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

#엔시티 #도영 #재회 #달달


**앞의 [이별을 쉽게 생각하는 너에게]와는 관련없는 글입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여주는 최근 이별을 했다.

    대학교에서 동기로 만나 2년 반 정도 되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도영과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했지만, 결국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다고 했던가. 서로에게 익숙해져버려 소중함을 잃었다는 흔하디 흔한 이유로 여주는 더 이상 관계를 끌기 싫어 2주 전 도영에게 이별을 고했다. 여주가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도영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적어도 아쉬움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간의 후련함,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도영은 '알았어. 잘 지내.' 라는 말을 했다. 그도 역시 여주와 마찬가지로 이 관계에 나태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겠지. 분명 무료한 관계여서 헤어진 건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폼은 아닌가 보다. 여주는 매일 꿈에 나오는 도영의 얼굴과 목소리가 괴로웠다. 심지어 최근에는 잊고 있던 카메라 필름을 현상하러 갔다가 여주가 받은 메일 속 사진의 절반 이상이 모두 도영이었다. 


    '....새끼..... 잘 생겼네. 잘 나왔는데 보내주는 건 오바겠지.'


   스크롤을 내리며 여주는 잠시 추억에 빠졌다. 그렇게 싫다고 거부했지만 여주의 소원으로 토끼 머리띠를 썼던 도영이 보인다. 도영과 놀이공원에 갔을 때 무서운 걸 유독 못 타던 그는 답지 않게 여주 곁에 찰싹 붙어서 덜덜 떨면서도 허세를 부리곤 했다. 아, 이건 강릉으로 여행갔을 때구나. 같이 보던 밤바다가 유독 예뻤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과 이 순간을 나누고 있을 도영이겠지. 지금 새 여자친구가 생겼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훤칠한 키와 뽀얀 피부로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인기가 많았던 도영이기에 여주는 그에게 금방 새로운 사람이 생겼으리라 생각하며 그를 머리 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아 안 간다고."

    "아 왜. 너 빠지면 후배들 안 나온다고."



    지금 여주는 가장 친한 동기와 종강파티 참석을 두고 실랑이 중. 여주는 후배들에게 밥 잘 사주고 착하고 다가가기 쉬운 선배로 소문이 자자했기에 파티 주최자인 친구는 어떻게든 종강파티에 여주를 섭외하려고 애쓰는 중. 여주는 가기 싫은 이유가 딱 하나 뿐이었다. 바로 김도영. 도영은 2학년 때 과대를 했던 경력 때문에 온갖 행사, 술자리에 술은 많이 안 마셔도 꼭 참석하는 편이었다. 따라서 분명 종강파티에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 여주는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직은, 적어도 아직은 도영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데 어떡해.



    "야 그러면 내가 김도영 안 오게 할게. 어?"

    "ㅋㅋㅋ 김도영이 나보다 사람들 더 많이 끌고 올 걸. 걔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사람 개많잖아."

    "그건 맞지... 아 진짜 니 안 올 거?"

    "어. 안 가요. 절대 안 감."

    "에휴... 알았어."



    '그 자리를 자진해서 가면 내가 미친 거지.'


    여주는 자신의 처세에 백 번 잘했다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


    며칠이 지나고 종강파티 날, 여주는 종강파티에는 가지 않지만 다른 동기 친구 두 명과 만나기로 했다. 파티를 주최하는 친구가 어디 주점에서 종강파티를 할 건지 미리 알려줘서 그곳은 피해서 간 여주다. 절대로 도영과 마주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달까.

    친구들과 한창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가게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을 열고 단체 손님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들이 많...네..?


    '......? 쟤네가 왜 저기 있어...?'


    자신의 친구, 동기들, 선후배 중 아는 사람 몇 명과 함께 1학년으로 보이는 모르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여주가 그렇게 피하고 피했던 김도영. 여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빨리 핸드폰을 찾아 종강파티를 주최한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너 오늘 풍산골에서 종파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 예약한 애가 잘못 알아가지고 다른 데로 옴.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아 ㅁㅊ 나 지금 너네 테이블 뒤에 있다고...'


