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랑야방 프리퀄 스토리 중 한 부분입니다. 

- 북연태자 이미지 모델은 소년 양가장의 야율사와 사조영웅전의 양강입니다.

  일종의 크로스오버인 셈이죠. 혹은 RPS로 보신다해도 무방합니다.

- 부족한 필력으로 너무 큰 이야기를 도전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않은 글이 되었습니다.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ㅠ 이번 편은 정말 자신 없습니다ㅠㅠㅠㅠ













무더위는 한풀 꺾였다는데 그래도 연에 비하면 한참은 더웠다. 이마와 목덜미엔 땀에 맺히고 살갗이 화끈거렸다. 요 몇 년 강좌맹으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랑야각으로 향했다. 매장소가 거기에 있다고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랜만에 린하 각주를 볼 생각이기도 했다.

간만에 오는 랑야각이지만 매장소가 어디에 있을지는 뻔했다. 꽃이 많이 피는 후원의 복도 끝이다. 몇 년 전에 이미 린신이 매장소를 위해 그곳에 작은 누각을 지었다. 아직 푸른 빛이 남은 화원에 둘러싸여 고요히 앉아있는 매장소의 인영이 멀리서 보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기분이었다. 막 웃으면서 가까이 달려가려는 순간 무언가가 포르르 날아왔다. 일단 본능적으로 검집 채 들어서 막고 팔 안에 붙들었다. 작은 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요란스런 소리에 매장소가 일어나더니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비류, 오늘은 손님이 올 거라고 하지 않았니.”


강의 품에 붙들린 조그만 아이는 요란스레 팔을 버둥거리더니 강의 팔을 벗어났다.



“누구야?”


라고 말하는 순간 제법 똘망한 권장(拳掌)이 날아왔다. 요것 봐라~싶어서 강은 일부러 슥슥 피했다. 잘 맞지 않는 게 분한지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계속해서 권이며 축(蹴)을 날렸다. 제법 흥미가 생겨서 닿을 듯 말 듯 하게 아이의 상대를 잠시 해줬는데 끝내 한 대도 치지 못하는 아이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그게 퍽 귀여워서 강은 매장소에게 눈짓을 했다.


“비류, 형님의 손님이야. 이제 그만 하렴.”


그 말에 아이는 스르륵 손을 내렸다. 입술을 삐죽이며 달려가 매장소의 뒤로 숨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눈으로 묻자 매장소가 부스스 웃음을 달았다.


“지난 겨울에 린신이...”

“그 놈 아들인가?”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꼬마의 입에서 다부진 울림이 퍼졌다.


“아냐!”

“그치, 아니겠지. 저렇게 큰 아이가 있기는 좀 그렇지?”


강이 넉살좋게 말했다. 아이는 부루퉁해진 뺨을 하고 슥슥 어디론가로 향했는데 강이 매장소에게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나보다.


“비류는 네가 맘에 들었나 본데?”

“나를?”

“그거 아냐!”


어느새 튀어나와서 또랑또랑 외치는 게 꽤 귀여웠다.








“각주님 때문에 온 건가?”

“노친네 금분세수(무림의 은퇴식. 향을 피우고 대야의 물에 손을 씻는 의식을 하며 무림계에서 있었던 은원을 씻는 것)라며?”

“그렇게까진 아니지만 그 정도로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질 해뒀으니 뒤로 물러나는 것도 쉽지 않겠지.”


린신이 천연덕스럽게 부채를 부치며 나타났다.


“그럼 네놈이 각주가 되는 거야? 말세네, 말세.”

“왜 이래~ 능력으로 된 거야.”

“랑야각 이대로 괜찮은 건가?”


강이 매장소 쪽을 향해 물었다. 매장소가 린신을 한 번 보고는 강을 향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좀 위험한 처지네.”

“그치? 세 읽는 것에 어두운 내가 보기에도 랑야각을 엎으려면 지금이 적기인 거 같은데.”

“농이라도 엎네마네 그런 말은 말지?”

“왜 겁나나?”


싱글싱글 하면서 한 판 붙을 꼬맹이들처럼 둘이 턱을 대고 떠들어대자 매장소는 피식 웃었다.


“저래 뵈도 지금 린신이 아주 긴장한 상태거든.”

“뭐?”

“내가 어디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위험한 움직임이 보여서 말일세. 아마 일을 벌이려면 각주가 바뀌는 시점을 잡긴 할 거야. 새로운 각주가 아직 방파를 다 휘어잡지 못했다 여길 테니까.”

“역시 그렇군. 괜찮은 건가? 그래서 선생이 여기 나온 건가?”


처음에는 장난삼아 시작한 호칭인 선생이란 말이 이젠 이름처럼 술술 나왔다.


“이겸저겸 해서.”

“위험한가?”

“그 정도는 안 되게 해야지. 새 각주의 능력을 시험하는 장이 될 테니.”

“설마 망하겠어~ 노친네도 했는데 저 놈도 하겠지.”

“칭찬이냐 욕이냐.”

“칭찬이겠나...”


야율강의 야단스런 손짓과 장난스런 얼굴을 보고 매장소가 또 피식 웃었다. 랑야각의 매일은 바빴다. 이번은 더욱 그랬다. 린하는 아주 반가워하며 강을 맞아주고는 밤마다 술을 못 마셔 안달이었고, 낮엔 비류가 낑낑대며 주위를 맴돌아 하루에도 몇 번씩 겨루기에 응해줘야 했다. 린신은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였고 매장소는 책과 종이들을 손에서 잠시도 떼지 않았다. 매장소의 상태가 좀 나아져서 나가있던 연 의원도 린하와 린신이 매우 바쁠 때라 그런지 랑야각으로 돌아와서 의각원을 봐주고 있었다.


“아예 랑야각의 의전(醫專)을 부탁드릴까 해.”

“그도 좋겠는데.”


린신은 확실히 바쁘긴 한지 가끔 얼굴을 들이밀고 한두 마디 하고 사라지곤 했다. 매장소는 편안한 얼굴로 책을 읽거나 올라온 서신과 정보들을 읽고 답을 써주곤 했다. 더러 랑야각에 물어오는 질문에 답을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랑야각에 정말 위험이 생기는 것이긴 한가?”

“수제문이라고 들어봤나?”

“음... 내가 들어본 적이 있나?”

“있을 걸세.”

“거기도 정보나 용병에 관한 곳이었던가?”

“그래. 랑야각이 정파에 가깝다면 그쪽은 흑도에 가깝지.”

“그럼 그쪽에서 무슨 일을 만든다는 거야?”

“서장의 파달랍궁과 아무래도 손을 잡은 것 같네. 새로운 각주가 중원 전역에 힘을 미치기 전에 랑야각의 신뢰도를 꺾어보려는 거지.”

“그래도 다행히 금세 눈치 챈 모양이군.”

“다만 쉽지 않은 것이, 노각주께서 무당, 화산, 소림과 가까우셔서 정파 쪽으로 기울인 것을 많이 하셨고, 린신은...”

“사파 쪽에 연이 없나?”

“그런 셈이지.”

“그럼 그쪽에서 연합으로 나오면 불리할 수도 있다는 거겠네.”

“대비할 수 있으니 이젠 괜찮을 걸세. 그래서 내가 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선생이 오면 나아지나? 강좌맹의 위명은 꽤 높아지긴 했더군.”


불과 몇 년 만에 작은 방파로 시작한 강좌맹은 문파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고, 수로채와 녹림채를 상당수 정벌해서 정리했으며, 장강의 14좌를 완전히 통합시켰다. 강호이남에서는 제 1방파가 된 셈이다. 정통 무림의 정파 집단이 있는 강호이북 무림 지역의 무림맹에 맞먹는 규모이다. 연에서도 제법 소문이 들었다. 젊고 지략이 뛰어나고 출신이나 실력이 잘 알려있지 않은 신비고수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강좌맹은 정사파를 아우르고 수로채와 녹림채를 받아들였으니, 랑야각과 강좌맹이 연맹을 맺고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어느 쪽에서도 의심하진 못할 거네.”

