도, 꼴에 상처라도 입었나보네.
계획대로 움직여주는 성운에 민현은 하필이면 웃음이 튀어나올뻔 한걸 간신히 참았다. 미간을 꾹꾹누르며 일부로 신경질적인 표정을 유지했다.


“그래서, 어떻게 책임지실건데요?”

네?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성운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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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제가 씬고자라지만, 꾸금치고 02 수위가 너무 심히 저(..)인 것 같아 약간 높인 방향으로 수정했어요 ;-;

그리고 클린버전도 함께 올립니다!

오랜만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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