    그 카톡을 읽자 마자 고개를 든 친구에게 '나 어떡해' 눈빛을 마구 쏘는 여주다.  


    '미친 니가 왜 여기 있냐'

    '오늘 다른 애들이랑 여기서 술 먹기로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친구라고... 이 상황이 웃긴지 반대편에서 웃으며 카톡을 하고 있는 여주의 친구. 여주는 어떻게 이 곳을 벗어날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몰래 빠져나가려고 해도 도영이 있는 테이블 바로 옆을 지나갈 수 밖에 없고, 계속 여기에 있자니 테이블이 너무 가깝고, 테이블을 옮기자니 그게 더 눈에 띌 것 같고...


    '아, 망했다 ^^ '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다며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숙인 순간 누군가 여주의 손목을 잡았다. 



    "어! 선배! 저번에 저 밥 사주셨죠!"

    ".....???"

    "오늘 왜 같이 안 오셨어요?"

    "아...ㅎㅎ하ㅏ하ㅏ하ㅏㅏ.. 다른 동기들이랑 약속이 있어서..ㅎㅎ"

    "선배 보고 싶어하는 애들 많아요ㅋㅋㅋ 만난 김에 선배들 다 저쪽 테이블에 와서 같이 마셔요."

    "아..아니... 나는"



    저번에 밥을 사 줬었나.. 여주가 넋을 놓고 있을 때 앞에 앉아 있던 동기 두 명과 옆의 후배가 여주의 양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종강파티를 하는 테이블로 끌고 갔다.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며 어떻게든 안 끌려 가려고 버텨보는 여주지만 결국은 테이블 앞까지 갔고, 소란스러움에 도영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서로 마주한 두 사람. 두 팔이 다 잡힌 채 여주는 다 포기한 상태로 생각했다.


    '........이대로 혀 깨물고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


    결국 여주는 테이블을 옮겨 합석을 하고 도영과 여주는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었다. 여주는 가장자리에 앉는 바람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앉은 방향으로 도영이 떡하니 보였다. 김도영은 고개를 돌려야 여주를 볼 수 있는 위치인데 여주는 안 보려고 해도 도영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하필 자리도 개같은 곳에 앉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서로 각자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기분을 잊으려 술을 들이키지만 뭔 놈의 술이 약해 빠졌는지 오늘따라 잘 취하지도 않는 여주. 집가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여주 옆에는 모르는 한 남자가 앉는다.



    "선배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

    "??"

    "저 기억 안 나요 선배?"

    ".....ㄴ....누구.. 셨더라...? 하..ㅎ하.."

    "저번에 저 밥 사주셨잖아요."

    "아...아..!! 기억났다!! 이...동혁..씨?"

    "씨가 뭐예요. 그 때는 저한테 말 놨으면서. 말 편하게 하세요."

    "알았어...ㅋㅋㅋㅋ 미안해 바로 기억 못해서."



    올해 초에 밥 사준 애가 한 둘이어야지. 그 와중에 까맣고 귀여웠던 얼굴이 여주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긴 했나보다. 밥 사주고 나서 오랜만에 보는 이동혁이라는 애가 먼저 살갑게 아는 척을 해왔다. 얘는 낯을 잘 가리지 않는 타입인 것 같네. 사실 밥 사주고 나서 처음보는 건데 어색하지도 않은지 여주에게 곧잘 웃긴 이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취미나 알바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드는 중. 

    그리고 여주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영은 여주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모르는 남자애와 여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행복해보였다. 나랑 헤어지기 직전에 여주가 저런 표정을 보인 적이 있었나. 헤어진 지는 3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워낙 길었던 권태기때문인지 더 오래 전에 여주와 끊겨진 것만 같은 도영이다. 


    '쟤는 뭐야.'


    계속 보고 있자니 저 남자애 여주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하며 때때로 여주의 어깨를 톡톡 치고 자연스럽게 여주의 머릿결을 정리해주고 휴지를 챙겨주는 저 남자애가 신경이 쓰였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름이 '이동혁'. 이미 헤어진 마당에 본인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며 평소의 김도영답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지만 자꾸만 시선이 여주에게로 돌아가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 이래.'