“노친네가 좋아하겠군. 살려놓고 도와줬더니 다 커서 자길 구해준다고.”

“그러시더군.”

“그래서 일부러 금분세수식을 크게 하게 된 거였군. 갑자기 무슨 일인가 했지.”

“그렇게 되었네.”

“싸울 일도 있으려나? 얘기하면 얼마든지 뛰어들어주지.”


그러자 매장소가 엷게 웃었다.


“랑야각이 무력이 부족하진 않을 거야. 부족해도 강좌맹에서 할 수 있네. 하지만 그런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게 정보를 파는 문파들이지 않겠나.”

“하긴 그렇군. 그래도 복잡하게 되긴 했지만 고비를 넘기면 랑야각에 더 좋을 거 같아 보이는데, 아닌가?”

“이미 흑도에서도 랑야각의 정보를 더 우선으로 치고 있은 지 오래니 이번 일이 지나면 일통(一統)하는데 더 유리해지겠지.”

“그럼 나쁠 것도 없군.”


강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면서 손을 저었다. 그 말도 맞았다. 위기만 넘기면 랑야각의 세력권을 넓히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잘 되기만 하면.”

“잘 안 될 리가 있나. 선생이 하는 건데.”













랑야산의 나뭇잎이 서서히 붉은색을 띄워갈 무렵, 노각주의 금분세수식이 치러졌다. 수제문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한층 치열해졌다. 강은 연말이 되어서나 연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강 자네, 연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나?”


매장소는 서신 몇을 옆에 두고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강은 그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어서 매장소가 받아서 옆에 쌓아둔 종이들을 뒤적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선비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네. 연 북서쪽으로 새로 생긴 제와 카간국 양쪽에 다 결탁을 요청한 것 같은데. 게다가 돌궐도 위험하고 황후 소생을 제외한 연 출신 후궁들과 그 황자들도 다 위험할 거야.”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가?”

“그쪽이 가장 시급하겠지.”


출신이 다른 황자들이 위험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매장소가 이렇게까지 말했을 때는 상황이 급박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에 독에 중독되었던 태자가 죽다 살아난 이후로 황궁이 묘하게 고요한 것도 미심쩍었다. 세 읽기에 어두운 야율강이지만 2,3황자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거기에 전쟁이라...”

“출정하지 않을 수는 있겠는가.”

“그 편이 나은가?”

“궁을 지키고 있는 쪽이 덜 위험하지.”

“쉽진 않을 거야.”

“조심하게.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게. 나도 계속 알아보겠네.”


오는 것도 가는 것도 항상 풀도 안 날 정도로 단호하던 강이 잠시 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매장소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었다.


“아쉽군, 상황이 좀 정리되면 선생에게 연으로 놀러오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후후- 그리 멀리까지 갈 형편도 못 되네.”

“호전적이지만 순박한 사람들이야, 백성들은. 춥고 부족한 곳에 살아서 싸움에 능하게 되었지만 사실은 가엾은 이들이지. 이런 쓸데없는 싸움 따위 하지 말고 다른 데나 신경 쓰면 좋을 것을. 여기에 전쟁이라니- 죽어나가는 건 누군데... 여튼, 오라고 할 계제(階梯)가 아니군.”


미간을 찌푸린 채 무거운 얼굴을 하는 걸 보고 매장소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살피는 황자가 있군. 장래가 있으니 기회가 되면 가도록 하지.”

“그걸 위로라고 하나, 선생?”


제대로 알아들은 강이 덥석 얼굴을 바꾸며 웃었다.





강이 연으로 돌아가고 난 후로 랑야각은 바쁘게 돌아갔다. 수제문과 거의 전면전으로 나섰고 강좌맹은 랑야각의 편에 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보를 통괄하는 랑야각이 틀어쥐고 놓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강좌맹이 랑야각과 관련이 있는 거란 이야기는 크게 나돌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꽤 큰 세력으로 대두되었으면서도 미묘하게 정사파 양쪽의 중간쯤을 걷는 듯 보였던 강좌맹이 랑야각을 택한 것은 강호무림에 크게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거의 일 년간 물밑에서 질질 끌어오던 수제문과의 문제도 의외로 표면에 나오자마자 쉽게 끝났다. 수제문이 서장에서 빌려온 용병과 흑도 쪽에서 데려온 무력을 총동원하여 랑야각 본각을 공격하려 했지만 랑야산에 미치기도 전에 강좌맹에서 가볍게 퇴치해 버린 것이다. 숫자는 얼핏 비슷했지만 무위의 차이는 컸다. 한나절도 채 걸리지 않은 랑야각과 수제문의 무력대결에서 수제문은 거의 멸문할 뻔 했다. 게다가 이것으로 수로채와 녹림을 각개격파 하면서 진위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던 강좌맹의 무위도 증명되었다. 해가 바뀌면서 랑야각은 여전히 랑야방을 내놓았고, 여전히 매장소는 수위를 지켰지만 누구도 이의를 가지는 자가 없었다.












겨우 한숨을 돌릴 무렵 서장이 다시 한 번 들썩거린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린신이 급하게 강좌맹의 본산을 찾았다.


“위험하겠지?”

“일단, 후우-”


매장소는 불편한 듯 이마를 찡그렸다. 세워뒀던 계획이 어긋나게 생긴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진 것인가 해서 몸을 흠칫 움직였던 린신도 단순히 짜증을 내는 거라는 걸 알고 침잠해졌다.


“자넨 어쩔 셈인가. 강좌맹의 세력권으로 들어오려면 꽤나 늦을 텐데.”

“기다릴 수야 없지.”

“그럼 어디로 움직이려는 건가.”

“일단은 사천과 섬서가 급하겠군.”

“그 사천에서 섬서로 가고 그 다음엔 하남인가?”

“아무래도 그게 젤 낫겠군.”

“연 의원님과 함께 가게.”

“그럴 셈이었네.”


어차피 대유에서 일을 벌일 생각이 있긴 했기에,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면서 계획을 크게 틀어 다른 방법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서장에서 본격적으로 중원으로 병력을 보내면서 매장소의 행보도 바빠졌다. 사천의 성도로 향해서 아미, 당가, 청성과의 연합을 만들고 쉴 새도 없이 바로 섬서의 서안으로 향했다. 그즈음에 사천이 전쟁터가 되었다. 매장소가 처음 서안에서 화산과 종남, 무당을 만났을 때만 해도 연합의 의지는 찾을 수 없었지만, 사천의 소식이 전해져 오면서 그제야 이게 생각보다 더 큰 일이라는 것을 안 듯 했다.

쉽게 생겨나지 않을 듯 했던 장강 이북의 무림맹 연합을 만들고, 장강 이남으로는 강좌맹 중심의 연합을 만들었다. 맹주는 둘이었지만, 애초에 무림맹을 만드는 것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도 매장소였던 터라 무림맹주는 맹주로 불렀지만 매장소는 자연스럽게 종주로 불렸다. 이립도 채 되지 않은, 출신도 알려지지 않은, 무공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는 여전히 신비에 쌓여있는 인물이 중원을 일통하는 종주가 되었다. 랑야각의 순위에서 몇 년째 수위를 지키고 있고 강좌맹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대두했지만 이런 일을 해낼 거라 생각한 이가 없었다. 그리고 매장소는 반 년이 넘어가는 외유 끝에 간신히 랑주로 돌아왔다. 노각주가 이미 와서 매장소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많이 축났네.”

“견딜 만 합니다.”

“많이 고생했어.”

“그래도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연에서 보낸 서신은 받았는가.”

“연에서요?”

“랑주에 자네가 없어서 랑야각으로 왔더군. 서안으로 보냈는데 닿지 않았나?”

“무슨 일입니까.”


