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병餅이라는 글자가 사용된 문장을 찾아서 살펴봅시다. 병餅은 밀가루를 물에 반죽해서 삶거나 찌거나 구운 떡을 말합니다. 서한에서 흔한 음식은 아니었으나, 후한에서는 떡을 먹는 일이 자주 등장합니다. 삼국지에서도 떡 이야기가 여섯 군데에 나옵니다. 그 중에 실제로 떡을 먹는 장면은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 다섯 용례는 떡이라는 아이템이 당시 사회의 실생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1. ‘떡 바꿔 먹다’

위남현령 정비는 조조군이 마초군에게 쫓길 때 소와 말을 풀어 마초군의 시선을 끌고 조조가 무사히 도망치도록 도왔습니다. 이 일로 벼슬이 올랐다가, 나중에 다른 죄를 지어 관직에서 쫓겨납니다. 그럴 때에 조조가 정비를 불러다가 장난을 치고, 정비도 농담으로 받아쳤습니다.

조조: 문후(정비의 자), 벼슬할 때 쓰던 인수는 어딨나?
정비: 떡하고 바꿨습니다.
조조: ㅋㅋㅋㅋ

현대한국어의 ‘엿 바꿔 먹는’ 기분이네요. 위나라에서는 '떡 바꿔 먹는' 기분이겠어요.

2. 떡장수의 풍채

조기라는 인물은 난리를 피해 사방을 떠돌면서 떡장수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손빈석이라는 인사가 지나가다가 조기를 보고 묻습니다.

손빈석: 자기 먹을 떡입니까, 파는 겁니까?
조기: 파는 겁니다.
손빈석: 사는 건 얼마고 파는 건 얼맙니까?
조기: 사는 것도 30전이고 파는 것도 30전입니다.
손빈석: 처사處士의 풍채를 보니 떡장수 같지 않은데 아마 사연이 있을 것 같군요!

떡장수 같은 풍채로는 ‘처사’로 불릴 수 없는 것일까요?

3. ‘그림의 떡’

조예가 인재 선발 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조예: 명성이란 그림의 떡과 같아서 먹을 수가 없다.

평소에 떡 먹기를 좋아했던 것일까요? 아무튼 ‘그림의 떡’은 길이길이 살아남아 현대 한국어에서도 사용되는 관용어가 되었습니다.

4. 태관과 떡집

《춘추》경의 여러 해설서 중에서 《춘추좌씨전》과 《춘추공양전》 두 전이 세력을 겨루고 있었는데, 종요의 태도는 확고했습니다.

종요: 《춘추좌씨전》의 수준은 태관(황제의 음식을 담당하는 관직)이고 《춘추공양전》의 수준은 떡집이다.

태관과 비교하자면 떡집은 정말 하찮죠.

5. 마늘식초 파는 떡집

유명한 의사 화타가 환자를 살펴보고 조언합니다.

화타: 오다가 보니까 길가에 있는 떡집에 마늘식초가 있던데 석 되를 얻어서 드시오.

떡집에 왜 마늘식초가 있을까요? 이것저것 다 파는 동네 편의점 같은 곳이었을까요?

6. 떡 먹다가 글 쓰기

촉의 관원 비위가 동오로 사신으로 갔을 때 떡을 얻어먹었습니다. 북쪽은 밀가루를 먹고 남쪽은 쌀알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동오에서 떡을 대접받아 먹을 만큼 떡이 퍼져 있었나 봅니다.


삼국지 인물의 일상의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떡이 활용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내용은 아雅가 만들 《삼국지포켓북2: 예의를 버리고 음식을 구하다》에 수록될 일부입니다. 삼국지포켓북에서는 이 이상의 자료를 폭넓게 조사하여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떡을 먹었는지를 알아보고, 떡 뿐만 아니라 삼국지 시대의 인물에게 어떤 것을 먹일지를 결정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니 참여해 주세요! 

수요조사 👉👉👉   https://t.co/uvABecEFNO


周雅. 석륵의 참군. 탐관오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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