    시끄러운 주변과 달리 시선을 테이블에 고정시킨 채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도영이다. 왜 이렇게나 신경쓰이는 걸까. 여주가 도영에게 헤어짐을 말했을 때는 별다르게 느껴지는 바가 없었다. 언젠가는 헤어질 것 같았고 여주 또한 도영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자연스럽게 헤어졌다며 주변에 좋게 이별했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여주를 3주 만에 본 이 순간, 도영은 여주가 신경쓰여 미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여주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데 여주가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주겠다는 이동혁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나가는데 도영은 순간적으로 여주를 따라 나가야만 할 것 같다는 충동적인 판단이 들어 친구들에게 화장실에게 다녀온다고 거짓말하고 여주를 뒤따라 나갔다.



















-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하는 술자리에서 여주는 정신이 없다.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아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고 주변 편의점에 왔다. 가장 좋아하는 딸기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결제하고 나오는 길에 포장을 뜯어 입에 문 여주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

    "깜짝야...'

    "..... 오랜만이네."

    "그러게."



    여주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김도영이었다. 여주가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여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도영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서려있었다. 여주는 잠시 멍을 때리며 도영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리를 피하려 하는데 그 순간 도영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여주의 손목을 잡았다. 여주가 멈칫하고 돌아보자 도영은 숨을 잠시 고르더니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들어가기 전에 괜찮으면...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 무슨 이야기?"

    "그냥..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

    ".........."

    "........그래, 알았어."



    여주는 그동안 도영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아니, 사실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헤어지고 나서 꿈에 계속 도영이 나오자 여주는 그게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밤을 기다렸다. 꿈에서라도 도영의 얼굴을 만나고 싶어서. 그리고 오늘 우연히 마주한 도영이고 앞으로 말 한 마디 섞지 못할 것 같았던 그와 편의점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고민하던 와중에 도영이 먼저 말을 꺼낸다.



    "잘 지냈어?"

    "...응. 너는?"

    "아주 잘 지냈지."



    잘 지냈냐는 도영의 한 마디에 어떻게 대답할 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오고간 여주. 하지만 도영이의 마지막 한 마디에 말릴 틈도 없이 심장이 쿵 떨어졌다. 뭐야. 잘 지냈다는 거 자랑하려고 나 붙잡았던 거야? 여주는 말문이 턱 막혀 시선을 아래로 고정시켰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그냥 저냥 지냈는데,"

    "......."

    "오늘 너 얼굴 보니까 앞으로는 잘 못 지낼 것 같아."

    ".......?"



    여주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도영을 고개를 들어 쳐다 보았다. 반면 도영은 아까부터 가까이서 보고 싶던 여주의 얼굴을 밝은 곳에서 이렇게 볼 수 있음에 마음이 벅차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자신이 들뜬 마음에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만 최대한 티나지 않게, 마른 입술을 적시며 다음 할 말을 생각하는 도영이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이동혁' 이라는 이름.



    "아까 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새로 만나는 사람이야?"

    "아, 아니 그냥 예전에 밥 한 번 사준 후배야. 나랑 친해지고 싶다길래."



    아니구나. 

    도영은 묘한 미소를 살짝 지으며 방금 전까지 이동혁과 여주가 사귀는 사이인 건지 애태우던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도영을 보며 여전히 왜 김도영이 자신을 불러세웠는지 그리고 자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감조차 안 잡히는 여주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같이 있는 거 신경쓰였어."

    "동혁이랑 같이 있는 게? 너가 왜?"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랬을까."

    "......."

    "너랑 헤어지고 나서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 처음에 너한테 말했던 것처럼."

    "...."

    "근데 오늘 너 보니까, 특히 다른 남자애랑 붙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 보니까 너무 힘들더라."

    "....."

    "그동안 그냥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멀리하고 살았나봐. 생각하기 싫어서."



    도영은 천천히 한 단어씩, 여주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게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나 되게 바보같네. 너한테 차이고도 또 이래."

    "....."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아..."