그제야 매장소는 한동안 연에서의 소식을 거의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의 태자가 죽었네.”

“카간국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연이 물리쳤다네. 얼마 전에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북적놈이 변방까지 간 모양이야.”


매장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 전서구를 보내주십시오. 강이 위험합니다.”

“서두르지 말게. 그녀석이 대동까지 돌아가려면 시일이 걸릴 테니, 그 안에 자네도 돌아올 것 같아 기다렸네. 게다가 연에서 보낸 소식이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지 않는가.”

“각주께서 살피지 않으셨습니까?”

“자네에게 전해야 한다고 랑야각에 알려주지 않았네.”


매장소는 옅게 입술을 깨물었다.


“필시 강이 보낸 서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만 전하라 한 것이겠지요. 강이 위험합니다. 아니, 강은 피할 수 있다 해도 귀인이 위태로울 겁니다.”






연에서 왔다는 서신은 먼 길을 돌아 겨우 매장소의 손에 도착했다. 물론 이미 강을 찾을 사람도 보냈고 연으로 서신도 보냈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간인 사흘 만에 강이 강좌맹에 도착했다. 상처투성이에 경량갑주만을 걸친 피폐한 차림과 엉망이 된 모습이었다. 강이 말에서 내리자 소매 끝에서 피가 툭툭 떨어졌다. 그리고 강이 내리자마자 지풍(야율강의 추풍전마)도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강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네. 도와주게.”


거의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말을 남기고 강도 바닥으로 쓰러졌다. 매장소의 뒤에 있던 려강이 달려가서 강을 부축하며 사람들을 불렀다. 강도 안으로 옮겨지고 지풍도 마구간에 옮겨져 양쪽 모두 의원이 나섰다. 마침 노각주가 있었기에 강의 맥을 짚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북적놈 무식하게 쉬지도 않고 달려온 모양이군.”

“괜찮아지겠습니까?”

“나는, 어렵지 않지.”

“감사합니다.”

“아닐세, 당연한 걸. 그런데 한 귀인이 정말 세상을 떠났다는 건가.”

“네.”

“태자가 죽은 일 때문인가?”

“아마도 자결하신 듯 합니다.”

“자결?”


치료하고 있던 손을 멈출 정도로 노각주가 놀랐다.


“태자에게 역모죄를 뒤집어 씌우고 다른 황자들도 함께 공모했다고 한 모양입니다. 강의 결백을 주장하려 한 귀인은 자결한 것 같습니다.”


매장소가 복잡한 연의 사정을 간결하게 이리저리 설명하는 동안 노각주는 침울한 얼굴로 강의 핏자국을 벗기고 침을 놓고 약을 발랐다. 한 차례의 어마어마한 난리가 났고 휩쓸린 태자는 이미 죽었고, 돌궐족 출신의 4황자와 9황자의 목숨도 풍전등화였다. 선비족 측에서 강도 함께 엮으려 했지만 그나마 뒷배경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도리어 의심을 덜하게 했다. 거기에 한 귀인이 자결하면서 황제의 마음이 꽤나 돌아선 모양이다. 매장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있는 강을 내려보았다.



강은 하루를 꼬박 지내고서야 눈을 떴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잃은 사람인 것처럼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래도 매장소는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9황자가 끝내 목숨을 잃은 모양이네.”

“...창이가? 역 형님은 어찌 되셨는가.”

“아직 옥에 있다 하네. 9황자는 옥에서...”

“심하게 고신을 당했나 보군.”


조용하게 말했지만 강이 꽉 움켜진 손은 하얗게 질렸다. 강은 그럭저럭 형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었고 동생들과는 더 사이가 좋았다. 특히 늦게 태어나서 나이 터울이 제법 있는 9황자와 10황자는 꽤 예뻐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미안하네, 이곳이 바쁘단 핑계로 제대로 살피지 못했네.”

“어차피 남의 나라의 일인데 선생이 어떻게 할 수도 없었을 거라는 거 알아.”


그래도 매장소는 내심 미안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강이 차분한 눈을 마주쳤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는가.”

“말해보게.”

“용서할 수가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잊을 수도 용서할 수 없네. 그저 미련한 분풀이라고 비웃어도 상관없어. 복수-할 거네. 도와주겠나.”


받아들여라, 잊어라 말하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자의 속 편한 이야기일 뿐이다. 항상 씩씩하고 밝은 생각 그 자체이던 강이 이렇게 어둡고 슬프게 되는 것이 마음 아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방법은 없다. 강이 복수하겠다는 것을 말릴 명분이 없다. 살을 찢고 뼈를 갈아서라도 이 비통한 분노를 풀 수만 있다면야, 아무리 어리석은 일이라고 해도 하고 싶다. 매장소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복수가 모든 해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야하지 않는가.



몸이 조금 나아져 거동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검을 들고 연무장으로 향한 강을 보고 린하는 속이 아팠다. 임수도 야율강도 모두 부모들 때부터 인연이 있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자라서 행복해야할 삶을 빼앗기고 고통 속에서 복수와 싸움을 위해 생명을 걸고 있는 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넌지시 강에게 다 잊고 양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를 권해봤다.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제가 그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뿌린다고 해도 어머니도 돌아오시지 않으시고, 잃었던 사람들을 돌려받지도 못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매장소는 냉정했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에 손을 댔고 정확하게 맞물려서 완벽하게 끝나기를 원했다. 강이 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차분하게 설명했다, 단숨에 피를 보는 싸움은 아닐 것이라고. 강은 무슨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소는 그런 게 안타까웠다. 몸을 추스르면서 강의 단련은 강도가 세졌다. 무섭게 몰두하는 모습에 주위에서 뭐라 말릴 수도 없었다. 매장소는 그런 강에게 책을 몇 권 주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강도 앞으로 정치 싸움에 뛰어들어야 할 거라는 말에 이견 없이 받아들었다. 익숙치 않아 불편해 하면서도 배우는 자세는 진지했다. 황제지도(皇帝之道)를 배웠고 판단하는 법을 배우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각오가 대단했던 만큼 익히는 속도도 빨랐다.


한편 매장소는 이번의 일을 계기로 주변국들에 눈과 귀를 더 키웠다. 본격적으로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필요한 일이었다. 연을 둘러싼 계획도 다른 이들의 생각 이상으로 컸다. 대유와 야진국, 카간국과 제나라, 돌궐족까지 모두 이용한 커다란 판이었다. 강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말없이 듣고 있던 강은 모든 계획에 다 동의했다. 린하도 설명을 듣고는 시간은 꽤 걸리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시간이 걸리는 것에도 린하는 더 점수를 주었던 것이, 강의 상처가 여무는데 시간은 가장 좋은 치료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때가 무르익었다 싶었을 즈음 강은 대동으로 서신을 보냈다. 모두 세 통으로 둘은 5황자와 2군주의 외가인 태원 곽가와 10황자의 외가 화북 동가로 보냈다. 둘 다 연나라 출신으로 선비족과는 당연히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직 문소 황후와 크게 결탁하지도 반목하지도 않은 가문이었다. 매장소는 황후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태자소부(太子少傅) 출신의 중서감(中書監)인 난연주에게 보냈다. 처형당한 폐태자의 어린 시절에 태자소부를 지냈고 여전히 조정에서 반듯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황후 측에서도 선비족 측에서도 꺼려야하는 인물이었다. 셋 모두 황제에게 강의 무사함과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전할 수도 있을 법한 곳이었다. 각각 그들에게는 세 통의 서신을 어디로 보냈는지도 알려두었다. 셋이 뜻을 모아서 연의 황제에게 이야기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었다. 강은 공식적으로는 아무 죄목도 없었고 애초에 황제는 한 귀인의 죽음으로 강에 대한 의심도 거의 없었다. 2,3황자를 추종하는 세력과 황후의 소생을 추종하는 세력 모두가 강을 반대하여 쫓기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렇게 하여 황제가 먼저 강의 환귀를 공표하면 안전하게 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매장소의 계책은 정확하게 들어맞아서 연의 황제가 작년 카간과의 전쟁 후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된 6황자의 초환(招還)을 명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강은 노각주와 함께 귀환 길에 올랐다. 연에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서 이미 매장소와 몇 번이고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노각주를 통해서 긴밀하게 연락하기로 예정해 놓았다. 랑야각에서 만들어 준 가짜 신분으로 국경을 손쉽게 넘었고 정주(鄭州)에서 갑자기 신분을 밝히며 관(官)으로 향했다. 이후로 입궁까지는 일사천리였다. 강은 무사히 복권했고 2,3황자 측에서도 다른 명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노각주 덕에 그동안 행방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게 풀렸다. 랑야각의 선대 각주라는 지위는 양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연에서도 충분히 먹혀들었다. 연으로 유람 겸 수양을 하러 왔던 노각주가 심한 부상을 입은 강을 발견하여 치료하다가 극독과 여타 까다로운 부상 상태 때문에 온전한 치료를 위해 양으로 잠시 데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몸이 회복된 후로 연락한 것이라고 하자 황제는 노각주의 노고를 치하하고 강에게는 흑옥로환을 하사했다.


강은 일부러 자질구레한 유목민들의 침략마다 나가서 전투에 앞장섰다. 린하는 대동을 비롯해 연의 큰 도시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소규모의 정보각을 세웠다. 매장소의 제안이었다. 린신은 동영과 동해국, 남초를 다녀왔다고 했다. 대유와 야진국은 파고들기가 쉽지 않아서 간신히 사람들을 풀어놓은 정도였지만 그래도 기틀은 되었다고 한다. 강이 걱정스러운 부분은 있었는지 매장소는 더러 강에게 개인적인 안부를 묻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답신 속의 강은 예전처럼 밝고 강했다. 매장소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 생각했지만, 반년 쯤 후에 돌아온 린하는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매장소에게 강한 체 하면서 정말로 더 강해지고 마음도 추스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매장소는 처음으로 자기가 야율강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건지, 또다시 도움을 받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생각했다.






그즈음 동해국에서 랑야각에 질문을 가져왔다. 정확히는 동해국의 왕세자였다. 그의 질문은 점점 커지고 있는 계비(繼妃) 소생의 왕자의 세력을 꺾는 방법이었고, 랑야각은 대답의 값으로 왕세자의 징표를 요구했다. 동해의 왕세자는 처음엔 크게 망설였으나 사용은 단 한 번 뿐이라는 조건을 넣어서 요구에 응답했다. 그리고 랑야각에서 내놓은 답변은 강좌매랑에게 물으라는 것이었다.



“군이나 관의 일에도 간여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깨게 해서 미안하네.”

“어차피 거절할 일이었는데 그렇게 사용된다면 다행이지.”


린신도 린신이지만 노각주는 매장소와 야율강의 일에 가장 적극적인 협력자였다.



“어떻게 해결할 셈인가?”

“동해국의 셋째 왕자는 계비의 가문이 매우 강하다고 들었네.”

“모후의 집안이 힘이 있으면 왕위계승에도 아무래도 힘을 보태주기 쉽겠지.”

“몇 대(代)째 무역선을 이용해 부를 축적해서 재력이 왕실에 부럽지 않을 정도라 하더군.”

“그러면 왕세자의 외척에게도 재력을 보태주겠단 거로군.”

“장강(長江)을 빌려주면 되겠지.”


매장소가 호기롭게 미소지었다. 강호무림의 연합 이후로 그나마 남아있던 수로채들도 거의 사라지거나 강좌맹에서 격파, 흡수하였다. 서장 근처의 청해에서부터 바다에 이르는 창장 하구까지 전부 강좌맹의 손 안에 들어왔다.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어마어마했다. 현재 강좌맹을 유지하는 모든 힘은 장강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강을 빌려주겠다고?”

“양 뿐만 아니라 대륙 어디와도 통할 수 있는 길을 허락해 주면 되지 않겠나.”


담대하고 오만한 이야기였지만 린신은 허탈하게 웃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좌맹의 힘을 과시할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동해에서의 일이 은근하게 퍼지면서 다음에 연락이 온 곳은 남초였다. 매장소는 처음부터 남초와의 경로를 갖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그리고 가장 편한 통로가 생겨났다. 남초의 왕도 정략적인 혼인 정책으로 인해서 왕위 계승 서열이 복잡했다. 게다가 왕이 특별히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반응도 보이지 않아서 경쟁은 더 치열했다. 매장소는 어렵지 않게 왕가의 뒷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고, 예상에 들어맞았으며,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매장소는 갖고 싶던 패를 차곡차곡 쌓았다.














눈처럼 세상을 밝히고 강 건너 스며오는 매화 향처럼 그윽하니

천하 영웅이 아무리 흘러넘쳐도 그 중 으뜸은 강좌매랑이라.


매장소의 소문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강호를 일통하다시피 한 강좌맹의 종주 매장소는 무위 측정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강호 최고의 사람으로 꼽혔고, 양을 둘러싼 주변국들에서도 양나라의 강호를 제패한 인물이 황위 혹은 왕권을 갖게 해준다는 평판이 자자했다.


강에게서 연의 상황을 적은 서신이 도착했다.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 매장소는 려강을 일러 랑야각으로 떠날 차비를 했다.


“이제 슬슬 때가 되었는가.”

“곧 연에서 사람이 올 것입니다.”

“대유와 남초는 어찌할 생각인가.”

“대유는... 아직 세력을 넓히기엔 무리입니다. 일단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하려합니다. 남초는 문제없으니 지금 강좌맹의 사람으로 충분할 겁니다.”

“강좌맹을 오래 비워도 되겠는가.”


노각주의 물음에 매장소는 잠시 말을 멈췄다. 복잡한 생각이 눈을 스쳐가는 것이 보였지만 곧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 합니다. 지금 있는 자들로도 충분히 꾸려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되죠.”


웃음 섞인 말을 해서 마음을 감추는 것에 익숙해진 소년은 어느새 누구도 속을 헤아리기 힘든 어른이 되어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덧붙였다.


“강좌맹에도 이야기 해두었지만, 랑야각에도 부탁 드립니다...”

“현과 봉 이야기인가.”

“네, 금릉과 운남의 일은 항상 가장 먼저 닿게 해주십시오.”


강좌맹에도 이미 첫 번째로 명령해 둔 내용이다. 금릉과 운남의 돌아가는 상황과 보아둔 모든 것을 매일같이 보고하게 했으며, 닷새에 한 번씩 무조건 전서구를 보내도록 했다. 그도 부족해 정기적으로 인편에 기록을 보내는 것도 명령해 두었다.



겨루기라도 하듯이 연의 2,3황자의 사람과 문소 황후의 친척이란 자가 비슷하게 랑야각에 도착했다. 그들은 똑같은 것을 물었다. 연의 패권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랑야각은 기다렸다는 듯이 둘에게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기린재자,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


기린재자가 누구냐고 물으며 매달렸지만 이번에 랑야각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연에서도 슬슬 눈치를 챘다. 동해의 차기 왕권을 굳건하게 지켰고, 야진국의 왕위 계승자를 바꿨으며, 남초의 왕세자를 지명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 이제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중원의 연합을 이뤄낸 강호무림의 종주. 기린의 능력을 가진 자. 가히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 일컬어지는 기재. 랑야방에서 수년간 수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강좌의 매랑, 매장소. 매장소를 지목하는 말이라는 걸 연의 사람들도 알았다. 재빠르게 양쪽 모두 매장소를 포섭하기 위한 사람들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 누구보다 빠르게 야율강이 랑야각에 도착했다. 강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로 질문을 넣고 대답을 듣자마자 강좌맹으로 떠났다고 했다. 이후 2,3 황자 측 사람과 황후 측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가서 전한 말은 매장소가 연으로 향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장소와 함께 오는 이는 엊그제까지 전쟁터에서 파묻혀 지냈다는, 모비조차 잃은 6황자 야율강이었다.