    "너만 괜찮으면. 아니, 괜찮지 않더라도 나랑 다시 사귀자. 내가 나태해지지 않게 잘 할게."

    "그게....."



    도영이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기의 마음을 쏟아부었던 적은 손에 꼽혔다. 여주와 사귀는 동안에도 좀처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지 않았던 도영이기에 여주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지금 도영이가 얼마나 자신에게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순간.

    둘 사이에 찾아온 나태함을 극복해보려 노력하지도 않고 먼저 손을 놔버린 여주였고, 그런 여주를 잡으려하지 않고 여주가 놓는 대로 방치한 도영이었다. 모든 관계에는 휴식기가 필요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것이겠지. 이 생각까지 다다르자 여주는 입을 열었다.



    "...난 너랑 반대야."

    "...아.."

    "너랑 헤어지고나서 매일이 힘들었어."

    "....!"



    예상과는 다른 여주의 말에 도영은 토끼눈을 뜨고 여주를 응시했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웃기지."

    "...."

    "헤어지고 며칠은 아무렇지 않다가... 어느 순간부터 꿈에 매일 너가 나왔어."

    "....진짜....?"

    "응. 어젯밤에도 나왔어."

    ".........ㅎㅎ....."

    "...?"

    "아 미안.. 좀 웃어도 돼?ㅎㅎㅎ"

    "뭐야. 난 진짜 괴로웠는데...."

    "아니 아니.. 솔직히 기분 좋아서..."

    ".....참나...진짜 힘들었어. 그래서 너 얼굴 보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종강파티도 안 오려고 했던 거고."



    도영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 여주가 귀여워 죽을 지경이었다.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 편에 있는 여주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싶지만 사뭇 진지해보이는 여주를 보며 새어나오는 미소를 겨우내 참고 있었다.



    "그럼.. 여주 너도,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네?"

    "대충 그렇게 알아들어."

    "뭘 대충이야. 맨날 꿈에 내가 나왔ㄷ..."

    "아 쫌 그냥 그런 건 속으로 생각해!!!"

    "ㅋㅋㅋㅋㅋ귀엽기는."

    "자기는 동혁이랑 이야기하고 있는 나 보면서 혼자 부들부들 했으면서. 너나 나나 똑같애."

    "맞아. 너랑 나랑 똑같아. 둘 다 바보야."

    "난 아니야."

    "알았어. 너는 아니야. 나만 바보할게 그럼."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여주는 속으로 자기가 훨씬 더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매일 꿈에 도영이가 나왔다니. 누가 봐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도영이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게 고마웠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영이 여주 쪽으로 걸어와 여주를 일으키곤 자신의 품에 그녀를 들였다.



    "아, 이제 좀 안심이야."

    "뭐가?"

    "아까 이동혁이라는 애가 너 어깨 자꾸 건들고, 어? 막 머리카락 만지고, 그리고 막 휴지 챙기면서 매너있는 척하고, 완전 신경쓰여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ㅋㅋㅋㅋㅋ 동혁이가 원래 낯을 안가리고 착한 것 같더라."

    "....."



    여주가 그렇게 말하자 도영은 여주를 품에서 잠시 떼어 얇은 입술을 내밀고는 잔뜩 심술이 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동혁이?"

    "응. 동혁이."

    "밥 한 번 사줬다면서 언제 그렇게 친해졌대?"

    "아니 오늘 좀 많이 친해졌어. 너 질투해 김도영?"

    "엉. 그래. 질투한다. 엄청."

    "ㅋㅋㅋㅋㅋ 진짜...."

    "이동혁이라고 해. 얼른. 나 빼고 모든 남자들 이름에 성 붙여서 불러."

    "알았어...ㅋㅋㅋㅋ"



    여주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좀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여주를 품에 꼭 안는 도영이었다. 폭 안긴 여주도 팔을 둘러 도영을 안아본다. 아, 이 향기. 도영이의 이 포근한 향기가 줄곧 맡고 싶었는데. 여주는 도영의 품 안에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며 마음껏 도영의 향기를 만끽했다.



엔시티 나페스 • 모든 글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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