매장소가 연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서 린신의 반대는 처음부터 심했다.


“연은 춥고 겨울이 길어. 몸이 견뎌내지 못할 거야.”

“지금은 괜찮네.”

“게다가 너무 오랜 기간이지 않은가, 2년이라니!”

“2년 안에 무명의 황자를 태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오래라니.”


매장소가 웃음으로 넘기는 척을 했지만 린신은 단호했다.


“절대 안 되네. 의원으로서라도 절대 넘길 수 없어.”

“내가 가야 2년 안에 끝이 날 걸세.”

“정 가겠다고 하면 내가 같이 가야 해. 의원 없이 그곳에서 어떻게 버티나!!”

“네 놈이 온다고? 그건 내가 싫은데?”


옆에서 강이 툭 끼어들자 린신이 부채로 퍽퍽 어깨를 치며 성질을 냈다.


“아픈 건 네 놈이 아니란 말이지!!”


가겠다는 매장소는 애초에 다른 의견을 들을 마음이 없었음에도 린신은 완고했다. 그러자 린신이 오는 것을 싫어하는 강도 고집스럽게 린신을 구박했다. 결국 상황은 린하가 나서면서 종료되었다. 린하는 강의 상태를 살핀다는 핑계로 연에 먼저 가 있기로 했다.


“물론 내가 2년이나 있을 순 없지만.”

“겨울만 나면 괜찮을 겁니다. 반년이면 그 이후는 무리 없을 겁니다.”

“그걸로 정말 괜찮겠어, 선생?”


여태 말을 아끼던 강도 끼어들었다.


“나는 선생이 와준다면 좋지만, 몸을 버려가면서 까지는 안 돼. 선생도 해야 할 일이 있잖아.”

“괜찮을 거네.”

“물론 노친네가 와 있으면 믿을 수 있지만.”

“너무 추운 날씨만 아니면 그리 힘들 것도 없어.”

“연의 겨울이 춥기는 하지만 선생의 집에 피륙과 화로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지.”


웃는 목소리를 섞어 강이 다정하게 말했다. 린신은 영 아니꼬운 듯이 강을 타박했지만 결국 매장소의 말이 가장 강했다. 여름이 가을로 변해갈 무렵 강좌맹은 소리소문 없이 종주의 긴 외출을 준비했다. 적염군 출신의 견평과 비류가 호위라는 이름으로 따랐고, 강좌맹 내에서 종주의 거처를 맡았던 이들 몇몇이 함께 나섰다. 린신은 국경까지 몸의 상태를 살펴주겠다고 따라나서서 강의 눈총을 샀다. 많지 않은 일행이었기에 꽤 빠른 속도로 연의 국경 근처까지 갔다. 산세가 험해졌고 산마다 붉은 물이 짙게 들어가는 깊은 가을이었다. 린신은 더 이상 함께 가지 못하는 것에 조금 짜증을 내며 발길을 돌렸고, 강은 지풍을 몰아 일행의 맨 앞에서 국경을 넘었다.













연에 들어서자마자 한층 추워진 날씨에 강은 조금 걱정스러워서 말을 늦춰 가마 근처로 갔다. 가마창을 열고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봤다.


“견딜 만 한가?”


매장소는 다소 피곤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쪽으로 빗겨앉은 비류는 눈을 떼구르르 굴리며 매장소의 눈치를 봤다.


“밖에 나오고 싶으냐?”

“아냐!”

“한 번 겨뤄보지 않을 거야?”

“..........아니요!”


비류는 반색했다가 금세 상황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강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비류에게 과자를 몇 개 주었다.


“조금만 참아라. 대동에 도착하면 얼마든지 놀아주지.”


비류는 삐죽삐죽 눈썹을 움직이면서 기쁜 기색을 했다. 강은 다시 매장소를 돌아봤다.


“조금만 더 참아줘. 더 늦기 전에 도착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나쁘진 않고, 대동에 가면 노각주께서 계실 테니.”

“노친네 그럴 땐 믿을 만 하다니까.”


쾌활하게 웃으면서 어둠없이 대답하는 강을 보고 매장소는 부드럽게 물었다.


“자넨 괜찮은가.”

“뭐-”


말을 몇 번 고르더니 눈 위로 냉혹한 기세가 번뜩였다. 이전의 강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던 잔혹하고 차가운 눈빛이었다.


“선생을 데려가면 각 형님, 유 형님 그리고- 황후가 어떤 표정을 할지, 기대되는군.”


목소리에도 서늘한 기운이 서렸다. 매장소는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오욕의 분노와 눈물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매장소도 가슴 속 깊숙한 곳, 굳어진 마음 위에 또 한 꺼풀 어둡고 추하고 차가운 것을 덧씌웠다. 이것에 연의 미래를 걸었고, 야율강의 목숨을 걸었다. 이것에 금릉에서 해야 할 일을 새겨 넣었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황자 전하께서 원하시는 일을 반드시 이뤄드리겠습니다. 어떤 일에도 마음 놓지 마시고, 속지 마시고,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귀인마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이 죄를 받아야할 이들에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전하의 마음을 지키시면 됩니다.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확연하게 달라진 매장소의 눈빛과 목소리와 말투에 강도 표정을 바꾸며 강하게 눈을 마주쳤다. 천천히 손을 올려 가슴에 얹으며 연의 방식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선생을 믿소. 모든 것을 선생에게 맡기리다.”








사합원(四合院) 형태의 야율강의 황자궁은 황궁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만큼 세력이 약하단 뜻이었다. 황자궁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도 아니었다. 매장소의 거처는 연운궁(야율강의 황자궁)의 서쪽 편에 닿아있는 장원으로, 일부러 정보각을 통해 구입해서 손을 보았다. 강이 준비한 셈이지만 일단 명목상의 주인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으로 해두길 원했기 때문이다. 길가로 난 담을 둘러 높은 나무를 잔뜩 심어서 장원 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매장소를 수행해서 온 강좌맹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이미 저택 내부도 강좌맹 본산에 있는 장원과 비슷한 느낌이 되었다. 강이 먼저 대동에 도착했고 사흘 후쯤 근처 도성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던 매장소도 대동에 입성했다. 매장소가 도착할 무렵엔 이미 소문이 더러 퍼져있었다. 좌소의 풍씨의 소생인 2황자 각의 궁에서도 문소 황후의 소생인 7황자 호의 궁에서도 모두 매장소를 환영하는 사람을 보냈다. 강이 데려온 셈이라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감추지 않는 안배에 강은 이마를 찌푸렸다. 연의 사람들은 강이 다른 황자들처럼 랑야각에 질문을 넣고 매장소를 징빙(徵聘)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리라. 매장소와 야율강의 사이가 그보다 더 길고 깊은 사연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더 교활하고 공격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한동안은 매우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매장소는 편안하게 누워 느즈막히 일어나서 종일 책을 읽고 서신들을 읽고 답을 했다. 야율강과 교류를 하지도 않았고 어떤 방문객도 받지 않았다. 황궁과 황자궁들의 이목이 모두 매장소의 장원에 쏠려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처음 그 장원에 발을 디딘 사람은 역시 야율강의 객으로 있는 랑야각의 노각주 린하였다. 강좌맹과 랑야각이 연합을 한 사이라는 것은 연에도 알려진 사실이다. 서로 모르는 척 계속 했다면 오히려 더 이상했을 것이다. 다만 강의 내객인 노각주가 매장소의 장원에 드나들면서 다른 황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제가 곧 출병한다는데.”

“때가 왔군요.”


매장소는 두르고 있던 피풍의를 좀 더 당겨 올리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노각주는 걱정스런 얼굴로 매장소가 보고서 나눠둔 종이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너는 괜찮겠느냐.”

“날이 꽤 춥지만 아직 견딜 만 합니다. 그다지 출입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것도 괜찮습니다.”


여상하게 대답하는 매장소를 보며 린하는 고개를 젓고 다시 서신들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곳은 괜찮은 듯하구나.”

“남초가 겨울철은 피할 테니 남쪽도 괜찮고, 대유는 서쪽으로 전쟁을 하는 듯 하니 당장은 괜찮을 것입니다. 겨울철이라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유목민들과 결탁하여 도적떼가 되는 듯하는데 그쪽은 지방관에 맡겨야 할 문제라서요.”

“지방관아는 부패한 관료들이 있기도 일쑤라서-”

“그것도 결국엔 중앙의 문제죠. 자질구레한 봉기라면 지방에서 처리하겠지만 규모가 좀 커지면 중앙에서 군을 보낼 것입니다.”

“궂은 일이라면 또 현에서 하겠군.”


노각주가 말하자 매장소가 살짝 흘기는 빛을 섞어 눈길을 마주쳤다.



“자네가 늘 걱정하니 그러지.”


너스레 떠는 말투에 매장소도 푹하고 흐릿하게 웃었다. 잠시 먼 곳을 보듯이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내리자 차가운 얼굴이 되었다.


“그럼, 다음 단계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황자 전하께도 그리 전해주시죠.”












얼마 후에 제에서 주변의 몇 유목민의 기마부대와 함께 연의 국경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대동에 들어왔다. 황자들은 쉽게 성도를 떠나려고 하는 이들이 없었기에 중앙군을 이끄는 장수가 출전할 예정이었다. 거기에 강은 시원스레 출전을 자청했다. 크고 작은 전투에 빠지지 않았던 편이라서 의례히 그러려니 하고 황제의 허락도 쉽게 떨어졌다.

그리고 강이 대동을 비운 사이에 황자들의 관심은 온통 매장소의 장원으로 모였다. 매일같이 사람을 보내어 만나기를 청했으며 이틀이 멀다하고 선물이 보내졌다. 방문객도 선물도 모두 돌려보낸 매장소의 장원에 첫 번째로 나타난 황자는 3황자인 야율유였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단숨에 방문을 거절당했음에도 거의 반 시진을 기다렸다가 돌아갔다. 그 다음은 5황자가, 그 다음은 황후의 조카가 왔다. 모두 문전박대라 해도 좋을 만큼 대문 앞에서 곧바로 거절당했다. 성격이 불같고 야망이 큰 2황자는 동생인 3황자가 거절당한 모욕을 못 참고 다시 매장소의 정원을 찾았다.


“고명한 분의 이름을 듣고 찾아뵙기를 청하니 주인에게 연통을 넣어주게.”

“죄송합니다, 전하. 선생께서는 지금 몸이 몹시 좋지 않아 정신을 거의 차리지 못하고 누워 계시므로 누가 찾아와도 만나실 수가 없습니다.”

“이 추운 날씨에 한 나라의 황자가 예까지 찾아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는 없다. 어서 문을 열어라.”


시종들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황자가 가마에서 직접 내려와 문을 열기를 명령했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기는 했지만 매장소의 수하들은 겁을 먹은 눈치는 아니었다. 객을 머물게 하는 곁채에 차와 다과를 내놓고 정중하게 2황자를 접대했다. 그리고 린하 각주가 나와서 대신 말을 했다.


“지금 매 종주는 의식이 없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황자 전하께서 귀한 걸음 오셨다고 깨어 나면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정말로 그 자가 의식이 없는가.”

“가끔 깨어나긴 하지만 앉아있기조차 힘들어 합니다.”

“병이라도 있는 것인가.”

“강좌맹 종주에 대한 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있지요. 워낙에 강좌맹이 강해서 중원에선 믿지 못 하겠다 하지만, 제가 몇 해 진료해온 바로는 몸이 매우 약하고 병증도 있습니다. 옮기는 병은 아니니 다행이지만 그리 건강한 자는 아닙니다.”


전 랑야각주가 하는 말이니 함부로 의심할 수 없어서 그냥 돌아왔지만 매장소를 만나지도 못하고 소득 없이 모든 황자들이 그냥 돌아오면서 여러 이야기가 돌았다. 천하를 얻게 해준다는 기린재자가 선택한 것이 6황자인 야율강이라는 말이 이제 제법 퍼져나갔다. 가장 초조해진 것은 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돌궐계의 황자들을 역모의 이름을 씌워 죽거나 귀양가게 만든 2황자와 2황자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나선 황후였다. 매장소를 손에 넣기는커녕 만날 수도 없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했다. 게다가 7황자가 재차 방문했을 때 무력을 동원해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강좌맹의 호위 무사들(실은 야율강이 매장소의 후위로 보내준 무사도 있었다)에 밀려 초라하게 돌아왔다. 황후는 매장소를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최소한 연에서 추방하거나 죽일 생각이 있었고, 2황자와 3황자의 모비인 좌소의 풍씨와 모처럼 같은 뜻이 되었다. 강추위가 한 번 지나고 평온한 날 즈음에 3황자는 다시 매장소의 정원을 찾았다. 무뚝뚝한 얼굴의 매장소의 수하가 여전히 거절을 말했다.



“그 자가 아직도 의식이 없는가!”

“깨어나셨지만 손님을 만날 수 없다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발을 구르고 화를 냈지만 매장소는 요지부동이었다. 연거푸 거절을 당한 황자는 분노와 모멸감으로 붉어진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아무리 의원 출신이라지만 전 랑야각주만을 만나고 밖과의 소통을 일체 끊은 매장소의 행동에 다들 이상함과 불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매장소가 노린 것이라는 것도 모른채 말이다.


연의 황제는 호전적이고 긍조(矜躁, 교만하고 조급함) 한 사람이었다. 악의와 비열함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으나 자신에 대한 자만심이 강한 탓으로 남을 쉽게 믿지 않고 무조건 자기보다 아래로 취급했다. 연의 전통이다시피 하는 황자들 간의 황위 쟁탈전에 대해서도 무심할 정도로 관대했다. 그 자신은 꽤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을 압도하는 무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반발이 거의 없었다. 성급한 성격과 교만함을 단점으로 꼽으며 황제감이 아니라고 태자 책봉 시에 반대한 이들을 찾아가 단숨에 목을 베어버린 일도 유명했다. 황자나 군주들에게 애착이 있지도 않았으나, 야율강의 어머니인 한 귀인만은 매우 총애했다. 젊은 시절 양을 유람할 때 그녀를 보고서 끈질기게 구애하여 연으로 데려왔다. 마음이 약한 한 귀인이 제법 긴 시간을 총애를 잃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올라 버텼던 것은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조용한 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귀인을 총애했기에 강에게는 제법 관심과 호의가 있었다. 강은 밝고 단순하며 무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황제가 좀더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도 좌소의의 소생들이나 계비의 소생이나 혹은 다른 후궁의 소생 중 그 누구가 태자의 자리를 노린다 해도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피를 보는 싸움을 해서라도 자리를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자이기 때문이었다. 태자와 4황자와 9황자가 다소 억울하게 모함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자는 패배한 것이며, 패배하는 자는 황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였기 때문이다.


강은 그런 아비의 성정을 끔찍하게 생각했다. 아들들이 서로 목숨을 노리는 싸움을 하는데 방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일부러 부추기는 것에 가까운 황제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황후뿐 만 아니라 좌소의와 세부 무두(선비족 출신)까지 모두가 매장소의 오만함과 위험함에 대해서 떠들어대자 황제는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연의 사람도 아니고 일개 강호인이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천하의 주인을 정한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듣자하니 이미 다른 약소국들도 손에 넣고 쥐락펴락 한다고 했다. 황제가 매장소에 관심을 보이자 2황자와 3황자가 기세 좋게 비틀린 의혹을 말했다.


“관(官)과 연관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말일 뿐, 양나라만이 아니라 서장 너머까지 세력을 펼치고 있는 랑야각과 중원을 일통했다는 강좌맹입니다. 그들이 한꺼번에 연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양 출신인 6황자를 옹호하면서 연을 넘보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강은 그럴 아이가 아니다.”

“심계가 깊은 자들입니다. 강이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다른 속셈이 없고서야 두문불출 할 거면서 어찌 이 먼 연까지 왔겠습니까!”


황제는 딱히 2황자 각의 말을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매장소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은 더 커졌다. 곧 황제가 매장소를 궁으로 소환했다.





“혹시 모르니 비류를 데려가게.”

“괜찮습니다.”

“시동이라고 하면 거기서도 그다지 의심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비류 정도면 앞가림은 할 수있을 테고.”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것이고, 만약에 위험할 여지가 있다면 비류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듯 단호한 말에 린하는 쓴웃음을 웃었다.


“그 녀석이 제대로만 오면야 문제없긴 하겠지.”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황제는 절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니 위험할 일이 아닙니다.”

“다른 황자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네.”

“황제가 관심을 갖고 입궐을 명했습니다, 황자들이 함부로 손 대서 황제에게 나쁜 이야기가 들어가게 하진 않을 겁니다. 정말 제가 위협적이라 생각하여 제거할 생각이라면 꼭 황궁일 필요도 없구요.”

“그래도 혼자 들어가서 되겠는가.”

“어차피 말도 안 통할 것이니 데려가 봤자 소용없을 겁니다.”


매장소가 웃었다. 황실과 귀족 가에서는 이미 선대 황제 때부터 양의 복식이나 언어를 이용하고는 있으나 완벽하게 정착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연의 언어나 전통을 우길 것이라고 매장소는 예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꼭 들어맞았다. 매장소를 데리러 온 이들부터 궁궐문에 들어서면서 보는 모든 이들이 연의 언어만을 사용했고 그것은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대가 매장소인가.”

“타지의 이방인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매장소가 유려한 연의 언어와 태도로 대답하자 황제의 눈매에 좀 더 흥미로운 빛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짜고짜 매섭게 말을 내뱉었다.


“그대가 첩자라는 이야기가 있더군. 대동에 와 있는 선대 랑야각주와 그대가 말이다.”

“그럴 이유가 있겠습니까.”

“양은 이전부터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교만함을 가지고 있었지. 그리고 그대의 강좌맹은 양의 중원을 손에 넣었으니 좀 더 넓은 곳을 원하지 않겠는가. 양과 그대와 랑야각이 결탁했다면 충분히 그럴 만 하지. 아니라면 이곳까지 왜 온 것인가.”

“그저 사사로운 정행(征行)일 뿐입니다.”

“정행을 왔다는 자가 집에 틀어박혀서 말인가!”

“계절이 추워서 몸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정양을 하느라 오래 쉬었을 뿐입니다.”

“그 외엔 그대가 첩자가 아니라는 증좌는 없는가.”

“아니라는 증거를 댈 방법도 있습니까?”


매장소는 당돌하게 되묻자 황제가 벼락같이 눈을 빛냈다.


“듣던 대로 오만하고 건방진 자로군.”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증거니까요.”

“왜 황자들의 방문을 거절했지?”

“무위가 강한 이들은 약한 자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는 듯하더군요. 강호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걸 믿지 못하곤 합니다.”

“지금도 몸이 좋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병석에 누워 있느라 황제의 부름을 거절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황자를 무력으로 막았다더군.”

“강좌맹에 속한 이들은 연의 언어를 하지 못합니다. 갑작스러운 침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점은 사죄를 청합니다. 3황자 전하께도 사죄의 서신을 보냈습니다.”


매장소는 정중하고 우아하게 사죄의 동작을 더했다. 황제의 표정이 좀더 흥미롭다는 듯이 변했다.



“그대가 하는 말 이외에 다른 물증은 없는가.”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폐하의 관대함에 기댈 뿐입니다.”


사죄와 관대함을 청하는 태도치고는 하나 구부러진 데가 없고 꼿꼿한 것이 황제의 흥미를 잡아당겼다.


“나는 적에게 관대함을 베풀어 본 적이 없다. 그대의 결백을 주장할 방법이 없다면, 결과도 받아들어야 할 거네. 여봐라, 당장 저 자를 끌어내 참수에 처하라.”


기괴하고도 비틀린 명령이었지만 정전(正殿)은 조용히 움직였다. 황제의 변덕과 높은 교만함으로 순식간에 죽어간 이는 적은 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리에 밝은 대신 몇이 있었더라면 양과의 관계나 양의 강호와의 적대를 피하기 위해서 다시 고려해 달라 청을 넣었겠지만 대전에 있는 이는 2황자뿐으로, 황제의 명을 기뻐하는 자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매장소의 태도였다.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군이 들이닥치기도 전에 우아한 자태로 황제에게 예를 취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2황자가 빠르게 쫓아나가서 추밀원 쪽으로 데려가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려고 했다. 그때 궁내관이 다가와 황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갈을 전했다. 매장소는 태연하게 임안각 앞뜰에 서 있었다. 두려움도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황제가 임안각으로 천천히 올라왔다.


“그대가 첩자가 아니라는 의미로 연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그대를 놓아줄 수도 있다.”


매장소는 희미하게 웃었지만 그 얼굴은 황제와 그 옆에 자리한 2황자에게도 똑똑히 보였다.


“그런 충성을 원하시는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만, 한 번 생명을 구걸한 자는 언제든 그것을 위해 다시 무릎을 꿇을 수도 있습니다.”

“강한 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강하고 약하고를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힘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2황자는 황제와 매장소의 선문답이 길어지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세 치 혀로 잘도 지껄이는구나. 성총을 흐리게 하지 말고 조용히 황명에 따르라!”

“쫓아오는 이를 두려워하는 자는 강한 자도 아닙니다.”

“뭐...뭐라!!!!”


누가 들어도 2황자의 태도를 비꼬는 말에 황자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소리를 질렀다.



“당장 저 자의 목을 쳐라. 황제 폐하께서 참수를 명하셨다! 어서 무릎을 꿇려라!”







매장소는 2황자와 황제를 차례로 올려다보고는 병사가 오기 전에 먼저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편안하게 집 안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실 것처럼 태연하고 부드러운 태도였다. 황자가 화를 내며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황제는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매장소도 여전히 흔들림없는 태도였다. 2황자가 부산하게 명령하여 형을 집행하는 형리가 검을 들고 등장했다. 매장소는 가만히 눈을 내려감았다. 2황자가 최후의 허락을 위해 막 황제를 바라봤을 때 문 쪽이 시끄러우면서 누군가가 달려 들어왔다.


“폐하, 전장에서 돌아와 문안드립니다.”


허락도 없이 먼저 뛰어 들어온 것은 야율강이었다. 연정전이었다면 어림없었겠지만 다행히도 임안각 뜰이었기 때문에 황제는 손짓으로 허락의 뜻을 표했다.


“예의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


2황자가 마치 반듯하고 사려 깊은 형인 양 말했다. 강은 황제를 올려다보며 손을 모았다.


“제 친우인 내객이 입궐하였다 하여 겸사겸사 찾아뵈었습니다.”

“친우라고?”


황제가 물었다. 강은 매장소보다 두어걸음 앞선 곳에 와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매 종주는, 제가 양에 갔을 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은 부상을 입었을 때 도와주었고, 한동안 함께 지냈는데 그때에는 누군지 서로 밝히지 않고 헤어졌습니다. 그랬다가 지난 번 랑야각주의 도움을 받았을 때 다시 만났습니다. 강좌맹의 종주라는 것은 그때 알았습니다.”


이번에도 얼른 2황자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천하를 준다는 것도 랑야각과 강좌맹이 꾸민 소리인가.”

“천하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린재자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랑야각의 대답 말이다! 기린재자가 강좌맹주란 소문도 결국엔 랑야각이 강좌맹과 결탁해서 꾸민 소리란 것 아니냐!”

“형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짓말 말아라! 네 놈도 랑야각에 가서 태자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질 않았느냐.”


강은 크게 한 걸음 무릎으로 걸어와 황제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형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랑야각에 물은 것은 강좌맹주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몇 번 매 종주에게 서신을 보냈지만 중원 여기저기 출몰했다는 소식만 있을 분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랑야각에 갔을 때 강좌맹주가 어디 있는지 묻고 지금은 랑주에 돌아와 강좌맹 본산에 기거 한다 답을 들었습니다.”

“랑야각에 물은 것이 정녕 저 자의 행방 뿐이냐.”

“물론입니다. 그때 랑야각에서 받은 금낭은 지금도 제 궁에 그대로 있습니다. 거기에 제가 랑야각에 물었던 것도 함께 들어있을 것입니다.”


2황자가 말이 없어지자 황제가 잠깐 돌아보았다. 2황자는 그래도 그 금낭을 찾아오기를 원했다. 황제는 강에게 금낭의 위치를 물었고 당장 사람을 보냈다.


“그럼 저 자는 너의 초청을 받은 것이라는 게냐.”

“그렇습니다. 몇 번 연에 와주길 제가 청했습니다. 하지만 강좌맹이 바빠 오지 못하다가 이번에 오게 된 것입니다.”


황제가 아직까지 조용히 앉아있는 매장소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매장소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한이 깃들고 땅이 척박하여 호전적이 되기는 했지만, 기실은 가엾고 착하고 호방한 성정을 가진 백성들이라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연을 유람하며 순박하고 정직하고 굳은 기상을 가진 백성들을 만났으며, 한 번쯤 연으로 유람을 오면 보게 될 거라 권해주셨습니다.”


강은 유려한 연의 언어로 말하는 매장소를 힐끗 돌아봤다. 한어(漢語)에 익숙한 연이기에 양의 언어로 써도 충분할 텐데 일부러 연의 말을 써주는 것도 언젠가 강이 말했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도 모두 고마웠다.



“폐하, 매 종주는 양의 중원을 차지한 강호의 기재이나 몸이 매우 약하니 살펴 주십시오.”

“전혀 무공도 모르고 때로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게 사실인가.”

“겨울철이 되면 내객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 합니다. 연이 양보다 더 추우니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은총을 베풀어 몸을 추스리게 하여 주십시오.”

“아직 네가 말한 랑야각의 금낭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기 전에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강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하자 황제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연정전으로 들라.”


황제의 명에 그림처럼 우아하게 일어나서 단정한 자세로 연의 인사법을 하는 매장소를 강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기침을 산처럼 쏟아내면서 비틀거리는 매장소를 강이 직접 붙들었다.



“어쩌려고 그랬는가. 이 추운 날씨에!”

“괜찮습니다, 전하.”

“기침이나 멈추고 괜찮다 하게.”


방 안은 잘 데워진 화로로 제법 따뜻했고 웅피로 된 침구가 놓인 침상도 살짝 데워져 있었다. 매장소는 예의를 차리는 말 몇 마디를 하고 침상에 누웠다. 강은 자연스럽게 그 옆의 좌구를 끌어다 앉았다. 격의 없는 태도였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대체 이게 뭔가. 어쩌려고 그랬나. 황궁에 불려갈 거라고만 했지 당장 그렇게 목이 잘릴지도 모른단 이야기는 없었지 않은가.”

“황제의 마음을 어찌 다 알겠습니까.”

“이렇게 위험한 줄 알았더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네.”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전하께서도 때마침 오셨지만, 황제는 제 목숨을 거둘 마음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던 거겠죠. 그리고 이렇게 보내준 것은 제가 전하와 친우 사이라는 말을 믿어주시겠다는 것이구요.”

“틀린 말도 아니지 않은가.”


강이 이마를 찌푸렸다. 매장소는 웃다가 사레라도 들린 것처럼 쿨럭쿨럭 기침을 해댔다. 덕분에 강은 불퉁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여전히 종이들과 책으로 잔뜩 쌓인 방 안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지내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군.”

“전하야말로 독서를 좀 더 하셔야 할 겁니다.”

“선생에게 맡기면 안 되나.”


매장소는 힘없이 눈끝으로 웃었다. 의식을 놓기 전에 묻고 싶은 게 더 있었다.


“전하, 제와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선생이 말한 대로 되었네. 카간에서 연합 아닌 연합을 제의 받았단 걸 증명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카간에 보내둔 이도 무사하다 연락이 왔네. 야진은 어떨지 모르지만...”

“야진은 강좌맹 쪽에서도 사람을 보내두었습니다.”

“그런가.”

“각 황자들에게 보내둔 이들도 다 괜찮습니다.”


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충 할 말을 마친 매장소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죄송합니다, 몸이 여의치 않아서.”

“괜찮아 괜찮아. 어서 쉬게.”


책장을 몇 장 넘길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매장소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강은 책을 덮어서 서안 위에 올려놓고 일어나다가 서안에 있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이건 전부터 보고 받던 그것 같은데...”


강좌맹에서 각지로 보내놓은 사람들에 관련된 것이나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람들에 관해서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 중 중요한 인물은 대부분 암호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다른 손에 들어가도 누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지 모르게 한다고 했다. 그래도 자주 보고 받는지 제법 눈에 자주 띄어서 강도 기억하는 암호이다. 현(昡)의 움직임에 대한 상세한 보고였다. 그리고 매장소의 필체로 꼼꼼하게 무언가를 구석구석 적어 넣었다. 이게 눈에 띈 이유는 어딘가 낯익은 이름이 보여서 였다. 소경염. 현은 아무래도 그 이름의 주인을 칭하는 듯 했다. 소경염. 아는 이가 아닐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강은 고개를 갸웃하며 저었다. 움직임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세심하게 적은 대처를 보며 왜인지 기분이 묘해졌다. 소경염. 누구의 이름이기에 이렇게 소중하게 살피고 있는 것일까. 강은 잠이 든 매장소의 평온한 얼굴을 한 번 내려다봤다.












就让我们彼此都可以好好过

우리 둘 다 서로 각자 잘 지내기로 해요

那些曾经的美好留在心中

이전의 아름답던 일들은 가슴 속에 남겨둬요


秋.










일단 사과부터 드립니다. 이렇게 퀄리티가 부족한 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ㅠㅠㅠ

제가 너무 겁 없이 큰 소재를 잡은 모양입니다ㅠ 개요로 생각할 때만 해도 이렇게 짜임새 만들기

어려운 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부족한데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 힘드네요ㅠㅠㅠ

시간도 장면도 성큼성큼 건너 뛰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전개가 튄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재미없고 부족하게 느끼시는 게 당연합니다ㅠ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북조 시대의 내명부나 신료 호칭을 사용하도록 애썼지만 잘 모르겠는 부분은 수당 시대의 것도

그냥 사용했습니다.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호호과의 처음 생각이 소년임수=소년양가장의 양연소에서 시작했고

북연태자에 야율사를 놓은 거라서 혼자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원홍 배우 결혼 전에

RPS 같은 마음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글입니다. 제가 부족해서 기간 내에 완성하지 못한ㅋㅋㅋ

셈입니다. 진심은 알아주세요 원홍 배우 흠예 배우 행복하세요! 헤헷



중간에 들어간 종주님 과사ㅋㅋ 북연에 간 매장소는 사조영웅전입니다. 사조영웅전에서 스타일링이

바뀐 버전을 보자마자 이거슨 북연 매장소다!!!라고 단숨에 정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우시고ㅠ

옷이나 인사하는 방법 같은 게 랑야방의 북연과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 사진들을 넣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아하하핫;;






다음 편에도 분명히 부족한 부분은 있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랑야방/호가/왕카이/정왕종주/카이호가 필모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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